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지상 최고의 여름 피서지 ‘도서관’

모두들 풍족한 자금을 갖고 많은 날들을 휴가로 보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들 삶이 그걸 허락하기는 쉽지 않다.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는 힘든 여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은행을 최고로 저렴하면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묘사해놨다. 하지만 은행보다 시원하고 즐길거리가 늘 있으며 최소의 비용으로 하루 종일 머무를 수 있는 특급 피서지가 있다.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 피서 매뉴얼을 한번 살펴보자. 우선 혼자이기 보다는 짝을 구성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가족이면 가장 좋고 아닐 경우 친구나 부부, 어르신과 손자, 손녀들이라도 좋다. 제일 먼저 휴게실에 들러 어른들은 차를, 아이들은 비탄산 음료를 한잔 들이키며 호흡을 고른다.

잠시 후 정기간행물실에 들러 어른들은 본인 취미에 적합한 잡지를 쥐고 등받이가 있는 안락한 의자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탐독에 들어간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일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정기간행물실의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디지털 자료실에서 최근에 나온 제일 재미있는 DVD를 빌려서 부모님과 비슷한 자세로 느긋이 관람하도록 한다.

아마 1~2시간은 아이 부모 상관없이 그 상태에 푹 빠져들 것이다. 그런 후 이제 즐기는 것도 격을 높일 필요가 있다. 어른들은 수많은 지혜의 보고인 자료실로 들어가서 그동안 시간이 없어 보기 힘들었던 따끈따끈한 신간들을 훑어보고, 아이들은 어린이실에서 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책과 친숙해질 기회를 제공해 주면 된다.

이 모든 것이 무료인 것은 물론 오히려 이용해 주신 것을 감사해주니 대접받는 기분까지 느끼게 된다. 오전 시간이 끝나 가면 출출한 시간이 다가온다. 도서관은 최저비용의 맛있는 메뉴로 이용자를 유혹한다. 가볍게 선택을 하여 식사를 한 후 주변의 벤치에서 후식도 맛보며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오후의 나른한 시간이 시작되면 가족끼리 함께 최신 영화를 보면서 휴식을 취해도 좋다.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어른들은 오전에 읽다만 책을, 아이들은 서가 사이를 누비며 책 찾는 놀이도 하고, 평상시 관심 많았던 여러 책들을 살펴보는 재미에 또 빠진다. 이러다 살짝 졸음을 느껴보는 것도 묘미이다. 무료함의 졸음이 아니라 잠시 충혈된 눈을 쉬게 해주는 정도이니 그도 괜찮다. 이제 마무리를 하면서 보다 만 책은 빌리고 새로이 집에서 볼만한 책을 또 빌려간다. 행복한 도서관 피서에 이어 그 여운을 집으로도 연장시켜 나간다. 도서관은 깊은 피서의 여운을 주는 행복한 피서지임이 분명하다.

배창섭 인천 율목도서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