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 장관들 이름을 아는게 상식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장관이름은 고사하고 부처 명칭마저 정확하게 아는 이들이 드물 것이다. 아마 전 부처의 명칭과 장관들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국민이 백명이면 한명이나 있을지. 오히려 장관 이름보다 청와대 비서들 이름이 더 귀에 익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비서실을 줄이고 직급도 낮추었다. 국정의 중심을 내각에 둔다고도 했다. 비서실운영의 폐단을 막는 것으로 환영받았던 군살빼기가 2년여가 지나면서 다시 군살이 배겨 비대해졌다. 국정의 중심 또한 내각보다는 비서실에 있는 인상이 다분하다. 대통령 비서실은 정책결정기관이 아니다. 대외적으로 공표능력이 있는 기관장도 아니다. 그저 대통령을 음지에서 묵묵히 보필해야 하는 보조기관이다. 음지에서 말없이 일해야 할 비서들이 양지로 뛰쳐나와 설치는 것은 대통령을 지근에 둔 위세로 보이기 십상이다. 관련부처에 앞에 무슨 시책을 청와대 비서가 먼저 밝히는 것은 국정의 난맥이다. 말도 많다. 말이 많다보니 엉뚱한 소리가 나오곤 한다. ‘소수의 단결은 정의이나 다수의 단결은 불의’라는 말을 한 김성재 정책기획수석이 구설수에 올라있다.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는 정의이고 한나라당의 영남 싹쓸이는 불의라는 뜻의 ‘정의·불의론’은 소피스트적 궤변이라는 지탄이 높다. 대통령 비서실은 옛날 왕명의 출납을 맡고 있었던 승정원과 같다. 승정원의 승지들이 설쳐대서 잘된 때가 없었다. 비서실의 비서들은 직급이 고하간에 어디까지는 비서다. 자유당 시절에는 경무대(당시 청와대 명칭) ‘비서정치’란 말이 있었다. 자고로 승지나 비서는 모름지기 몸을 낮추어 말을 조심해야 한다. 자중해야 하는 것이다. /白山
최근 1∼2년 사이 기업경영 악화와 취업난을 빌미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여성고용불평등 관행은 하루 빨리 시정돼야 한다. 졸렬하기 짝이 없는 고용불평등 행태도 당장 사라져야 한다. 작금 벤처창업 붐 등을 타고 임시직 및 계약직이 크게 늘면서 여성근로자에게 불공평한 입·퇴사조건을 강요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서비스업체인 모 회사의 경우 지난해 말 계약직 여사원을 채용하면서 미혼여성에 대해 ‘입사 후 1년 내에는 결혼하지 않는다’, 기혼여성에 대해서는 ‘2년안에 임신하지 않는다’는 구두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또 다른 회사는 올 2월 1년 계약직 신입여사원을 뽑으면서 구두로 ‘결혼과 동시에 퇴사한다’는 확약을 받았다는 것이다. 고용형태를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강제 전환시키는가 하면 결혼과 임신, 출산을 이유로 사직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회사측의 부당한 퇴사강요 앞에서 현실적으로 저항할 수단이 거의 없는 속수무책상태이다. ‘싫으면 나가라’는 이러한 행태는 지금도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을 것이다.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가 운영하는 ‘평등의 전화’에 결혼과 임신, 출산에 따른 퇴직압력과 해고·비정규직으로의 강제전환 압력 등에 대한 상담이 증가하는 사실이 여성고용불평등 현실을 입증하고 있다. 현행 ‘남녀고용 평등법’에는 혼인이나 임신·출산을 퇴직사유로 하는 근로계약이 엄연히 금지돼 있는데도 극심한 성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근로현황이 이러한데도 여성권익을 보장한다는 당국은 무엇을 지도·단속하고 있는지 한심스럽다. 남녀고용 평등법 시행령같은 것을 각 지방관서에 내려 보내 계도하는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불이익 조항만 있는 각종 ‘구두계약’을 일삼는 기업체는 물론 퇴사를 강요하는 간부사원의 압력행사 등을 의법조치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 여성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나홀로 소송의 제한은 국민의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진다. 민사소송의 변호사선임 강제주의 도입을 비록 1심재판에는 적용치 않고 항소 및 상고 사건에 한해 적용한다 해도 기본권 침해이긴 마찬가지다. 서민들은 돈이 없어 변호사선임을 못하는 것도 서러운 판에 재판마저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가 된다. 민사소송의 남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입법취지는 사리에 맞지 않다. 법률생활의 보편화, 사회생활의 다양화추세가 자연 소송증가를 가져온다고 보아야 한다. 