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산림생태계와 공존 위한 협력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매우 다양하며 전체 생태계 안에서 자연과 인간 생태계 사이에 서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생태계 서비스로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생태계가 인간에게 주는 편익인 생태계 서비스는 다양한 개념을 통해 활용되고 있다. 생태계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연자산의 규모나 순수한 생태적 서비스에 대한 정의와 평가는 한계가 있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관리의 측면에서는 생태계 기능과 서비스를 평가해 정부 및 민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현재의 기후변화 위기 대응 측면에서 생물다양성 보전, 기후변화 완화 기능이 뛰어난 산림생태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 산림의 경우 197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나무를 심고, 목재 자원 확보 등을 위한 조림 사업을 하고, 독일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현재의 산림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발표된 세계자연기금(WWF) 보고서에서는 1970년 이후 약 53%의 산림 생물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밝혔으며 2022년 국제식물원보존협회(BGCI)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6만종 가운데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7천500여종의 나무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가 잘 가꾼 현재의 숲을 어떻게 잘 보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와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연결된 자연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 한반도 산림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기후변화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인간과 산림생태계의 공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가 산림 조성을 위해 빠르게 자라는 속성수 위주로 외래종을 도입했던 것과 같이 북한도 속성수이며 목재생산이 가능한 수종을 위주로 심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수종을 포함한 혼효림 조성을 통해 건강한 산림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리해 다양성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가 1974년 한-독 산림경영사업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고 관련 사업기구를 발족해 시범사업을 진행한 것과 같이 넓은 의미의 한(반도)-독 산림기술협력을 공존과 협력을 위해 다시 한번 추진했으면 한다. 한 예로 한반도 산지 지형을 고려해 다양한 산림 기술을 적지적소에 투입하고 산림 기능인 양성 사업을 지원하는 것을 한-독 산림협력 50주년을 맞아 진행했으면 한다.

[천자춘추] 정치하는 도의회가 되기를

후반기 경기도의회가 시작됐다. 원래 계획했던 일정보다 며칠 늦어졌지만 전반기 원 구성이 한 달 넘게 지연됐던 것에 비하면 아주 준수하다고 평가한 친구 기자의 말이 떠올라 쓴웃음이 났다. 지난 2년 경기도의회를 평가하라고 하면 ‘정치의 실종’이라 할 수 있겠다. 여당이나 야당 모두 각 정당 내부의 문제로 혼란스러웠고 자연히 도의회는 여러 차례 파행을 겪었다. 집안 싸움만 있는 정도면 차라리 다행이었을지 모른다. 여야는 상대방을 향해서는 더욱 격하게 대립했다.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이야 지극히 당연하고 의석 동수로 인해 힘의 균형도 팽팽했으니 대립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대립과 갈등을 풀어 가는 방식인데 여야 모두 상대방을 마주 보고 대화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한 번 이야기해 보고 결렬되면 서로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상대방을 비판하고 욕하기 바빴다. 필자는 어느 글에서 이를 ‘아첨(flattery)정치’라고 표현한 바 있다. 지지자들에게 상대방이 나빴다고 일러바치듯 해서 쓴 표현인데 참 적절하다 싶으면서 답답하다. 후반기에는 이런 모습을 안 볼 수 있을까? 정치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지방자치의 중심은 의회여야 한다고 늘 주장한다. 입법기관이자 제1의 대의기구인 의회의 권위가 바로 서야 비로소 시민들의 주권이 바로 설 수 있다. 후반기 경기도의회에 기대하고 바라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대단한 것도 아니다. 바라건대 2년 동안 부디 ‘정치’를 하시기 바란다. 특정 제도나 전략을 말하는 게 아니다. 상대 정당을 존중하고 의견차가 있음을 인정하며 그 선의를 의심하지 말고 서로 간 치열하게 논쟁하되 그럼에도 남아 있는 차이는 양보와 관용을 통해 타협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필자의 정치학 선생님이 쓰신 표현처럼 변화와 적응의 공간이라 할 ‘시간의 지평’ 위에서 진득하게 서로 마주 보고 일하는 경기도의회가 되기 바란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또 적응하면서 상대방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기 바란다. 조급함을 멀리하고 인내를 훈련하기 바란다. 정치가 전쟁이 되면 시민들의 삶이 희생된다. ‘좋은 정치가 좋은 시민을 만든다’는 정치학의 오랜 진리를 잊지 않기 바란다.

