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실시됐던 4.13총선은 국회의원 총선거 사상 역대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씻지못할 오점을 남겼다. 또 승승장구하며 관록을 자랑하던 다선의원들이 추풍낙옆처럼 쓰러져 당초 예상을 뒤엎는 이변과 경악이 교차하며 전국 곳곳에서 희비쌍곡선을 연출했다. 오산·화성선거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주당 강성구 후보가 현역의원을 비롯한 2명의 야당 후보들을 제치고 승리함에 따라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재선의원을 배출하지 않은 기록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지켜졌다. 지역발전이라는 대명제를 전제로 한다면 다선의원이 배출돼야 마땅하지만 세대교체라는 시대적 요청 또한 불가피하기 때문에 혹자는 이같은 양면성을 꼬집어‘두얼굴을 가진 선거의 실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오산·화성지역 선거는 14대 때 초선의원으로 당선된 한나라당 정창현 후보, 15대때 정후보를 누르고 엮시 초선의원이 된 자민련 박신원후보, 그리고 강성구 후보가 출마해 자웅을 가렸지만 결과는 이들을 가볍게 제치면서 정치에 첫발을 디딘 강후보가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한비자의 설난편(說難篇)에‘역린(逆鱗-용의 턱에 거슬러 난 비늘)’이란 말이 있다. 용은 상냥해서 친하면 탈 수도 있지만 잘못 거슬러 난 비늘을 건드리면 상대를 해친다는 뜻으로 노여움을 의미해 일컫는 말이다. 유권자를 역린으로 비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에 당선됐다고 자만하거나 방심하면 용의 턱에 거슬러 난 비늘은 반드시 노여움으로 보답할 것이다. 재선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며 선전한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당선자에게 힘과 용기를 실어 주어야 할 몫이 우리 유권자들에게 있지 않을까. /화성=조윤장기자<제2사회부> yjcho@kgib.co.kr
‘훈장을 찾아드립니다.’ 6·25전쟁 50주년기념 YTN 연중 특별기획 프로그램이다. 벌써 100회쯤 방영됐다. 그 당시 계급인 하사(상병) 이등중사(병장)등으로 보도되는 고인들은 1920년대 후반에서 1930년대 초반 출생들이다. 살아있으면 지금쯤 70, 80대가 됐겠지만 30, 20대, 더러는 10대의 나이에 전사한 것이다. 입대 당시의 주소지도 전국 각지여서 지금처럼 지역차별같은 것도 볼수가 없다. ‘훈장을 찾아드립니다’는 전사한 고인에게 훈장이 추서됐으나 연고자를 찾지못해 그대로 보존된 훈장을 전수할 유족을 찾는 뜻깊은 프로그램이다. 전쟁의 상흔은 반세기가 지나도 이처럼 깊다. 같은 분단국으로 흔히 독일을 예로 들지만 우리는 독일과 다르다. 동서독간에는 전쟁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무려 3년여에 걸친 동존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렀다. 언제 또 저들이 전쟁을 도발할지 모를 우려를 떨칠수 없는 것이다. 남북문제는 이처럼 동서독과는 다른 불신의 골이 깊이 깔려있다. 남북관계개선은 불신제거가 요체이지만 말로만은 역시 믿을수 없다. 남북정상회담은 이같은 근원적 시각속에서 접근해야 한다. 과거보다는 현재가 중요하고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중요하지만 과거없는 미래 또한 있을수 없다. 정상회담추진은 더 두고 보아야 한다. 정상회담 말이 나오기가 바쁘게 한반도에 벌써 평화가 정착된 것처럼 오도해보이는 정부발표나 언론보도는 재고돼야 한다. 회담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가 있다. 안보의식이 해이해지지 않을까 심히 두렵다. /白山
검찰이 16대 총선 당선자 273명 가운데 76명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내사 또는 수사중이라고 한다. 이미 형사재판에 걸려 있는 당선자가 9명이나 포함된 이들 76명에 대해 전국 지검·지청별로 일제히 소환, 조사토록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선거운동 때문에 후보자와 선거운동원 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자제해온 검찰이 선거종료 직후 바로 수사에 착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찰에 따르면 당선자 76명을 포함해 14일 현재 전국적으로 선거사범 1천495명을 입건, 61명을 구속하고 4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1천416명을 수사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그토록 선거풍토 개혁을 외쳤는데도 4·13 총선은 여야 가릴것 없이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식의 ‘당선 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선거사상 최악의 불·탈법 선거로 기록됐다. 따라서 국가 공권력은 선거를 한 차례 지나가는 폭풍 정도로 인식하는 정치권에 대해 냉엄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 당선 무효로 인한 무더기 재선거 사태가 속출한다 하여도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철저하고도 공정하게 엄벌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번 15대 총선에서는 선거법 위반으로 7명의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이번엔 최대한 신속하게 법절차를 진행시켜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한다. 법절차를 느리게 진행시켜 의원 4년 임기 대부분을 마치고 의원직이 박탈되도록 하거나, 당선무효가 되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보다 약한 벌금형을 내리는 ‘봐주기식’처벌로는 정치개혁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활동비를 요구했던 선거 브로커나 유권자도 엄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선거사범의 공소시효가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지만 신속히 조사, 3개월 이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검찰이 비리가 적발되면 소속 정당이나 당선여부를 불문하고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함께 법원은 기소될 경우 원칙적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하겠으며 특히 국회의원 신분을이용해 재판을 기피할 경우 국회체포동의요구까지 불사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부정·불법을 저지른 선거사범은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는 검찰과 법원에 대하여 국민적 기대를 걸고자 한다.
