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 장관들 이름을 아는게 상식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장관이름은 고사하고 부처 명칭마저 정확하게 아는 이들이 드물 것이다. 아마 전 부처의 명칭과 장관들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국민이 백명이면 한명이나 있을지.
오히려 장관 이름보다 청와대 비서들 이름이 더 귀에 익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비서실을 줄이고 직급도 낮추었다. 국정의 중심을 내각에 둔다고도 했다.
비서실운영의 폐단을 막는 것으로 환영받았던 군살빼기가 2년여가 지나면서 다시 군살이 배겨 비대해졌다. 국정의 중심 또한 내각보다는 비서실에 있는 인상이 다분하다. 대통령 비서실은 정책결정기관이 아니다. 대외적으로 공표능력이 있는 기관장도 아니다. 그저 대통령을 음지에서 묵묵히 보필해야 하는 보조기관이다. 음지에서 말없이 일해야 할 비서들이 양지로 뛰쳐나와 설치는 것은 대통령을 지근에 둔 위세로 보이기
십상이다. 관련부처에 앞에 무슨 시책을 청와대 비서가 먼저 밝히는 것은 국정의 난맥이다. 말도 많다. 말이 많다보니 엉뚱한 소리가 나오곤 한다.
‘소수의 단결은 정의이나 다수의 단결은 불의’라는 말을 한 김성재 정책기획수석이 구설수에 올라있다.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는 정의이고 한나라당의 영남 싹쓸이는 불의라는 뜻의 ‘정의·불의론’은 소피스트적 궤변이라는 지탄이 높다.
대통령 비서실은 옛날 왕명의 출납을 맡고 있었던 승정원과 같다. 승정원의 승지들이 설쳐대서 잘된 때가 없었다. 비서실의 비서들은 직급이 고하간에 어디까지는 비서다. 자유당 시절에는 경무대(당시 청와대 명칭) ‘비서정치’란 말이 있었다. 자고로 승지나 비서는 모름지기 몸을 낮추어 말을 조심해야 한다. 자중해야 하는 것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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