[천자춘추] 스포츠지도자의 덕목

스포츠팀에서 지도자(감독, 코치)의 덕목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근 축구 국가대표팀의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계기로 스포츠 지도자의 덕목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스포츠 패러다임이 변화하며 결과를 중요시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도 중요시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칫 선수와 지도자, 선수와 선수 간의 갈등이 유발되기도 하며 이는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과연 이 시대가 원하는 스포츠 지도자상은 무엇일까? 필자가 스포츠 선수였던 1980~1990년대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지도자 역시 오로지 경기실적이나 성적으로 평가되는 시대였다. 이로 인해 높은 기량과 성적을 내기 위해 선수보다는 지도자 중심의 팀 운영을 했고 선수들 간 상하관계도 엄격하기 그지없었다. 스포츠 강국인 미국의 스포츠 지도자는 어떠한지 볼 기회가 있었다. 2004년 농구 지도자 연수를 위해 미국 대학농구팀의 객원코치로 처음 갔을 때 지도자들의 태도와 위상, 그들에게 갖춰진 덕목을 보며 적잖게 놀랐다. 처음 참관한 대학팀 훈련에서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체육관 안의 구석 네 곳에 큰 휴지통이 놓여 있는데 용도는 강도 높은 훈련 속에서 일어나는 구토를 하는 곳이다. 구토 후에 곧바로 훈련을 지속하기 위함으로 화장실 이용이 아니라 휴지통을 둔다. 물을 마시는 시간도 단 3초가 주어진다. 언뜻 보기엔 너무 가혹한 훈련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답은 ‘소통’에 있다. 팀은 선수 중심 운영체계로 운영되며 무엇보다 소통을 중요시한다. 훈련 스케줄은 훈련 전후에 선수들을 중심으로 훈련에 필요한 질문과 대답, 피드백, 토의가 진행된 후 이뤄진다. 미국 대학팀의 훈련은 강한 카리스마를 갖춘 감독의 지휘 아래 어마어마한 강도로 진행되며 훈련 시 다른 생각을 하거나 쉬는 시간도 거의 있을 수 없는 스파르타식이다. 그러나 그 훈련 스케줄이 선수들과의 충분한 소통에 의해 이뤄졌기에 선수들은 한 치의 양보나 타협도 필요로 하지 않았으며 훈련을 이겨내지 못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엄청난 양의 훈련 속에서 지도자와 선수들은 맡은 바 소임과 역할에 집중하며 서로를 존중한다. 성과를 위해 힘든 훈련을 극복하려는 노력만이 존재하고 훈련 중에는 짧은 질문과 대답, 선수에게 보내는 응원과 격려, 상호 존중만이 있을 뿐 불만이나 갈등, 폭언은 찾아볼 수 없다. 지도자는 오로지 선수가 주어진 퍼포먼스를 최대한 수행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 연구를 거듭하고 지도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스포츠팀 지도자들은 어떠한가? 과거 스포츠 선수 및 지도자 시절의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해 갈등을 유발하고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고정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성적 위주의 스포츠’에서 ‘과정을 중요시하며 즐기는 스포츠’로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 지도자는 선진 스포츠 트렌드와 흐름의 변화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연구해야 하며 소통과 열린 마음이 최우선 돼야 한다.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선수 중심의 교육과 관리, 그리고 훈련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MZ세대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스포츠 지도자는 소통과 열린 생각으로 스포츠가 좋아서 즐기며 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도 구축해 줘야 한다. 즉, 이 시대의 스포츠 지도자는 MZ세대의 특성과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개성을 보듬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천자춘추] 올림픽, 공짜 점심은 없다

D-5, 곧 파리올림픽이다. 선수단 262명(선수144명, 임원 118명) 역대 최소 규모다. 한국 축구도, 야구도, 농구도, 배구도 없다. 원래 올림픽에 국가 간 메달 개수를 비교해 순위를 결정하는 제도는 없으니 그나마 경기도 선수단이 도쿄올림픽 22명(선수 18명, 임원 4명)에서 27명(선수 21명, 임원 6명)으로 소폭 오른 걸로 위안을 삼을까? IOC헌장이 “올림픽대회의 경기는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닌 개인전 또는 단체전을 통한 선수들 간의 경쟁(제6조)”이고, “IOC와 조직위원회는 전체적인 국가별 순위를 작성하지 않는다(제57조)”니 말이다. 내심 마뜩치 않다. 실제 무대가 시작되면 연일 국가별 순위가 공표되고, 국민들의 자존감도 대표 선수들의 심장박동 수만큼이나 오르락내리락 한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뛰는 국가 간의 경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파리에서 더 많은 애국가가 울려 퍼지길 바란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길은 어쩌면 십자가를 지고 가는 형극의 길일지도 모른다. 각본 없는 드라마도 준비된 배우가 있어야 가능하다. 우선 국가대표가 돼야 한다. 어떤 경기종목이든 ‘국가대표’가 되는 길은 어렵다.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가 없다. 무수히 많은 도전과 실패를 켜켜이 쌓아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선수들의 저변이 더 넓고 커져야 한다. 도전의 무대가 많아져야 한다. 다 돈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에만 맡길 수가 없다. 전문체육인에게도 ‘요람에서 무덤까지’에 버금가는 생애주기형 맞춤형 지원, 육성계획이 필요하다. 올림픽 국가대표를 발굴, 지원, 육성하는 책임은 누가 지나? 선수, 지도자, 학부모 개인의 책임인가?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국가가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흘리는 그들의 땀과 눈물에 동행한 적이 있나? 일부 예외가 있겠지만 올림픽 메달이 목표인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하려면 소년체전, 전국체전, 세계선수권대회 등을 통해 경험을 쌓고 기량을 키운다. 그럼에도 17개 시도의 대표선수가 참여하는 전국체전에 지원되는 국비는 사실상 0에 가깝다. 거의 대부분 지방비로 충당한다. 소년체전에 지원되는 국비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심지어 지난해 경기도의회 문체위가 선의로 전국체전 참가 고등학생에게 도비로 숙식비를 추가지원 했는데, 올해 소년체전에 참가하는 초·중등학생 임원, 선수간의 숙식비에 차이가 벌어지는 차별적인 결과가 빚어지기도 했다. 228개 시군구의 체육 관련 재원 배분으로 가면 훨씬 더 사정이 열악할 터다. 지난 주 대한체육회 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서 한덕수 총리, 전재수 국회 문체위원장은 선수단 격려와 함께 정부와 국회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올림픽 나아가 전문체육에 대한 국가적 책임의 선언으로 반긴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간의 ‘시끄러운’ 갈등 속에서 파리로 떠나는 대표 선수들의 아픔에 작은 위로가 됐으리라 믿는다. 올림픽 선수단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간의 협치와 상생의 고속도로를 뻥 뚫어주길 바란다. 문체부도 체육회를 갈라치기하려는 ‘예산 직접 교부’같은 꼼수 말고 이미 무너진 전문체육, 지방체육을 구원할 국가와 지방정부, 체육회의 가장 효율적인 거버넌스를 만드는 건설적 대화에 나서길 기대한다. 통하면 안 아프고(通卽不痛), 안 통하면 아프다(不通卽痛).