여야 총재회담이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총재가 총선을 치르고 나서 만나는 것은 정국운영에 도움이 된다. 두 당에서도 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희망하는 것은 정국운영의 정상화 긴요성에 인식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재회담은 의례적 행사가 아닌 실질회담의 내실을 기해야 하는 점을 강조한다. 과거의 총재회담은 아무 준비없이 만나 마음에 없는 공치사나 하고 사진찍고 밥만 먹고 헤어지는 일종의 정치 제스처의 성격이 강했다. 정치현안에 언급을 해도 구체성 없이 원칙론에 머물러 의례적 행사로 전락하곤 하였다. 이 바람에 만나고 나서 나중엔 서로 딴소리 하기가 일쑤였다. 회담분위기를 서로 제 좋을대로 해석한 탓이다. 결국 정국운영에 아무 도움을 가져오지 못해 무용론이 나오기까지 했다. 이번 회담 역시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유의해야 할 몇가지가 있다. 우선 여야가 예비접촉을 가져 의제와 토의방향을 서로 정해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회담결과는 두 총재의 서명이든 합의문 발표로 국민들에게 이행의무의 기속력을 지우도록 해야한다. 회담에 대한 충분한 사전준비와 함께 결과에 대해 책임을 갖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회담시기는 빠를수록이 좋을 것 같다. 총선후유증의 이른 극복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남북정상회담의 준비를 위해서도 그러하다. 정부가 정상회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각계의 의견을 앞으로 들어야겠지만 우선 제1야당 총재를 만나 그간의 추진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필수적 절차다. 어느 정당도 과반수 의석이 없는 가운데 여소야대의 분포를 보인 4·13 총선구도는 정계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여권의 안정의석추구나 야권의 견제세력유지나 다같이 국익과 민생을 우선한 생산적 정치가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야총재회담은 바로 이같은 관점에서 주선되고 또 출발해야 한다. 당리당략차원의 얄팍한 술수는 국민들이 먼저 간파한다. 비난을 더이상 듣지 않는 진솔한 총재회담의 면모가 실증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여는 국회에 입성한 제16대 선량들의 이야기가 만발한다. 16일간의 후보 검증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 화두는 ‘제16대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선량들은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는식의 기대 표명도 있으나 대부분은 ‘누구누구는 어떠어떠 했더라 ’는 식의 과거행적평가가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모후보는 ‘정말로 나쁜 짓을 했는데 당선됐다. 누구는 성품이 어떠해 나쁜짓을 할 것이다’라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억측까지 난무하고 있다. 이야기의 대열속에 있는 개개인의 지지로 당선증을 받은지 불과 사흘도 지나지않은 선량들을 두고 일어나는 말들이다. 한마디로 이들에게 힘을 주기보다는 헐뜯는 이야기가 더 많다. 이번에 뽑힌 선량들은 진정으로 남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선량들이다. 유권자의 인정을 받았다는 단순한 의미도 있지만 의정활동을 통해 새로운 천년의 새국정방향을 제시, 2천년대 모든 국민이 나가야할 지평을 제시한다는 역사적인 의미를갖고 있다. 자라지도 않은 나무가지를 흔드는 것은 잘못이다. 잘못한 것은 따끔하게 꾸짖어야 하겠지만 현재는 이들에게 사랑과 기대를 보내주어이들이 큰 나무로 자라 그늘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을 지지해준 유권자의 책무이다. 뽑아났으나 잘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허뜯어 상처를 입혀서 국회로 보내서는 더욱 안된다. 선량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신들의 정열을 쏟을 수 있는 분위기조성을 위한 선거후 유권자 개혁을 요구해 본다./정일형기자 ihjung@kgib.co.kr
제16대 총선투표가 마감된 직후인 13일 오후 6시 국민들의 눈과 귀는 온통 방송3사의 출구조사 발표에 쏠렸다. 그러나 방송3사는 각각 미디어리서치와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기관과 공동으로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민주당이 전국구를 포함 119석에서 138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할 것으로 단언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각당 표정과 선대위원장의 인터뷰까지 하는등 완벽한 시나리오로 한편의 모험영화를 연출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새벽녘 가가호호 배달된 중앙지들도‘한나라·민주 3∼4석차 제1당 접전’을 머릿기사로 올리는등 오보대열에 합류하기는 마찬가지. 선거전 앞다퉈 내보내던 여론조사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뒤범벅시켜 놓아 국민들의 속마음만 뒤집어 놓았던 신문이 또다시 빠른 정보(?)를 앞세워 정확성을 상실한 것. 