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하인스 워드의 방한이 남긴 것

하인스 워드 방한으로 국내 거주 혼혈인들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여당은 발 빠르게 혼혈문제에 대한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으며 ‘혼혈인’이란 용어를 아예 없애고 ‘결혼이민자의 자녀’로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환영하며 이러한 노력이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의식 전환과 법체계 개선 등으로 연결되길 기대한다.

우리나라처럼 혈통주의가 강한 나라도 드물다. 우리가 반만년을 이어온 단일민족임을 자랑해온 그 이면에는 다른 민족을 배척하는 경향도 그만큼 강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주변에는 우리와 다른 피부색과 생김새 등을 갖춘 이들이 들어와 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필자가 사는 광주에도 적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있다. 코시안(Kosian=Korean+Asian)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자녀가 이미 우리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뛰노는 우리의 이웃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현상을 애써 외면하고 또 무시해 왔다. 혼혈인들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단 한 차례 실태조사도 해보지 않았으며,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주지도 않았다. 이런 가운데 그들은 혈통을 앞세운 차별과 편견에 시달려야 했고 특히 그들의 자녀문제로 형언할 수 없는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우리는 하인스 워드의 성공을 우리의 일처럼 기뻐하지만 하인스 워드가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그만한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된다면 프랑스에서 있었던 이슬람계 청년들의 폭동 같은 일이 생기지 말란 법도 없다. 우리도 이젠 혼혈인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열어 그들이 우리와 함께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하인스 워드의 방한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정부가 혼혈인문제에 대해 정책적 관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해줬고 우리들에게도 혼혈인이 나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와 같은 사람, 우리의 이웃이란 인식을 하게 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내 거주 혼혈인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는 큰 선물을 줬다고 생각한다. 하인스 워드 그리고 결혼이민자의 자녀 여러분 화이팅!

/정진섭 국회의원(한나라당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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