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스포츠 활성화 국민의 소임

스포츠는 개인이 직접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의 움직임을 눈으로 감상 할 수 있고 메시지와 저서(논문) 그리고 사이트 등으로 고안된 경험을 통해 다양한 지식적, 관계적 에너지 형성과 인간적 감정의 발로에도 기반하고 있다. 이렇듯 움직임 자체가 희로애락을 좌우할 정도의 파급력을 형성하는 주요 문화 중 하나로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스포츠의 전체 맥락 점검을 통해 보다 발전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공교육에서 학교운동부 활동이 미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생활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를 병합한 기구로 새롭게 출범했지만 양 진영의 의식적 방향성과 추구하는 관심 영역의 부조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학교체육 및 운동부, 생활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가 공동의 목표 및 방향으로 연계될 수 있는 실리적 시스템으로의 개선이 절실하다. 즉, 학교체육클럽 대회와 엘리트 스포츠 경기 간의 교류 및 공동운영 활동으로 학교 운동부를 우선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엘리트 선수의 확대를 위해 지역사회의 클럽 및 학교 체육활동을 연계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하고 스포츠 종목별·수준별 이동을 유연하게 해 엘리트 스포츠 입문의 경로를 광범위하게 확대해야 한다. 아직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는 일반 시민들과의 괴리감이 드러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경기 관람의 기회를 보다 확대하고 다양한 스포츠 캠프를 활성화함은 물론이고 스포츠 스타와의 만남을 빈번히 유도해 인간관계적 친숙함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엘리트 선수들은 경기뿐만 아니라 봉사나 멘토링을 통해 지역사회 참여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 또 스포츠 스타나 은퇴 선수들에게 재능기부 및 생활스포츠 지도사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일반인의 건강 및 종목별 기본동작을 지도하는 체제를 양성화함으로써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엘리트 스포츠 구조’로의 조력이 절실하다. 이러한 구조적 개편 외에도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서는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되고 있는 예산을 유아 및 청소년 그리고 일반인의 스포츠클럽 활동을 활성화하는 시스템으로 돌려 움직임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전문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유소년, 생활스포츠, 엘리트 스포츠를 연결하는 국가 단위 통합 프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또 스포츠 참여율, 만족도 및 건강 지표를 분석하는 데이터 분석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온 국민의 개인별(목적별) 분석을 시스템화하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작금의 현실세계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스포츠를 결정짓는 그 결과 값은 문명의 이기가 아닌, 매일같이 실행되는 선수의 고된 훈련과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력 그리고 그 모든 제반 환경의 과정에서 겪는 의지와 각오의 순간들일 것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성장을 위한 스포츠가 엘리트적 행태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아니, 전 국민이 진정으로 행복감을 영위하기 위한 그 대안에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참여로 생활스포츠를 확대시키고 엘리트 선수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격려와 배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 기반돼야만 이 모든 것이 실현되리라 여겨진다.

[천자춘추] 실패, 단절 아닌 순환이어야

한 중소기업 대표는 수년간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고용하며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회사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거래처 부도와 납품 대금 미수금이라는 외부 변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폐업을 결정했다. 그가 쌓아온 기술력과 사업 경험은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하지만 한 번의 실패가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돼 재도전의 길은 너무도 멀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아직 실패에 대해 관대하지 않다. 과거의 부실 기록이 금융기관 평가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신용보증이나 대출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다반사다. 이처럼 재도전 의지가 있는 기업인조차 제도적 장벽 앞에 좌절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재도전 성공 패키지’를 통해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재창업 특화 교육’ 등을 통해 창업 실패자의 재기를 돕고 있다. 최근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재기 기업 전용 보증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패 이력’에 대한 금융기관의 보수적 판단이 남아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이스라엘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창업 국가가 됐다. 실패한 이력이 있는 기업인에게도 동일하게 정부 보조금과 보증 혜택을 제공하며 심지어 민간 투자자들은 실패 경험을 오히려 ‘학습된 리스크관리 능력’으로 평가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역시 ‘빨리 실패하고 더 빨리 배워라(Fail Fast, Learn Faster)’는 문화 아래 실패는 성장의 필수 과정으로 간주한다. 유럽연합(EU)도 ‘세컨드 찬스(Second Chance) 정책’을 도입해 실패 기업인의 신속한 회생과 재창업을 위한 법제도 정비를 병행하고 있다. 물론 도덕적 해이를 경계해야 한다.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를 가려낼 수 있는 신용평가의 정성적 요소, 도덕성 기반 스크리닝 시스템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일부의 문제일 뿐 대다수 진정성 있는 창업가들이 재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제는 단순한 창업 장려를 넘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도전 친화적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더 나은 시작이다. 그들을 다시 경제의 중심으로 이끌 수 있는 길을 지금 더 넓혀야 할 때다.

[천자춘추] 스포츠기본법과 보편적 시청권

2022년 제정된 ‘스포츠기본법’은 스포츠를 국민의 권리로 규정하고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의 책무를 명시했다. 이는 스포츠가 더 이상 일부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공공재이자 권리임을 법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츠를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 시청권도 이 법의 정신 안에서 보장돼야 하지 않을까. 스포츠는 국가적 자긍심과 국민적 감동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자산이기도 하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아시안게임 같은 이벤트는 국민 세금으로 선수들이 훈련받고 파견되는 만큼 그 결과를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스포츠 중계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특정 기업이 중계권을 독점하고 유료화함에 따라 시청을 위해 추가 요금을 내야 하거나 주요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지 못하는 상황은 스포츠 접근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올림픽, 월드컵 같은 국민적 스포츠 이벤트마저 중계권 독점으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고령자, 농어촌지역 주민, 저소득층 입장에서는 스포츠 향유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는 평등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편적 시청권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법적 권리로서 보장돼야 할 국민의 스포츠 접근권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관계자들이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협력해 스포츠기본법에 근거해 국민적 스포츠 경기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보장 근거를 마련하고 공공 플랫폼 제공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제는 스포츠를 ‘누구나 볼 수 있는 권리’로 구체화하고 이를 실현할 제도적 장치를 스포츠기본법과 보편적 시청권의 취지 안에서 논의할 때다. 스포츠는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감동이며 사회 통합의 중요한 매개체다.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마저 일부 자본이 콘텐츠를 독점하고 접근을 제한하는 방향은 스포츠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 보편적 시청권은 단지 ‘공짜로 보게 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스포츠기본법의 취지와 맞물려 공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권리 요구다.

