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상 최저투표율인가

총선사상 최대의 혼탁선거는 역시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나타내고 말았다. 제16대 국회를 구성하는 이번 4·13 총선 투표율 ○○○%는 역대 최저투표율이던 15대 총선의 69.3%보다 무려 ○○○%나 낮다. 본란이 정당별 정치적 총선평가를 내일로 미루고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먼저 거론하는 것은 더욱 심화된 국민의 정치불신에 정치권의 일대각성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으로 시작된 4·13 총선은 그 어느때보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드높은 것으로 보였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납세, 병역, 전과관계 등 사상 초유의 후보자 신상자료가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유권자수 또한 전체인구의 70.6%로 처음 70%선을 넘어 선진국형 인구분포의 추세에 들어섰다. 정치적으로는 현정권의 중간평가이며, 경제적으로는 IMF대처, 사회적으로는 선거개혁을 평가하는 의미깊은 선거였다. 이런데도 투표율이 낯뜨겁다 할만큼 철저히 외면당했다. 가히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다시피한 이같은 현상은 그 책임이 전적으로 정치권에 있다. 지역감정조장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도 있었을 것이다. 선거운동의 타락상 또한 경멸을 자초하기에 충분했다. 이유는 이밖에 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구태를 벗지못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 사람이 그사람이고 누군들 별수 있느냐”는 체념정서가 사회저변에 널리 깔린 현실은 위기수준으로 해석할만 하다. 사실, 개혁이 가장 먼저 요구되는데도 가장 안된 곳이 정치권이다. 이는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을 막론하고 거의가 자유로울 수 없겠으나 정국을 주도하는 집권여당과 집권여당의 최고책임자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처럼 선거가 민주정치의 축제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신뢰회복이 시급하다. 또 이같은 신뢰회복은 정책정당의 민주화에 있다. 국민으로부터 욕을 얻어먹는 정치권이 되어서는 투표율은 앞으로도 떨어지면 떨어지지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비록 정치권의 지배는 받지만 그들을 믿지 않기 때문에 투표에 무관심한 것이다. 정치불신을 넘어 정치포기에 이른 이번 총선투표율을 정치권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험난한 길

동독과 서독이 통일을 위해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가진 날은 1970년 3월 19일 이었다. 1차 회담 준비를 위해 가진 4차례의 실무회담에서 쟁점이 된 것은 ‘의제’보다 회담장소였다. 동독측은 브란트 총리가 서베를린을 거쳐 동베를린을 방문할 것을 요청했으나 서독측은 회담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의식, 거부했다. 결국 동독측이 제3의 장소로 제안한 동독 접경지역 에어푸르트로 결정됐다. 1차 회담에서 빌리 슈토프 동독 총리는 국제법상 동등한 동서독 관계수립, 유엔 동시가입 등 7개항의 기본입장을 제시했고, 서독측은 양국간 선린관계 제도화 등 6개항을 제시했다. 1차 회담은 서로의 입장을 듣는 선에서 끝났다. 2차 회담은 두달 후 서독지역 카셀에서 개최됐다. 1차처럼 하루 일정으로 양국 입장을 주고 받았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을뿐 아니라 회담계속을 약속하는 공동성명도 발표하지 못했다. 정상회담 자체가 가시적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양측은 데탕트와 공존의 필요성을 공감했고 실무자급 대화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 1970년 8월 3차회담에서 상호 불가침과 현상 인정에 대한 조약을, 1971년 4차 회담에서는 서독·서베를린간 통행협정을 체결했다. 1972년 11월 마침내 양측이 상호 협박과 무력 사용을 포기하고 양측간 국경을 준수하며 서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기본조약’에 서명했다. 그런데 한국은 오는 6월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너무 장밋빛 환상에 젖어 있는 것 같다. 동독과 서독은 1990년 10월 통일까지 20년동안 9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한국은 험난한 길인줄도 모르고 1차 회담으로 통일을 이룰 것 같이 흥분해 있다. 제발 침착했으면 좋겠다. /淸河