패소하면 상대측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민소제기를 남발로만 단정하는 것은 합당하다 할수 없다. 또 민사소송의 대원칙인 소송당사자주의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보는 원용이 가능하다. 소송당사자가 갖는 법률다툼의 적극적 의사를 변호사선임을 필수적 요건으로 들어 규제할수는 없다고 믿는다. 본란은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변호사선임 강제주의보다는 대법원이 사법발전안으로 제시한 적이 있는 민사조정전치주의가 활성화되기를 더 기대한다. 지난 2월에 발표된 이 방안이야말로 모든 민사사건에 대한 재판전 조정을 의무화함으로써 시일과 돈을 낭비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아지는 것이다. 변호사선임 강제주의 도입은 물론 이번에 처음 거론된 것은 아니다. 지난 90년부터 법조계 일각에서 간헐적으로 추진됐었다. 그러나 여러 시민단체로부터 기본권 침해라는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왔다. 법률소비자연맹 등 47개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로 결성된 ‘소비자보호와 사법개혁을 위한 공동추진협의회’는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안일한 발상”이라며 “각 단체와 학계, 시민의 힘을 모아 총력저지하겠다”고 밝힌바가 있다. 민사소송의 기간을 줄이고 재판을 효율적으로 해야하는 것은 오히려 법률소비자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그야말로 ‘쇠뿔을 고치려다 소 죽인다’는 속담과 비유가 된다. 민사소송은 ‘법정화해가 최상’이라는 법언이 있다. 앞서 밝힌 대법원의 민사소송전치주의는 이런 점에서 사법제도 발전안으로 거듭 평가할만 하다. 법무부는 변호사선임 강제주의 도입을 철회하는 재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KBS-TV의 주말사극 ‘태조 왕건’을 보면 신라 제51대 임금 진성여왕(재위 887∼897년)과 진성여왕의 삼촌이며 각간(角干·진성여왕 당시 가장 높은 벼슬)인 김위홍(金魏弘)의 통정(通情)이야기가 나온다. 진성여왕이 실제로 그러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사극 ‘태조 왕건’은 위홍과 진성여왕의 관계를 다루면서 이들이 삼촌과 조카 사이라 해서 이를 불륜으로 몰아갔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삼촌과 조카가 몸을 섞었다면 불륜을 넘어 패륜이지만 역사를 1천년 이상 거슬러 신라사회로 들어가보면 이들 사이는 불륜이 아니라 로맨스다. 왕을 중심으로 한 신라 지배층 사이는 근친혼이 대단히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들, 같은 어머니 밑에서 난 형제자매가 아니면 친인척 누구와도 혼인이 가능했고 그래야만 했던 사회가 바로 신라였다. 예컨대 제23대 법흥왕(재위 514∼540년)의 동생 입종갈문왕은 법흥왕의 딸, 즉 조카인 지소부인과 결혼을 해서 제24대 진흥왕을 낳았다. 또 김유신은 여동생인 문희와 김춘추 사이에서 난 딸과 혼인을 했다. 그러니까 김춘추는 김유신의 처남이면서 장인이고 문희는 김유신의 여동생이면서 장모인 것이다. 신라는 이처럼 근친혼이 성했다. 오히려 지배층에서는 근친혼을 해야만 했다. 이런 전통은 고려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극 ‘태조 왕건’에서 위홍과 진성여왕의 관계를 불륜이라고 한 것은 현대 유교적 도덕기준에 따른 것이지 신라인의 눈으로 본다면 귀족사회의 로맨스다. 위홍은 서기888년 대구화상이라는 스님과 함께 신라 향가를 모은 ‘三代目’이라는 시가집을 편찬한 인물이다. 그 ‘삼대목’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면 이런 시가집 편찬을 명령한 진성여왕이나 그것을 직접 만든 위홍이 색욕으로 가득한 인물들로만 혹독한 평가를 받지는 않았을 것 같다. /淸河
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위헌 결정은 좀 이상하다. 교육을 받을권리 침해라는 것이 위헌결정 이유다. 이상하게 여기는 것은 기회균등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기회균등의 제한, 즉 불균형이 배움의 실력에의한 것이 아니고 과외비라는 돈때문이라면 과외수업을 과연 권리로 인정해야 할 것이지 의아스럽다. 헌재가 과외수업을 전면 허용하면서 현직교사 교수등을 제외한 것은 결과적 타당성은 인정되지만 위헌결정의 논리에 비추어서는 자가당착이다. 고액과외를 제한하는 대체입법을 주문한 것도 이상하다. 위헌여부만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대체입법을 주문하는 것은 헌재 결정이 스스로 내포하는 의문을 합리화 하려드는 사족이 아닐는지. 도대체 얼마를 고액과외로 보느냐는 것은 상대적이어서 기준이 모호하다. 