[천자춘추] 아주 특별한 세계 꽃축제 여행

세계 각국에서 꽃은 특별한 의미를 상징하며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각국에선 꽃문화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꽃 축제가 열린다.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미국의 로즈 퍼레이드(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사데나에서 매년 1월1일 새해 첫날 열리는 로즈 퍼레이드는 꽃으로 장식된 차량 퍼레이드로 유명하다. 각 차량은 수만 송이의 장미로 정교하게 꾸며지며 이를 준비하는 과정만도 수개월이 걸린다. 퍼레이드를 관람하며 꽃향기를 느끼고 장미의 다양한 색채가 만들어 내는 화려함에 감탄한다. 새해 첫날 수만 송이 꽃을 통해 새로운 한 해에 대한 설렘과 벅차오름을 느낄 수 있다. 태국의 치앙마이 꽃 축제(2월). 치앙마이에서 매년 2월 초 열리는 꽃 축제는 태국 북부의 온화한 날씨와 화려한 열대 꽃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꽃으로 장식된 대형 퍼레이드다. 퍼레이드 차량마다 독창적이고 섬세한 디자인의 꽃 장식이 돋보이며 이를 배경으로 전통 복장을 한 무용수들의 춤 공연이 더해져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치앙마이 구시가를 거닐다 보면 길거리 곳곳에서 꽃으로 만든 공예품과 장식품도 구매할 수 있다. 태국의 전통문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일본의 벚꽃 축제 사쿠라 마쓰리(3~4월). 일본의 벚꽃 축제는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 전국적으로 펼쳐지는 대표적인 꽃 축제다. 특히 교토의 아라시야마에서 진행되는 축제는 강가를 따라 늘어선 벚나무로 유명하다. 노을이 질 때 벚나무 사이로 비치는 빛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또 야간에는 조명이 더해져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 연인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네덜란드의 쾨켄호프 정원(3~5월). 쾨켄호프 정원은 세계 최대의 꽃 정원으로 매년 3월부터 5월까지 수백만 송이의 튤립이 만개한다. 정원을 걸으며 튤립의 향기를 맡고 다양한 색상의 꽃밭을 감상하다 보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Día de Muertos)과 마리골드. ‘죽은 자의 날’은 단순한 꽃 축제가 아니지만 마리골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시기 마리골드 꽃은 돌아가신 이들의 영혼을 안내하는 상징으로 사용된다. 멕시코시티에서는 대규모 행렬이 펼쳐지며 가족들이 만든 제단(오프렌다)을 마리골드로 장식하고 촛불과 함께 기도를 올린다. 슬픔보다는 삶을 축하하는 밝고 화려한 느낌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독특한 감동을 안겨준다. 각 나라의 꽃 축제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고 꽃과 함께하는 특별한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천자춘추] 교통안전관리의 개념과 목표

자동차의 대중화, 그로 인한 교통사고는 귀중한 인명 및 재산에 손실을 줄 뿐만 아니라 사고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에게까지도 파멸을 안겨 복지사회 실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개념인 ‘교통안전’은 교통수단을 이용해 사람과 물자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위험 요인이 없는 것을 뜻하며 교통안전관리는 이를 위한 계획, 조직, 통제 등 기능을 제반 활동에 배분, 조정, 통합하는 과정을 말한다. 교통안전관리의 목적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국민복지 증진을 위한 교통안전의 확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교통안전관리 목적을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목표 체계를 가치, 목적, 목표, 중간목표, 실행 목표로 구분해야 한다. 가치는 교통안전 정책이 추구하는 바로 교통안전이 달성되면 복지사회 실현에 기여한다는 뜻이며 목적은 교통정책이 추구하는 총체적 목표로서 교통의 효율화를 말한다. 이어 목표는 교통효율화의 한 가지 지표로서 측정할 수 있고 달성 가능한 목표인 인적·차량적·도로 물리적 결함요소의 구체적인 시정 방안이다. 교통안전관리의 궁극적 가치는 복지사회의 실현이며 여기에는 교통의 효율화, 주택 보급의 확대, 생산성 향상, 여가시설의 충실화 등이 달성돼야 한다. 여기서 교통의 효율화란 교통 기능의 질적·양적 고도화를 의미하며 시간 단축, 경제성 및 안전성 향상, 무공해와 수송량 증가, 타 교통시스템과의 조화 등이 구현됨을 뜻한다. 교통안전성의 향상은 사고 방지, 사고 발생 과정의 정확한 분석을 통한 근본 원인 파악, 피해 발생의 극소화를 위한 적절한 보상 등을 중간 목표로 한다. 또 중간 목표 중 사고 방지는 교통 안전 관리의 본질적 목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행 목표는 인적요인 제거, 차량요인 제거, 도로요인 제거, 교통환경요인 제거 등이 있다. 인적요인 관리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결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상의 관리를, 차량요인관리는 차량의 제작·유지에 적용하는 안전기준과 자동차등록, 점검, 검사제도 등이 있다. 또 도로요인 관리는 도로 구조와 안전 시설 결함의 시정을, 교통환경요인 관리는 교통상황 규제, 사고 처리와 및 원인 조사, 피해보상 등을 포괄한다. 교통안전관리에 종사하는 사람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노력 여하에 따라 무고한 시민의 희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교통사고에 관련되는 각종 요소의 결함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겠다.

