‘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1993년 공전의 히트를 친 ‘세상은 요지경’의 노래가사 중 일부이다.
여기서 ‘짝퉁’ 내지 ‘짜가’의 사전적 의미는 ‘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유명 의류나 가방 브랜드의 상표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제품을 의미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 하지만, 짝퉁은 그 범위를 벗어난 원조가 피와 땀으로 이룬 성과에 숟가락을 얹거나 아예 이를 가로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크다.
최근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의 짝퉁이 나타나 사회적 공분을 얻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배드파더스’를 검색하면 ‘(배드파더스)나쁜아빠들’이라는 모방 사이트가 최상단에 표시된다.
이 사이트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는 물론 원조 배드파더스 활동을 다룬 기사들까지 소개하며 원조와의 구별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이미 ‘bad fathers’로 상표권 등록까지 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짝퉁은 짝퉁일 뿐, 원조가 가진 깊은 손맛까지 낼 수 있을지 묻는다면, 필자는 단호히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양육비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던 시절, 원조 배드파더스는 양육비가 사인 간 채권채무관계가 아닌 아이의 생존권과 직결되었음을 주장하며, 이 문제를 사회의 중심의제로 끌어올렸고, 그 결과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한 신상공개·면허정지·출국금지 등 간접강제 방안을 입법화시키는 쾌거를 올렸다.
원조가 쌓아온 그간의 명성과 성과, 각종 고소고발을 당하며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온 역사를 생각한다면, 감히 짝퉁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는 것이다.
물론 상표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국내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된 상표나 상호를 사용할 경우에는 상표법 위반이 되어 상표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원조 배드파더스의 법적 대응 역시 가능하지만, 위법 여부를 떠나 이번 모방 사이트는 원조의 이름값에 무임승차한다는 점에서 짝퉁이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는 10월이면 원조 배드파더스는 폐쇄된다. 배드파더스의 순기능적인 역할이 제도권으로 편입된 만큼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다는 구본창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얼마 후면 원조는 사라지고 짝퉁만 남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득 ‘세상은 요지경’의 노래구절이 떠오른다. ‘인생 살면 칠팔십년 화살같이 속히 간다. 정신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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