단 10만원도 감당이 벅찬 고액인 사람도 있고 100만원 아니라 수백만원도 푼돈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고액과외 기준의 보편타당성을 찾기도 힘들지만 이런 제한을 두어 봤댔자 아무 소용이 없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과외비쯤 얼마든지 숨길수가 있는 것이다. 과외수업을 막는 것은 우리뿐 이라고들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볼수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과외수업을 안막는것이 아니고 과외수업이 필요가 없어 받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공교육의 부실,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이 결국 과외사태를 빚고 있는것은 교육부가 깊이 반성해야 할 점이다. 공권력의 규제는 푸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고도 말한다. 풀것은 의당 풀어야한다. 하지만 과외비 때문에 계층별 갈등이 심화하고 사회에 위화감이 조성되는 것을 방치하는게 정당하다 할 수는 없다. 법률의 존엄성이 정의구현, 사회공익, 균등사회를 위해 있는것이 맞다면 규제할것은 마땅히 규제하는 것이 법익이라고 믿는 것이다. 헌재결정은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켜 학교의 공교육, 학원의 사교육까지 부실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민들은 재연될 과외소동으로 벌써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다.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하루빨리 선진국 수준의 공교육 충실화와 함께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탈피, 과외가 필요없는 건강한 교육풍토를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을 잘못한다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후진국일수록이 부정부패가 심하고 선진국일수록이 부정부패와 거리가 멀다. 아마 우리처럼 수다히 부정부패 척결을 체험한 국민도 드물 것이다. 과거 역대정권이 그러했던 것처럼 현 정권들어서도 사정작업이 몇차례 있었다. 정부는 총선이 끝나자 또 사정의 칼을 갈기 시작했다. 공직자뿐만이 아니고 민간부패도 척결한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문제는 수다한 사정작업에도 왜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느냐에 있다. 엄히 따져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세간의 의문은 부정부패 척결의 여간한 암초가 아니다. 재수가 없어서 사정에 걸렸다는 주관 및 객관적 관념은 사정의 권위와 승복을 훼손하고 있다. 여권이 한때 검토하다만 ‘과거불문설’이 바로 이같은 고충 때문이었던 것으로 안다. 사정이 빛을 보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특사의 남발이다. 권력주변의 범법자들은 으레 특사로 사면돼 공무담임등으로 민중위에 재차 군림해오는 잘못된 관행부터 척결돼야 한다. 정부는 오는 6월, 제16대 국회가 개원되면 부패처벌관련 특별법을 제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은 얼마전에 우리 돈으로 5억원의 뇌물을 받은 어느 도시의 부시장을 사형에 처한 적이 있다. 응보형주의가 아닌 목적형주의 추세이긴 하나 부정부패 근절에 필요하다면 중형으로 다스리는 것이 또한 목적형주의 달성을 위해 불가피하다 할 것이다. 곧 있을 부패처벌관련 특별법제정에 이같은 점이 십이분 유의돼야 하는 것이다. 권력주변을 대상으로 하는 시범 역시 중요하다. 장개석 국민당정부가 대륙에서 쫓겨난 것은 미국이 지원해준 MI소총이 그 이튿날 보면 모택동군에게 가 있을 만큼 심히 부패했던데 이유가 있다. 이러한 장개석 정부가 대만으로 건너가 새삼 공직 및 사회기강을 단시일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밀수보석을 사들인 자신의 며느리를 공개처형하는 결연한 시범의지를 보임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부패처벌관련 특별법의 시행 또한 권력층에서부터 이같은 시범의지를 보여야 비로소 국민들이 신뢰한다. 자신은 셈에 넣지 않고 헤아리면서 수가 모자라다고 아우성치는 ‘돼지산수’의 우화를 닮지 않아야 부정부패 추방이 가능하다. 표적수사를 일삼지 않는 일상의 사정작업은 일상의 업무에 속한다. 특별히 기간을 정하거나 강조하는 것 자체가 다분히 한국적 현상이다. 또 추진하는 사정작업 역시 더도 덜도 아닌 일상업무 차원으로 보고자 하면서 앞으로 제정될 부패관련처벌 특별법과 시행을 주시하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40대에 꿈을 이룬 사람은 매우 많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때 41세였다. 