[천자춘추] 자치·분권이 키운 ‘민주주의 숲’

1980년 5월의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커다란 나무로 키워낸 희생의 씨앗이었다. 고통 속에서도 용감하게 뿌려진 그 민주주의의 씨앗은 수십년의 시간을 견디고 자라 지금의 울창한 숲을 이뤘다. 자유와 정의를 위한 광주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 일상을 지탱하는 민주주의는 허약한 뿌리 위에 흔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40여년이 흐른 지난해 12월3일의 밤, 우리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숲을 위협하는 거센 폭풍과 마주했다. 그러나 그 짧은 폭풍은 아무것도 흔들지 못했다. 마치 1980년 광주의 그날처럼 우리 국민은 단단한 뿌리로 서로를 붙잡고 민주주의 정신을 지켜냈다. 45년 전 광주의 정신은 먼 과거가 아닌 여전히 우리의 오늘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정신을 기억함을 넘어 더 발전시켜 그 어떤 폭풍에도 무너짐이 없도록 손질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이기도 하다. 산사태를 막기 위해 경사를 다듬고 나무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듯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시 더욱 단단한 기반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지방자치·지방분권 강화에 있다. 중앙집권적 그림자에서 벗어나 지역 스스로 빛을 내는 구조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는 단순한 행정의 분산이 아닌 삶을 이루는 토대에 대한 결정권을 주민과 지역에 돌려주는 일이다. 강한 나무의 뿌리가 사방으로 자유롭게 뻗는 것처럼 우리의 민주주의 또한 지방자치를 통해 더 넓고, 깊게 뿌리내려야 한다. 특히 지방의회는 민주주의의 숲에서 주민 손에 가장 먼저 닿는 가지이자 지방자치의 줄기를 지탱하는 중심이다. 그러나 지방의회가 놓인 토양은 단단한 뿌리를 내리기에는 여전히 척박하다. 자율적인 조직권, 예산권, 감사권조차 없는 무늬뿐인 인사권 독립 아래 견제·감시의 대상이어야 할 집행 기관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자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지방의회를 위한 새로운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의회법’ 제정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양을 바꾸는 일이며 지방의회의 진정한 자율성을 통해 주민의 삶을 바꾸는 진짜 ‘자치’를 실현하는 길이다. 지방의회는 주민들 삶 속에 가장 가까운 민주주의다. 그에 맞는 토양이 주어질 때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더 깊게 뿌리내리고 더 넓게 가지를 뻗어 더 많은 이들의 삶을 품게 될 것이다. 바로 그것이 1980년 5월 광주가 피워낸 민주주의 숲을 더욱 푸르고 깊게 자라나게 하는 길이라 믿는다.

[천자춘추] 우리 문화와 함께하는 반려식물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을 키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면 가족 간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고 산책 등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증가해 관계도 깊어진다. 단순한 ‘애완’을 넘어 삶의 단짝인 ‘반려’가 되는 것이다. ‘반려’는 동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식물까지 확대돼 ‘반려식물’을 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봄비를 맞으며 새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반려식물을 들이기에 좋은 때다. 정성스럽게 돌보고 교감하는 반려식물은 실내장식을 넘어 삶에 녹색 숨결을 불어넣는다. 반려식물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은 조상의 삶과 지혜가 담긴 민속식물을 키우는 것이다. 민속식물은 조상들의 일상과 정서, 신앙에 뿌리내린 식물이다. 쑥, 감나무, 대나무, 매화, 도라지 등은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 문화와 정신의 상징이다. 단오절에 나쁜 기운을 쫓던 쑥, 정절과 절개의 매화, 청렴과 강직의 대나무, 약이자 나물이었던 도라지는 우리의 ‘살아있는 유산’이다. 민속식물을 키우면 단순히 보기 좋은 초록이 아닌 ‘이야기가 있는 식물’로 더 깊은 의미를 느낀다. 쑥잎을 보며 조상의 지혜를 떠올리고 매화가 피는 것을 보며 인내의 가치를 배우게 된다. 이는 자녀들에게 전통과 정신을 자연스럽게 전하는 교육의 기회가 된다. 민속식물은 우리 기후와 환경에 잘 적응해 키우기 쉽다. 감나무와 대나무는 정원이나 베란다에서, 쑥과 도라지는 화분에서 무리 없이 잘 자란다. 익숙한 향과 모습은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외래 식물에 비해 더 큰 교감과 만족을 안겨준다. 지속가능성, 지역성, 정체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민속식물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다시 우리 삶으로 들어와 미래세대와 소통하는 문화적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정성 들여 키운 쑥 한 포기, 도라지 한 송이가 실내를 따뜻하게 밝히고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게 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반려의 진정한 가치다. 이제 반려식물을 고를 때 단지 예쁘고 키우기 쉬운 식물을 넘어 우리의 문화와 이야기가 담긴 ‘민속식물’을 선택해보자. 그 속에서 잊혀가던 전통을 되살리고 삶의 뿌리를 새롭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천자춘추] 골리앗 시대의 생존법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전국 곳곳에서 꽃 축제가 이어지고 공원과 상권마다 가족 단위 인파로 북적인다. 프로야구도 개막 이후 주말마다 매진 행렬이다. 친구, 동료, 가족끼리 유니폼을 입고 응원가를 부르며 저녁 공기 속 힐링을 만끽한다. 경기 막판, 투수가 포효하며 스트라이크를 꽂고 타자가 고개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향하면 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반면 씨름은 조금 다르다. 힘을 다한 후 이긴 선수가 상대에게 손을 내밀고 모래를 털어준다. 함께 박수를 받는 장면은 오래 여운이 남는다. 지금 우리 주변은 어떤가.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식당, 카페, 동네 슈퍼 곳곳에서 들려온다. 자영업자의 한숨은 깊어지고 여닫는 셔터의 무게도 더해진다. 외식업계는 배달앱 수수료, 광고비, 카드 결제 수수료,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 상승에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다. 손님이 감소하지 않았는데도 수익은 점점 준다. 튀긴 닭은 팔리지만 손에 남는 건 없다. ‘잘돼도 힘든’ 구조다. 공공배달앱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체감효과는 미미하다. 소비자는 익숙한 민간 플랫폼을 여전히 선호하고 소상공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광고비를 지출한다. 일부 플랫폼은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부과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여 부담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다윗과 골리앗’에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기술을 말한다. 거구의 골리앗에 맞선 다윗은 물매라는 강점을 활용해 승리했다. 과거 200년간 강대국과 약소국 간 전쟁에서 약소국이 게릴라 전술을 썼을 때 승률이 60%를 넘었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결단할 때다. 시장 흐름에 맡긴 채 거대 플랫폼과 전면전을 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유리한 방식으로 게릴라전을 펼칠 것인가. 자세히 살펴보면 내게 맞는 방식은 있다. 온라인 시장 진출, 업종 전환, 자금 융통, 인근 가게들과의 협업, 비용 절감 노하우 등.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기술은 결국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

