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아트센터 인천’의 중요성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생활여건을 개선하고,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의 경제활동 자율성과 투자를 최대한 보장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곳이다. 이 같은 특별경제특구로 생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송도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 영종하늘도시 등을 지정받았다. 그동안 인천경제자유구역은 탁월한 입지를 바탕으로 첨단지식서비스 산업의 글로벌 입지를 다지며 발전하고 있으며, 40만명이 넘는 인구와 6천명이 넘는 외국인이 거주 중이다. 하지만 도시의 발전은 양적인 성장만으로 성과를 얻을 수 없다. 더 많은 양질의 기업을 유치하려면 그 기업에 근무하는 창조적 인력들의 생활여건 마련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창조적인 인력들은 개방적이고 다양한 도시문화와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 분위기에 살고자 한다. 현재 송도국제도시 거주 외국인을 비롯한 대학생 등 다양한 창조인력들은 포장이 잘 된 건조한 도시라고 평가한다. 국제도시라는 명성에도 문화예술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표적 문화예술 공간인 아트센터 인천이 있다. 지난 2017년에 1단계를 준공하고 현재 콘서트홀을 운영 중이지만, 규모나 운영에서 많이 부족함이 따른다. 2단계를 완성함으로써 인천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는 시민들의 염원에도, 1단계 건립 시 완성된 2단계 지하 구조물이 현재까지 방치 중이다. 아트센터 인천의 2단계 추진이 본격적으로 가시화하려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예산을 확대하는 등 앞으로 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문화예술 전문 인력들이 초기 계획 단계부터 합류해 전문 특성을 반영하게 해야 하고, 개관 시 바로 현장에 투입돼 운영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관료화되고 경직된 운영방식이 아니라 학예사와 문화기획 및 문화행정가 등과 같은 전문인력의 투입으로 더 전문화된 운영체계와 프로그램 개발, 관객들과 유연한 대응방식 등이 필요한 것이다. 또 인천경제청은 업무별로 흩어져 있는 담당부서를 한곳으로 일원화하거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부서 간 칸막이로 인한 업무효율성을 해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구성 및 전문인력 채용 등을 준비해야 한다. 송도청라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외형이나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도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질적으로 완성되는 도시가 되려면 품격을 갖춘 도시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눈앞에 있는 아트센터 인천의 차질 없는 건립과 운영이 단초가 될 것이다. 조영홍 인천대 융합예술영재교육연구소 초빙 연구위원

[천자춘추] 샤나토바

어김없이 성탄절은 다가온다. 성탄절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의 대답은 대부분 선물, 산타 할아버지, 루돌프 사슴, 크리스마스 장식 등이라고 대답했다. 교회나 예수님이 떠오른다고 대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탄절은 2000년 전 아기 예수가 베들레헴에 탄생하신 날이다. 하나님의 아들, 만왕의 왕이 온 인류를 구원하고자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날이다. 예수님은 죄인을 찾아 구원하고,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가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이 땅에 용서와 화해를 선포하셨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끊어진 관계를 연결하시고, 흩어진 사람을 한데 모으고, 멀어진 사람들을 사랑으로 가깝게 하셨다. 그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진리가 없고, 의미 없는 사랑이 난무하고, 목적 없이 부를 추구하며, 절대적 도덕 가치를 거부하는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유일한 소망으로 오신 분이시다.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는 화해와 용서, 그리고 사랑과 구원이다.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정신이 없다면 크리스마스는 블랙 프라이 데이(Black Friday)만도 못하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성탄절부터 그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는 순간에 드리는 송구영신 예배까지의 일주일을 사과의 날, 용서의 날로 정하고 지킨다. 어색하고 어려운 사과의 마음을 작은 편지에 담아 전하고 용서를 구한다. 한 주간 동안 내가 먼저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한 감정을 진심으로 나타낸다. 아내에게, 남편에게, 부모님께, 자녀들에게, 스승에게, 제자에게, 친구에게 누구에게라도 지난 일 년 동안 잘못한 것을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너무도 어렵고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예수 사랑의 실천이고 한 해의 올바른 마무리이다. 새해를 여는 새로운 다짐 이전에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일이다. 사과를 통해 과거를 풀고, 용서를 통해 미래를 열어가는 화해의 시간이 필요하다. 유태인들은 유대력 1월 1일이 되면 아흐레 동안, a good year의 뜻인 샤나토바라고 인사한다. 그러한 인사와 함께 서로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1월 10일 대 속죄일을 맞이한다. 하나님께 회개하며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는 것이다. 예수님도 말씀하셨다. 예물을 제단에 드리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 들을 만한 일이 있는 줄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배금주의가 만연한 시대 속에 살지만, 성탄의 의미를 우리부터 몸소 실천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삶의 자리에서 예수님의 눈, 예수님의 손과 발,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 세상에 화해와 용서를 선포하기를 소망한다. 어두운 세상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작은 예수가 되기를 소망한다. 샤나토바 고명진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천자춘추] 내가 만드는 영향을 관리하는 것이 ESG 경영

