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가축들의 여름나기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지역에서는 지난 7월31일까지 22명이 쓰러지고 10여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는 뉴스가 들린다. 살인 폭염이라는 말이 몸소 느껴진다. 사람이야 선풍기를 틀고 찬물 속에 들어가 더위를 식혀본다 해도 온 몸을 털로 감싸고 있는 가축들의 경우 스스로 더위를 식히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렇게 더운 여름을 보내기 위해선 사람의 손길이 필수적이다.

가축이 생활하기 적합한 온도는 15∼25℃ 이다. 요즘처럼 27℃ 이상의 고온이 지속될 경우 가축은 혈류나 호흡수 증가 등으로 열 발산을 높이려는 생리기능이 촉진되며 사료섭취량이 줄고 생산성도 저하된다.

실제 한우나 육우의 경우 기온이 25℃이상으로 올라가면 사료 섭취량이 3∼10% 감소하고 35℃ 이상이면 10∼35% 감소한다. 또한 기온이 올라가면 적정 온도에 비해 소화율도 20∼30% 떨어진다.

젖소도 기온이 올라가면 사료 섭취량이 7∼14% 정도 감소하며, 유량도 10∼20% 정도 감소한다.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교배시킨 어미돼지의 분만율은 연평균 분만율에 비해 15∼30% 떨어지며 닭 역시 기온이 32℃ 이상으로 올라가면 사료섭취량이 16%정도 줄고, 산란율도 6% 정도 떨어진다.

 

부모들은 여름철 아기를 돌볼 때 수시로 아기를 살핀다. 사람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가축을 키울 때도 이처럼 아기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가짐으로 돌봐야 한다.

우선 그늘막이나 송풍기 등을 통해 축사 내 온도를 낮춰주고 축사내 적절한 환기를 통해 열과 습기를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실제 젖소의 경우 고온기 그늘막 설치나 지붕단열을 할 경우 설치하지 않았을 때 보다 산유량이 약 5% 증가한다. 사료는 아침, 저녁 시원할 때 급여하고 조금씩 자주 주는 것이 좋다.

평상시보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므로 신선한 물을 수시로 공급해 주고, 필요에 따라 비타민 등을 추가로 공급해줘 영양보충을 해준다. 사료는 무더위에 부패되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이젠 더위도 국가적 재난이고, 더위 먹는 것도 큰 병이 되었다. 더위쯤 하며 가볍게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점점 따뜻해진다 하니 이젠 여름이 오기 전에 미리미리 여름나기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주인이 얼마나 신경써서 가축들을 돌봤는지에 따라 내가 키우는 가축들의 생산성이 달라진다. 자기 전 오늘은 내가 몇 번이나 축사에 가서 가축들의 상태를 살펴보았는지 생각해보자. 축산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축을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의무임을 잊지 말자.

장원경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