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캠퍼스 안에서 한 여학생이 명품 핸드백을 샀다며 친구들에게 한껏 뽐내는 모습을 본 적 있다. 이렇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명품을 흔히 값비싼 외국 브랜드와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지만, 본래 명품이란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작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단지 값이 비싼 제품, 외국의 유명 상품이 아니라, 남이 따를 수 없는 전통과 불멸의 가치 또는 희소성을 가진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가질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만듦으로써 그 진가를 발휘하는 일종의 예술품이 바로 명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경기도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광교신도시에 대해 ‘명품 신도시’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교육, 교통, 녹지, 문화, 의료 등의 편리한 주거환경과 글로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업, 위락, 업무 등의 자족성을 갖춘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도 사업담당자의 설명인데, 여러 면에서 명품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20%대의 녹지율을 가지고 있는 다른 신도시와 차별되는 40%대의 녹지율, 주택공급에만 치우친 베드타운이 아닌 직장과 각종 행정·상업시설을 갖춘 주거 일체형의 도시 등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을 가지고 있고, 인간중심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광교 명품 신도시에는 아주대학교와 아주대학교 병원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끊임없는 지적 욕구의 충족과 질병 없는 쾌적한 건강의 유지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미래 신도시 입주민들의 만족도를 더 높여 주리라 기대된다. 이에 맞추어 내년에 출범하게 될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도 단지 경기도 유일의 로스쿨이 아닌 진정한 명품 로스쿨이 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스쿨 제도를 새로 도입하게 된 것은 기존 사법시험제도를 통한 법조인 양성시스템이 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법조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다양한 책을 읽고 폭넓은 사고를 하기보다는 조기의 시험합격만을 목표로 암기위주의 학원수업을 쫓아가느라 바쁜가 하면, 미리 보아 둔 정형적 패턴의 객관식 문제에는 신속히 답하면서도 스스로 사실을 분석하고 새로운 대응을 해야 하는 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은 점점 약해지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한번의 사법시험이라는 ‘점’에 의한 선발이 아니라, 교육을 통하여 법조인을 양성하는 ‘과정’이라는 제도로 바꾼 것이다. 이러한 로스쿨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에 따른다면, 향후 명문 로스쿨이 되는가의 성패는 수월한 교육과정과 상담·학생복지 시스템 등을 갖추어 올바른 소양을 갖춘 훌륭한 법조인을 배출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 선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각 대학들마다 다양한 입시정책과 홍보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법학전문대학원 예비인가를 받은 대학들도 어떻게 하면 예비인가를 받은 다른 학교보다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할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우수한 학생을 상대로 한 법교육이 그 성과가 더 크리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나, 법조인 양성을 책임진 교육기관의 입장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훌륭하고 내실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하여 누구라도 졸업한 뒤 유능한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다른 로스쿨이 흉내 낼 수 없는 세밀하고도 효과지향적인 교육과정, 다른 로스쿨과 차별되는 전문적이고 특화된 교육과정,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을 이해하고 학생 중심에 선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야 말로 바로 명품 로스쿨이 되는 최대의 전제조건일 것이다. 명품 신도시 속에서 안주하는 아주대 로스쿨이 아닌, 명품 아주대 로스쿨로 인하여 광교신도시가 더욱 명품 도시로 되도록 만드는 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백윤기 아주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오피니언
백윤기 아주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2008-03-1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