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세계 평화

아방가르드(avant-garde)라는 말이 있다. 원래 군사용어인 프랑스어인데, 전쟁터 맨 앞에서 경계, 수색, 장애물 제거 임무를 맡아 부대의 전진을 확보하는 첨병을 뜻한다. 이 말이 예술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차 세계대전 이후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세상에서 위기에 처한 예술을 급진적으로 개혁하고자 등장한 경향을 일컫는다. 20세기 초의 이 같은 예술 작품들을 특정해 가리키던 아방가르드는 혁명적인 예술이라는 의미로 광범위하게도 쓰이게 됐다. 백남준 탄생 90주년의 포문을 여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첫 전시는 바로 이 아방가르드가 핵심어다. 새로운 매체, 새로운 예술, 새로운 지평을 찾아 앞서서 길을 나섰던 아방가르드 예술가 백남준을 조명하기 위해서다. 백남준의 열 가지 결정적 장면을 플래시백처럼 거슬러 올라가는 이 전시의 제목은《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이다. 백남준의 아방가르드는 예술을 개척하는 일만이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의 시대를 살며 백남준은 세계평화와 소통의 문제가 예술가에게도 가장 긴급한 사안이라 보고, 자신의 예술이 이에 일조할 수 있도록 깊이 사유하고 힘껏 움직였다. 아방가르드는 인간의 선한 의지, 떳떳한 양심으로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선봉에 서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백남준은 1970년대에 세계 평화와 지구 보존이야말로 최고의 공익이라 천명하고 세계에 대한 아방가르드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개진하면서 지구의 곳곳을 연결하는 방송의 형식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든 바 있다. 국경을 넘어 널리 퍼져 나가는 방송이 냉전 시대 철의 장막에도 구멍을 뚫을 만큼 평화의 매체로 쓰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 아름답고 고요한 강을 찬미합니다. 피의 강이라고도 하네요. 얼마나 많은 생명이 이 피와 눈물의 강에서 희생되었을까요? [] 우리는 수십 마일에 이르는 테이프들이 정글을 감싸는 것을 발견했죠. 지금 우는 것처럼 보이네요. 이것은 빗물일까요, 눈물일까요? 2차 세계대전의 가장 격렬한 전장 중 하나였던 남태평양 과달카날 현지에서 백남준이 직접 제작하고 뉴욕에서 방송했던 비디오 작품 <과달카날 레퀴엠> 속 내레이션이다. 그리고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리는 또다시 전쟁의 참황을 목격하고 있다. 방송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전쟁의 비극은, 진부한 구호인 것만 같았던 세계 평화를 또다시 절실히 외치게 한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천자춘추] 초저출생 잠재울 차기 정부를 기대하며...

저출생의 광풍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유아 수 감소로 인해 유아교육 기관의 재정난이 심각해지고 폐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폐교 위기에 내몰린 초등학교가 늘고 있고, 지방대학 미충원 사례가 들불처럼 확산하고 있다. 경기울산세종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경기도도 머지않아 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2012년에 48만명 수준이던 출생아 수는 불과 8년이 지난 2020년에 27만명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었고, 대표적인 인구유입 지역으로 꼽히는 경기도의 출생아 수도 계속 감소해 2020년부터 8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정말 아찔하다. 1990년만 해도 고운 딸 하나 백 아들 안 부럽다와 같은 구호를 내세우며 초중등학교에서 산아제한 포스터 전시회도 열었는데 아득한 옛일이 되어버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동안 아이를 낳는 요인이 약화 되고, 낳지 않는 요인이 강화되었기 때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남녀 간의 사랑을 지속할 수 있는 개인적사회적 요인이 성숙해야 하는데 남녀 간의 사랑과 존중을 위한 문화가 확산하지 못하고 양자 대결을 조장하는 사회문화적 요인이 많아진 것이다. 아울러 높은 집값과 주거비용, 아이 양육에 따른 부담 증가로 인해 결혼과 출산의 꿈을 접은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결혼 하고나서도 자발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이 크게 늘고, 결혼하지 않겠다는 여성이 많아지고, 주택을 구매하고자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영끌족이 등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이다. 이제 곧 있으면 대선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러한 초저출생의 문제를 가슴 깊이 인식하고 초저출생의 광풍을 잠재우는 내실 있는 정책을 펴 주기를 기대한다. 단편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을 극복하고, 아이를 낳는 요인을 강화하고, 낳지 않는 요인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정영모 극동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천자춘추] 인천 자원순환에너지본부의 방향

인천시는 자원순환 정책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총괄하는 자원순환에너지본부를 신설해 2025년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사용 종료에 대응한다고 한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자원순환에너지본부에 자원순환정책과, 자원순환시설과, 매립지정책과, 에너지정책과를 두기로 했고 본부장은 지방부이사관(2급)이 맡는다. 자원순환정책과와 자원순환시설과는 기존의 자원순환과를 2개 부서로 나누고 인력을 보강한다. 이 자원순환에너지본부는 민선 7기 임기를 얼마 안 남기고 최대 현안인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정책에 행정력을 집중해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다만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위한 쓰레기소각장 설치 문제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아직 시민들의 동의와 지지 등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캠페인에 시민들의 참여와 호응을 얻는 일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부 구청에서 실시한 택배용 아이스 팩 재활용 등을 전면 시행하는 등 작은 일부터 시작해 자원순환을 위한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관련 기업에 대한 육성과 지원도 필요하다. 인천시 산하기관인 인천테크노파크에서는 창업기업부터 기성기업까지 많은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주요사업을 전략산업사업으로 지정해서 항공, 자동차, 로봇, 바이오 등을 지원하고 있고, 최근에는 투로모우시티 복합환승센터를 스타트업파크센터로 변화시키면서 유니콘기업의 산실이 되겠다는 큰 포부도 밝혔다. 그러나 정작 폐기물이나 쓰레기와 관련된 지원 사업이나 이와 관련된 창업기업 지원내용은 없다. 쓰레기 자원화 기업이나, 친환경 신소재 개발기업, 포장재 디자인 개발기업 등 관련 기업들을 위한 특화 지원사업으로 인천의 수도권매립지 종료 의지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인천시가 발생 후의 일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발생을 줄이는 원천적인 문제에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천시는 1개의 본부가 아니라 관련 부서와 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보다 디테일한 고민과 실행이 필요할 때다. 조영홍 인천대 융합예술영재교육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천자춘추] MZ세대가 주도하는 스포츠문화