[천자춘추] 기축통화 패권과 美 관세정책의 고찰

기축통화는 국가 간 무역 및 자본 거래의 결제나 준비자산으로 널리 이용되는 통화를 말한다. 기축통화로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통화 가치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국제적 신뢰가 있어야 한다. 기축통화는 세계 어디서나, 어느 때나, 비교적 용이하게 쓰이는 화폐로 그렇게 어려운 뜻은 아니지만 그것이 갖는 경제적 의미는 상당하다. 대부분의 국가는 수출입 대금을 지불할 때 달러를 사용한다. 특히 중동 쪽에서 원유를 수입할 때는 더욱 그렇다. 경제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기축통화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기축통화의 의미가 무엇이고 왜 대부분 국가에서 달러를 중시하는지를 알아보려 한다. 이러한 달러의 흐름을 알면 왜 미국이 무역적자를 감수하면서 달러를 전 세계에 퍼뜨리려 하는지, 그리고 왜 달러는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지가 명확해진다. 세계의 중심 통화가 된 달러 체제의 배경과 또 그 체제가 무너진 후에도 달러 패권 유지와 재구축의 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에 도전했던 독일·일본, 그리고 미국과 통화패권을 겨루는 중국 등의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경기도의 관세를 담당하는 경기지역FTA통상진흥센터의 입장에서 4차에 걸쳐 ▲달러 기축통화의 기원과 ▲기축통화에 도전하는 나라들 ▲기축통화를 지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 ▲미국과 중국의 기축통화에 대한 승자는? 순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대다수 국가가 수출입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데에는 역사적·제도적 배경이 있다. 그 출발점은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44개 연합국은 미국 뉴햄프셔주의 브레튼우즈에서 새로운 국제 통화체제를 만들기로 합의한다. 브레튼우즈 협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국제금융 질서를 구축하게 하고 전쟁으로 인한 통화 불안정과 무역 제한을 시정하고 국제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브레튼우즈 협정의 핵심 내용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지정하고 다른 나라의 통화는 달러에 고정 환율제로 연결해 국제 통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금본위제도를 기초로 한 고정 환율 체제, 1945년 국제통화기금(IMF)을 설립해 각국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은행(WB)을 설립해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을 돕는 것이었다. 이는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기여했으며 달러는 금과 직접 교환 가능했기 때문에 달러는 금과 같은 신뢰성을 가지게 됐다. 각국은 달러만 확보하면 사실상 금을 보유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자 미국은 베트남전에 대규모 달러를 지출했고 그 결과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내게 됐다. 이후 세계는 달러를 금과의 교환을 요구하기 시작, 미국의 금 보유고는 빠르게 고갈되며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일방적인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는 ‘닉슨 쇼크’를 선언하며 달러와 금의 연결이 끊기고 브레튼우즈 체제는 붕괴된다. 닉슨 쇼크 이후 그해 12월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스위스 등 10개국이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모여 금 1온스당 가격을 38달러로 재조정했지만 이 제도 역시 세계 경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다. 통화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변하는 환율 체제인 킹스턴 체제로 변환되고 세계경제는 결국 변동 환율제로 진입한다. 이처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미국의 경제력과 전략적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다. 경기지역 통상정책을 기획하고 지원하고 있는 경기지역FTA통상진흥센터는 이 같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무역 전략에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다음 편에서는 기축통화에 도전하는 주요 국가의 움직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천자춘추] 관세전쟁, 위기를 기회로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무역적자를 줄여 적자 폭을 최소화하겠다며 그 대안으로 ‘관세카드’를 꺼내 들었다. 말로만 그칠 줄 알았던 정책은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당황한 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대안을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라마다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지만 전 세계는 이미 혼돈 상태다. 기축통화국 미국은 달러를 찍어 내며 버텨 왔지만 더 이상 버틸 힘이 부족한 모양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화와 자유무역 덕분에 고도성장의 기회가 주어졌는데 관세전쟁이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우리나라의 위치를 보라. 동방 한구석에 중국, 러시아, 일본에 갇히고 남북이 갈린 사실상 섬나라가 아닌가. 우리 주변엔 강대국만 있고 남북 대치로 늘 안보까지 걱정해야 하는 나라다. 그나마 맹방인 미국의 안보 도움으로 경제를 여기까지 성장시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미국마저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든다면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부존자원 빈국인 우리는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였다. 우리는 팔아먹을 자원이 사실상 전무한 나라다. 다른 나라에서 재료를 사다가 물건을 만들어 파는 전형적인 수출지향적 국가다. 그러므로 관세전쟁은 우리에게 직격탄이다. 그나마 노동집약적인 분야는 후발주자인 개발도상국에 넘겨주고 하루라도 수출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어려운 나라이지 않은가. 원자재 비용은 상승하고 최저임금 시간급이 늘어도 근근이 버텨 왔는데 매출이 꺾이면 버티기 힘들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은 경기 위축과 악화, 자재비·인건비 상승에 관세까지 높아지면 수익을 내기는커녕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 운영조차 어려울 수 있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일본과 대만보다 많고 인구 5천만명 이상 국가 중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여섯 번째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14년(3만798달러) 처음 3만달러에 진입한 뒤 꾸준히 늘어 2023년 이후에는 3만6천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이제 막 3만달러 시대 선진국 초입에 들어섰지만 국내 정국마저 혼란스러워 자칫하면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질 수 있음에 긴장해야 한다. 단단히 각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분단국가인 우리가 경제마저 흔들리면 그동안 쌓아온 국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관세전쟁의 위기(危機)를 기회(機會)로 삼아 반전과 도약으로 상황을 바꿔 나가야 할 절호의 기회다.