산업계에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기부의 발표를 보면 중소기업은 ESG 개념조차 모르는 경우가 절반이며, 대응 역량 또한 대기업에 비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중소 조직이 ESG 경영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조직 운영을 통해 끊임없이 임직원을 포함하여 조직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에게 영향(Impact)을 만들어 낸다. 보통은 긍정적인 영향을 훨씬 많이 만들어 내지만, 부정적 영향 또한 만들어 낸다. 온라인 게임으로 인한 디지털 중독, 과장광고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협력업체의 손해, 정보기술 발전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훼손, 지하자원의 고갈,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 침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 등 부정적 영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업종이나 산업, 업력이나 규모, 조직의 구성이나 위치 등에 따라 만들어내는 영향의 종류와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조직이 만들어 내는 이런 영향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ESG 경영의 핵심이다. 제대로 영향을 관리하면 기존 가치를 유지할 수 있고,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영향 관리 3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 단계는 조직이 만들어 내는 영향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바로 영향 식별의 단계다. 가치사슬 분석을 통해 조직이 만들어 내는 영향을 카테고리 화(化) 해서 목록으로 정리하고, 필요하면 이슈별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만들어내는 영향의 수준을 측정해야 한다. 이슈별로 긍정적인 영향은 얼마나 만들어 내는지, 부정적인 영향은 얼마나 만들어 내는지를 알아야 개선할 수 있다. 관련 기구나 전문가 집단이 만들어서 공개한 평가지표를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진단 단계라고 부른다. 진단결과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제고하고, 부정적인 영향은 없애거나 줄이려는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이 개선 단계이다. 개선 계획에는 중장기 로드맵을 포함한 목표, 전략과제, 자원배분계획, 완료 여부를 체크할 수 있는 마일스톤 등이 명시적으로 문서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SG 경영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그렇다고 점수 따기 식 접근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중요한 영향을 식별하고 측정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ESG 경영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개별 기업은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기여할 수 있다. 이것이 사회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이며, ESG 경영이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이현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천자춘추] “일 할 사람 좀 구해주세요.”

2021 신축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저성장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있었지만, 건축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들이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마도 인력난이었을 테다. 경기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건축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설계 수주나 제도 개선이 아닌 일할 수 있는 사람 좀 구해주세요였다. 며칠 전 청년 실업률 기사를 보면서 고용자와 피고용자들의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실업률은 5.6%, 실업 인구는 23만 4천명으로 집계됐다. 건축사 사무소에서는 건축 설계인력이 없어 용역사무소나 프리랜서들에게 맡기는 실정이고 피고용자들은 직장을 못 구해서 난리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건축사 사무소를 20년 정도 운영하면서 요즘처럼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체감한 적이 없다. 서울에 있는 대형사무실은 사정이 좀 괜찮은 편이지만 5인 미만 중ㆍ소 건축사사무소들은 사정이 다르다. 경영하는 사무소의 예를 보면 지난 2년 동안 구인ㆍ구직난에 사람을 구합니다라는 구인 광고를 하고 있지만, 이력서는 대부분 50ㆍ60대이다. 간혹 20ㆍ30대 이력서가 와 반가운 마음에 전화하면 전화가 불통이거나 구인구직 횟수를 채우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고학력에 따른 부작용이다. 현 세대는 재능이나 꿈을 포기한 채 성적에 따라 전공과 대학 진학을 하다 보니 직장에 대한 간절함이 부족하다. 대학 졸업자라는 허울로 힘들고 어려운 일을 꺼리는 경향이 많다. 둘째는 현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청년복지 정책이다. 50~60대 기성세대들은 국가가 가난한 이유로 복지라는 정부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무노동 무임금을 원칙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청년저축계좌, 청년 구직활동지원금, 실업급여 등 복지라는 이름으로 자립심을 해치는 혜택 탓에 직장의 필요성보다는 지원정책에 더 익숙해져 가는 사회현상의 부작용으로 생각된다. 셋째는 미래 불확실성의 결과다. 자고 일어나면 널뛰기하는 물가, 월급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집값 상승,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조기 퇴직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젊은 청년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답도 있듯이 지금부터라도 실질적으로 일하고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들의 몫인 것 같다. 주 4일 근무도 좋고 최저 임금 1만원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함께 상생하는 사회가 되어야 모두가 행복하다. 누군가의 눈물을 밟고 이루어진 행복은 언젠가는 깨지기 마련이듯 건축사들은 우리 다음 세대가 꿈을 꿀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청년들은 힘들고 어려워도 미래를 위해 자신을 투자할 수 있는 정신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늘이 가장 행복한 이유는 내일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대한민국의 미래는 청년들이 가지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장

[천자춘추] ‘스우파’ 열풍 파리올림픽으로 이어지길

최근 가장 핫한 콘텐츠는 여성 댄서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스트리트우먼파이터(이하 스우파)이다. 스우파는 댄서들의 열정, 땀, 눈물, 진정성이 함께 어우러진 감동이 전파되면서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Powered by RACOI) 종합 부문과 예능 부문 1위, 비드라마 화제성에서도 방송 내내 1위를 차지하였다. 방송 이후 스우파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휴대전화, 외제차, 은행 광고까지 독차지했다. 과거 댄서는 가수를 돋보이게 하는 백댄서라 불렸다. 하지만 스우파 크루들은 예술성, 진정성 그리고 탄탄한 실력을 선보이며 협력자, 동반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개성 강한 캐릭터와 함께 그들의 몸짓이 주인공이었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필자는 스우파에서 선보인 다양한 장르의 댄스를 감상하면서 그 중 브레이크댄스(이하 브레이킹)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게 되었다. 브레이킹은 1970년대 초반 미국 뉴욕의 흑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스트리트 댄스의 한 종류인데 힙합 비트에 맞춰 춤을 추는 것으로 비보잉(B-boying)이라고도 한다. 단순한 춤을 넘어서 아크로바틱을 춤으로 풀어낸 것으로 움직임에 대한 기술과 동작에 대한 연구 등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스포츠이다. IOC는 MZ세대를 올림픽의 주요 고객층으로 인지하고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서핑,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브레이킹을 2024년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하였다. 여기서 눈여겨볼 사실은 대한민국의 브레이킹이 진조크루 소속의 브레이커 Wing(본명 김헌우)을 비롯하여 여성 브레이커 Freshbella(본명 전지예), Ashes(본명 최예슬), Teenie(본명 김주연) 등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MZ세대가 지지하고 응원하면 매스미디어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성하게 된다. 또한 브레이킹은 패션, 음악, 스포츠, 건강 등 다양한 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고,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많으니 기업의 참여를 쉽게 이끌어내고, 지자체도 지역 명소를 배경으로 한 브레이킹이라는 플랫폼을 구축하면 지역을 브랜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스우파의 열풍이 앞으로 브레이킹이라는 스포츠 종목의 체계적인 선수 육성과 지원으로 이어져 2024파리올림픽의 주역이 대한민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재현 ㈔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