평상심 되찾고 민생정치로

이제 16대 총선거는 끝났다. 앞으로 각 선거구별로 지역민들의 민의를 대변하고 국정을 논의할 국회의원 당선자들도 결정됐다.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지역민들의 단합과 화합을 해치는 선거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이를 조속히 치유하는 일이다. 그동안 각 당 및 후보진영간 사생결단의 살벌했던 선거판 분위기를 가라 앉히고 평상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총선과열로 뒷전으로 밀렸던 민생을 보살피는 일에 눈을 돌리고 덩달아 들떴던 사회분위기도 진정시켜야 한다. 이성을 잃은 이번 선거판은 초반부터 원색적인 상호비방과 인신공격, 근거가 불분명한 폭로와 흑색선전,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언동이 난무했다. 특히 특별한 공약대결도 없이 후보의 병역·납세·전과기록 등의 공개로 선거 이슈가 개인 후보에 대한 검증문제로 좁혀져 개인 신상에 대한 비난 폭로가 더 치열해졌다. 상대를 흠집내는 부정적 선거운동으로 분위기가 과격해지고 저질스런 언사와 동작으로 서로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됐다. 또 공직사회는 어떤가. 정당에 소속된 지자체장들이 은밀하게 자기 당 후보돕기에 나서 지방행정의 엄정중립이 위협당했고, 공무원 사이에 반목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렇게 된데는 각 후보진영과 당적을 가진 지자체장들이 엄정하게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한 각 정당들의 책임이 크다. 이번 선거에서 싸웠던 모든 당사자들은 이같은 비생산적인 갈등과 반목을 말끔히 씻어내고 소홀했던 경제와 민생문제 해결에 눈을 돌리는 한편 흐트러진 사회기강을 바로 잡는 데 매진해야 한다. 특히 6월에 열릴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중지를 모으는 데 협력해야 한다. 제1당이 어느당이 되든 승자의 겸양과 패자의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역대 어느 선거때보다 혼탁 타락의 정도가 심했던 만큼 위법사례에 대한 사법조치는 철저해야 한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이번 기회에 고쳐지도록 확실한 본보기를 보여 줘야 한다. 과거에 흔히 그랬던 것처럼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엄연한 위법사례도 지난일로 치부하고 적당히 얼버무리게 된다면 우리 선거판의 고질은 영영 치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뿐인가. 국민이 그토록 외쳐온 정치개혁도 헛구호로 그치고 말 것이다.

투표는 합시다

제16대 총선이 치러지는 13일, 오늘은 전국이 흐린 가운데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18도까지 올라가는 포근한 날씨라고 기상청이 밝혔다. 바람이 불고 쌀쌀했던 날씨가 20도 안팎으로 따뜻하게 풀렸다. 때마침 진달래 개나리 철쭉 목련 등 봄꽃이 한창 피어나서 그야말로 호시절인데 걱정거리가 있다. 상당수 유권자들이 참정권 행사를 포기하고 봄나들이를 즐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양평, 가평, 대성리 등지의 민박시설의 경우 대부분 예약률이 50%를 넘었고 골프장은 2,3주 전에 이미 100%예약 됐다고 한다. 항공권과 열차표 예약률도 웬만한 연휴의 상황을 방불케해 전좌석이 매진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16대 총선 투표율은 ‘사상 최악’이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12대 총선 투표율은 84.6%였고 13대 75.8%, 14대 71.9%, 15대 63.9%로 줄곧 내리막을 기록했는데 16대는 60%선 이하로 떨어질 것 같다는 것이다. 찍을 사람도 없고 믿을 만한 정당도 없어서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가 당선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과 후보자의 납세·병역·전과 공개 등으로 어느 선거보다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는 이유는 4·13 총선이 선거 사상 최악의 저질이며 특별한 쟁점이 없고 후보들 대부분의 과열·혼탁 열기로 염증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기권을 하면 나중에 정치를 잘못해도 질책할 자격이 없어진다. 내가 찍은 한표의 위력과 그 힘이 주는 쾌감을 왜 포기하려는가. 산으로 들로 강으로 봄을 만나러 가더라도 아침 일찍이 투표는 하고 가는 것이 국민의 의무이며 도리이다. /淸河