퀴리부인은 43세에 라듐을 발견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쓰기 시작한 때 45세였다. 간디가 비폭력 투쟁을 전개할 때 45세였다. 워싱턴이 미국독립을 이룩했을 때 49세였다. 히틀러는 44세에 독일 총통이 되었다. 존 F 케네디는 42세에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도 41세에 집권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1993년 집권당시 46세였다. 제3의 길을 제시하며 세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은 토니 블레어(46) 영국 총리, 공수부대 중령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45), ‘대만독립’을 기치로 내걸며 총통선거에 당선된 천수이볜, KBG 첩보원 출신으로 대권을 거머쥔 블라디미르 푸틴(47) 러시아 대통령 등이 모두 40대들이다. 권력과 금력 쟁취자가 성공한 사람은 반드시 아니지만 이제는 한국의 40대가 일어서야 한다. 지금 한국의 40대는 721만3000명 정도로 전체인구 중 16%를 차지한다. 이들은 6·25 전쟁의 폐허에서 그들 부모세대가 희망의 씨앗처럼 잉태해 출산한 자녀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콩나물 시루같은 교실에서 3부제 수업을 받고 자랐다. 가장 혹독한 입시경쟁과 취업경쟁을 치렀다. IMF 체제를 가장 참담하게 경험했고 아직도 IMF체제 후유증에 허덕이는 세대다. 자신이 살기 위해 동료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애써 외면할 수 밖에 없었던 세대다. 한국의 40대는 그 숱한 생존경쟁의 정글을 헤치며 살아와 건강을 유지할 틈이 없었다. 이제는 40대를 위하여 50, 60대는 조금씩 양보하고, 20, 30대는 협력해 주어야 한다. 누구나 40대를 맞이한다. 40대가 좌절하면 이사회의 중추가 마비된다. 40대가 능동적이어야 가정도 국가도 건강해진다. /淸河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 성지 주변을 통과하는 고압 송전선로를 설치하려는 한국전력의 계획은 재고돼야 한다. 당초부터 미리내 성지가 차지하는 역사적, 종교적 중요성을 안일하게 여긴 것이 차질을 초래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미리내 성지는 조선말 천주교 신자들이 조정의 박해를 피해 모여든 교우촌이었으며, 한국인 최초의 사제 성(聖) 김대건 신부의 묘소가 있는 지역이다. 대광장을 중심으로 십자가의 길, 경당, 김대건 신부 동상과 성모 성심당, 103위 시성 기념 성당, 미리내 성당, 무명 순교자의 묘역, 수도회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연간 200여만명의 순교자들이 찾고 있는 ‘한국 천주교의 요람’ ‘은혜의 땅’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사실을 한전측이 모를 리 없었을텐데 당초 계획을 변경까지 하면서 미리내 성지주변에 고압 송전선을 설치하려 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수를 두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한전에 따르면 용인과 안성을 잇는 345KV 송전선 24㎞ 신설을 위해 1996년 설계를 마치고 1997년부터 철탑설치에 들어가 올 연말까지 완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 해 선로가 변경돼 6.5㎞ 구간이 양성면 노곡리 외곽을 거쳐 미리내 성지를 둘러싸고 있는 쌍령산 능선을 통과하게 됨에 따라 천주교측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에는 반대편 능선을 통과할 예정이었으나 인근 극동기상연구소의 관측 업무에 끼칠 장애를 우려하여 1.5㎞ 정도를 미리내 성지쪽으로 당겼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리내 성지측과 주민들이 한국 천주교의 역사가 서린 미리내 성지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전자파 방해 등 주민들의 피해까지 앞세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면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한전의 원칙론에는 물론 수긍을 한다. 그러나 설계변경 과정에서 천주교측과 주민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은 민원야기 소지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서도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한전측의 막연한 대책도 딱하기 짝이 없다. 설계변경을 재변경해서라도 천주교측과 주민들이 공감하는 대책을 마련하여 극심한 마찰을 미연에 방지할 것을 바란다.