[천자춘추] 바다도 부동산이다

바다는 전 지구 표면적의 약 71%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교역량의 90%는 바다를 통해 수송되며, 우리나라 교역도 99.7%가 바다를 통해 이뤄진다. 바다의 중요성을 잘 아는 민족과 국가는 바다로 나아가 큰 기회를 얻었다. 강대국의 공통점은 바다를 땅보다 더 큰 부동산으로 보고 바다를 국가의 존망과 번영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우리 국민은 땅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러나 정작 땅을 둘러싸고 있는 더 넓은 바다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바다를 정책적 차원에서 국가 부동산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주변 바다는 해양 관할권 및 도서 영유권, 항해의 자유 문제 등으로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최대 위협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외세에 당한 굴욕의 세기가 해양력 약화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바다를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설정했다. 대만 문제 등 동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과 주도권 확대, 주요 핵심 물자 운송을 위한 해상교통로 안전을 중요한 안보, 경제 문제로 상정하고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동아시아, 인도-태평양으로 확장을 위하여 2012년에 도입된 랴오닝 항공모함을 시작으로 2035년까지 6척의 항모를 바다에 띄울 예정이다. 일본은 독도에 대한 잘못된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영유권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독도라는 섬 자체보다 독도를 품은 광활한 바다, 동해를 차지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다. 일본은 이즈모함 등 2척에 대한 항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의 수직이착륙기 F35B가 경항모로 변신 중인 이즈모함에 이착륙 훈련을 했다. 곧 욱일기를 단 일본 항모가 한반도 주변 해역을 활개치고 다닐 것이다. 정작 바다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한반도 면적보다 수 십 배 더 큰 바다 영토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해군력도 수준에 못 미친다. 해군력 강화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는 좌우로 연결된 바다를 사용할 수 있어 강한 해군력은 북한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독도와 이어도 등 바다 영토에 대한 우리의 주권과 국가이익을 수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국방비에 경항모 건조사업 예산이 처음으로 배정됐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10년여 걸리는 건조 기간을 고려할 때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2030년도 중반경에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는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이며 미래의 성장 원동력이다. 바다를 물로만 보지 말고, 국가 미래를 좌우할 소중한 가치가 담긴 국가 부동산으로 볼 줄 아는 큰 안목을 기대해 본다. 김진형 숭실대학교 정보과학대학원 겸임교수

[천자춘추] ‘크리스마스 휴전’ 우리에게도 가능할까

어쩌면 올해도 유럽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는 유난히 스산하고 끔찍할지도 모른다. 최근 ISIS가 유럽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테러를 선동하고 있어서다. 프랑스 크리스티앙 감독이 제작한 메리크리스마스라는 영화는 참혹한 전쟁에서도 뜻밖의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1차 세계대전은 수많은 전투가 참호에서 벌어졌다. 당시 독일군과 영불 연합군은 마른전투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진격에 제동이 걸린 상황으로 양쪽의 참호전투는 12월까지 두 달이나 지속되었다. 성탄전야에 조용했던 독일군 진영 참호에서 갑자기 성탄 캐럴이 들려왔다. 이내 영국 병사들도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우린 쏘지 않겠다, 너희도 쏘지 마라 독일군 장교 한 명이 장식과 초를 매단 성탄 나무를 영국군 진영으로 가져 왔으며, 이후 두 나라의 병사들은 중간 지대에서 어울려 무기를 내려놓고 한 주 동안 휴전하였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크리스마스 휴전 이야기이다. 인류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 와중에 가장 평화스러운 휴머니티를 보인 사건이다. 인류가 어떻게 대립을 멈추어야 하는지 확실히 보여준 인류애의 참모습이었으며, 전쟁사에서 가장 놀라운 일화가 되어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극단주의 테러단체의 무차별 테러가 계속되고 남북 간 종전선언이 논의되고 있는 지금, 중동과 미국, 그리고 유럽에서 우리도 쏘지 않을 테니, 너희도 쏘지 말라며 제안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휴전과 평화가 우리에게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평화란 때때로 우리가 그것의 부재를 통해 인식하는 존재이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은 늘 갈등과 파괴를 유발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쟁과 테러의 이면에 있는 아픔을 기억하고 중요한 가치들을 지켜야 한다. 좋은 전쟁이란 없고 나쁜 평화는 없다라는 명제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역사를 바라볼 때는 결코 파괴자들의 어리석은 탐구가 아니라 선한 희생자들의 덕목을 성찰해야 한다. 어쩌면 세계는 장군과 영웅들의 기여보다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합창한 참호 속 병사들과 같은 평범한 자들의 인물들이었을지 모른다. 부디 이번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그리고 새해에는 증오에 가득 찬 안보적 분쟁과 사생결단의 정치도 멈추는 크리스마스 휴전이 찾아오고, 더 큰 풍요, 안전한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 경찰학과 교수

