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사재기 통제, 實益을 생각해야

김이석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기자페이지

철강 등 원자재가격이 급등하자 원자재의 재고가 시장에 나오지 않게 되고 이에 당국이 재고를 평상시보다 더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런 조치가 바람직한 것일까?

사실 우리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량이 늘어나는 것을 매일 본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수요의 법칙이라고까지 부른다. 이 수요의 법칙에도 일시적인 예외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바로 예상이 개입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앞으로 더 오를 징후로 해석, 가격의 상승이 오히려 더 많은 수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구나 남보다 더 잘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투기적으로’ 수요를 하면 가격은 가파른 상승을 보이기도 한다.

저명한 경제학자 케인즈는 이처럼 사람들의 예상이 특별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주식시장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주식시장을 특이한 미인선발대회에 비유하였다. 자기 자신이 가장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미인대회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많은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미인선발대회.

가장 차익이 남을 것으로 사람들이 예상하는 ‘최고 미인’ 주식을 사야 가장 큰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평균 예상이 어떨 것인지에 대해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예상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투기적 예상이 이런 예측이 없었을 경우에 비해 가격의 등락을 더 크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주식시장에서 더 올라갈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주식에 투기적 예상이 보태어져 가파른 상승을 하여 그 주식을 원하는 사람이 원하는 가격에 구할 수 없다고 해서 해당 주식의 보유를 종전 수준으로만 하도록 통제할 필요는 없다. 궁극적으로 주식의 가격은 그 회사의 실적과 연계된다. 예상은 허공에서 창출된 것이 아니며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예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의 ‘투기적 예상’이 펼쳐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은 결국 경제주체들이 자기의 책임 아래 이런 예상을 더 잘 하려고 노력하는 곳이며, 만약 이런 예상의 불확실성 자체가 너무 큰 부담이 될 경우에는 미래에 받을 가격을 지금 고정하는 선물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예상은 그 예상이 옳았을 경우, 미래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하게 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동경에 지진이 날 것으로 예상되면 지금 벌써 동경의 재건을 위해 필요한 물자들의 가격이 오른다. 이는 지금 그 가격 이하에서만 그 물자를 쓰고자 하던 사람들이 종전의 계획을 미루게 해 그 물자들을 동경 재건에 쓰이도록 비축하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재고의 수준에 대한 간섭은 이런 기능이 발휘되는 것을 억제하는 역기능이 있다.

미래에 대한 일반적 예상이 틀린 방향으로 전개되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경우에 재고를 강제로 내다 팔게 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에도 수요자들과 공급자들이 자기 책임 아래 더 정확한 예상을 하려는 노력,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의 발달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자재의 사재기 통제와 더불어 정부는 서민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50개 품목의 가격을 관찰하고 이를 관리하고자 하고 있다. 그 의도는 서민들의 생계를 더 쉽게 하려는 고마운 것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의도와 반대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단두대의 공포정치로 유명한 로베스피에르가 우유 값을 통제했지만 그 결과 우유의 품귀현상을 부채질해 서민생활을 더 어렵게 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시장경제와 작은 정부를 내건 새로 출범한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이런 가격에 대한 관찰과 관리나 사재기 통제보다는 자기 책임 아래 더 노력하면 더 잘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일이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의 경우에도 의료저축계좌 같은 것을 도입해서 자신의 건강을 잘 보살피고 병원에 덜 드나들수록 건강보험료가 줄어들게 한다든지 혹은 자신이 나중에 찾아 쓸 돈이 발생하도록 해주는 방안이 하루 빨리 가능해지도록 고민 해 주었으면 좋겠다.

김이석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