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소규모 학교를 위한 찬가 (上)

유길상 道교육정보연구원 교수학습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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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권모씨(36)는 얼마전 둘째 아이를 도시 학교에서 다시 집 가까이 농촌 학교로 전학시켜야만 했다. 거리도 거리려니와, 도시 학교가 농촌 학교보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시 학교로 입학시킨 둘째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은 자신감도 생겼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학업성적도 좋다. 권씨의 마음을 놓이게 하는 건 농촌의 소규모 학교이지만 학생들을 위해 갖가지 정책들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방과후학교 운영이다. 현재 방과후학교가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컴퓨터, 그리기, 한자, 논술, 풍선아트 등 다양하고 학생들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새 학기에는 사물놀이와 영어 등 몇개 프로그램들을 더 신설할 예정이다. 모두가 무료이다. 원래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의해 수강료를 내야 하지만 학교측이 파격적으로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농촌 소규모 학교에 다녀도 아이 장래에 대해 변함없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농촌 학생수가 줄고 있다. 학교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고민하는 학교들도 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학교가 통·폐합되기도 했다.

그러나 농촌 소규모 학교라고 반드시 문을 닫는 학교만 있는 건 아니다. ‘돌아오는 농촌학교’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해 학생수가 늘고 학교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오른 학교들도 적지 않다. 비록 소규모이긴 하지만 농촌에 학교가 존재함으로써 담당하게 되는 교육적 역할과 기능 이외에 문화·사회·지역적 역할과 기능 등은 중차대하다. 이런 이유로 농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들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여건이 비슷한 학교들도 이들 학교들을 벤치마킹, 교육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농촌 학교라고 모두 교육환경이 열악하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지금 농촌 소규모 학교는 급격한 변화의 한 가운데 서있다. 도서실과 과학실 등은 기본적으로 정비된데다 원어민 영어강사를 채용하는 등 도시 학교 못잖은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지역 특수성을 살려 농촌유학 프로그램과 자연생태교실 운영,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계절 학교 개설 등을 시행하는 학교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유기농 급식 제공으로 눈길을 끌기도 한다. 물론 지역적 특성 및 여러 여건으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부 학교들도 있다는 현실을 부인할 순 없다.

그러나 농촌의 수많은 소규모 학교들이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오늘도 경쟁적으로 바쁘게 뛰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이것이 오늘의 농촌 소규모 학교들의 현주소이다.

도시 학교가 갖는 장점도 당연히 많지만 농촌 소규모 학교가 갖는 장점 또한 만만찮다. 최근 들어 자연환경 체험이나 바른 심성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여건을 갖춘 학교를 찾아 자녀를 전학시키는 학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농촌 소규모 학교에는 이른바 ‘왕따’가 없다. 아이들의 표정이 모두 밝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 가족 같다. 학생이 몇명 되지 않으니 선생님들이 전교생의 성격이나 이름, 특성, 가정형편, 소질, 능력 등을 세세하게 다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 특성에 맞는 맞춤형 개별지도도 가능하다. 학생들 또한 전교생이 친형제처럼 생활한다. 모름지기 전인 교육이 가능한 교육공간이란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다.

유길상 道교육정보연구원 교수학습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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