[천자춘추] 기후위기 스마트 솔루션, 지역기상융합서비스

세계기상기구(WMO)는 3월 공개한 전지구기후현황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약 1.55도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세운 평균기온 상승폭 마지노선인 1.5도를 넘어선 것으로 기후위기에 한 걸음 더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사상 첫 9월 서울 폭염경보 발효, 수도권 11월 최고 폭설 등 이례적인 날씨가 이어져 기후변화의 영향을 체감했다. 객관적인 지표와 우리가 경험한 이상기후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후변화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노력과 지역적 차원의 대응, 개개인의 행동이 필요하다. 이 중 지역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서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기후 데이터를 기초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재난안전, 농업, 환경, 도시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 융합이 필수적이다. 기상청에서 추진하는 ‘지역기상융합서비스’가 지역적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기상정보와 재난, 농업, 환경, 도시, 교통 등 다른 분야의 정보를 융합해 활용 가치가 높은 정보를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생산해 제공하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분야에 지역기상융합서비스를 활용한다면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기후변화 적응·저감 정책을 수립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시 곳곳의 국지적 기온 특성을 반영한 도시열정보와 도시공간정보를 융합하면 취약계층을 위한 폭염쉼터 등 적응시설의 효과적인 설치가 가능하다. 기상데이터는 그 자체로도 매우 가치 있는 정보지만 여러 분야의 정보와 융합됐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공공데이터를 보유한 다른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상청은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보다 강화할 것이며 지방기상청별로 각 지역의 기상기후 특성에 특화한 서비스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상청은 기후변화 예측 분야의 주무 부처로서 지역 맞춤형 기후솔루션을 제공해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천자춘추] 예술인 기회소득을 흠집 내지 말라

경기도는 2023년부터 중위소득 120% 이하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연 150만원의 기회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의 예술인에게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를 제공하고 도민들의 일상에 예술 향유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는 의미 있는 문화예술 정책이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공공재적 가치를 지닌다. 접하는 사람들에게 문화적 휴식을 제공하고 창의성과 문화감수성을 안겨준다. 도민의 삶을 ‘좋은 삶’으로 만드는 데 있어 실질적이며 효용적인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를 살아가며 함께 성찰해 볼 만한 요소를 제시해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회적 가치 또한 지니고 있다. 그런데 예술인이 예술을 지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4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예술인의 연평균 소득은 1천55만원이다. 같은 시기 국민 1인당 평균 연소득 2천554만원의 41.3% 수준이다. 예술인은 이러한 소득 수준에서도 예술을 놓지 않고 더 많은 관람객에게, 더 많은 도민에게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땀 흘리며 창작하고 있다. 이러한 예술인의 실정을 바탕으로 경기도는 최소한의 ‘예술 포기 방지 정책’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선 예술인 기회소득을 지급하기 위해 기준으로 정한 예술인복지법 제3조의2 ‘예술활동 증명’을 내세워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예술인의 어려운 생계와 예술이 지닌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며 예술인에게 기회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예술인인지를 구분한단 말인가. 철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따지면 예술인의 기준과 개념은 우주만큼 넓어진다. 그렇지만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존하는 가장 정확한 기준인 예술인복지법 제3조의2 ‘예술활동 증명’을 득한 자로 기준을 세운 것이다. 정부는 법령으로 예술활동을 증명하기 위한 조건을 세웠다. 현실적으로 필요충분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조건을 세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활동 증명’을 득한 예술인 중 이른바 ‘예술인 같지 않아 보이는’ 예술인을 거론하며 예산 낭비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접하며 참으로 어이가 없고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99세 노인은 예술을 못하는가. 연습생은 예술인이 아닌가. 예술인은 눈감는 날까지 예술을 한다. 예술인은 자신의 예술을 벼르기 위해 쉼 없이 연습한다. 법이 정한 ‘예술활동 증명’의 조건을 통과했기에 기회소득을 받은 것이다. 다른 어느 지자체도 살피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앞서 예술인의 활동을 지지하고 도민의 문화적 일상을 창조하기 위해 시행되는 경기도의 예술인 기회소득 정책을 흠집 내고 예산 낭비라 왜곡·폄하하는 행위가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기 바란다.

