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진정한 물의 도시 인천이 되기를

인천은 ‘물의 도시’다.

인주(仁州)라 불리던 이름이 조선 태종 때 인천(仁川)으로 바뀐 것도 물<川>, 곧 바다가 있는 고을이어서였다.

하지만 요즘 섬 지역을 뺀 인천에서 물을 제대로 보고 느끼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해안의 거의 대부분이 담이나 철책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막아놓은 가장 큰 이유는 안보(安保)와 보안(保安)이다.

북한과 가까운 지리적 상황, 항구와 같은 국가적 중요시설의 안전 때문이니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다 떨쳐버릴 수는 없다. 명색이 항구도시인데 마음이 동할 때면 언제든 바닷가에 나가 손발을 담그고 확 트인 풍광을 느껴볼 길이 없는 것일까. 해질 무렵 부두의 벤치에 느긋이 기대앉아 멀리 떠나는 배들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볼 수는 없는 일인가.

인천시민으로 이런 아쉬움을 안고 산 지 무척이나 오래됐다. 인천시와 여러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시민정책 네트워크」가 요즘 인천 앞바다 해안 철책의 철거·정비 사업을 정책 과제로 삼아 추진하는 것을 보면 이런 아쉬움이 혼자만의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요즘 10년이면 예전 100년”이라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특히 첨단기술은 일반인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그 수준이 높아졌고,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런 만큼 안보와 보안의 개념이나 방식도 시대에 맞춰 바꿔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저 담을 높이 쌓고, 철책을 치고, 무작정 사람들이 못 다니게 막는 것보다 훨씬 세련되면서도 효율적인 방식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다가 아직 멀리 있는 형편에서, 물과 관련해 요즘 들린 반가운 소식은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다.

지난달 착공식을 가진 이 사업은 굴포천 중·상류를 덮고 있는 도로를 걷어내 원래의 개천 형태를 되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천에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해서, 서울의 청계천처럼 시민들에게 예쁜 휴식공간으로 돌려주려는 사업이다. ‘굴포천 살리기 운동 시민모임’이 20여 년 전부터 벌여 큰 성과를 거둔 생태하천 만들기 사업의 두 번째 단계이다. 첫 단계가 썩은 물에 찌들고 냄새나던 하천을 물고기가 살고 철새가 날아들도록 바꿔놓았으니 이번에도 멋진 성과를 거둘 것이다. 시는 이와 함께 역시 도로로 덮여있는 승기천의 미추홀구 일부 구간에 대해서도 도로를 걷어내는 복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잘 마무리돼서 바다와 하천이 열리는 날, 비로소 인천은 진정한 ‘물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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