MZ세대는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환경에 매우 익숙 △가치 있는 선택의 소비패턴 △공동체보다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 △소유보다 공유 등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며 오늘날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이다. MZ세대의 가치관이 스포츠문화를 주도하면서 최근 올림픽 등 국제스포츠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해도 도전을 즐기는 선수들과 응원하는 팬들의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메달을 따지 못해도 당차게 승부를 즐기며 도전하는 MZ세대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과 매너와 열정을 응원하는 MZ세대 팬들은 성과 중심보다는 가치 중심이라는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2022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천m에서 편파판정으로 안타깝게 메달을 놓쳤던 황대헌 선수는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마라. 어떻게 그 벽을 오를지 해결책을 찾고, 그 벽을 이겨내라라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남긴 말을 자신의 SNS상에 올렸다. 그리고 공식연습에서는 화가 많이 난다. 여기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작전을) 말할 수 없다는 농담을 했다. 이런 당찬 정신력으로 1천500m에서 베이징 올림픽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쇼트트랙 남자 5천m 결승전에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맏형 곽윤기 선수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그의 라스트댄스는 메달 색깔보다 큰 감동을 주었다. 17만여명이 구독하던 그의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는 리더십, 실력은 물론 끼를 갖춘 그에게 MZ세대들이 열광하면서 구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메달을 따지 못해도 맘껏 즐기고 도전하는 MZ세대 올림피언들의 말 잔치에 팬들이 함께 즐거워하고 감탄하고 있다. 온 국민의 염원인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쁨을 만끽하기보다는 금메달을 따서 다행이라고 서로 다독였던 88서울올림픽의 탁구 영웅 현정화, 양정자 선수의 인터뷰가 생생하다. 국가를 위해 한 몸바치겠다, 목숨 걸고 싸우겠다는 예전의 각오와 아쉽지만 즐겼다. 코로나19 때문에 더 즐기지 못해 아쉽다는 오늘날 선수들의 마음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 스포츠의 감동 스토리와 더불어 예전의 모범답안 같은 인터뷰가 아닌 펀(fun), 쿨(잘난척), 핫(hot) 한 현답을 내어놓는 MZ세대 선수들은 다양한 볼거리와 미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즐거움을 추구하고 행복을 위해 도전하고 땀 흘리는 대한민국의 선수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이 자랑스럽다. 김재현 ㈔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

[천자춘추] 中企를 위한 ESG 보고 전략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에 대한 관심과 주목이 대다수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SG 성과를 증명하지 못하면 자본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ESG 경영 성과를 증명해야만 한다. ESG와 관련한 관심 중 핵심은 단연 순위 매기기(Ranking) 혹은 등급 매기기(Rating)와 같은 ESG 평가활동이다. ESG 평가는 자연스럽게 성과 및 정보 공시, 즉 보고(Reporting)의 문제로 귀결된다. ESG 보고란 ESG 경영과 관련된 조직의 계획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현재 150여개의 국내기업이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CSR보고서, 사회적 가치보고서, ESG보고서 등 다양한 형태로 ESG 성과와 정보를 공시하고 있다. 앞으로 ESG 보고를 준비해야 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보고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ESG 보고는 조직이 창출한 영향(Impact)에 초점을 둬야 한다. 조직이 하는 것(what we do) 중심의 보고가 아니라 조직이 만들어내는 영향(Impacts of what we do)을 중심으로 보고해야 한다. 회사 활동에 대한 요약정리가 아니라활동이 만들어 내는 정성적정량적 결과를 중심으로 보고해야 한다. 조직이 수립한 KPI(핵심성과지표)에 대한 진행상황(Progress)이 적시된 임팩트 중심의 보고는 조직 내에서 지속적인 ESG 수준의 개선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ESG 보고는 중요성(Materiality)에 초점을 둬야 한다. 비즈니스 영향도나 이해관계자 관심도를 고려한 이슈 중요성 평가를 통해 도출된 중요이슈(Material Issues)를 중심으로 보고해야 한다. 우리가 잘하는 것, 우리가 하면 사회적인 영향이 큰 것에 집중하는 것이 사회가 조직에 바라는 것이다. 셋째, 보고의 신뢰성(Reliability) 제고다. 제3자 검증(Assurance)을 통해 정보의 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 구색 갖추기의 형식적인 검증활동이 아닌 실질적인 검증을 통해 정보와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GRI 스탠더드와 같은 글로벌 보고표준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중소기업부가 개발한 중소기업 CSR보고프레임워크를 이용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안이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거창한 보고서가 아니어도 된다. ESG 계획과 성과가 분명하게 적시돼 있으며, 이를 통해 계획과 성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이현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천자춘추] 인허가 기관의 의무는?