[천자춘추] 만성질환 극복

우리나라 만성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과 당뇨병이다. 30세 이상 국민의 27.3%가 고혈압을, 11.3%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일까? 그렇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질병 자체를 치료해야 할 뿐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등의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질병 부담이 크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사평가원)은 의료기관이 청구하는 진료비를 심사하고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평가를 담당한다. 급·만성질환, 암, 요양병원, 중환자실, 정신건강, 환자경험 등의 평가를 담당하고 있으며 만성질환 중 고혈압과 당뇨병의 적정성 평가는 매년 시행한다. 평가 내용은 치료 지속성과 치료의 결과로 혈압과 당화혈색소가 잘 조절되는지 등을 평가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해당 의료기관에 알려줘 자발적으로 질 향상 활동을 하도록 하고 국민에게도 평가 결과를 공개해 스스로 의료기관을 선택하고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 점에서 평가 결과를 제공하는 알토란 같은 정보인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평가의 모든 항목 결과를 조회할 수 있으며 예시로 고혈압을 조회해 보자. 먼저 심사평가원 또는 병원평가통합포털 누리집의 국민서비스 중 ‘우리지역 좋은병원 찾기’를 클릭한다. 위치정보에 동의하면 내가 있는 지역 위주의 정보가 제공된다. 그 다음 찾고자 하는 정보 중 ‘만성질환-고혈압’을 선택하면 그 지역의 2, 3년 연속 고혈압 양호 평가를 받은 기관의 명단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검색된 병원정보 중 궁금한 병원을 클릭하면 병원정보(진료시간, 의사현황, 병상수, 진료과목), 평가정보, 진료비 정보(비급여 비용)를 함께 알 수 있다.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라 100세 시대라 불리는 요즘 우리는 여느 세대보다 오래 살면서 만성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좋은 평가를 받은 동네 병의원에서 만성질환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합병증의 위험에서 벗어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에베레스트 산을 오를 때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하는 난관은 자기 집 문지방’이라는 말처럼 내 만성질환 관리는 ‘우리지역 좋은병원 찾기’에서 병원 정보를 검색해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역의 ‘단골병원’을 선정하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천자춘추] 자전거 사고 제로 위한 안전수칙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통해 최근 5년간(2019~2023년) 자전거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2만7천348건의 자전거 교통사고가 발생해 38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자전거 교통사고 사망자는 경기도가 96명(24.8%)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서울 52명(13.4%)으로 나타났으며 외부활동 여건이 좋은 계절과 날씨에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사고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전거는 보행자에 비해 이동속도가 빠르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체를 보호해 줄 보호장치가 부족하며, 넘어지면서 노면 및 지형지물 등과 신체가 직접 충돌할 수 있어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자전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 및 홍보는 아무리 강조하고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자전거 이용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몇 가지 소개한다. 첫째, 본인 신체에 적합한 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 본인 신체에 적합하지 않은 자전거를 이용하면 그만큼 사고 가능성이 증가한다. 발이 지면에 닿지 않을 정도로 안장을 높이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 또는 크기의 자전거를 이용하면 그만큼 사고 위험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둘째, 운행 전 안전점검 및 안전장구 착용이다. 타이어의 공기압이나 브레이크 체크는 기본이고 야간 운행에 대비해 반사체를 붙이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되며 안전모 및 반사조끼 등 안전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자전거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중 안전모 착용은 21명, 미착용은 52건으로 미착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셋째, 가장 중요한 안전운행에 대한 마음가짐과 법규 준수다. 자전거 운행 시 언제든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방지책이다. 따라서 도로 통행 시 차량 및 다른 자전거와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방어운전을 해야 하며 보도나 횡단보도에서는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이동하는 등 본인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안전운행과 법규준수를 일상화, 습관화해야 한다. 자전거 교통사고 제로(Zero)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운전자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하며 더불어 관계 기관에서도 자전거 안전운행에 대한 계도와 안전장구 착용에 대한 홍보, 캠페인 및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천자춘추] 인천 영종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며

2026년 7월, 유례없는 인천 행정체제 개편을 앞두고 있다. 중구 내륙지역과 동구는 제물포구로 통합되고 영종·용유지역은 영종구가 된다. 검단구는 서구에서 분리돼 검단구가 신설된다. 기존 2군 8구에서 2군 9구 체제로 개편되는 것이다. 공무원 인사 및 조직 운영, 재정 운영,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민간단체 운영 등 개편을 앞두고 과제가 적지 않다. 새로 출범할 영종구의 방향을 제안하기 위해 며칠 전 환경단체와 영종지역 단체들이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영종구의 경우 자연환경 특색을 살리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도시의 모습이자 경쟁력이라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영종구에는 백운산, 금산, 송산, 호룡곡산 등 산림이 분포해 있으며 남단 해안가를 따라 씨사이드파크가, 곳곳에 근린공원이 조성돼 있다. 또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손색없을 정도의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다. 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인 갯벌은 수십종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산림과 공원, 갯벌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태교육과 생태관광이 이뤄지고 있다. 토론회에서 영종구의 자연환경 특색을 살린 생태교육과 생태관광을 더욱 활성화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 이용객들에게 탐조 등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인천의 특색을 잘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또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전 세계적 과업인 만큼 에너지 자립 기반을 조성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종합하면 영종구의 출범 방향과 기본계획에 자연환경 보전,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또 선언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를 운영할 조직 구성도 중요하다. 산림, 공원, 갯벌, 생물다양성 등 자연환경 업무와 관련 시설에 대한 통합적 계획과 관리가 가능한 조직 구성이어야 한다. 현재 중구에서는 구 출범 준비 실무단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단순히 업무, 조직 재배치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영종구의 미래를 지역사회가 함께 그려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장이 자주 마련되길 희망한다.