직장의보 파업 조기 수습을

직장의료보험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민원대란이 심각하다. 직장의보 노조가 오는 7월로 예정된 의보조직통합에 반발, 지난 10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간 이래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조합업무가 마비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인지역 12개 직장의보지부의 진료확인증발급과 피보험자 전출입확인서 발급업무 등이 중단되고 조합·직장간 온라인시스템이 올스톱되면서 모든 업무가 마비상태에 빠져 피보험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그뿐 아니라 병·의원에 지급될 의보환자의 진료비도 파업기간중 중단할 예정이어서 의료기관들의 진료차질 및 경영난이 우려되고 있으며, 특히 파업이 계속될 경우 각 병원 종사원들에 대한 급여지급이 어려워 또 다른 분규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직장의보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필연적으로 의료기관의 경영압박으로 진료업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의 확산이 자명하므로 파업의 즉각 중단과 정부의 수습노력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반대여론에도 불구 지역·직장의보를 단일체제로 통합운영하려는 것은 적어도 현단계에서는 무리다. 지역·직장의보의 통합은 지역의보 가입자의 정확한 소득과 재산의 파악, 그리고 이에 근거한 보험재정의 안정이 확보된 다음에라야 거론될 문제다. 도시 자영자들의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보를 직장의보와 통합운영하면 봉급생활자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입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직장인들의 소득이 100% 노출되는데 비해 도시 자영자들의 소득파악은 지금 23%에 불과하다. 보험료 부담금을 산출소득에 비례해 부과하므로 의료보험을 통합할 경우 직장인들은 소득이 은폐된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자들을 지원해 주는 꼴이 된다. 이들보다 보험료를 약 49%나 더 내야하며, 그렇게 하고도 전반적으로는 적자를 면치못해 2조2천억원에 달하는 직장의보 적립금까지 축내게 될 것이라는 게 노조측의 우려다. 따라서 정부는 무리한 통합을 추진하기에 앞서 지역의보 재정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으려는 노력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재정수입을 확대하고 지출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되겠지만, 적어도 지역의보 가입자들의 실소득 파악률이 80%는 돼야 재정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그때까지 통합을 미루는 단안을 내리고 파업수습에 적극 나서야 한다.