지난 8일을 끝으로 경기도 31개 시군에 분포된 23개 지역 건축사회에 대한 자체 감사를 마쳤다. 끝났다는 후련함보다는 지역건축사회마다 안은 해결 과제들로 인해 마음이 저려온다. 여러 가지 가운데서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건축 인허가에 따른 처리기간의 불확실성에 대한 어려움을 성토하고 있었다. 처음 건축을 시작하고 나서 건축허가를 접수했던 40년 전 기억을 떠올리면 용도,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7일 정도로 기억된다. 당시에는 관련법이나 규제들이 복잡하지도 많지도 않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요즘엔 환경적 요인에 따른 규제, 사회적 욕구에 의한 부처의 생성과 규제 등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인허가 기간이 늘어난 것에 대한 부분은 이해되지만, 각종 인허가를 관리 감독하는 행정 관청의 무관심과 일선공무원들의 마인드가 민원인을 위한 의욕 저하가 더 문제로 보인다. 경기도건축사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도시형 생활주택 200평을 기준으로 보통 2~4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있다. 예전의 7일에 비해 다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허가 기간이 길어지는 사유로 첫째 민원, 둘째 협의부서의 증가를 꼽는다. 공급자와 소비자는 동일 선상이다. 공급자 없는 소비자가 있을 수 없고 소비자 없는 공급자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방자치 단체장을 선출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더 중시하는 행정 편의주의가 넘쳐나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일례로 사전 예고제와 건축심의제도를 들 수 있다. 이는 법 위의 지침이나 제도를 만들어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사들은 법이나 규정에 의한 계획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 사전 예고제나 심의 위원들의 주관적인 의견들을 고려한 플랜을 수립할 수 없으며 실제 인허가 과정에서 허가기간의 연장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축주에게 시간은 돈이다. 그렇기에 건축주는 건축사에게 건축물의 규모, 용도 등과 함께 건축 인허가 처리기한을 확인받고자 한다. 용역을 수주하려면 최대한의 건폐율, 용적률을 적용한 계획안과 함께 빠른 처리기한을 약속해야 한다. 하지만 정해진 시스템으로 흘러가지 않고 많은 변화 치수를 가지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주변의 건축주들은 사업 못 해먹겠다고 아우성이다. 뛰어오르는 원자재 값, 인건비에 겹쳐 건축 인허가 기간의 장기화로 인한 금융비용의 증가 등 모든 것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 번쯤 뒤돌아보아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줄이고 거의 50개에 달하는 협의부서의 축소, 각종 심의제도의 간소화와 통합심의로의 전환, 일선 공무원들의 허가 능력에 따른 포상제 도입, 사전 예고제 등 불필요한 규제 철폐 등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해야 한다. 사업하는 사람이나 공급받는 소비자가 모두가 웃는 미래를 위해 서로서로 위치에서 노력해보자. 정내수경기도건축사회 회장

[천자춘추] 좋은 삶에 투표하자

밤새 충만해진 삶의 비전과 꿈도 다시 아침이 되면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린다. 진학, 취업, 임금, 결혼, 집 마련, 육아, 노후 등 장님 코끼리 만지듯 각자만의 현실에서,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풍요로운 듯 보이는 사회가, 사실은 의도된 결핍과 희소성으로 가득 차서 사람들을 각자도생의 격투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내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지나온 삶의 이력을 되짚어보면서 사람들과 더 좋은 삶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한다는 것은 배부르고 시간 넉넉한 사람들의 한가한 놀음쯤으로 전락해서, 오히려 좋은 삶이 절박한 사람들일수록 유일한 구원의 대안만을 쫓게 하여 전체주의를 조장하는 것 같다. 사람들의 불안한 처지를 악용해서, 정언명령처럼 맹신하는 GDP 따위의 국가지표를 우상향으로만 유지해야 한다고 악악대는 정치인들일수록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다. 성장 자체만을 신물(神物)처럼 숭배하고 자유로운 삶을 포기하라고 현혹한다. 하지만 이렇게 살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다. 지구 자연은 우리가 살아가기에 필요한 만큼 충분하게 주고 있고, 문명사회는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과 사회경제적 기회를 만들고 있다. 단지 나누지 못할 뿐이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많은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다. 선거제도가 민주주의 이상을 다 갖다주지는 않는다. 현실을 보면 최선이 아니라 그저 최악을 추려내는 과정에 가깝다. 최악은, 세상을 갈아엎고 모두를 구원하겠다고 주문을 외우는 자들이다. 권력은 다 누렸으면서 피해자인 척, 불의에 저항하는 척 악악대는 자가 사기꾼이다. 유력한 정당의 대선 후보자는 이미 막강한 권력자이다.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마치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들처럼 저항을 흉내 내는 것은 그 자체로 무능이고 몰염치이다. 그러니 남이 보거나 말거나 안하무인이다. 이런 어리석은 자일수록 현실적 삶의 디테일에 약하고 전쟁 같은 하이리스크에 배팅해 국민의 미래를 노름판 판돈처럼 불태워버릴 수 있다. 대통령은 탁월하게 잘해야 하는 자리이다. 이미 공부가 완성되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인사로만 메울 수 없는 대통령 개인의 역량이 꼭 필요하다. 잘 모르겠다고 웃음으로 때울 수도 없다. 국가적 정책은 작은 디테일 하나에서 엄청난 격차가 난다. 현장에서 순발력은 말할 것도 없고 아는 명시적 지식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창의적으로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암묵적 지식으로 높은 수준의 훈련이 돼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최빈국이나 저개발국이 아니라 세계 10위권 안의 경제 규모와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이 물질적 부를 쌓고자 자연과 개인의 삶과 사회에 씻기 어려운 상처들을 입혀왔다. 이젠 돌봄과 치유가 필요하다. 다른 시각과 접근으로, 외교와 국방, 식량위기,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생태계위기,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 등에서, 어떻게 다시 사회를 조직할 것인지 전략과 실천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러한 난제들이 버무려져 있는 수많은 현장에서 선택과 판단에 강한 압박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탁월한 순발력은 필수이고 토론 역량이 중요하다. 선거만으로 완벽한 최선을 선별하기는 어렵지만, 이상적이진 않아도 국민과 함께 더 좋은 삶을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 생각하는 능력을 발전시켜온 지적인 생명체처럼.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천자춘추] 공정과 상식이 답이다