언론보도면 마치 사실이고 진실로만 믿었던 순진한 국민들은 신문의 틀린 정보를 읽고 방송의 어긋난 예측보도를 듣고 기가 막힐 지경이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실제 개표가 진행되면서 개표결과가 출구조사를 통한 예측과 크게 다른점이 명백해진 이후에도 방송사들이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개표초반에 민주당이 앞서가자 자신들의 예측이 맞았다고 자화자찬하며 호들갑을 떨다가 예측이 계속해서 빗나가는데도 결코 실수 한번 인정하지 않는 후안무치의 절정을 보여줬다. 유권자들은 하루밤사이에 철저히 농락당하고도 부족해 새벽녘 신문보도에 또 한번 뺨 맞은 꼴이다. 언론의‘아니면 말고’의 무책임한 습성(?)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총선연대가 낙선운동을 펼쳤듯이 국민들이 언론개혁을 정면으로 요구하지 않을까? /부천=조정호기자<제2사회부> jhcho@kgib.co.kr
국내 선거 사상 처음 실시된 방송3사의 4·13 총선 출구조사가 실제 결과와 너무 차이를 보여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투표가 마감된 지난 13일 오후 6시가 되자마자 방송3사는 일제히 민주당이 7∼17석 차이로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측 보도했었고 뒤이어 민주당의 축하 분위기와 상대적으로 의기소침해있는 한나라당과 자민련 표정을 연속적으로 내보냈었다. 민주당의 승리를 기정 사실화한 셈이다. 그러나 선관위 개표 결과 수십곳에서 당락이 뒤바뀌었고 제1당도 민주당이 아닌 한나라당이 차지, 예측 방송이 완전히 빗나간 것으로 판명됐다. 불확실한 출구 조사를 무책임하게 방송한 결과, 후보자 당사자는 물론 국민들에게 막대한 혼란만 야기시킨 결과를 방송사는 초래했다. 지난 98년에 실시된 재·보선에도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빗나간 사례가 있었고 이번에도 이같은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출구조사가 투표소 300m 밖에서 실시해야 하는 선거법 규정을 어기고 투표소 바로 옆에서 이뤄져 유권자들의 불만을 샀었고 ‘몇번을 찍었느냐’는 조사원의 막무가내식 또는 무성의한 질문도 유권자의 정확한 속내를 끄집어 내는데 역부족이였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번 총선의 경우 1% 이내의 지지율 차이를 보인 박빙지역이 많았고 특히 오차 범위내의 지역구가 상당수에 달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성급하게 당락을 판정한 것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방송사들은 검증되지 않은 여론 조사를 토대로,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경쟁적으로 당락을 판정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지 이제는 통감하기 바란다. /최인진기자 ijchoi@kgib.co.kr
원조교제 등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1996년 미국의 ‘메건법’에 의해 시작됐다. 1994년 미국의 뉴저지주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이웃에 살고 있는 성범죄 전과자의 집에 모르고 놀러갔다가 무참히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당시 7세의 소녀 메건 캥커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 메건법이다. 메건의 부모는 만일 이웃사람이 성범죄 전과자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그러한 비극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성범죄 전과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입법운동을 한 것이다.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그들을 미리 알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과 신상이 공개될 수 있다는 두려움때문에 성범죄를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 그래서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는 바람직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7월 1일부터 원조교제 등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된다. ‘청소년성보호법’이 발효되면 청소년 성범죄자의 구체적인 직장명과 생년월일, 주소 등 신상이 관보와 시·도 및 시·군·구 게시판, 청소년보호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다.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방법’ 시안을 보면 신상공개는 기본적으로 이름, 나이, 직업과 함께 범죄사실이 포함되고, 동명이인을 구별하기 위해 직장명도 공개된다고 한다. 아무리 범죄자라고 할지라도 부당한 인권 침해를 당해서는 안되며 범죄자의 인권도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신상공개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상적인 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더 잔인한 제2의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범죄도 죄질 나름이다. 미성년자 성폭행과 원조교제를 누가 용서할 수 있는가. /淸河