투표로 심판하자

새로운 밀레니엄의 정치상황을 가름하는 역사적인 제16대 총선 투표가 오늘 실시된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은 짧지 않은 16일 동안의 선거운동기간을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이들 후보자들 중에서 과연 앞으로 4년을 이끌 우리의 대표자를 누구로 선출하느냐의 과제가 남아 있으며, 이는 유권자의 몫이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유권자들의 뜨거운 관심속에 진행되었다. 초반부터 총선시민연대를 중심한 시민단체들이 낙천·낙선운동을 전개하여 정치권과 치열한 공방전을 전개하였다. 또한 선거법이 개정되어 과거와는 달리 후보자들의 납세·병역·전과기록 등이 공개되어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또한 각종 시민단체들이 수차례에 걸친 토론회 등을 개최하여 후보자들의 자질과 정책을 비교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런 과정들은 결국 유권자들로 하여금 선거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며, 동시에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서 자신이 선택한 후보자에게 투표를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후보자들간의 이전투구(泥田鬪狗)식의 인신공격과 흑색선전, 납세·병역·전과기록 공개에서 나타난 후보자들의 부정적 이미지 등으로 유권자들의 정치인에 대한 냉소가 더욱 심화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투표율이 지난 제15대 선거 때보다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고 시민단체들이 자질있는 후보자에게 투표하여 한국정치의 수준을 높이자고 외쳐도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기권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금권이나 지연·혈연 등을 이용한 후보자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많으며, 이는 유권자들 스스로가 부패·타락한 정치인들이 당선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20,30대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선거 초반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과 사이버 공간을 통한 선거운동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젊은 유권자들이 다시 무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유권자들의 신성한 투표권은 한국사회발전의 초석임을 인식하여 반드시 투표장에 나가 귀중한 권리를 행사하여야 될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대만은 지난 97년 대만은 구제역으로 인해 축산물 수출을 못하면서 현재까지 41조원의 손실과 대규모 실직사태로 이어지는 국가재앙을 입었으며 국내에서도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축산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으며 축산기반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생산자단체, 축산농가, 시민 등 모두가 하나가 돼 축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축산농가를 돕기 위한 성금 모금운동에 나서는 등 온정의 손길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구제역 방역 대책에 앞장서야할 농림부, 축협 등 단체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얼마전 금융노련, 농협중앙회 노조 등은 구제역 파동과 관련 축협 임원진은 구제역을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축협직원들은 “방역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농림부장관부터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축협임원진을 사퇴하라고 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발끈했다. 또한 방역당국은 축협중앙회에 공문을 보내 “정부의 특별방역 대책 추진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촉구했고 축협은 대다수의 질병신고가 축협 계통조직을 통해 이루어졌다며 반박자료를 내는 등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이처럼 분열된 모습은 우리에게 닥친 축산재앙을 이겨낼 수 없다. 그동안 통합농협법을 두고 갈등을 보여온 농림부와 축협은 그동안의 갈등은 뒤로하고 하나된 모습을 보여 축산농가들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97년 대만 구제역 발생시 농림부와 축협 등이 보여준 공조체계를 다시 보여줄때다. 하나가 돼야만 축산재앙을 이겨낼 수 있다. 우리 모두 구제역 발생은 모두 내탓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근호기자 ghjung@kgib.co.kr

문화관련 공무원 문화마인드 절실

문화예술인과 공무원이 문화예술현장에서 부딪히는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이 있을 때마다 조례를 들어가며 원리원칙에만 치중하는 공무원들과 문화예술 특성상 원칙보다는 합리적으로 일을 추진하려는 예술인들간의 입장차이는 지속적으로 충돌을 빚어왔다. 문제는 ‘무조건’안된다, 하지 말라는 식의 일부 문화관련 공무원들의 문화마인드 부재와 황당한 발상에 있다. 지난 8,9일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전시실 옆 로비에선 ‘제4회 나혜석여성미술대전’의 작품 접수가 있었다. 책상과 의자 몇 개를 한켠에 내놓고 접수를 받고 있는 도중 도문예회관 시설계 직원들이 나와 ‘왜 여기서 작품 접수를 받느냐’ ‘수장고는 회관 비품창고인데 왜 작품을 거기다 보관하느냐’며 당장 철수하라고 지시를 했다. 대회 주최측은 매년 이곳에서 작품 접수를 받아왔고 더구나 작품보관장소인 수장고가 회관의 비품창고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결국 직원들과 주최측의 심한 말다툼으로 이어졌고, 한 두번이 아닌 회관측의 짜증나는 행태에 일부 미술인들이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즉각 경기도문화예술회관 관리 운영에 관한 경기도 미술인들의 결의문을 작성하고 도내 전 미술인과 도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한다는데 중지를 모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도예총 사무국장이 중재에 나섰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문예회관 관장이 관련 직원들을 질책하고 주최측에 사과함으로써 일단 일이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미술인들은 비단 이번 일뿐 아니라 앞으로 회관의 납득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운영방식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언젠가 한 미술인이 이곳 전시실에서 개인작품전을 열고 있는데 관람객이 작품구매에 관해 문의하는 것을 보고 회관직원이 ‘왜 여기서 작품을 팔려고 하느냐? 여기가 당신 영업장이냐?’고 말해 황당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도문예회관 전시장을 이용하는 미술인은 물론 도민들은 그동안 많은 불만을 토로해왔다. 회관 관리사무실은 1층에 있으면서 전시실은 지하에 마련한 것부터 작품 운반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는 문제, 더구나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는 것 등이다. 또 회관 자체의 그럴듯한 기획전시도 없고 전시장에 전문 큐레이터 하나 없는 도문화예술회관은 기껏 돈받고 대관이나 해주는 역할밖에 못하는데 그나마도 대관전날 저녁에 작품을 거는 것도 못하게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화의 세기가 다가왔고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여기저기서 강조되고 있는 때에 일부 문화예술 관련 공무원들의 문화마이드 부재가 경기도 문화발전을 저해하는 일순위로 꼽히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박인숙기자 <문화부>