[천자춘추] 고령층 운전면허 갱신

최근 우리 사회를 놀라게 했던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68세 고령 운전자로 알려지면서 고령자의 운전 제한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을 위해 인지기능 검사를 받도록 했고 주기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필자는 치매안심센터 협력 의사로 일하면서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검사를 받는 많은 고령 운전자를 면담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령층 운전면허의 문제점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제일 먼저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고령자 운전자들이 실제로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의하면 교통사고 건수뿐만 아니라 1만명당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 통계에서 6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찰청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서 발표하는 통계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층을 좀 더 세분화할 경우 더 높은 연령층으로 갈수록 사고가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또 고령층이 도로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 운전을 많이 한다는 점 등의 다른 요인을 고려할 경우 고령층일수록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결론을 쉽게 내리기는 힘들다. 두 번째로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인지기능의 기준에 대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75세 이상 고령층 운전면허 갱신 과정에서 선별 인지검사에서 통과하지 못한 고령층 운전자는 운전이 가능하다는 소견서를 의사에게 받아야 운전면허 갱신이 가능하다. 인지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치매 환자들의 경우 운전이 불가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다수 공감하지만 인지기능이 정상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치매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어느 선까지 운전을 허용해야 하는지는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동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농어촌 지역의 경우 실제 운전을 못하게 되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면허 갱신을 제한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이동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는 엄중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고령화가 우리나라보다 먼저 진행된 일본의 경우 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했다가 이러한 이동권 제한이 문제가 되면서 무조건 운전을 제한하기보다는 사회적인 지원체계 구축에 힘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사고 방지 기능을 갖춘 ‘서포카S’를 도입하고 보조금을 통해 차량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러한 지원 체계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그리고 이러한 고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운전이 거의 필수가 돼버린 현대사회에서 단순히 고령이라는 이유로 20% 이상 국민들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것은 절대 정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좀 더 다양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탄소중립 보다 중요한 건 ‘실천’

정부와 경기도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선도적 역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 도시민 모두 함께 가는 모습으로 비치지만 쏟아지는 정책들에 비해 개인 실천 온도는 뜨뜻미지근하다. 체육시설의 경우 K리그 경기와 각종 콘서트 등 문화공연 행사가 연중 열리고 있는 가운데 관람객이 떠난 텅 빈 경기장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 친환경 정책이 실생활에 온전히 스며들지 못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기장 내 일회용기 반입금지 캠페인과 함께 다회용기 사용을 위한 현장 비치, 일회용 플라스틱 제로 선언과 다회용기 사용 등을 권고하지만 경기 및 행사가 끝나면 일회용품 쓰레기 종합선물세트가 담긴 일회용 비닐봉지들이 현장 곳곳에 나뒹굴고 있는 것이 일례다. 정책적 노력에도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마 생태계 파괴로 인한 직접적 피해 체감온도가 낮고 ‘나만 아니면 되지’라는 관심 밖의 일로 치부하고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을 통한 외침에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민간 영역 구분 없이 너도나도 RE100 이행, 태양광 및 전기차 충전소 설치 등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은 실질적 체감온도는 여전히 낮은 상황으로 그 필요성을 공감할 시기를 넘어 적극 실천의 온도가 높아져야 한다. 지난 6월 말 경기도와 도내 16개 민간 단체는 기후행동을 위한 상호협력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기후행동이란 기후 변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 산업, 정부 및 지역사회가 취하는 모든 노력과 행동으로 무엇보다 ‘생활 실천’을 강조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는 개개인이 어떤 노력으로 ESG, 친환경의 가치를 실현할지 고민해봐야 하며 이 흐름에 맞춰 정부, 기업, 기관은 지속가능한 ESG, 친환경 생태계 조성과 연계한 문화체육사업을 적극 육성, 지역환경 보호와 함께 도시민이 동반 성장하고 자립하는 선순환 구조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공유문화 확산을 통해 모두가 일상을 친환경 축제로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천자춘추] 노인의 이동권, 나의 이동권

얼마 전 발생한 비극적인 역주행 사고의 운전자는 60대 후반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 70대가 운전하던 택시가 병원 응급실로 돌진했고 또 며칠 후 인도를 덮친 차량의 운전자는 80대로 밝혀졌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의하면 2023년 발생한 교통사고의 19.65%는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것이다. 게다가 노인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부상자 발생률은 다른 어떤 연령대보다 높다. 운전하는 노인을 위험하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한편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 가운데 노인의 비율 역시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지난해 교통사고 보행 사상자 가운데 28.18%는 65세 이상이었고 사망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62.08%에 이른다. 노인이 교통사고의 최대 피해자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노인에게는 운전도 걷는 것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 된다. 그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 노인의 무임승차가 도시철도 적자의 원인이라는 눈총을 받는 것은 감수하더라도 돈을 내고 버스를 타는 것 역시 녹록지 않다. 노인이나 장애인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저상버스는 서울시 전체 버스의 63.7%를 차지한다. 그러나 전국 평균 도입률은 34.0%에 그친다. 더 큰 문제는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충남(13.1%), 전남(18.6%), 경북(20.8%), 전북(24.4%) 등 지역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평균보다도 낮다는 점이다. 게다가 농어촌지역의 특성상 버스 운행 횟수가 적은 것을 고려하면 저상버스는커녕 일반 버스를 만나기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된다. 그렇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인 빈곤 1위 국가에서 매번 비싼 택시로 이동할 수도 없다. 노인은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위해, 필수품을 사기 위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동’해야 한다. 즉, 노인이 건강과 독립성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데는 ‘이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도심이 아닌 지역에서 노인의 편의와 일정에 맞는 교통수단을 적은 비용에 제공하는 것은 손해가 분명한 사업이다. 따라서 국가와 지자체가 교통지원 체계를 확대해 노인이 ‘이동권’을 실현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고령 운전자나 노인 보행 사상자를 줄이는 데는 일회적인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 보상금보다 ‘공공형 대중교통’ 체계 확충 같은 지속적인 지원제도로서의 교통복지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물론 교통복지는 노인만이 아니라 장애인,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어린이처럼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더 나아가 교통복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제도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배 속에 있었고 아이였으며 노인이 될 것이고 장애가 없더라도 때때로 몸이 불편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이동권 보장이 나의 이동권 보장인 셈이다.