[천자춘추] 코로나와 온실가스 배출 감소

202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9년 대비 7.3% 감소했다는 추정 결과가 나왔다(잠정배출량 추정치 6억4천869만t, 2018년 7억2천769만t 대비 10.9% 감소 추정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지난해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에 따라 예상했던 세계 온실가스 배출감소 추정치와 비슷한 수치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충격으로 인한 사회경제활동의 위축이 가져온 온실가스 배출 감소라는 결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간의 행위 변화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분리해내는 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재난 상황에서 긍정의 해법을 추출해낸다면 이만한 전화위복이 또 어디 있겠는가. 수원시는 2019년 대비 약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국가 수준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국가와 수원시의 온실가스 배출 정점의 차이(2018년과 2005년)라는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원시가 코로나19 대유행에도 2005년 대비 5.7% 감소에 그친 것은 앞으로 10년을 생각할 때 매우 우려스러운 결과치다. 능동적인 정책 노력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따로 분리하고 특정하기는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다만 무역과 이동과 소비행위와 에너지 소비 등 총량 감소가 온실가스 배출감소를 가져왔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총량 지표의 하락이라는 대전제 아래에서, 어떻게 사회적 필요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법으로 대체할 것인가. 또 이 거대한 대체(전환)가 가져올 사회경제적인 충격을 기후위기시대 적응력을 높이는 필수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완화시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시대의 상식이 아니겠는가.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수원이라는 대규모 소비도시의 특성이 사람의 이동과 자원의 운반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가용 이용이 더욱 늘어 하루 40만대가 훨씬 넘는 통행량을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혁신하고, 그 대중교통도 최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안전하고 쾌적한 수단으로 대체하고, 거기에 사용되는 전력마저 당진과 태안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아닌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은 또 상식이 아니겠는가. 현재 수원시의 전기버스 보급률은 전체 2천대 중 약 180여대로 전국 평균의 5배인 10%에 육박하고 있다. 만약에 이 대중교통을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천자춘추] 저잣거리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으십니까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 교수가 작고한 직후 출간된 유작(遺作) 『레트로토피아(retrotopia)』의 한 문장을 인용해 본다. 그곳에는 일자리와 더불어 소속된 사회적 지위를 잃게 될 공포, 집과 더불어 여생을 위한 동산 일체가 압류될 공포, 행복과 명망의 고개에서 미끄러지는 자녀들과 시장가치가 어떻든 간에 공들여 학습하고 연마해온 기술을 빼앗기는 자신을 맥없이 바라봐야 할 공포가 존재한다. 이 공포의 시대는 출구도 찾지 못한 채 코로나19와 직면했다. 공포는 생존과 생계 모두를 강타했고, 미래를 꿈꾸는 것은 사치였다. 모두에게 겨냥된 직격탄, 그 집중 대상은 특히 소상공자영업자와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1년 8개월의 기나긴 터널의 끝이 보이나 했더니 다시 감염 확산과 오미크론 변이가 우리의 앞을 버티고 있다. IMF에 의하면, G20 경제선진국 10개국 중 우리 정부의 코로나 대응 재정지원(2020년 12월 말 기준)은 GDP 대비 13.6%로 일본(44.0%), 이탈리아(42.3%), 독일(38.9%), 영국(32.4%)보다 훨씬 낮고, 직접지원은 3.4%에 불과했다. 정부의 지원이 적으니 국민이 빚을 냈고, 그래서 가계부채 비율과 속도는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는 재정이 건전한데, 국민의 재정은 엉망이 된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코로나19의 직접적 피해를 본 국민에게 정부의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다행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50조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100조원 지원을 공약했다.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철회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장 여야가 만나 재난지원금 지급을 논의하자고 역제안했다. 이유는 국민의힘의 지원은 빨라야 내년 8월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피눈물과 고통을 겪는 국민에게 더 기다리라고 할 수 없다. 만약 더 기다리라면, 김종인 위원장이 주장한 약자와의 동행은 선거를 위한 캠페인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선택해야만 50조든 100조든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이재명후보의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매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주장은 자당 후보를 선택해야만 지원하겠다는 투표겁박행위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현실에 실행?전파한 보수주의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헬리콥터 머니, 즉 경제가 어려울 때 돈의 유통을 활발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을 뿌리라는 것이다. 지금 바로 그것을 실천할 때다. 내년 8월이면 너무 늦다. 고통의 강을 건너지 못한 국민은 어찌하란 말인가! 김종인 위원장님! 저잣거리의 힘겨움은 목구멍으로 들이닥치기 직전이고, 없는 자의 한숨과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습니다. 현란한 수치 아래로 흐르는 불평등의 역류가 모두를 급습할 때 그때 위정자는 온몸으로 역류를 막고 함께 그 현장에 서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위원장님이 말씀하신 바로 그 정치입니다. 김종욱 동국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천자춘추] 구리, 13도창의군 서울 탈환의 성지

동포들이여. 우리들은 단결하여 우리 조국을 위해 몸 바쳐 우리의 독립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들은 잔인한 일본인들의 통탄할 만한 악행과 횡포를 전 세계에 호소해야만 한다. 그들은 교활하고 또 잔인하며 진보와 인도의 적이다. 우리들은 모든 일본인과 그 스파이 앞잡이 및 야만의 군대를 쳐부수기 위하여 최선을 다 하여야 한다. 1907년 11월 말 결성된 13도창의군이 국내외 한국인에게 보낸 격문이다. 13도창의군의 정식명칭은 원수부 13도창의 대진으로 고종황제의 밀지(密旨)를 받은 이인영과 허위, 이은찬 등 전국의병과 해산군을 합친 국민군(國民軍)이다. 원수부란 대한제국 황제 직속의 최고 군통수기관으로 고종이 대원수, 황태자(순종)가 원수가 된다. 13도창의군은 황태자였던 순종의 예하부대인 셈이다. 이 국민군은 총대장 이인영, 군사장 허위를 비롯해 황해도의 권중희, 충청도의 이강년, 강원도의 민긍호, 경상도의 박정빈, 전라도의 문태수, 평안도의 방인관, 함경도의 정봉준 등이 각 도의 대표로 참가했다. 서울 남산의 통감부를 치기 위해 12월까지 동대문 밖 양주 한강변에 1만명 집결명령을 내린다. 전국의 의병들은 서울로 향했지만, 기미를 알아챈 일본군에 발목이 잡힌다. 집결은 늦어지고, 총대장 이인영마저 부친상으로 낙향한다. 1908년 설날인 2월2일. 군사장 허위와 사령장 김규식은 감사군(敢死軍) 300명을 이끌고 동대문을 향해 돌진한다. 이들은 망우리고개를 넘어 동대문 문턱도 넘지 못하고 일본군의 반격에 서울진공작전은 실패를 한다. 창의군 24대진 1만 되는 군사들은 어디에서 집결했을까. 많은 기록에 동대문 30리 밖 양주(楊州)의 한강변이라는 증언만 있었을 뿐이다. 당시 붙잡힌 의병장들의 조서에도 비슷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곳은 어디일까. 황태연 동국대 교수가 2017년 8월에 출간한 갑진왜란과 국민전쟁에 구리시 수택동 한강변이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밝혔다. 십수년 응어리가 풀린 것이다. 이에 필자는 지난 2019년 3ㆍ1 만세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역사적 사건 집결지인 한강변에 기념물을 설치하자고, 구리시에 제안했다. 시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13도창의군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2020년 5월 지원조례가 만들어지고, 10월 학술대회를 거쳐 12월26일 한강과 가까운 장자호수공원에 원수부13도창의대군수택리집결지기념비를 세웠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13도창의군을 두루 알리고자 2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는 한말 서울탈환을 위한 1만 의병 집결 성지(聖地)이기 때문이다. 한철수 시인ㆍ구지옛생활연구소장

