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백제의 도읍이었던 부여읍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부소산성에 올라 낙화암과 고란사를 둘러보고 백마강을 내려다보니 굽이굽이 돌아가는 물줄기의 풍광이 과연 절경이었다.
강심(江心)을 한가로이 떠가는 유람선을 보고 있노라니 옛 선비들의 풍류랄까 그들만의 여유를 나도 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 선착장으로 내려가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마침 일본 관광객 10여명도 함께 승선했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낙화암의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고 얼굴을 부비는 강바람도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것이 다 좋았는데 문제는 ‘유람선’이었다. 낡고 녹슨 유람선 곳곳에 거미줄이 널려있었고 두터운 층을 형성한 먼지가 덕지덕지 쌓여있었다.
배를 운전하는 사람은 일반 작업복을 입고 있었는데 몹시 남루하고 언제 세탁을 했는지 매우 지저분해 보였다. 동승했던 일본인 관광객이 거미줄을 피해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니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유람선 운전자에게 백제 고유의 의복을 입혔으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또 언제 청소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배의 청결상태는 왜 이 지경일까. 배에서 내려 관광안내센터를 찾아 개선을 건의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씁쓸했다.
관광은 ‘굴뚝 없는 기간산업’이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이집트 스위스 태국 등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부지기수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경우 한해 이 도시를 찾는 관광객이 1천만 명을 넘어 한국을 찾는 전체 관광객을 능가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은 총 980만 명으로 전년대비 11.3% 늘었다. 그 전 해에는 12.5%가 증가해 매년 1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루 평균 3만 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재울 숙소가 충분치 않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외국인들을 위한 숙박시설이 약 9천 여실 부족한 상태며 오는 2015년이 되면 2만5천 여실이 모자란다고 한다. 관광입국을 외치면서 막상 그들을 재울 방은 마련치 않고 있다니 ‘노숙(路宿) 관광상품’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특급호텔을 빼곤 거의 전부가 러브호텔 뿐인 현실에서 외국 관광객을 어디다 재워야한단 말인가. 70~100달러 선에서 잠을 잘 수 있는 비즈니스호텔이 있어야 한다.
최근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숙박시설확충에 적극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관광한국’을 위한 의식전환과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때다.
함진규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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