[천자춘추] 건조한 산, 촉촉하게 만드는 방법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산불이 발생한다. 언론에서는 ‘산이 건조해서’라고 원인을 설명하고 산림청은 ‘낙엽을 치워야 한다’는 정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대응으로는 매년 반복되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 산이 왜 건조한지를 정확히 알아야 예방도 가능하다. 산이 마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땅속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2년간 경기도 광주의 야산에 센서를 설치하고 강우 전후의 토양 함수율을 측정해 왔다. 100㎜의 많은 양의 비가 내려도 경사면의 함수율은 14%에서 16%로 잠깐 올랐다가 하루 뒤 다시 14%로 돌아간다. 땅속까지 수분이 충분히 스며들지 않기 때문이다. 말라 있는 땅은 오히려 물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강한 비가 쏟아지면 땅속으로 스며들기보다는 표면에서 흘러내린다. 오히려 마른 땅일수록 홍수나 산사태가 쉽게 발생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산을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나무를 베어내고, 건물을 짓고, 도로와 주차장을 설치하고, 경관을 좋게 한다며 가지를 쳐내고 잔디를 심으면 빛과 바람이 숲 바닥까지 도달해 땅은 더 빠르게 말라간다. 사람의 발길이 자주 닿는 산이 더 건조해지는 역설이다. 여기에 더해 산림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임도를 조성하고 자른 나무를 옮기기 위해 중장비가 다니며 다져 놓은 길은 물을 빠르게 배출해 산을 더욱 건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제는 반대로 가야 한다. 물을 모으고 머무르게 해야 한다. 산에 빗물이 떨어지면 그 자리에서 스며들 수 있게 ‘물모이’ 같은 작은 웅덩이를 만들자. 숲의 바닥에 낙엽이나 이끼를 그대로 둬 햇빛을 차단하고 증발을 줄이자. 이용하지 않는 논은 물을 가득 채워 두도록 유도하자. 나무를 베어 내거나 주변 경관을 조성할 때는 훼손된 땅 표면의 수분 상태를 원상복구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생태적 복원력 회복의 시작이며 산을 살리는 첫걸음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감’이 아니라 수치 기반의 과학적 관리다. 지금 이 땅의 함수율이 얼마인지, 얼마나 유지돼야 안전한지를 알아야 한다. 강수량과 대기 중의 습도만을 중계방송하는 시대를 넘어 이제는 땅속의 수분까지 측정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산은 저절로 마르지 않는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 온 것이다. 이제는 그 반대로 산을 촉촉하게 만들 방법을 선택할 시간이다.

[천자춘추] 5인 미만 사업장의 부당해고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자의 권리는 더 보호받아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범위가 크게 제한된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다.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모든 근로자를 보호하지만 상시근로자 수 5인(대표, 임원 등 제외) 이상 사업장을 기준으로 주요 권리가 적용된다. 해고, 징계, 근로조건 등에 대한 보호 역시 대부분 5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부당한 해고를 당해도 노동위원회를 통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불가능하다. 억울해도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할 때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규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부당해고 구제는 어렵지만 해고예고수당 청구는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근속 6개월째 되는 근로자가 문자 한 통으로 해고를 통보받았다면 ‘왜 해고했는가’를 다투는 것은 어렵더라도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라’는 요구는 법적으로 가능하다. 해고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어도 금전적 보상을 받을 길은 열려 있는 것이다. 또 사용자가 해고예고 없이 즉시 해고했다면 근로자는 별도의 사유를 입증하지 않고 해고 사실만 증명하면 된다. 해고예고수당은 통상임금 30일분에 해당하며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관할 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제기해 구제받을 수 있다. 다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근속기간이 3개월 미만인 근로자는 해고예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해고예고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 입사한 지 3개월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고당했다면 해고예고수당을 요구할 권리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라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되 해고예고수당 같은 최소한의 권리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다만 근속 3개월 미만 근로자는 이 권리조차 제한된다는 점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천자춘추] 시간이 멈춘 기업, 후계가 없는 시대

중소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22년 기준 국내 중소 제조업 대표의 평균 연령은 55.3세이며 60세 이상 비율도 33.5%에 달한다. 특히 업력 30년 이상 기업 중 60세 이상 대표자의 비율은 무려 80%를 넘는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다수가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이러한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다. 매년 수만개의 기업이 후계자 부재로 폐업하고 수십만명의 고용이 사라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5년까지 후계자 미승계로 인해 약 650만명의 일자리와 22조엔(약 220조원)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기업의 폐업은 단순한 노후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니혼 M&A 센터’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승계형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기관은 연간 1천건 이상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후계자 부재로 인한 기업 폐업을 줄이고 고용과 기술의 단절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도 같은 길을 밟을 수 있다. 중소기업이 사라지면 고용이 줄고, 청년이 떠나며, 지역은 쇠퇴한다. 기술 단절, 산업 공백, 고령화 가속이라는 삼중고에 빠지기 전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가업 승계를 적극 장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과감히 설계해야 한다. 세제 감면 확대, 상속·증여세 유예, M&A 지원 시스템 정비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동시에 중소기업에 특화된 경영승계 컨설팅과 맞춤형 금융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민간 영역에서도 승계 문제를 시장 기반에서 풀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퇴직 전문인력, 청년 창업자, 지역 대학과 연계한 후계자 매칭, 지분 승계를 지원하는 펀드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가치를 잇는 승계’라는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기업 내부적으로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표자는 은퇴 전에 후계자를 육성하고 조직 내 권한 이양과 책임 분산 체계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종업원이 회사를 인수하는 ‘종업원지주회사(EBO)’ 방식도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 고용의 80%를 책임지는 실핏줄이다. 고령화는 막을 수 없어도 대응은 지금부터 가능하다. 기업이 사라지면 일터와 지역도 함께 무너진다. 지금이 바로 준비할 때다.