4·13 총선은 1당을 지킨 한나라당의 승리이긴 하다. 공천에 반발한 이탈세력의 몰락은 이회창총재의 친정강화를 추인해주었다. 그러면서 김대중정권의 중간평가에 문제점을 제시한 것은 분명하나 부정적 평가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것은 과반수의석을 차지하는 완전승리엔 한나라당 역시 실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더 반성해야 한다. 수도권의 예상밖 약진에도 불구하고 안정의석은 커녕 1당의 자리마저 갖기가 역부족이었다. 관권선거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정부부처마다 쏟아낸 각종 장밋빛시책의 홍보홍수에 이어 막판에는 비장의 카드라 할 남북정상회담까지 끌어댔다. 그러고도 의석수에서 졌을뿐만 아니라 득표율로도 야당에 비해 39.0%대 35.9%로 졌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지난 대통령선거때보다 골깊은 영호남의 지역감정구도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영남은 한나라당, 호남은 민주당 일색의 극단적 동서양분현상은 실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나라를 이꼴로 만든 책임이 김대중대통령에게 없다할 수 없다. 이런가운데 그런대로 지역구도를 타파한 충청도는 자민련에 원내교섭단체구성이 어려울만큼 타격을 안겨주어 정계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내 273석 가운데 한나라당 133석, 민주당 115석으로 모두 과반수 137석에 미달하는 입장이어서 17석을 가진 자민련의 향배가 주목되지 않을수 없다. 또 이번 총선이 보여준 군소정당의 함몰 또한 정계개편 촉진의 요인이 된다. 한나라당의 공천 이탈세력인 민국당은 겨우 2석에 그쳐 그야말로 찻잔속에 태풍이라할까, 총선1회용으로 그치고 말았다. 한국신당 역시 독불장군으로 겨우 1석에 머물렀다. 무소속 5명중 호남지역 당선자 4명은 민주당입당이 확실해 순수 무소속은 1명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한나라, 민주 양대 보수정당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있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어떻게 이루어질것인가 하는 것은 정치권의 소관이긴 하나 빼내기식이 돼서는 안된다. 아울러 이 기회에 군소정당, 급조정당은 국민에게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강조해둔다. 진보세력이 아닌 보수정당끼리는 더욱 그렇다. 민주노동당은 22명의 후보를 낸 선전에도 불구하고 원내진입에 실패하긴 했지만 진보세력이 아닌 제3의 보수정당은 의미가 없다. 4·13 총선 구도는 양대보수정당체제 확립의 정계개편을 강력히 시사해준다. 동서화합은 뒤에 따로 언급하겠지만 우선 시급한 것은 정부여당이 명실상부한 탕평책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오는 6월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정상회담 의제 가운데 하나로 ‘남북평화선언 채택과 기본합의서상의 3개 공동위원회 가동’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남북화해공동위원회, 군사공동위원회, 교류·협력공동위원회의 가동을 본격화하고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 교차설치를 추진한다고 한다. 평화선언은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을 완전히 제거해 항구적인 평화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평화선언이 정상간에 타결될 경우 그 의미는 실로 대단해진다. 정치적 선언이지만 두 정상이 직접 국민과 국제사회에 약속하는 것이므로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단 반세기만에 이뤄지는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정상회담개최 공동발표 이후 의제를 밝히지 않는 북한의 태도이다. 반면 남한은 정부의 각 부처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각종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희망적인 내용들이지만 지나치게 계획을 노출시키는 것 같은 생각을 금할수 없는 것이다. 북한이 ‘김대중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서 ‘정상회담’대신 ‘최고위급 회담’이라고 표현한 것도 석연치 못하다. 북한헌법상 ‘국가원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남 위원장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이 대내외적으로 곤경에 처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상만 높여주고 북한의 체제 선전에 이용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정치·군사분야를 망라해 지나치게 진전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경제협력 등 실리부분에 우선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28년간 7·4 남북공동성명, 남북적십자회담, 남북고위급회담, 남북국회회담예비접촉 등 남북대화 역사가 말해주듯 남북관계는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같이 예측을 불허하기 때문에 극히 조심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그렇다하더라도 한반도에서 영구히 무력사용을 배제하기 위한 평화선언이 실행될 수 있기를 기원해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