신북풍

1987년 12월16일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둔 그해 11월29일 KAL858기 폭파 사건이 일어났다. 1992년 12월17일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두어달 남짓 앞둔 그해 10월6일 총리급간첩 이선실을 중심으로 하는 남조선 노동당사건이 있었다. 1996년 4월11일 제15대 총선을 불과 일주일 남긴 4일 북한군이 돌연 비무장지대 규정 준수를 거부하며 수차에 걸쳐 비무장 지대에 무장병력을 투입했다. 현직 대통령이 선출된 97년 12월18일의 제15대 대통령선거를 약 4개월 앞둔 그해 8월15일에는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의 월북사건이 있었다. 이에 당시 야당총재였던 김대중씨는 ‘어떻게 선거때마다 이상하게 북풍이 분다’며 북풍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오익제씨는 측근으로 알려졌던 터라 그의 월북은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밖의 북풍사건은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에게 시국 불안을 조성 안정선호를 유도케 하므로인해 여당엔 유리한 반면 야당은 불리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세풍(稅風) 병풍(兵風)등은 다 북풍에서 비롯된 조어가 됐을만큼 북풍이란 말은 유명해졌다. 세월이 바뀌어 여당총재가 된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합의서 발표로 신북풍을 일으켰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신북풍을 ‘총선용’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총선용이 아닌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결실이 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결과는 더 두고 지켜볼 일이다. 그나저나 정부의 회담관련 홍수발표를 저들이 보면서 행여 ‘남조선 선거는 우리손에 달렸다’식의 잘못된 오만을 갖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白山

남북정상회담 신중해야

분단사상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6월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에서 열린다는 남북한 당국의 공동발표는 남과 북의 정상이 한자리에서 대면하는 그 자체 만으로도 우선 ‘역사적 사건’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하필이면 4·13총선을 3일 앞두고 발표하여 야당이 남북 정상회담을 ‘총선에 이용하기에 급급한 구걸외교’라면서 ‘북한에 20억∼30억 달러를 제공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국익보다 정권의 이익을 앞세운 상투적 수법’이라는 공격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오해의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우리는 정치적 의도와 경위가 어떠하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한반도의 탈냉전화와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알리는 서곡의 될 것이 분명하다고 믿는다. 그러면서도 선뜻 안심이 되지 않는 것은 북한이 그동안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인 남북회담에서 총론에는 찬성하고 각론에선 반대해온 일이 생각나서이다. 또 사태가 여의치 않을 때는 언제든 가차없이 회담을 깨버린 종래의 태도 때문이다. 이번에 북한이 정상회담을 수용한 이유는 미국·일본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의 지속적인 대화 권유 특히 최근 실용주의 외교노선으로 전환한 자체의 필요에 따른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연평대전’과 같은 돌발사태가 일어나지 않고 다행히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북한은 어느 때 보다도 많은 물질적 지원 요구와 주한미군철수를 비롯 통일관련단체의 활동보장, 국가보안법 철폐 등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많은 전제조건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준비기획단은 가장 중요한 ‘의제의 기본 원칙’부터 먼저 수립하고 한국 내부의 입장정리를 분명히 해야 한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는 확고한 방침하에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경청하는 일을 빠트리거나 잊어서는 안된다. 남북한에 각각 별도의 정부가 수립된 후 처음 이뤄지는 남북정상회담이라고 해서 감상주의적 민족감정에 흔들려서도 안된다. 남북회담에서 낙관은 언제나 절대 금물이었음을 명심하고 정부는 신중 또 신중하게 회담성사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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