세계 스포츠의 겨울 축제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올림픽은 원래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국제 스포츠 행사다. 한편으로는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외교 행사이기도 하다.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주요 세계 정상들은 물론 북한 대표단까지 방문해 스포츠를 통한 인류평화의 소망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었다. 그런데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시작부터 모양새가 달랐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많은 나라가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고 정부 공식 사절 참석 없이 선수단만 참가시켰다. 평화와 화합의 상징인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에 대한 문제 때문이다. 신장위구르 지역과 중국 내의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등에 대한 무력행사, 위협적 행위가 인류의 가장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중요시하는 민주국가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이다. 그래도 4년을 기다리며 실력을 갈고 닦았던 선수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어 총 91개국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열띤 경쟁을 기대했다. 그런데 올림픽이 시작되자마자 스포츠 정신에 대한 말들이 많다. 개최국 중국은 쇼트트랙 첫날 3종목 중 2개의 금메달을 가져갔지만, 편파판정 시비가 문제가 됐다. 2천m 혼성계주 결선에서 노터치가 된 상태에서 금메달을 가져갔다. 또 한국 선수의 황당 실격에 이어 결승에서 중국 선수가 양팔로 헝가리 선수를 결승선 직전 잡아당기는 장면이 확연히 있었는데도 헝가리 선수가 실격 처리되는 일이 생겼다. 이를 본 전 세계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15일 여자 피겨스케이트 쇼트프로그램 빙판 위에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되고도 피겨스케이팅 싱글 쇼트프로그램 출전을 강행한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를 바라보는 전 세계 중계진은 이른바 침묵 중계로 항의의 뜻을 표했다. 공정의 가치가 실종된 올림픽 무대 앞에서 모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스포츠는 공정한 경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상식이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무너져 버린 것이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인류가 갈망하는 평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정한 경쟁과 상식에 맞는 결과에 중요한 의미를 둔다. 지금 우리나라는 중요한 지도자를 뽑는 선거 레이스가 진행 중이다. 레이스에 참여한 사람들이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국민의 마음은 스포츠 경기에 바라는 것과 같이 공정과 상식이 답이라는 것이다. 김진형숭실대학교 정보과학대학원 겸임교수해군 제독 예편

[천자춘추] 마음을 만져주는 사람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무렵, 유럽과 미국에 수많은 전쟁고아가 생겼다. 국제 사회는 인도적 차원에서 전쟁고아들을 위해 많은 재정을 지원했다. 그 결과 현대적 시설을 갖춘 훌륭한 보육원들이 많이 생겨났고, 전쟁고아들은 전쟁 후유증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서 굶주리는 일반 가정의 아이들보다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보육원 아이들이 가난한 보통 가정의 아이들에 비해 성장 발육이 느리다는 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병에 대한 저항력도 약했고, 심지어 가벼운 질병에도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일반 가정의 아이들에 비해 더 좋은 조건 속에서 생활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많은 의사와 학자들은 알 수 없었다. 훗날 밝혀진 원인은 바로 애정 어린 터치에 있었다. 보육원 아이들은 보통 가정의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포옹이나, 쓰다듬어 주기와 같은 애정 어린 터치를 전혀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아이들의 정상적인 성장발육에 악영향을 주었고, 심지어 병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뜨려 가벼운 질병에도 목숨을 잃게 하는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터치는 치유다>의 저자 줄스 올더(Jules Older)는 대다수 환자들이 터치를 원하고 있으며 환자를 돌보는 의사의 따뜻한 손길을 통해 안도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좋은 의사는 잘 어루만져주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다. 중요한 것은 터치를 통해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에 사랑이 전해지고, 용기와 희망이 전달되면 살 수 있다. 살 힘을 얻을 수 있다. 배금주의와 물질 만능주의에 물든 현시대에 많은 사람이 돈만 있으면 건강도 살 수 있고, 사랑도 살 수 있고, 명예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아름답게 이어주고, 세상이 아직 살만한 아름다운 곳이라는 믿음은 돈이 줄 수 없다. 사람을 살리고, 살아갈 용기를 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 존재의 목적에 맞게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 그 모든 것은 마음을 만져주는 터치로부터 시작된다. 아무도 모르게 흘리는 눈물의 이유를 공감해 주는 영혼의 터치, 가슴 깊이 담아둔 삶의 애환을 만져줄 수 있는 긍휼의 터치, 영혼에 평안을 주고 구원의 기쁨을 주는 사랑의 터치 말이다. 화려한 수식어구로 위로하려 애쓰기보다 함께 울며 침묵으로 안아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아픔을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여주며 어깨를 토닥여 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한다.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거친 세상을 살아낼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우리에게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다. 고명진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천자춘추] 이제 활짝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의 발언이 금기시되는 세상, 고통의 언어가 일상이 되는 세상, 그런 세상을 모든 사람이 불행한 가상의 세계인 디스토피아(Dystopia)라 부른다. 코로나19 터널 끝의 빛은 보일 듯 말 듯 손에 닿지 않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접촉을 막는 방역은 일시적 감염 확산 방지 효과는 보이지만, 곤궁한 삶으로 치닫는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사회적 약자의 고통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이 고통과 공포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망연자실한 사람들에게 희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삶의 고통과 공포를 뚫고 나갈 희망의 드릴(drill)은 존재하긴 하는 걸까? 제4차 산업혁명으로 야기되는 급격한 변화에 의한 인간 삶의 위기, 심각한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 지속가능성의 한계와 빠르게 다가올 위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생명과 생계의 위기, 심화되는 불평등과 불공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국민 다수 삶의 위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대안과 국민에게 삶의 희망을 제시할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채 한 달도 안 남았다. 그러나 화살의 궤적은 표적판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휘어가는 것 같다.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수사를 공언하고, 현 정부를 적폐로 규정하고, 범죄를 저질렀고, 사기 행각을 벌인다고 공격한다. 무슨 증거와 근거라도 있느냐 질문하면 원론적 주장이라며, 잘못이 없으면 겁낼 필요로 없지 않으냐고 빈정댄다. 이것이 선거를 앞둔 우리 정치의 자화상이다. 증거 없는 적폐청산 수사는 정치보복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변명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갈등을 낳고 갈등은 싸움으로 귀결된다. 그것이 복수의 악순환이다. 오죽했으면,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께서 보복은 보복으로 끝나고 보복이 이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했겠는가. 우리 정치사에서 정치보복을 막으려는 노력은 반복적으로 실패했다. 이제는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고, 국민이 활짝 웃을 수 있는 공감과 연대, 나눔과 협력의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선거 승리를 위해 악마와도 손을 잡으면 되겠는가. 우리가 쏠 화살은 부정부패, 지역이념세대 갈등, 불평등불공정불합리, 약자를 괴롭히는 기득 권력에 날아가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과녁에 명중해야 한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여하튼 삶은 계속된다. 이제 정말 국민이 활짝 웃었으면 좋겠다. 김종욱 동국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천자춘추] 한미 동맹 ‘같이 갑시다’

