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설날이 다가온다.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도 방학을 맞이하여 마냥 신나있는데, 기쁨을 보태줄 건수가 명절이라는 이름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예전에 우리가 어렸을 때는 정말로 설날을 기다렸다. 어머니가 예쁜 한복을 준비해주셨기 때문일까, 맛있는 음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세뱃돈 때문이었을까?
예전과 많이 달라진 요즈음의 아이들 겨울방학 생활들을 들여다보면 학교 다니는 것 못지않게 바쁘다. 젊은 엄마들은 방학을 이용하여 뒤떨어진 학과목을 보충할 기회로 삼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학기중의 노고를 위로하고자 오히려 아이에게 쉴 기회를 주기도 하며, 때로는 특별한 경험을 주고자 파격적인 계획을 세우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한다. 그래서 우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도 방학을 맞아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일 게다.
그러나 이처럼 다채로운 활동이 제시됨에도, 아이들이 설날을 기다리는 건 옛날이나 요즘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지금은 취직하여 돈을 벌기에 세뱃돈의 달콤함을 잊어버렸지만, 다 큰 우리 아들도 대학생이 되고 군대를 제대하고서도 크도록 설날을 내내 기다렸다.
그 이유는 친척들이 건네준 세뱃돈에 있었다. 어렸을 때는 아직 받지도 않은 세뱃돈을 할아버지는 얼마, 큰아버지는 얼마, 큰이모네는 얼마 하면서, 보통 때는 별로 언급않던 친척들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열심히 계산하고 있는, 꿈에 부풀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세월이 많이 변했지만, 요즈음의 아이들도 세뱃돈을 기다린다. 평소에 받는 용돈에 비해 너무나도 큰 액수이기 때문이리라.
한 번의 세뱃돈이 상당기간의 살림살이를 좌지우지하니 왜 안 그렇겠는가? 이런 아이들의 형편을 고려한다면 어른들은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세뱃돈을 준비해야 할 것이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요즈음 아이들에게 주는 세뱃돈의 액수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친척의 숫자에 따라 사정이 많이 다르겠으나, 자신의 월급에 비해 규모가 너무 크다. 여기서도 아이 마음과 어른마음이 엇갈린다. 그러나 새해에 빳빳한 세뱃돈을 챙기는 어른마음은 여유롭고 흐뭇하다. 아이들의 기대를 생각하며, 또 아이들의 웃음을 기억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챙기는 그 마음은 이미 부자가 된다.
주변에서 보면 아이들의 세뱃돈을 쉽게 가로채는 엄마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아이 때부터 받은 세뱃돈을 차곡차곡 모아 나중에 꼭 필요한 일에 쓰도록 복주머니를 열어주는 엄마들도 있다.
축적된 세뱃돈이 나중에 커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볼 기회를 제공해준다면, 아이들은 세뱃돈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 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