[천자춘추] 봄날의 특별한 나들이, 현충시설

우리 주변에는 과거의 희생과 용기를 기념하는 공간들이 있다. 이른바 ‘현충시설’이다. 현충시설이란 국권 회복과 자유 수호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시설물을 의미한다. 현충시설은 전국에 2천300여개가 있으며 그중 경기 동부 지역인 안성, 광주, 이천, 여주, 용인, 성남, 하남의 주요 현충시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안성은 3·1운동 전국 3대 실력 항쟁지 중 하나로 지역 독립운동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안성3·1운동기념관에는 독립운동가 328인의 위패가 봉안된 광복사, 그 당시 주재소와 우편소 재현 공간, 실물자료 전시관 및 체험형 영상실 등이 있다. 광주 남한산성 둘레길에는 광주시항일운동기념탑과 만해기념관이 있다. 남한산성은 독립운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공간으로 지수당, 현절사 등 다양한 문화유적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천 이수흥공원에는 군자금 모집 등 활발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이수흥 열사 동상과 순국선열 유택수 추모비가 함께 조성돼 있어 인근 설봉공원과 함께 방문하면 뜻깊은 나들이가 가능하다. 여주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그리스군 5천여명을 기리는 참전비가 조성돼 있다. 그리스 신전을 형상화한 이 비는 인근 현충탑, 무공수훈자 공적비 등과 함께 보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다. 용인 현충탑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기 위해 용인중앙공원 내에 세워진 추모 공간이다. 성남 3·1만세운동기념탑은 성남 만세운동의 주창지인 율동공원에 있다. 가는 길에 한순회 선생의 묘소와 한백봉 선생의 집터가 남아 있어 항일운동의 흔적을 체감할 수 있다. 하남 현충탑은 검단산 등산로에 있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는 현충시설이다. 국가보훈부는 ‘사적지탐방, 1학교-1현충시설 협약, 스탬프투어 등으로 청소년들에게 지역 현충시설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해 광복 80년을 맞아 ‘코리아 메모리얼 로드’ 사업을 통해 독립 관련 사적지를 연결한 보훈순례길을 조성하고 있다. 서울 3개 코스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호국, 민주 코스까지 확대 예정이다. 제주에 ‘올레길’이 있듯 전국 주요 장소에 ‘보훈순례길’ 조성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알게 되는 의미 있는 길이 될 것이다. 현충시설은 단순한 기념물이 아닌 대한민국을 위한 희생과 헌신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봄꽃이 만개하는 계절의 여왕 5월, 가까운 현충시설에서 특별한 나들이를 떠나길 바란다.

[천자춘추] 당신의 두 다리가 의사

‘일어나 걸어라. 걷지 않으면 건강은 없다. 대자연은 종합병원이요 당신의 두 다리가 의사다. 걷는 자만이 앞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은 워커 이강옥 박사의 걷기 철학이다. 우리의 인생은 걸을 수 있으면서 삶이 시작되고 걷지 못하면서 결국 삶이 끝나기도 한다. 걷기는 인류의 창조 때부터 직립해 두 발로 걷는 것에서 시작했다. 두 발로 걷기는 인간이 오래전부터 가진 가장 기본적인 운동 양식으로 완벽에 가까운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운동은 체력 향상과 면역기능을 높여주고 건강을 유지·증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일본의 이시하라 박사는 “암보다 무서운 병이 운동부족병”이라고 했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걷기 운동으로 심장병을 치료했으며 루스벨트 대통령도 걷기 운동만으로 천식을 치료했다고 한다. 걷기 운동은 근육을 강화시키고 지방을 연소시키며 심장이나 모든 관절을 부드럽게 자극해 주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일정한 속도와 강도로 20분 이상 일주일에 2~3회 걷기 운동은 심혈관도 강화한다. 걷기 운동은 매우 안전한 운동이며 부상이 없는 운동이지만 매일 걷게 되면 다른 근육보다 특정 근육군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므로 근육을 충분하게 스트레칭하지 않으면 그 근육이 뭉치게 되고 통증 및 충격을 유발할 것이다. 걷기 운동은 부상이 없는 운동이지만 무리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 강도로 자세를 바르게 해 자연스럽게 걸어야 한다. 잘못된 자세는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근육의 불균형을 초래하므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걷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부산 오륙동해맞이공원에서 ‘2025년 상반기 걷기 여행 주간 선포식’을 개최했다. 걷기 여행 주간은 국민적 걷기 여행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걷기 여행길을 소개했다. 이제 날씨도 걷기 운동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최근에는 지역의 보건소 및 구청 등에서 바르게 걷는 걷기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오랜 시간 통증 없이 걷기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잘 단련된 체력과 바른 자세가 필요한 만큼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걷기의 과학과 운동 처방의 원리를 배우고 실천하며 오늘부터 매일 한 걸음 한 걸음 바른 자세로 걷기 운동을 시작해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힘차게 걸어보자.

[천자춘추] 인성이 교육이다

인성교육이란 인간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다. 정부는 인성교육진흥법을 공포하고 교육부 장관이 유아,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또는 인성교육과정을 인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창의성과 자율성의 제고를 위해 2024년 프로그램 인증제를 폐지했다. 인성의 핵심 덕목으로는 소통, 존중, 배려, 정직, 책임, 예, 효 등이 있다. 이렇듯 인성이란 강제성보다는 평소의 생활습관이나 학교 또는 가정교육을 통해 교육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는 항목이다. 인성교육의 진흥을 위해 정부는 장기적 정책을 수립하고 범국민적 참여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지역사회 어느 교회의 목사님은 ‘인사만 잘해도 먹고는 산다’라는 책을 집필하고 설교를 통해 환하게 웃으며 먼저 인사하는 매너를 통해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이렇듯 인사는 최고의 사랑이고 겸손함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매개체다. 또 바른 인성은 살아가는 데 상대에게 신뢰를 만드는 첫걸음이며 나눔이고 생명을 살리는 사랑이다. 대학에서는 교양과목에 인성 관련 교과목을 개설하고 유아,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교별로 교과목 및 창의적 체험 활동을 통해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에서 체육수업 시간에 수시로 인간 존중을 교육받은 학생이 버스 안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어른을 심폐소생술로 살린 사례가 있다.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습관을 가지도록 모든 교사가 수업 전 짧은 인성교육을 지도한 사례는 큰 교훈이 되고 있다. 인성은 나와 더불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고 소중한 가치다. 보이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평소 학교 교육 및 습관이 중요하며 개인이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평가요소가 되고 있다. 윤리적인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될 수 있는 미래에 인성은 더욱더 중요시되고 미래 교육의 전부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바른 인성을 지닌 사회인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천자춘추] 화마로부터 문화유산을 지키자