[천자춘추] 짐 로저스는 왜 전통주를 선택했을까

지난 11월 방영한 SBS 특집 다큐멘터리 청년들의 페이스北에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출연했다. 방송에서 로저스 회장은 대전의 전통주 기업 으능정이부루어리에 투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퀀텀펀드로 4천200%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월스트리트의 전설인 짐 로저스가 대전의 전통주 업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로저스 회장과 식사했다. 한반도의 미래, 남북관계,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미래에는 한반도가 가장 뜨거운 장소가 될 거라며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로 승부를 보라는 조언을 해줬다. 이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칭타오, 일본의 아사히, 삿포로 등도 지역성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2020년 지역성을 기반으로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을 시작했다. 제주맥주, 으능정이부루어리 등이 선정됐다. 예로부터 술은 그 지역을 대표해 왔다. 와인은 라벨 상단에 생산지를 표기하는 것이 표준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성에 기반한 양조장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러나 전통주 발전을 위해서는 남북이 분단돼 각각 계승해 온 전통의 원형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 소실된 문화를 복원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우리 지역의 주류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로저스 회장은 열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열정의 다른 말은 한껏 취하는 것이다. 무엇이건 흠뻑 취해있는 자만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따라서 변화를 만들려면 돈키호테의 눈으로, 술 취한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충분히 취하지 않은 자들에게 세상은 흔들릴 여지가 없다. 지역의 미래를 견인할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마음껏 세상을 흔들기를 응원한다. Cheers! 민재명 크리에이터

[천자춘추] 100년을 1년으로 앞당기는 ‘디지털 혁명’

전 세계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스타트업 육성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유는 스타트업이 만들어 낸 혁신적인 기술이 경제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국내에선 1조원 이상 기업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 부른다. 과거 1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만들어 내려면 최소 20년 이상 걸리던 기간이 지금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인해 미국 3~5년, 한국 7~10년이면 가능하다. 지난 2013년 유니콘 등재 기업은 0.0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9월 기준으로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832개에 달한다. 2013년보다 무려 21배나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 2021년 12월 기준으로 15개의 기업이 유니콘에 이름을 올렸다. 크리에이티브 생태계에선 디지털 혁명이 세상을 바꾼다. 디지털화로 인해 세상은 가속화 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3가지 속도, 구조의 충격, 범위가 구조적으로 변화했다. 이 변화는 인류의 창조적인 생태계를 발전시킨다. 향후 5년 세상을 뒤흔드는 파괴적인 기술인 메타버스(Metaverse), 블록체인, NFT 이 세 가지가 결합하면 제2의 인터넷의 파괴력을 지닐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은 이름을 메타로 바꿨다. 요즘 메타버스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없이 넘나드는 마케팅 전략이 MZ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금융 산업의 파괴적인 혁신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고,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자인 NFT는 각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코드를 넣어 다른 복제품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유니크한 토큰이다. 쉽게 말하면 고유의 개인 인감증명서가 있듯 인터넷상의 디지털 인감증명서라 생각하면 된다. 아직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 NFT, 가상화폐 그리고 메타버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필자는 가까운 장래에 화폐혁명이 올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는 현재 디지털 시대와 아날로그 시대의 교차점에 서 있고 디지털 혁명은 모든 것을 100년에서 1년으로 앞당길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 됐다. 우리는 가상(Virtual)과 현실(Reality) 세계에 대비해야 하고 이 두 세계에서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국가, 도시, 기업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뿌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영록 넥스트챌린지아시아 대표

[천자춘추] 세밑 단상

유년시절 크리스마스와 긴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12월이 되면 마냥 행복했었다. 친한 친구와 친지들에게 보낼 성탄 카드를 직접 만들면서 가슴이 설레었고, 성탄절에는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 받을 선물에 기분이 들뜨기도 했다. 도심의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도 모르게 가사를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던 기억이 새롭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명동거리나 지하철 역사 입구에 등장하는 구세군의 자선냄비에 모아뒀던 용돈을 집어넣던 가슴 뿌듯한 추억도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즐거웠던 것은 긴 겨울방학 썰매나 연날리기, 팽이치기 등 겨울 놀이에 스케이트도 타고 눈싸움도 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유년기의 연말연시는 많은 추억이 서린 행복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청소년기와 성인이 돼서도 한동안 연말연시는 많은 의미를 가져다주곤 했다. 연하장에 간단한 인사의 글을 적어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한 소중한 분들에게 안부와 덕담을 건네고, 잠시 짬을 내서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 새 출발을 다짐하며 겨울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각종 모임이나 직장 등에서의 송년회 또는 신년 모임으로 정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며 함께 하던 소중한 시간이 가슴 한쪽에 자리해 있다. 저무는 한 해를 마감하고 기독교 신자이든 아니든 간에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희망의 새해를 준비하는 유의미한 시간이 바로 연말연시였다. 이처럼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만들어졌던 성탄절과 연말을 앞둔 세밑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 거리에 이 맘때면 울려 퍼졌던 캐럴은 성탄절이나 돼서야 방송을 통해 접하게 되고, 문방구와 구멍가게마다 걸려져 있던 크리스마스 카드도 자취를 감췄다. 점포마다 놓인 크리스마스 트리와 반짝이는 등불만이 유일하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바일을 통해 상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편리함이 성탄 카드나 연하장을 대신하고 있다. 아이들 역시 연날리기나 팽이치기, 썰매 타기 등 겨울철 놀이 대신 온라인게임 삼매경에 빠진 지 오래다. 더욱이 최근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의 장기화로 인해 연말이면 인파로 북적이던 도심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너무 감성에 젖어든 탓일까. 언제부터인가 완전히 달라진 연말연시 모습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시대가 달라지면 문화도 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나 세밑의 풍경이 변했다고 해도 우리의 훈훈한 전통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연말연시면 답지했던 온정의 손길이 매우 줄어들었다고 한다. 세태는 변했어도 이 추운 계절에 어렵게 생활하는 이웃들을 보살피고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기부와 나눔의 문화는 변치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조윤혜 남서울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천자춘추] 초심불망

