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그래도 도시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 도시지역을 강타하고 있어 탈(脫)도시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벼락 거지’로 전락한 신세가 한탄스럽기도 하고,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반 경제와 재택근무 보편화의 포스트-팬데믹 시대를 생각한다면 도시에 머무를 이유가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전염병과 안전에 취약한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도시거주 인구가 91.8%인 4천7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문명의 혜택을 누리려는 욕망으로 인해 인류 역사는 도시발전의 여정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의 설계를 담당하며 거중기, 녹로 등 과학적 기구로 축성하도록 한 다산 정약용 선생은 도시 예찬론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자식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한양 주변을 떠나서는 안 되며, 가능한 한양 한복판으로 들어가 살아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귀양살이 처지에서도 외국문물과 문화 접근이 용이한 교육 환경을 중시했기에 자녀 장래를 위해 ‘한양 사수’를 외친 것이다.

21세기 도시민들도 다산 생각과 비슷하다. 고시원에 살지라도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보다 서울 주변 도시를 선호하고 있다. 금요일이면 지방의 혁신도시에 근무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은 셔틀버스와 KTX를 타고 수도권 집으로 향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도시권이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라 개발과 팽창의 성장 담론에서 벗어나 도시를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산불, 홍수, 폭염 등 기후위기 속에서 문화와 역사, 생태, 환경 요소를 중시하는 도시재생사업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재생도 성장 서사와 연결되면서 자본축적에 복무하게 된다는 비판이 있지만,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쇠퇴한 옛 도심과 노후화된 주거지, 공공용지를 활성화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논란 또한 격화되고 있다.

개항기 근대건축물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인천에서 더 심한 편이다. 강제징용의 역사적 유물인 인천 부평 조병창 내 옛 병원건물, 일제 강점기의 공장시설이 남아 있는 인천 동구 해안가 일진전기와 동일방직,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운동 산실 역할을 한 화수·화평동 재개발사업 구역 내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 철거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인천시가 건축자산 보전 및 진흥구역 지정 추진과 별도로 시민공론화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으나 합의의 길이 순탄치 않다. 산업유산 가치를 살려 원주민이 떠나지 않고 인천 특색을 살린 도시재생을 고대하는 시민들은 많다. 김구 선생이 인천감리서에서 노역하면서 쌓았던 인천항 1부두 석축을 비롯해 근대화의 길을 열었던 성냥공장, 양조장, 정미소, 군수공장은 도시 가치를 높여줄 역사적 자산이다. 사라지면 회복 불가능하기에 효율성과 시장 논리 중심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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