[천자춘추] 변화하는 삶의 방식

점차 다양해지는 사회의 변화는 개인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각 개인은 정해진 길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삶의 형태로 살아간다. 이러한 다양한 삶의 형태는 기본 사회집단인 가족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관혼상제로 대표되던 인생 여정은 이제 더 이상 모든 이가 거치는 통과의례가 아니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인구 1천명당 혼인건수인 조혼인율은 3.8건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관(冠)에 이어 혼(婚)을 할만한 연령대 인구가 감소한 영향도 있겠으나 혼인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혼인이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시대임을 의미한다. 지난해 실시한 여성가족부의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것에 동의한다’는 응답률이 47.4%로 나타나 2020년 조사의 동의 비율보다 13.4%포인트 높아졌다. 통계청의 사회조사(2022년)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15.3%,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43.2%)는 응답보다 낮게 나타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족을 형성하는 기초인 결혼이 감소했다고 가족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혼인과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 흔히 말하는 ‘초혼 핵가족=가족’이라는 인식은 감소하는 반면 애정에 기초한 친밀한 집단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의 가족다양성 국민인식 조사결과에서도 ‘혼인·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살고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응답이 68.5%로 ‘법적인 혼인이나 혈연으로 연결돼야 가족’이라는 응답(64.6%)보다 더 높았다. 시대 변화에 따라 가족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이와 함께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의 동의 비율이 2012년 결과보다 19.3%포인트 높은 65.2%였고 가족실태조사에서도 ‘결혼하지 않고 남녀가 함께 사는 것에 동의한다’는 비율이 39.1%로 2020년 조사보다 13.1%포인트 높았다. 특히 20대와 30대의 동의 비율은 50% 이상이었다. 법적 혼인관계가 아니더라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한편 이혼이나 재혼에 대해 동의 비율은 동거보다 더 높은 47.2%였으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34.6%),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22.1%)에 대한 동의 역시 이전 조사에서보다 높아졌다. 삶의 방식을 둘러싼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 속에서 나는 과연 가족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봄 직하다.

[천자춘추] 지구의 내일을 위한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비대면 소비의 증가와 커피 문화의 확산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일회용품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와 일회용품 저감 협약을 체결한 프랜차이즈 17개 업체의 일회용컵 사용량은 지난해 기준 9억4천여 개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의 7억7천여 개와 비교해 약 22% 증가한 수치이며, 그만큼 탄소배출량도 증가했다. 또한 이처럼 배출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약 500년, 종이컵은 20여년이 소요된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을 제정해 일회용컵과 플라스틱 비닐 등 10개 품목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2022년부터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 식품용기의 수입, 제조, 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이유로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 종이컵 등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를 철회했다. 이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일관성 없는 일방적 정책 변경은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정부를 신뢰하고 사업을 준비한 소상공인들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반면, 경기도는 공공기관에서 먼저 강력한 일회용품 사용 저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도청 내 일회용컵 반입을 전면 금지했고, 11월부터는 청사 내 배달음식도 다회용기만 반입하도록 하는 ‘일회용품 제로 청사’를 운영 중이며, 이를 도 산하 28개 공공기관으로 확대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민·관이 함께 ‘일회용품을 제로로! 경기도가 제대로!’라는 슬로건 아래 일회용품 저감 실천 선언식을 개최하고, ‘경기도 일회용품 줄이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또한, 일회용품 저감 민간 확산과 도민 참여 활성화 사업 추진을 위해 ‘경기도 일회용품 사용 저감 지원 조례’를 개정 중에 있으며, 경기도 내 4개 시·군(부천, 안산, 광명, 양평) 5곳을 ‘일회용품 없는 경기 특화지구’로 지정해 도민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일회용품 저감 정책의 성공 모델을 만들고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발표한 일회용품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할 만큼 국민들은 이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준비가 돼 있다. 일회용품 사용 저감에는 국민 개개인의 인식과 실천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규제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경기도가 조례 개정을 통해 공공기관이 선도해 일회용품 사용 저감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듯이, 정부도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에서도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다회용기 사용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규제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미래 세대가 쾌적한 환경에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나는 적십자회원이다

적십자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재난 긴급구호와 지원활동이다. 크고 작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제일 먼저 달려가 인명을 구조하는 일과 이재민들이 당장 먹고 잘 수 있도록 제 시간에 지원하는 일이야말로 적십자가 지난 수십년간 해온 일이다. 며칠 전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현장에도 예외 없이 적십자사의 봉사원들과 우리 구조팀이 달려가 소방서와 화성시와 협조하며 구조활동을 했다. 이번 화성 화재 이전까지 지난 2년여 동안 경기도에는 다행스럽게도 큰 재난이 없었다. 그러나 인접한 강원도나 충청도 또는 지난 잼버리대회 때는 전북까지 재난 지원에,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에는 경기도와 함께 긴급 구조는 물론이고 현장 회복을 위한 이재민 마을 건설에까지 참여했다. 법령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동으로 적십자회원이다. 몇 년 전에 회비를 세금처럼 강제 징수하면 안 된다고 국회가 결정한 후 지로용지를 가가호호 발송할 수 없게 됐고 각 시·군에서도 행정력을 동원해 회비를 징수하는 일이 없어졌다. 그러나 법령은 여전히 모든 국민은 적십자회원이고 회비를 납부해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원칙은 1905년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건국하면서 정식 근대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대한적십자사를 창립했고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문을 열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대한적십자사를 조직해 국제적으로 망명정부의 자격을 얻으려 했다. 그뿐만 아니라 1945년 광복되자마자 제일 먼저 만들어진 것이 조선적십자사의 문을 열고 국제적인 지위 확보에 나섰다. 이는 역사적으로 근대 세계 모든 국가가 국가로서의 위상을 인정받기 위해 적십자사의 조직을 하나의 전통으로 전제했다. 경기도에는 현재 약 1만5천명의 봉사원들이 봉사회로 조직돼 31개 시·군에서 긴급재난구호와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시는 4천600여 결연가정에 쌀과 반찬, 일용품을 지원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도에는 약 60만명의 적십자회원이 정기적으로 회비와 후원금을 보내오고 있다. 이런 참여와 후원이 우리 사회의 ‘생명’을 살리고 지키면서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적십자사는 하나의 조직이나 기관이 아니라 적십자운동이며 우리 국민은 그런 적십자정신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해가는 적십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적십자야말로 나라를 나라답게, 사회를 사회답게 만들어 가는 중심에 서 있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도움은 가까운 곳에 있지 않다