초심불망(初心不忘). 무슨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에 지녔던 순수한 의도와 마음가짐을 잊지 말라고 할 때 이 말을 쓴다. 사실 이를 실행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의 초심에 감동해 편을 들어준 사람들로서는 이를 벗어난 모습이 보일 때 몹시 거북스럽다. 요즘 TV에서 높은 시청률의 오디션 프로를 시청하다 뭔가 어색한 광경을 목격했다. 오디션 프로에서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은 이미 여러 과정의 경쟁을 거친다. 개성 있는 실력을 나름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발탁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그들은 경험의 다과를 불문하고 긴장감이 역력하다. 심지어 부들부들 떠는 사람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실력을 가름하는 심사위원 벼슬(?)에 오른 사람들의 처신이었다. 심사위원 중에는 불과 얼마 전까지 유사한 프로에서, 초조와 간절한 마음으로 참가해 등위에 오른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심사위원이 오디션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 못 하는 처신과 자세를 보며 아쉬움을 느꼈다. 누구보다 그들의 실력에 감동하며 그들이 이 자리까지 오르기를 격려하고, 또 이들의 미래를 응원하고 공감해줘야 한다. 하물며 수십년의 경험과 경력의 대선배들도 참가자들의 실력을 높이 평가해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독 격에 넘치는 혹평을 하는 것이 몹시 어색했다. 물론 심사위원은 객관적이어야 하고 감정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심사위원이 엄정한 심사위원의 모습보다는 동료로서 겸손의 자세로 용기와 의욕을 북돋아주는 평을 했다면, 더욱 돋보였을 것이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참가자들의 심정을 제일 잘 헤아려야 할 사람에게서의 냉정한 평에서 초심을 지닌 사람의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 초심은 깨끗하다. 초심은 매사에 신중하고 겸손해진다. 같은 처지인 사람들에 대한 염려의 마음도 갖는다. 그 반대면 교만과 사욕이 생긴다. 옛 글에 인간이 만든 벼슬은 하늘이 내린 벼슬을 닦으면 자연히 부여된다는 의미의 인(仁)은 하늘이 인간에게 준 가장 존귀한 벼슬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프로를 보면서 적어도 남을 가름하는 자리의 사람을 선정할 때는 하늘이 부여한 벼슬에 이른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용선 전 파주부시장

[천자춘추] 보육정책의 방향

보육문제는 환경ㆍ저출산 문제처럼 이 시대의 과제이고 우리가 모두 달려들어 해결해야 할 긴박한 숙제이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실제적 문제해결의 방안을 제안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보육서비스 부분에서 살펴본다. 우선 스마트보육의 시행이다. 몬테소리 교육, 발도로프 교육, 아동중심(눈높이)의 교육 등 한 시대를 선도하는 교육의 붐이 있었다. 4차산업 시대를 맞아 스마트보육은 미래교육과 보육 분야에서 넓고 긴 지평을 차지할 교육방법으로 어린이집에도 도입돼야 한다. 학부모 부담 없는 전액 보육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무상보육을 시행한다고 하나, 학부모의 부담부분이 있다. 어린이집 유형에 관계없이 지원하여 명실상부한 무상 보육을 실현해야 한다. 국공립어린이집은 아파트 밀집지역은 물론 특수아동이나 다문화가족, 저소득층 밀집지역과 농ㆍ어촌 지역 등 취약보육지역 등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맞춤형으로 설치돼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맞벌이 부부가 많은 시대에, 가정에서 환아가 발생하면 정상적인 보육이 어렵다. 체계적인 간호와 돌봄을 위해 시군구별로 환아관리간호보육센터를 설치하고 운영하자. 도립병원이나 복지관 등에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여기에는 전문 간호사가 보육교사와 같이 근무해야 한다. 어린이 안전체험관 설치도 중요하다. 어린이집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위기에 신속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위기 대응 능력을 가르치는 어린이 안전체험관을 권역별로 설치해 교사와 원아들의 안전체험 교육을 하도록 하며, 이를 점차 확대해야 한다. 인성이 바로 된 사람을 키우고자 권역별로 1개소씩 인성 예절교육원을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보자. 경기도는 시행 중 폐쇄한 바 있다.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와 관련해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 지원센터를 운영하자. 학부모?교직원 모두의 정신적 및 물질적인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가정민간국공립이 협력하는 서울형 어린이집을 모델로 삼아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또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분노조절 교육 등을 시행하자. 특히, 학부모 대상의 교육도 필요하다. 일반 교육비보다 현저하게 저렴한 원비를 정상화함으로써 원 운영의 내실화를 추구하여야 한다. 물가, 인건비 상승률을 반영하여 보육료를 표준보육비용 미만의 금액으로 정하지 않도록 법률로 규정화하여야 한다. 현재는 표준보육비용을 계측하고도 예산에 미반영하고 있다. 부모와 보육기관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고충해결을 위해 상담소를 설치하여 운영하면 보육의 문제해결을 좀 더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안은 앞으로의 제안에 대한 시작에 불과하다. 산처럼 수많은 문제의 해결 방안은 보육인들과 정책입안자들 그리고 그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기조에 달렸다. 이만수 ㈔한국보육교사교육연합회 명예회장ㆍ협성대학교 특임교수