시작은 창대했다. 판문점 남북 간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모든 것은 추상과 공론(空論)의 영역에서 실종되고 말았다. 종전 선언 역시 현 정부 임기 내 달성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연초 북한이 발사한 각종 미사일은 앞으로 새 정부에게도 만만치 않은 대북 정책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사실 북한 입장에서 핵무기 보유 옵션은 양보할 수 없는 카드이다. 정권 생존을 지속해 나가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아야 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 안보정책이다. 미국이 내세우는 전략의 틀은 기존의 핵확산 금지 조약 등을 통한 비확산과 선제공격도 불사하는 반 확산 전략, 절대적 핵전력 우위 확보를 목표로 한 미사일 방어(MD) 등 일종의 공세적 현실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점이다. 이미 미국은 트럼프 시절에도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전격적으로 단행하며 이를 증명해 보였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포용보다는 강성의 의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바이든 정부 역시 점차 증대되고 있는 대량파괴 무기(WMD)로부터의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방지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은 얼마든지 검토될 수 있는 사항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재의 한미 동맹은 좀 더 현실적으로 조정될 필요는 있지만, 양국 간의 동맹과 결속은 더욱 돈독해져야 한다. 만약 남북 간 위기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공조를 어떻게 잘 유지하면서 긴장관계를 풀어 가야 하는가 하는 것은 우선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 결국 핵 및 미사일 개발을 강행하는 북한에 대한 억제태세 강화와 우리의 안보차원에서도 한미 간 동맹은 어느 시기보다도 중요하다. 최근 대선 정국의 안보상황도 우려된다. 선제타격에 대한 논쟁은 진영 간 험악한 레토릭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 중간 패권 다툼 등 최근 주변국 정세도 우리에게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사항들이다. 그러나 정치는 총칼로 하는 전쟁을 말로 하는 싸움으로 순치(馴致)하는 행위다. 상대의 승리가 악의 승리이고, 우리 편의 승리가 선이라고 믿는 정치는 더 이상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전환의 시대, 이제 한미 동맹관계는 단순히 좋은 동맹이 아니라 위대한 동맹이라고 한 미국의 발언도 외교적 수사 차원을 넘어 그 자체로 양국 간 굳건함을 과시하는 효과가 되어야 한다. 북한의 도발을 멈추게 하지 못한 대북 정책의 아쉬움도 남북의 평화공존과 강한 국방력으로 국민의 안보 불안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

[천자춘추] 친일파 윤덕영의 별서 강루정(江樓亭)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를 앞두고 융희황제의 비 순정효황후는 치마폭에 국새를 숨겼다. 윤덕영(尹德榮.1873-1940)은 조카이자 국모인 황후의 치마폭을 들쳐 국새를 꺼낸다. 이 일로 518년 조선과 대한제국의 문을 닫는다. 이 공로는 그는 자작(子爵)의 작호와 일제의 각종 혜택을 받아 호위호식을 하다가 68세에 생을 마감한다. 그는 한일합병조인을 가장 적극적으로 가결함으로써 경술국적 8인에다가 이완용과 버금가는 악질 친일파가 된다. 그가 환갑을 앞둔 1932년 5월 구리면 교문리 381번지 일대 3필지 약4만평을 구입해 등용동(登龍洞)이라하고 약 2천3백평 규모의 별서(別墅. 별장)를 짓고는 강루정(江樓亭)이라 편액을 달았다. 그에게는 서울 종로구 옥인동 송석원(松石園) 내 벽수(碧樹)산장과 충남 공주 갑사 계류에도 별서가 있었으나 서울과 가깝고 조용한 곳을 찾아 만년을 보내고자 했다. 광무 황제의 홍릉터를 잡은 서규석이 이곳을 추천했다. 등룡동은 풍수학적으로 서쪽의 물이 한강으로 흘러가고 용이 오르는 형상으로 감나무가 얼어 죽지 않을 정도의 따스한 곳이며, 그의 일가인 해평(海平) 윤씨가 일찍이 세거한 곳이다. 그의 손자인 (전)삼육대 원예학과 윤평섭 교수가 1960년대부터 서너 차례 이곳을 찾았고, 1986년 한국정원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면 등용동은 전통양식과 일본서양식에 시멘트 블록과 타일 등으로 조성한 독특한 정원임을 알 수 있다. 안채(강루정)와 사랑채(갑탁정), 서고와 서당, 6곳의 분수대, 2곳의 못, 4곳의 우물(침강천 포함), 포석정과 비슷한 유배구(流盃溝. 실개천)과 곳곳에 돌다리도 얹었다. 못은 산 중턱에 지름 10m 정도의 반월형 만월담(滿月潭. 서울삼육학원 내 연못)과 십자형으로 꾸민 일중당(一中塘)이 입구에 있었고, 해시계인 일영탑과 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 푸이[溥儀]가 윤덕영에게 내린 윤집궐중(允執厥中)의 휘호비가 분수대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 있었다. 주변에는 솔밭과 배밭 등 과실수와 정원수로 주변을 둘렀다. 서당은 1930년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모아 무료로 공부도 시켰고, 1940년 10월 26일 등용동 산자락에 장사도 지냈다. 이 별서의 건물은 해방 후 박흥식이 뜯어갔고, 1971년 그의 묘소이장과 개발로 본 모습은 사라졌다. 이후 구리농원이라는 식당으로 바뀌었고, 회갑연과 야외예식 등의 장소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폐허가 되었다. 푸이의 휘호비는 수돗가 빨래판으로 일영대의 받침돌 등 석물은 살림집 복도에 놓여있고, 대문 앞 등용동 입비(立碑)도 살림집 앞으로 이동했다. 안채인 강루정 곁에 있던 침강천은 이태리식당 마당의 정원의 연못이 되었다. 이 별서는 구리시청 바로 옆에 있으나 구리문화원의 일부 연구자와 필자 외에는 무관심이다. 강루정은 대한제국과 청나라 멸망의 당사자인 윤덕영과 힘없이 나라를 내주었던 푸이의 흔적이 남아있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폐허에 남아있는 석물이라도 챙겼으면 한다. 역사는 아름다운 것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한철수 시인구지옛생활연구소장

