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통하라

[천자춘추]

필자는 예술기획이라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는 멋지고 우아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실제 내부로 들어와 보면 아주 세세한 것들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이 일의 특성이다.

 

인터넷 홍보에서부터 DM 발송, 포스터 부착은 물론 프로그램 선정의 당위성, 공정성, 주목성, 작품성, 주변부에 끼치는 기대효과에 이르기까지 실로 방대하고 섬세한 검토 작업을 통해 공연, 예술교육, 전시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예술기획은 사명처럼, 천직처럼 여기는 이들이 묵묵히 소신껏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역민들의 문화소비를 위해 프로그램을 유통하는 것이 일차적인 일이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예술콘텐츠를 만들어 내어 문화발신기지의 역할을 하는 일이다. 그것이 아트센터가 랜드마크로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점이다. 지역마다 문화의 환경, 조건, 풍토는 다르다. 이것을 문화 자본화하여 지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일이 공공 아트센터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국내·외 수많은 아트센터를 필자가 방문하면서 얻은 결론은, 초기에 구성원들이 어떤 각오와 생각을 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그곳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지역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에 건물은 웅장하나 콘텐츠가 빈곤하거나 구성원들의 의욕상실로 쇠락의 길을 걷는 일도 있었다.

 

아트센터는 일반적인 제조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감동’을 파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민에게 늘 새로운 감동을 주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브랜드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 아트센터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감동을 얻게 되면 이로부터 단단한 지지층이 형성되고, 그것이 브랜드 신뢰도로 이어진다. ‘거기서 하면 무조건 믿을만하지’ 라는 생각이 자리 잡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들과의 소통이다. 한발 앞선 기획을 통해 신선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주목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 감상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아트센터와 지속적인 소통을 체험할 수 있다면 지역민과 ‘마음(心)으로 통(通)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아트센터를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공연이 있는 날은 저녁 늦게까지 전시장이 개방된다든가, 공연과 관련된 테마가 있는 포토존, 시즌별 깜짝 이벤트 등이 있어 아트센터에 오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래야만 마음이 통하는 곳이 될 것이다.

 

조경환 부평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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