2000 고양 세계 꽃박람회(대회장 황교선 고양시장)는 국제무대의 화훼산업단지로 자리매김하는데 의의가 있다. 이의 조직위원회를 전문가 중심의 재단법인체로 구성한 것은 전문성 수익성 항구성을 담보한다 할 것이다. 대통령부인 이희호여사가 명예대회장으로 참여한 것은 대외 공신력을 드높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개막식 치사에서 밝힌 ‘동북아 화훼산업의 중심지 도약’은 곧 우리 화훼산업의 미래상이다. 화훼강국이 많은 유럽 10개국을 비롯, 아시아 16개국 미주 8개국 오세아니아 및 아프리카 6개국 등 40개국 244개 업체가 참가한 것은 명실공히 세계적 규모의 행사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또 세계적 화훼전문인의 행사라 할 국제화훼세미나, 플라워 디자인경연대회를 갖는 것은 상호정보교환 및 선진기술교류면에서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막 벽두부터 일본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과 상담실적 432만달러, 계약실적 406만4천달러 상당을 올렸다. 가히 동북아 화훼산업중심지로 힘찬 출발의 시동을 걸었다 할 것이다. 한국화훼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세계최대의 난종류인 그라마토퍼럼과 스페시오섬 등을 전시, 특히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는 박람회는 일산호반의 5개 실내전시장과 9개 실외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박람회 주제인 ‘꽃과 인간의 조화’에 걸맞는 꽃과 인간의 대향연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긍지높은 박람회가 지역사회의 일원인 고양시에서 갖는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누구보다 고양시민들의 많은 관람이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이벤트행사인 농악, 사물놀이, 전통춤, 꽃그림, 꽃사진콘테스트와 행주문화제 실버가요제 등은 꽃박람회와 어울려 장관을 이룰 것이다. 꽃과의 환희의 세계를 체험하고 소망하는 미래의 꿈을 담을 것으로 보는 박람회 관람은 지역소속감을 일깨워 시민연대의 공동체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 것이다. 화훼산업의 수출 및 기술교류, 각종 문화행사의 일체감조성 등 전시와 실익이 함께하는 2000 고양 세계 꽃박람회가 남은 기간중 더욱더 성황을 이룰 것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관람객들의 질서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을 노파심 삼아 당부해둔다.
최근 안양시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벌어진 안양시의회의 행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불거져 나온 3천700원의 공금유용건을 보고 있자니 공인의 말한미디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다. 지난 20일 오전 안양시의회에서 열린 특별위원회에서 임모의원(41·비산1동)이 공금유용사례를 밝힌뒤 결백을 주장하는 해당직원과의 공방이 현재까지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의원은 이날“지난 16일 밤 자신의 차량을 안양역전 노외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놓은뒤 4천500원을 지불했으나 공단에는 800원의 영수증이 보관된 것으로 미뤄 주차요원이 요금을 유용했다”고 밝히며 공단측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에대해 당시 근무자였던 나모씨(36)는“임의원이 입차, 일시불로 4천500원을 받았으나 40여분이 지나 임의원의 차가 없어져 나머지 금액 3천700원과 차량번호와 시간 등을 기재한 봉투를 보관, 다음에 돌려주려고 했다”며 돈봉투와 동료들의 증언을 곧바로 제시하는등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 나씨는 졸지에 도둑으로 몰렸고, 소문은 일파만파 확산돼 명예가 완전히 짓밟히는 꼴이 돼버렸다. 뒤늦게서야 임의원은 부인이 차를 빼갔다느니, 출차시간 변경 등 종전과 전혀 다른 엇갈린 입장과 함께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돈봉투를 4일동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미뤄 요금유용이 확실하다는등 어이없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임의원의 도둑공방은 정확한 증거없이 공식 자리에서 건수위주로 사안을 감정적으로 처리하려 함으로써 수많은 시민들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양=이용성기자<제2사회부> leeys@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