[천자춘추] 노코드 크리에이터들이 온다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노코드(No-code) 교육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노코드는 코딩 없이 IT 제품을 만들거나,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노코드를 활용하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레고를 조립하듯이 모듈화된 기능들을 조합해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코딩을 몰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노코드가 기술적 장벽 때문에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는 비전공자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노코드툴은 진입장벽이 낮다.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드래그-앤-드랍 방식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오늘 배우면 내일 당장 만들 수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중심으로 노코드에 대한 커뮤니티와 담론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해외에서는 노코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에어테이블이 지난해 7억3천500만 달러의 시리즈F 투자를 유치했으며,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으로 등극했다. 글로벌 마켓 리서치 업체 가트너는 2024년까지 모든 앱 개발 활동의 65% 이상이 노코드와 로우코드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소프트웨어의 미래가 노코드라고 주장하며 컴퓨터가 도스(DOS) 운영체제에서 윈도우 환경으로 컴퓨터 변화한 것처럼 코딩 능력이 노코드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 노코드는 확장성이나 연결성이 부족하고 유지 보수 및 보안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러한 한계에도 노코드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업무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으며 최소기능제품(MVP)을 개발해 사업가설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엑셀과 파워포인트가 지식노동을 대중화 했듯이 노코드가 소프트웨어 개발의 민주화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민재명 크리에이터

[천자춘추] 미(Me) 미(Me) 미(Me) 세대와 한국 스타트업의 밝은 미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M세대를 의미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새롭게 정의한 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 미 미 제네레이션((Me Me Me Generation)이다. 모든 것이 나에게 초점이 맞춰 있으며, 내가 가장 중요한 세대라는 의미다. 이들의 세계관은 나의 성장, 나의 가치, 나에 대한 보상이 제일 중요하다. 여태껏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수많은 특징이 언급되었지만, 그 모든 것은 바로 이 나에서 파생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바로 이러한 세대적 특징이 스타트업의 인재 유입에 매우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이다. 절박한 생존의 환경에 자라난 세대, 회사가 나를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세대. 하지만 이들을 향해 두 발 활짝 벌리고 높은 보상과 자기 성장의 기회를 부여하는 스타트업의 조직 문화는 최고의 궁합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스타트업의 밝은 미래는 거부하기 어려운 시대의 흐름 자체가 만들어 내고 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생각, 행동이 달라졌으며, 반대로 이러한 변화는 또다시 시대의 변화를 촉진하기 시작했다.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몰리는 이유는 명백하다. 바로 스타트업이 그들의 세대적 특징인 나(Me)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첫 번째는 경제적인 보상이다. 가장 먼저 경제적인 보상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대기업도 상상하기 어려운 큰 보상을 제공한다. 초봉 수준에서는 대기업이 훨씬 높지만, 스톡옵션까지 고려하면 대기업 직원이 넘볼 수 없는 수준이다. 핀테크 스타트업 토스는 2018년 전 직원에게 1억 원의 스톡옵션을 제공했고, 3년 만에 회사 가치가 5배가 뛰었다. 대기업을 다녀도 평균 연봉 7천만 원에 오르는 데에만 평균 10년 정도 걸린다는 점에서는 스타트업의 파격적인 보상은 비교 불가의 수준이다. 두 번째로는 나의 성장에 대한 욕구이다. 최근 대기업을 선호하지 않는 개성 강한 MZ세대는 내가 성장하는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또한 다수의 조사 결과에서도 이들은 회사의 성장보다 자신의 성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결과 자아실현과 지적성장을 더 많이 추구한다.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라는 신조어 역시 그들의 성장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연공서열을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공정의 가치를 내세우는 그들은 스스로 성장해 높은 단계에 올라야만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이들의 성장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스타트업과 MZ세대-연애로 따지자면 서로가 서로에게 매력적인 최적의 상태이며, 현실적인 보상과 만족감에서도 더 나은 조건을 찾기 어려운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들이 스타트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영록 재단법인 넥스트챌린지아시아 대표

[천자춘추] 천명이 궁금하다

대통령 선거철 때문인지 얼마 전부터 도하신문에서 천명미상이라는 용어가 자주 비친다. 이 말은 시경(詩經) 대아(大雅) 편에 나오는 글이다. 이는 천명(天命:하늘의 명령)은 일정하지가 않다는 말로, 하늘은 오직 덕을 지닌 사람을 돕는다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늘은 오직 덕이 있는 사람을 도와주고, 민심은 오직 덕을 베푸는 사람을 원한다는 의미다. 그런가 하면 고사에 하늘은 반드시 백성의 소망을 따른다라는 말도 있다. 백성의 판단을 하늘은 믿고 정해준다는 것으로, 백성의 뜻이 제일임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는 말도 있고, 덕(德)만이 정치를 잘하는 근본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에서야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있겠는가. 대통령선거 일이 다가오자 신문과 방송 대부분이 선거 관련 얘기로 미어진다. 이제 선거가 끝나면 누구든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를 선두에서 이끌 대명(大命)이 지워진 사람이 결정된다. 전 국민은 이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쳐 따르며 미래를 위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지도자는 소수 권력과 이익에 편을 드는 소덕(小德)이 아니고, 국민을 존중하며 국민이 원하는 곳으로 대덕(大德)으로 나라를 곧게 이끌며 같이해야 한다. 국민은 당연히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덕과 정직에 의해서만 함께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인지 후보들은 오로지 자신만이 덕을 지니고 있다고 민심을 향해 외치고 있다. 반면에 권력과 도덕이 일체라는 말은 옛날에나 통할 얘기이지, 오늘날의 사회는 도덕적 기준만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강하다. 하지만 도덕성을 잃은 권력은 늘 꾸짖음을 당했다. 국민은 16세기 초 서양의 정치가 마키아벨리가 주장한 권력과 도덕은 별개다라는 논리에도 이미 익숙하지만, 아마도 민심은 소덕과 대덕을 구분하면서 지극히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다. 후보자들의 능력 구분과 정책 타당성 비교, 그리고 덕망을 판단하는 민심의 잣대는 엄정할 것이다. 과연 민심과 천심은 누구를 꼽고 있을까? 얼마 후 내려질 천명이 궁금해진다. 황용선 前 파주부시장