10여년 전부터 필자는 서울지역 몇 곳의 가정폭력상담소에서 피해자 상담을 하고 있다. 현재도 집단상담을 통해 여러 피해자를 만나는 중이다. 폭력의 다차원적 속성에 대해서는 이미 학자들이 권력관계, 사회시스템 측면에서 계보학, 위상학, 문화인류학 등의 방식으로 정리한 바 있다. 현장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직접 만나온 필자는 기호학적(언어적 상호작용과 상징 체계) 측면에서 폭력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대개 가해자는 자신에 대한 간섭, 개입, 자극 등을 금지, 불허하는 표현과 상징을 많이 사용하고 자신의 원가족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원가족에 대한 언급은 결국 가해자 자신을 가리키는 것과 같다고 인식한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가족구성원에게 다양한 경계를 설정하고 이를 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나 가해자가 설정하고 있는 금기들은 가족인 이상 넘을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오직 이해와 수용만을 원하고 자신이 무엇을 하든 문제 삼지 말라는 가해자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폭력이 발생하는 맥락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정체성을 일종의 ‘호모 사케르(Homo Sacer·함부로 해도 되는 ‘예외 상태’에 있는 존재를 뜻하는 말)’로 상정한다. 즉, 생명을 가진 존재이지만 자신을 자극하는 이상 존엄한 존재로 대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를 철저히 타자화하고 전근대적 순종을 요구하는 권력관계만 남는다. 물론 가해자는 가족 외부의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모습을 철저히 숨긴다. 가장 예민하고 쉽게 격정에 휩싸이는 사람이 가장 낙천적이고 주변 상황에 좀처럼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위장한다. 이러한 폭력을 기호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가해자는 원치 않는 자극(간섭, 듣고 싶지 않은 말, 자신을 수용하지 않는 모습 등)을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오히려 자신을 핍박받는 순교자라 여긴다. 자신은 그러한 죄를 응징하고 교화하는 차원에서 부득불 폭력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가해자의 망상적 인식에 가해자의 원가족, 심지어 피해자의 가족, 주변 지인들이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관계에 대해 너무 많은 고려를 하면서 폭력을 은폐하고 침묵하는 기간을 거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다. 피해자는 가까운 곳에는 도움이 없다는 것을, 도움은 지금까지 가장 멀게 느껴졌던 곳, 낯선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실제로 피해자는 공공 기관의 도움을 받으면서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에게 죄가 있고 이러한 죄를 세상에 공개해야만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다만 독립적인 삶을 선택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법률적인 문제 외에도 자녀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피해자에 대한 심리 지원을 넘어 주거, 일자리, 자녀 돌봄 등을 통합한 현실적인 지원이 더 필요한 대목이다.

[천자춘추] 무더위 이겨내기

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빨리 찾아왔다. 이제 7월 초인데도 염천(炎天)의 열기가 일상을 뒤덮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올여름은 무척 더울 거라고 한다. 지금이야 냉방시설이 잘 보급돼 피신할 곳이 많지만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보다는 선풍기에 의존해 버티는 경우가 많았다. 그보다 더 옛날에는 더위에 어떻게 대처했을지 궁금해졌다. 조선시대 왕들은 창덕궁 후원에서 수박과 참외를 즐겨 먹었고 얼음물에 꿀과 약재를 섞은 일종의 청량음료인 제호탕(醍醐湯)을 마셨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 선비들은 대나무로 만든 시원한 발과 등나무나 대나무로 만든 등거리 및 토시, 죽부인 등 다양한 여름 나기 물품으로 더위에 맞섰다. 정약용은 다산시문집에서 피서법 여덟 가지를 소개했는데 ①친구들과 바둑 두기 ②밤나무숲에서 활 쏘기 ③강변 누각에서 투호놀이 ④그네 타기 ⑤연못에서 연꽃 바라보기 ⑥매미소리 듣기 ⑦비 오는 날 시 짓기 ⑧달밤에 물가에서 발 씻기 등이었다. 가까운 과거인 1960년대 언론에 소개된 명사들의 피서법도 각인각색이다. 작가 유주현은 “바위를 30자나 뚫어 만든 우물에서 길어 올린 얼음 같은 물을 대야에 퍼 담고 살며시 발을 담근다”, 학자 이숭녕은 “바람 잘 부는 정원나무 그늘 아래서 집필과 독서의 무아경 속에 심신을 내던진다”, 판사 나항윤은 “산에 올라 얼음 같은 골짜기 물에 발을 담그고 도시생활의 오염물을 씻는다” 등등이다. 지금은 고속철도가 대신하고 있지만 한여름에 운행하는 피서열차도 성황이었다. 경춘선 피서열차가 탑승 인원 과다로 연착하는 바람에 통행금지 시간에 서울에 닿은 승객들이 역사에서 밤을 새우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천해수욕장행 피서열차도 큰 인기였다고 한다. 이 시절 경기도의 대표적인 피서지는 어디였을까. ‘동쪽 기슭에 수목이 울창한 풍치절경의 계곡과 용문사·상원사 등 고찰과 폭포, 산책 코스가 있는 용문산’, ‘해당화가 만발한 백사장 길이 1.5㎞의 덕적도 서포리해수욕장’, ‘물이 맑고 송림이 울창하며 모래질이 우수한 을왕리해수욕장’, ‘울창한 숲과 남한강의 물이 좋고 포플러 숲이 절경인 신륵사’ 등이 유명했으며 이 밖에 남한산성, 수락산, 북한산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피서지였다. 요즘의 피서지는 과거에 비해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단순히 더위를 쫓는 것 외에 더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뮤지엄 관람 등 문화를 매개로 한 피서도 인기라고 한다. 이번 여름에는 멀리 가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경기도의 수려한 산과 바다, 그리고 문화유산에서 더위를 이겨내는 건 어떨까. 장담컨대 가볼 데는 많다.