[천자춘추] 낚시도 면허가 필요하다

해양쓰레기를 수거할 때면 끊어진 낚싯줄, 낚시 추 등이 적지 않게 보인다.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은 영종과 송도지역, 그리고 도심 하천변을 다니다 보면 낚시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송도습지보호지역에서도 낚시인들을 만난다. 해양수산부에서 2018년 말, 낚시인구를 850만명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2010년 652만명에서 8년 만에 200만명이 증가한 것이다. 언론매체 영향과 여가생활의 증가,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낚시를 위해 한 곳에 오랜 시간 머무르면서 버리고 간 쓰레기도 적지 않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관리하는 부지에서도 수십 명이 줄지어 낚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낚시용품을 파는 간이 상점이 있을 정도였다.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곳곳에 수북이 쌓여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언론보도를 통해 문제제기가 되자 일대 청소를 한 뒤 부지입구를 폐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낚시로 인한 수산자원 감소, 쓰레기 문제와 납추, 미끼로 인한 수질 오염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굴포천 등 4개 하천에 대해 낚시금지구역지정 확대를 고시했다. 2014년 경인아라뱃길, 굴포천, 공촌천, 심곡천 68.9㎞ 구간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는데, 21.3㎞ 더 확대하는 것이다. 낚시인들은 또 다른 곳을 찾아갈 것이다. 낚시금지구역, 낚시통제구역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낚시인들이 낚시로 인한 환경영향,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낚시면허제 도입도 필요하다. 낚시를 하게 됨으로써 이용하게 되는 자연자원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해 면허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또한 어류생태와 낚시에 대한 기본적 규범을 교육하고 규제를 병행하는 제도다. 세계적으로 수산자원을 엄격히 관리하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70% 이상 낚시면허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해양수산부는 미국은 낚시면허제를 통해 형성된 기금이 낚시터 환경개선과 불법 행위감시, 교육프로그램 등에 사용되는 선순환 구조로 돼 있다고 분석했다. 낚시인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그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오히려 금지구역보다 허용구역을 설정해 협력,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도심 속 하천과 바다를 두는 인천에서 적극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천자춘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로컬 푸드’

인류의 탄생 이후 19세기까지 지구 상의 인간은 대부분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에 의존하는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나는 인구가 먹고사는데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회의 고도화로 도시와 농촌이 분리되고 소비와 생산이 이원화되자 사람들은 점차 도시에서 먼 거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게 됐다. 1950년대를 전후로 세계의 농산물 무역이 활발해지고 교역량도 점차 늘어났다. 단순한 국가차원의 식량 조달에서 나아가 다양한 품목의 농산물 시장이 형성됐고, 현대에 들어서면서 농산물의 생산과 식품유통을 장악한 거대 농업자본과 글로벌 푸드가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세상에 굶어 죽는 사람보다도, 잘못 먹고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다라는 말이 있다.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정체를 모를 식품을 먹고 죽거나 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먹거리 세태를 꼬집는 말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개인과 국가의 생존을 위한 첫째 조건이다. 농업의 실패는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를 상실하는 것이며 국가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근래에 들어와 농업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귀에 못이 박인지 오래다. 그러나 농업과 농촌이 국가의 지속가능성의 한 축을 지탱한다는 대명제는 수긍하면서도 위기에 처한 농업 문제의 현실 앞에서 국가는 무기력하고 개인들은 무관심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업과 농촌이 직면한 문제를 농업이 아닌 먹거리의 문제로 접근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도시와 농촌이라는 이원적인 사회구조의 골칫거리가 아닌 운명 공동체의 안전한 먹거리와 지속 가능한 식량주권의 확보라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농업 문제는 종갓집 제사를 내려놓지 못하는 종손만의 고민과도 같았다. 하지만 농업을 안전한 먹거리와 환경의 문제로 인식하고 시민들이 소비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면 농업은 내 식탁 위의 일로 변하게 된다. 이것이 로컬 푸드 운동이 태동한 이유다. 로컬 푸드는 세계의 식량체계에서 농민과 소비자의 소외를 해결하자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로컬 푸드는 세상을 떠돌면서 지친 익명의 먹거리가 아닌 내가 사는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소비함으로써, 우리 식탁의 식품안전을 지키고 소비자가 지출한 비용이 생산자에게 돌아가게 하며 식품의 이동에서 발생하는 환경부담도 줄이자는 것이다. 안동희 여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동회장

[천자춘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가

농경사회에서 노인은 지혜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효를 백행의 근본으로 내세워 윤리의 기본으로 삼았다. 조선시대에는 기로소(耆老所ㆍ나이 많은 정2품 이상의 문신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를 둬 노인우대정책을 펴는 등 경로효친을 크게 강조해 온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 노인이 되고 죽음을 맞이하지만, 생활수준 향상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노인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로 꼽힌다. 국회 예산정책서 자료에 따르면 2040년 기준 노년부양비가 64.9라고 한다. 만 15~64세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 인구가 64.9명이라는 것이다. 2020년 기준으로는 22.3이니 2.9배 늘어난다는 추산이다. 이제 문턱까지 다가온 초고령 사회에서 노인은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는 더 이상 현대사회에 통하지 않는다. 노인은 무기력과 빈곤의 상징처럼 비춰지는 대상일 뿐이다.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코언 형제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에 등장하는 보안관 벨은 세상이 많이 변했다라는 대사를 자주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덧 노인이 된 보안관 벨은 예측불허의 살인범 안톤 쉬거를 잡는데 더 이상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그려진다. 예측불허의 현대사회는 마치 영화 속의 무자비한 살인범 안톤 쉬거와 같다. 메타버스니 인공지능(AI)이니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사회에서 노인들이 적응할 여지는 점점 사라져 간다. 늙음을 애써 부정할수록 우리는 늙음에 얽매이게 된다. 71세를 맞이한 다산 정약용은 노인이 되어서 유쾌한 일이라는 시를 통해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통념을 시원스레 날려버리고자 했다. 대머리가 된 것이 유쾌한 까닭은 머리를 감거나 빗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기 때문이며, 이가 모두 빠진 것이 유쾌한 까닭은 치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라고 다산은 말한다. 눈이 어두운 것이 유쾌한 까닭은 책을 보거나 학문연구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며, 귀가 먹은 것이 유쾌한 까닭은 세상의 온갖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니, 이 얼마나 유쾌한 일이냐고 되묻는다. 2021년 신축년도 어느덧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더 이상 젊지 않아도 되는 노년의 자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