올해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29명이 사망하고 건물 2만채가 불타 없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30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시설이 소실되거나 파손되는 피해가 났다. 이번 산불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 사례는 지난 4월4일 기준 총 35건으로 집계됐다. 그중 국가지정 유산과 시·도지정 유산은 각각 13건, 22건이다. 특히 경북과 경남 등 영남권에서 피해가 컸다. 보물 ‘의성 고운사 연수전’, ‘의성 고운사 가운루’가 이번 화재로 전소했고 보물 ‘의성 고운사 석조여래좌상’은 석불 일부가 파손됐다. 명승 안동 만휴정 원림, 안동 백운정 및 개호송 숲 일원, 청송 주왕산 주왕계곡 일원, 천연기념물 안동 구리 측백나무숲, 영양 답곡리 만지송 등도 피해를 입었다. 2005년 양양 낙산사 전소의 악몽이 또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많이 분포된 목조 문화유산이 화재에 특히 취약한 만큼 소중한 유산을 잃지 않도록 방재 대응 체계를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비한 법과 제도를 손 보고 방재 대책도 세세히 보완해야 하지만 해당 부처의 관련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의 문화유산 안전방재 기술개발연구 예산은 4억원이 채 되지 못하며 그마저 전년 대비 13% 줄어들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2008년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개정된 관련 법은 국가유산청장과 시·도지사가 지정 문화유산에 소방장비를 설치하고 화재 예방을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산불 사태에서 보듯이 지자체 차원의 효율적인 방재대책은 찾기 어려웠다. 필자는 기후 위기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칼럼을 지난해 12월 쓴 바 있는데 이번 산불로 그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 4월9일 경기도의회에서는 경기도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도 차원의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발언이 나왔다. 도내 수많은 문화유산이 산림 인근에 위치해 있어 재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국가에만 떠넘기지 말고 도 차원의 문화유산 방재정책의 수립과 함께 전문 인력 및 효율적인 복원 시스템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의 우(愚)를 범하지 말자. 지역의 문화유산은 지역이 앞장서 지켜내야 할 것이다.

[아침을 열면서] 이야기 담긴 음식... 마스터스, 챔피언스 디너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함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 브랜드들은 이색적인 협업을 시도하거나 공간과 콘텐츠에 ‘음식 이야기’를 입힌다. 음식에 이야기를 더한 체험은 오래전부터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스토리 다이닝(Story Dining)’은 이야기(Story)와 식사(Dining)의 합성어로 음식뿐 아니라 공간, 분위기, 그 안에 담긴 정서와 경험까지 아우르는 감성적 콘텐츠다. 매년 4월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마스터스’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 대회다. 이 대회에는 독특한 전통이 하나 있는데 바로 ‘챔피언스 디너(Champions Dinner)’다. 전년도 우승자가 역대 챔피언을 초청해 마련하는 이 식사는 단순한 만찬이 아닌 챔피언의 기억과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메뉴로 구성된다. 오직 마스터스 우승자들과 가족만이 초대받는 영예로운 자리이기도 하다. 챔피언스 디너는 1952년 전설적인 선수 벤 호건의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마스터스 대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대회 개막 이틀 전 디너 메뉴는 자연스럽게 취재의 관심이 쏠리는 뉴스거리가 되며 음식이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지난해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는 고향 텍사스를 대표하는 바비큐 립과 크림 콘을 내놓았다. 여기에 아버지가 만들어주던 미트볼과 라비올리를 더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2년 전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텍사스의 맛을 살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음식은 고향과 가족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매개체가 됐고 따뜻한 이벤트 테이블을 완성했다. 고급 스포츠 이벤트에서 음식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VIP 이벤트에서의 메뉴는 단순한 접대 수준을 넘어 브랜드의 감도와 메시지를 전하는 핵심이다. 특히 마스터스처럼 전통과 명예가 중시되는 자리에서 챔피언의 지역, 환경, 가족 이야기까지 반영한 맞춤형 메뉴는 디너 자체를 하나의 강력한 이야기로 만든다. 올해는 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가 우승하면서 내년 챔피언스 디너 메뉴에 벌써 관심이 쏠린다. 그는 언젠가 우승하면 어머니가 해주던 아일랜드식 스튜를 꼭 메뉴에 포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챔피언스 디너는 선수 개인의 문화, 기억, 가족의 온기를 담아내는 무대이기도 하다. 음식은 국경을 넘어 정체성과 진심을 전하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2년 아시아 선수 최초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는 일본식 된장소스를 곁들인 은대구살 구이와 미야자키산 최상급 와규 등심구이로 큰 호평을 받았다. 그의 디너는 전통과 지역성을 함께 담아내며 일본인의 자긍심을 고스란히 전했다. K-푸드 열풍으로 전 세계에서 한식이 주목받는 지금 마스터스 챔피언스 디너에 한식이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고 믿는다. 준우승을 차지했던 임성재 선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양념갈비’를 내놓고 싶다고 했다. 한국인의 정서와 집밥의 따뜻함을 담은 메뉴가 그 식탁에 오를 날을 기대해 본다.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한식 역시 계절과 삶, 정서가 깃든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외식 시장이 치열해질수록 단순한 요리 이상의 감동이 필요하다. 이야기가 담긴 음식은 스마트폰에 저장되고 입소문을 타며 반복해서 이야기되는 힘을 지닌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이다. 결국 음식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기억되고 이야기되고 사람과 문화를 잇는 문화적 언어다. 오늘 우리 식탁 위의 한 그릇에도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보자.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