[천자춘추] 봄마중

24절기 가운데 첫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이 지났다. 아직 수은주는 영하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양지바른 개울가에는 봄의 전령사인 버들강아지가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했다. 남쪽에서는 유채꽃과 매화 소식이 들린다. 입춘 추위에 장독 깬다는 옛말처럼 아직 몸은 추위를 느끼고 있지만, 남녘에서부터 봄기운이 우리 곁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참으로 자연은 오묘하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혹한에 몸을 움츠리며 이 겨울이 언제 끝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을 계기로 어느새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우수(雨水)와 경칩(驚蟄) 등 봄의 절기가 이어지고, 또한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의 훼방도 이어지겠지만 그렇게 봄은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에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올 것이다. 생동의 계절인 봄은 얼어붙었던 땅과 말랐던 초목에 새로운 싹을 틔운다. 사람들 마음에도 희망과 기대감이 용솟음치게 한다. 사계(四季)의 시작인 봄은 겨울이라는 긴 터널에서 벗어난 우리에게 희망의 새 빛을 불어넣어 준다. 따사로운 봄 햇살은 싹을 틔운 식물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꽃을 피우고 또한 열매를 맺게 해준다. 이렇듯 봄은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설렘과 희망을 던져준다. 하지만 자연의 봄이 성큼 다가왔음에도 많은 사람의 마음은 여전히 겨울에 서 있다. 평생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단어였던 코로나19, 팬데믹, 오미크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배한 코로나 동토(凍土)에서 떨고 있다. 2년여의 긴 겨울 속에 우리의 가정과 사회, 국가, 전 세계가 움츠러든 채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루 수 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엄중한 상황이지만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이 위드 코로나를 앞당길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자연의 봄처럼 우리 생활의 봄날도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다만 봄마중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때가 되면 오는 자연의 봄에 비해 일상의 봄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내와 협력, 적극적인 방역수칙 준수 같은 봄마중의 준비가 제대로 갖춰져야 찾아온다. 일상의 화사한 봄날을 위한 봄마중에 모두 함께 하자. 조윤혜 남서울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천자춘추] 영종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인류의 미래를 위해 갯벌보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갯벌은 온실가스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지구에서 소요되는 산소의 30~50%를 제공하는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2019년 해양수산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갯벌 서식생물이 총 650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덴해 갯벌보다 생물다양성 수준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인천에서 수천만평의 갯벌이 매립으로 사라졌다. 아파트가 빼곡하게 솟은 송도와 영종, 청라국제도시는 드넓은 갯벌이었다. 영종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항로준설토를 버리는 준설토 투기장 조성이라는 미명 하에 갯벌매립이 진행되고 있다. 준설토 투기장으로 활용이 끝난 곳은 여느 매립지처럼 개발사업이 진행된다. 해양수산부는 영종도 제1준설토투기장을 골프장 등으로 조성하기 위한 한상드림아일랜드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갯벌보전의 주무 부서인 해양수산부가 갯벌 훼손에 앞장서고 있는 참담한 현장이다. 인천 영종갯벌은 멸종위기종이자 해양보호생물인 흰발농게의 국내최대서식지로 보전, 관리가 필요한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종 1급인 저어새와 두루미, 노랑부리백로, 2급인 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세계적인 멸종위기조류가 서식하고 도래하는 곳이다. 또한 한강 등 육상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자연정화장이다. 매립이 아닌 보전, 복원을 통해 습지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한다. 지난해 서남해안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권고에 따라 이제는 인천 등의 핵심지역 갯벌의 2단계 등재를 준비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국내외인들은 드넓은 그물 무늬의 경관, 높은 생물다양성의 영종갯벌에 감탄을 연발한다. 영종갯벌의 조사연구를 시작으로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세계유산등재를 준비해야 한다. 나아가 영종갯벌과 함께 장봉도와 강화도, 한강하구와 황해도 갯벌까지 남과 북이 교류2022협력해 세계적인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인 인천경기만의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천자춘추] 보육정책의 방향(Ⅳ)