[천자춘추] ‘소송꾼’을 만났을 때

억울하게 소송에 엮인 의뢰인이 있었다. 친척이 회사 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도인의 양해 아래 인수계약자란에 의뢰인의 이름을 썼지만, 금전과 토지, 채무인수 등으로 대금을 전액 지급하였음에도, 매도인이 의뢰인에게 인수대금 청구를 했다. 매도인은 소송구조를 통해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한 반면, 의뢰인은 직접 재판을 하다가 계약 당사자가 아니란 주장은 그만하고 변제 여부를 변론하시라는 재판부 말에 화들짝 놀라 비로소 변호사를 찾았다. 필자는 복잡한 변제내역을 정리하고 채권이 시효 소멸했다는 새로운 주장을 했으며, 계약당사자가 아니란 주장은 가볍게 언급했다. 그러자 1심은 의뢰인이 계약당사자가 아니고, 소멸시효도 완성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매도인은 항소했다. 문제는 소송구조신청이 다시 받아들여져 돈 한 푼 안 들이고 소송을 또 할 수 있게 된 것. 복지 재원은 자활의지 없는 소송꾼들의 차지가 되어 선량한 시민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소송으로 빠뜨리곤 한다. 법원이 기계적으로 소송구조를 받아줄 게 아니라 신청 횟수와 판결 내용을 참작해 신중히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유이다. 변호사는 이럴 때 소송비용 담보제공명령신청을 고려한다. 민사소송법이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 등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은 원고(소송을 제기한 사람)에게 소송비용 담보제공을 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제117조), 1심 판결 후 비로소 원고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함을 알게 된 경우라면 2심에서도 담보제공을 명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대법원2017마63). 소송비용은 실지급한 보수와 장차 지급할 성과보수금을 포함하되,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으로 산출된 금액과 비교해 더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담보제공을 명한다. 1심 선고 후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해 진 경우란 계약당사자가 아니거나 청구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이 분명할 때를 예로 들 수 있는데, 결국 1심판결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원고가 신용불량자라거나 소송구조를 받는다는 사정은 고려되지 않는다. 인용 사례에서 2심 법원은 의뢰인의 담보제공명령신청을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1심 판결 선고 전에는 원고(매도인)의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사정을 알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2심 결정을 파기했다(대법원2020마5417). 법원의 담보제공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소각하 판결을 한다. 2심에서는 항소를 각하하며, 상고하지 않으면 1심판결이 확정된다. 남의 돈으로 소송을 계속 하려던 소송꾼은 예상대로 자비 부담을 요하는 담보제공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항소각하 판결을 받았고 상고도 하지 않았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大和) 변호사

[천자춘추] 미디어의 약속 이후

바야흐로 약속의 계절이다.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여러 공약은 차치하더라도,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인 만큼 올해 스스로와 약속했던 것들을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에 스스로 다짐할 약속들을 챙겨보는 시간이다. 맺고 묶는다는 뜻인 약속이 사적인 영역에서 갖는 무게가 사회적인 영역에서 타인에 행하는 약속에 비해 가벼운 것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을 테고, 누군가 공공의 약속을 정치적인 이유로 내팽개칠 때 그 약속의 공허함 또는 약속한 자의 윤리를 성토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약속은 이행 여부에 못지않게 그 약속의 이후를 우리가 어떻게 진단하고 그로부터 다시 무엇을 도모해야 하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11월25일에 시작한 새 전시의 제목은 캠프, 미디어의 약속 이후이다. 여기서 미디어는 전기와 에너지, 교통과 교역, 텔레비전과 라디오, 영화와 비디오,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우리 삶의 매개체를 아우른다. 캠프는 인도 뭄바이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작가 집단이자 스튜디오로서, 여러 예술가가 다양한 시민들, 기술자들과 협업하며 이러한 미디어의 문턱을 낮추는 참여적 작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네팔 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델리의 한 마을에 CCTV 카메라와 케이블 TV를 결합한 일종의 수제 방송국을 만들고 반경 200m 내 주민들이 방송의 형태로 이웃과 소통하고 교류하도록 하였다. 보안과 감시의 목적인 폐쇄회로 시스템을 손수하는 방송 미디어로 전환하여 소수자, 소외자들의 열린회로 시스템으로 만든 것이다. 미디어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지탱하는 환경이다. 각기 다른 미디어 상황에 처한 사람들과 힘을 합쳐 익숙한 기술을 낯선 방법으로 사용함으로써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여지를 찾아내고 표명하는 캠프의 작가들은 묻는다. 거대 미디어 인프라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그 매체 기술들이 약속했던 미래는 무엇이었는가, 그 미래에 도달한 지금 그 약속이 어떻게 지켜졌고 또 어떻게 지켜지지 못했는가? 그리고 약속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면 그 기술들의 이후를 다르게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시간의 경과를 뜻하는 이후가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가능성을 도모하는 작은 개인들이 모여 자율적이고 창의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꾸려 나가는 미디어, 그 힘들이 움직이고자 하는 방향이 가리키는 이후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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