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들은 노출을 피하기 위해 은어를 사용한다. 대마초는 ‘떨’, 필로폰은 ‘술’로 통하며, 마약 공급자는 ‘상선(上線)’, 소비자는 ‘하선(下線)’이라고 한다. 상선은 다시 수십㎏대 생산·밀수업자인 ‘공장’부터 아랫급 도매상인 ‘공장선’, 수백g대 중간선인 ‘공장아랫선’으로 나뉜다. 그런데 하선은 대개 상선을 모를 뿐더러, 한번 상선을 놓치면 다시는 마약을 공급받지 못하므로 자신이 검거돼도 철저히 입을 다문다. 이들의 최하위선에 투약자에게 직접 마약을 대주는 ‘고사바리’가 있는데 중독자인 이들은 대개 처음엔 자신의 마약 구입 비용을 마련하려고 거래에 나선다. 고사바리는 최대 수백명의 소비자에게 ‘물건’을 공급하고 나중에 돈을 챙긴다. 처음엔 ‘살 빼는 약’ ‘정신집중에 특효’ ‘최고의 정력제’ 등 온갖 감언이설을 곁들여 공짜로 사용하게 한 뒤, 일단 ‘맛을 본’ 사람들이 “약 좀 달라”고 매달리는 순간부터 냉정하게 돈을 요구한다. 주로 여성, 특히 가정주부들을 상대로 술이나 음료수에 몰래 타 빠져들게 하는데, 이것이 ‘몰래 뽕’이다. 원만치 못한 부부생활을 하거나 자녀들이 이 일 저 일로 속을 썩히는 주부들, 다이어트에 신경쓰는 여성들에게 ‘살 빼는 데 좋다’거나 ‘정신을 맑게 해준다’는 말에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고사바리들은 아내, 남편, 애인, 친구 등을 가리지 않고 주변인물들을 계속 유인하여 중독자 한명이 수십명의 추가 투약자를 만들고, 이들이 또 수십명씩 끌어 들이는 ‘피라미드식’경로를 거치면서, 한번 발을 들여 놓은 사람은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단 1초의 호기심이 일생을 망치는게 마약이다. 특히 여성들은 ‘몰래 뽕’의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한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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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0-04-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