[천자춘추] 과포화된 공인중개사 자격증

우리나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공인중개사사무소. 하지만 지금까지 배출된 공인중개사가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치러진 제34회 공인중개사시험 합격자는 1만5천157명이었고 지금까지 배출된 공인중개사 자격자 수는 무려 53만6천여명으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55명당 1명이 공인중개사다. 가족과 친척 중 1명쯤은 공인중개사인 것이다. 국민 자격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운전면허증을 제외하고 이렇게 흔한 국가 자격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반면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전국 11만4천여개로 21%에 불과해 40만 가까운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소위 ‘장롱면허’로 전락하고 있다. 남발되는 국가 자격은 자격관리의 사각을 넓히고 이는 다시 일탈로 연결돼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는 게 상식이다. 운전면허증 발급이 쉬워지고 합격자가 많아지면 어이없는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의 남발도 자격의 특성상 국민의 재산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자격 운용정책의 명백한 실패다. 공인중개사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올해로 30년이 흘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수십년간 정부와 정치권에 호소하고 있지만 나아진 건 없다. 지난 몇 년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으로 전국이 몸살을 겪고 나서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업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겨우 귀를 기울이는가 싶더니 다시 조용해지고 있다. 부동산중개업계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개업 공인중개사 사무소 수가 지난 2022년 8월 이래 연속 23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4개월 동안 전국에서 무려 1천여개의 중개사무소가 줄어들었고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지만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권리금도 포기한 채 문 닫은 사무소들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상황이 당분간 나아지기 어렵다는 부정적 시선과 암울한 업계의 분위기를 수치로 대변하고 있다. 강력했던 고대 로마제국도 외세의 침략이 아닌 잘못된 국가 정책, 즉 ‘내부의 적’으로 멸망했다고 한다. 잘못된 국가 자격 운용정책이 국민과 나라를 병들게 하는 ‘내부의 적’이 될 수도 있음을 되새겨 볼 일이다.

[천자춘추] 모래알 사회와 정치의 역할

국민의 총력전으로 산업화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많은 청년들의 희생으로 민주화를 성취했는데 정작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행복감은 떨어지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쏟아지면서 중산층이 붕괴되고 취업과 결혼, 출산을 포기한 N포 세대가 출현했다. 한국인은 정부나 국회, 사법부, 지방자치단체 등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공적 부문의 신뢰 저하에 따른 영향으로 거짓말 범죄로 불리는 사기, 무고, 위증에 대한 고소·고발이 급증하고 있다. 바가지, 전세사기, 주가조작 등의 문제는 사회적 자본인 신뢰가 떨어지면서 발생한다. 서로를 믿지 못하니 불신과 갈등이 커지고 타인을 속여 이득을 보려는 이들이 늘어난다. 한국 사회는 불신의 임계치를 넘어섰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정부, 사회단체, 리더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이들에 대한 신뢰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불신이 만연하면 협력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을 수행하지 못한다. 국민은 정부의 일에 냉소적이고 정치권은 정파적 이익에 부합하는 일에만 합의를 보며 국민을 무시하고 한때 중재자의 역할을 했던 시민사회까지 신뢰를 잃었다. 신뢰가 없다는 건 타인과 사회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고, 내가 어려울 때 나를 도울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같은 복지국가는 한국과 달리 두터운 신뢰 사회다. 그들은 월급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내고, 세금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하는 데 동의한다. 나중에 자신이 약자의 처지가 됐을 때 정부가 세금으로 나를 도와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한국 사회는 남을 돕는 데 인색하고 나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위험과 재난에 대비하지 못하는 모래알 사회가 된 것이다. 믿음과 끈기가 없으니까 모아 놓으면 흐트러진다. 불안을 느끼지만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협력, 공동체의 회복을 향한 마음의 준비가 미흡하다. 불신 사회를 극복할 방안은 없는가?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자의 이익을 위한 극단적인 경쟁만 존재하는 사회를 벗어나 함께 사는 삶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지도력이 절실하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같은 꿈을 꾸게 만들고, 손을 잡게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과 의구심은 여전하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정치는 한 사회가 맞닥뜨린 공동의 과제를 슬기롭게 풀어내는 현실적인 기예이기 때문이다.

[천자춘추] 중국산 전기차 진입, 국내시장 대책은?

3년 만에 드디어 국내 시장에 중국산 승용 전기차가 수입된다. 이미 트럭, 버스 등 전기 상용차의 경우 중국산이 국내 시장에 살며시 들어와 있다. 전기버스는 50% 이상 잠식됐고 1t 전기트럭 내외의 생계형 전기트럭도 중국산의 잠식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고 까다로운 승용차 시장은 그동안 철저한 분석을 통해 이제야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형국이다.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비야디)의 두 가지 모델이 환경부 등 주무부서의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고 올 후반기에는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승용 전기차 수입에 관한 가장 큰 걱정은 이미 입증된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은 차종이라는 점이다. 중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본격 공략할 경우 국내 시장에 스며들 듯 판매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 같이 높은 관세 부과 등으로 진입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수출입 물량은 관세 등으로 인한 문제 발생 시 우리가 받는 피해가 훨씬 큰 만큼 함부로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의 경우 환경성이나 에너지 밀도를 이유로 불리하게 만들어진 낮은 보조금제도 등을 활용하고 있으나 여전히 가성비가 좋기에 우리에게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국내 시장은 그리 크지 않지만 중국의 경우 미국과 유럽이 막히면서 새로운 활로 모색과 관문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우리의 시장 잠식은 중요한 잣대가 된다. 중국산 완성 전기차 판매는 물론이고 반제품 형식으로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하고 인증을 받아 해외시장에 함께 진출하자는 제의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를 우회전략을 극대화하는 관문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다. 이미 글로벌 주요 국가에 자국 우선주의가 보편화되면서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저가 배터리와 전기차 공세는 우리 시장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측면에서 더욱 고민해야 한다. 확실한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천자춘추] 경기도의회에 SOS 외치다