선거를 앞두고 보육 공약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여기에 동행하여 보육지원서비스 부분에 대한 정책을 제안한다. 예산의 이원화 문제를 개선해 안정적인 보육재원을 마련하자.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유아반은 동일하게 누리과정을 적용한 보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나 영아반 지원에 차이가 크다. 영아반 보육교직원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아보육료는 복지부 예산으로 예측계획실행이 가능하나 유아보육료(누리비)는 교육부 소관으로 실제 복지부가 예산에 관여하지 못해 예산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개선해서 영아반 보육교직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집 지원 기준을 개편하자. 아동 1인당 보육비용을 산출하여 아동별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다. 초저출산 시대에 어린이집 정원충족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으나 어린이집은 정원을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정원과 상관없이 어린이집 운영에 기본적으로 지출되어야 하는 인건비, 수용비 등의 기본운영비를 지원하여 지원 시설과 비 지원 시설에 차별 없는 운영이 되도록 개편해야 한다. 연장보육 전담교사 인건비를 반당으로 지원 변경하자. 연장보육반의 정원이 80% 미만인 경우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고 있다. 감염병 발생으로 어린이집에서 휴원과 긴급보육이 시행됨에 따라 정원이 80% 미만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연장보육반 교사 인건비 지원을 영유아 인원이 아닌, 반 구성 지원으로 변경하여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지원시설 보육료도 아동개별지원에서 반별지원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운영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 일자별 지원도 개선하자. 최소 출석 일수가 11일 이상 되어야 보육료 결제 가능하나 자동출결시스템 사용으로 하루 더 연기되어 12일 이상이다. 공휴일, 명절 등이 상반기에 있으면 약 20일쯤 이후에 보육료 결제가 생성되고 결제 소요기간을 반영하면 인건비 지급이 25일에도 어려워진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 민간가정 원장 퇴직금과 고용보험 가입의 공정성을 보장하자. 민간가정원장의 퇴직금 적립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원장들은 고용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 민간가정은 본인사업체이나 공공성을 가진 국가기관이므로 어린이집의 폐업 또는 국공립 원장 계약 해지 시 사회보험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 장애통합어린이집을 확충하자. 장애통합어린이집 지정을 완화하고 장애통합어린이집을 확충하여 장애아동이 차별받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야간연장휴일24시 보육을 강화하자.(취약보육) 휴일 및 취약보육 강화를 통해 한 부모, 맞벌이 등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의 부담을 감소시켜야 한다. 평 가제 수당 지급의 공정성을 해소하자. 국공립에서는 평가제 참여 교사를 대상으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국공립의 원장과 조리사, 민간가정은 제외되어 있으므로 형평성을 위해 이를 동등하게 지원해야 한다. 이만수 협성대학교 특임교수(사)한국보육교사교육연합회명예회장

[천자춘추] 선거의 역설

선거는 주권행사의 구체적인 방법이자 국민이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며,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국민을 정치적으로 통합하는 주요한 방식이다. 주권자들의 다양한 이해는 선거로 표출되며 선출된 대표자들은 논의와 표결을 통해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이뤄 나간다. 선거는 이해의 대립을 가치의 통합으로 바꿔 놓는 중요한 수단이다. 정치는 이해관계의 대립을 사회정의와 공공적 통합으로 조정하는 대안이며 사회적으로 창출된 가치의 재분배 규칙을 정하는 과정이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희소성 있는 사회적 제 가치의 권위적 배분을 지향하는 것으로 정치를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권위를 갖는 정치권력은 선거를 통해 주기적으로 재생산 되며, 선거는 주권자 및 이해관계 집단이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자 선의의 투쟁이며 타협과 조정의 과정으로 인정된다. 한편 대의제 민주주의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는 본질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법과 권력의 원천을 규정할 뿐 주권자는 그 정치권력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지는 못한다. 또한 다수결에 의한 민주적 선택에서 모두에게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결함이 내재한다. 정치이론가 콩도르세는 다수결을 통한 투표가 이행성 있는 사회적 의사결정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선거의 역설(voting paradox)을 지적했다. 또한 케네스 애로는 민주주의가 전제로 하는 다수결에 따른 합리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는 소위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바 있다. 천하우락재선거(天下憂樂在選擧)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근심과 즐거움은 선거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어진 자를 뽑아 바른 정치를 하면 세상의 모든 백성들이 평안하게 되지만 그른 자를 뽑아 정치를 잘못하면 세상 모든 백성들은 근심과 걱정으로 지내게 된다는 것이다. 또다시 선량을 가려내야 하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 선거가 사회 구성원들 간 이해의 대립을 가치의 통합으로 바꿔 놓는 주요한 대안이 되려면 어진 자를 추리는 주권자의 혜안이 필요하다. 안동희 여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동회장

[천자춘추] 초정 박제가를 배우자

2022년은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중요한 해다. 지난 30년간 한중관계는 경제와 문화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으나, 국민 정서를 포함한 양국관계는 가깝지만 친하지 않은 근이불친(近而不親)의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과 소원해진 때는 역사를 통틀어 극히 단기간이었다. 우리는 30년 후 다음 세대가 살아갈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환경을 우호적으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오늘날 중국의 규모는 과거처럼 여전히 크고, 그 속에 혼재해 있는 다양한 요소들은 더욱 많아졌으며,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하나의 잣대로 살필 수 없는 나라다. 그럼에도 우리는 홍대용과 박제가가 살던 그때처럼 편견과 왜곡된 인식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박제가는 4차례나 중국을 다녀왔다. 중국어를 잘한 박제가는 중국의 저명한 학자, 예술가들과 교유했다. 조선시대 중국을 여행한 지식인이 적지 않았지만, 박제가 만큼 많은 수의 중국 명사와 친분을 나눈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박제가의 셋째 아들이 정리해 엮은 호저집(縞紵集)이란 책에는 박제가가 사귄 중국 인물이 180여명이나 등장한다. 그가 쌓은 화려한 인맥은 훗날 추사 김정희를 비롯해 조선 학자들이 중국 명사들과 교류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박제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을 지새우며 조선을 바꿀 해결책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중국 여행은 조선의 개혁 방안을 구체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29세의 박제가는 1778년 7월1일 북경에서 돌아오고서 경기도 바닷가 고을인 김포 통진에 우거하면서 평소의 가슴 속 생각과 중국 여행에서 보고들은 견문을 정리해 불과 3개월 만에 북학의(北學議)를 저술했다. 박제가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침략을 당해 국토가 유린되고 큰 피해를 본 것에 보복하려는 복수설치(復讐雪恥)를 실현하려면 경제를 살려 부유한 국가가 돼야 하며, 그것이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봤다. 주자학에서 강조하는 도덕적 이념의 강화만으로는 개인과 나라의 빈곤을 해결할 수 없고, 빈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명분도 허구라고 본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정치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미 중간의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250년 전 조선의 국익을 강조하던 박제가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