제4차 국가철도사업에서 용문산역이 배제됐다. 용문산을 활용한 양평군의 관광정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이었다. 2020년 5월29일 용문산관광지가 속해 있는 용문면 신점리 일대 주민들은 용문산역유치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뒤이어 양평군에서도 2022년 8월30일 민관합동 비대위를 결성했고 용문산역비대위원장을 민관합동추진위원회 단장, 양평군 부군수를 부단장으로 선임해 민관합동 총력체제를 구축했다. 양평군의회에서는 일찍이 2020년 11월26일 용문~홍천 철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건의안을 제정했고 경기도의회에서는 2022년 9월7일 용문~홍천 광역철도 선도사업 조기 착공과 중간 정차역 반영 촉구 건의안을 제정해 대외기관에 발송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2022년 10월8일 용문천년시장에서 열린 우수시장박람회장을 방문해 용문산역 정차를 지원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검토를 통과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검토에서 용문산역을 제외한 데서 오는 당연한 활동이었다. 본 사업은 대도시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10조와 대도시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13조를 근거로 제정된 국토부 훈령 제439호에 의해 광역철도사업 업무처리지침 제9조(사업비 분담)에 국가와 지자체는 70 대 30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강제규정으로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광역사업의 한 축인 경기도가 사업비 분담을 거부할 경우 이 사업은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다. 두 지역 간 상견례에서는 경기도와 양평군이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홍천군이 사업비를 대납하겠다는 진담 섞인 농담이 오간 적이 있다고 한다. 최근 기류를 보면 용문산역이 배제되고 홍천으로 직행하는 노선을 굳히기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양평군의회와 경기도의회는 용문산역 정차를 반영해 달라는 건의문을 제정했듯이 이번에는 용문산역이 배제되는 용문~홍천 철도사업의 사업비 분담 납부를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제정해야 한다. 이에 따른 결의문을 국토부와 기재부에 전달해 국토부로 하여금 다시 검토할 수 있게 조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가 눈을 감고 귀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국토부와 기재부가 행정 편의 입장에서, 정치성마저 개입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드는 가운데 기계적으로 용문에서 홍천으로의 직선 노선이 결정되면 오랫동안 양평군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이는 경기도를 위시한 수도권 주민들이 수도권의 허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막아 버리는 것이다. 또 기재부가 예타심사 기준 완화를 통해 지역균형성 발전의 비율을 확대해 정책성 결정을 확대한 의미는 없어지고 만다. 경기도의회와 양평군의회의 결기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 부담금 납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 사업은 ‘all or nothing(양자택일)’이 되고 말 것이다.

[천자춘추] 경제는 예술로 난다

5월 초 김동연 지사가 미국의 세계 굴지 기업들과 1조4천억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캘리포니아·워싱턴·애리조나주와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 6개 기업과 도내 기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를 놨다는 것이 골자다. 분야도 유통, 이차전지 신소재와 반도체 소재, 전기차 부품은 물론 구글과 인공지능(AI)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 등 다양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점은 도내 기업과 이들 기업의 재화 가치인데, 후자는 ‘미국적’이라는 무형문화가 곱해져 기하급수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역시 문화예술로 도내 기업의 재화 가치를 천배 만배 높일 때가 무르익었다. 이런 맥락에서 클리브랜드뮤지엄에서 때마침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쿠튀르: 세대를 이은 혁신’ 전시와 개막 포럼, 댄스파티는 경기도 예술과 경제의 함수관계에 대해 큰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경기도 관찰사 심연(1587~1646)의 중치막이 미국에서 최초로 대거 공개되면서 실체가 불분명한 경기도의 문화적인 아이덴티티가 서울 넘어 세계로 직통하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는 데서 그렇다. 미국 사람들에게 심연의 중치막은 그냥 옷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혼이었다. “400년 전에 오고 싶었지만 그때는 미국이 없었다”고 심연이 된 박물관장인 필자가 인사를 건넨 후 본격 시작된 뮤지엄의 보존과학 전문 학예사들과의 포럼은 호기심 천국이었다. 정미숙 학예사가 청송심씨 사평공파 심연 묘의 구조와 중치막이 발굴-보존처리-전시되기까지 5년간의 과정을 PPT로 보여주자 생전 처음 보는 옷의 패턴의 현대성에 놀랐고 삶과 죽음을 분리가 아닌 하나로 여긴 조선 사람들의 사유세계에 대한 끝없는 질문이 쏟아졌다. 더 나아가 인간이 옷을 왜 입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생각하게 했다. 석기시대 사람들은 중요 부위만 가린 채 옷을 벗고 살았다면 미국, 한국 할 것 없이 현대인들은 몸에 쫙 붙는 내복, 청바지, 외투, 정장까지 기능성 옷을 입고 있다. 하지만 조선 선비들은 이들과 다른 제3의 바람과 구름이라는 자연을 옷으로 입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심연의 중치막은 양팔을 벌리면 3m에 육박한다. 180cm 팔척 장신이라 해도 서양의 정장과 비교하면 너무 비현실적이다. 심연은 실용은 물론이고 몸과 옷 사이의 여백, 즉 대자연의 기운과 하나 되는 마음의 여유까지 입었던 것이다. 여기서 옷에 구속된 몸을 해방시키면서 현대인들에게 헐렁한 자유를 입힌 앙드레 김, 이상봉, 이진윤의 작품들이 조선 중치막의 후예들임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깨달았다. 이들 패션은 전통 단절이 아니라 현대로의 도약이었고 미니멀리즘의 끝판 왕인 중치막의 곡직 패턴까지 생각하면 인간의 내일 옷까지 입는다. 요컨대 조선 선비의 자연과 일체가 된 생사일여의 삶의 세계가 심연의 중치막을 고리로 훤하게 드러나는 데서 ‘경기’라는 정체성과 세계성까지 각인되고 있었다. 밤에 벌어진 개막 댄스파티에서는 400년 시공을 초월해 심연의 복식이 경기 예술의 시그니처로 각인되면서 춤과 포토존으로 미국 사람들의 혼을 빼놓았다. 그리고 윌리엄 그리스월드관장과 업무협약(MOU) 체결, 캐나다 온타리오뮤지엄의 전시 기획 요청에서는 왜 경제가 예술과 양 날개로 날면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절감했다. 유형의 경기도 재화는 무형의 예술정신, 그것도 수천 수만 년 경기 역사 전통의 가치로 각인될 때 기하급수적인 효과를 창출한다. 경기 경제가 이제 예술을 입고 상하이로, 하노이로, 세계로 날 때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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