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인간의 연약함, 마음 읽기

김택수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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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보다 더 깨지기 쉬운 게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깨질수록 더 단단해지는 것도 사람의 마음이다. 인생은 결국 자기 마음의 여행일지도 모른다. 죽도록 깊은 심연의 계곡을 지나기도 하고 날아가도록 기쁜 환희의 순간을 맞기도 한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작품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는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한 스웨덴 한림원의 선정 이유를 전해 들었을 때 내 귀엔 유독 ‘연약함(fragility)’이라는 단어가 꽂혔다. 역사적 트라우마는 소재이고 시적 산문은 기교일 뿐 그가 천착했던 건 ‘날것’ 그대로의 인생이었다. 세계 여덟 번째 고봉 마나슬루봉(해발 8천163m)을 세계 최고령으로 등정해 기네스북에 오른 경기도 산악인 남상익 대장(71), 김덕진 대원(66)의 성공 스토리를 들었을 때도 첫 느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였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큰 고비가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게다. 안세영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에 대해 느끼는 경외심도 다르지 않다. 얼마나 많은 고된 훈련과 갈등과 좌절, 실패의 상흔으로 고단했을까라는 마음속 연민과 공감이 먼저다.

 

만만한 세상은 없다. 세상의 변화는 찰나의 성공이나 실패의 결과가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인간의 연약함을 이해하고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시작된다. 사람이 사람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어달리기’ 과정을 함께 하는 일이다.

 

세상이 힘들다. 체육계는 더 시끄럽다. 서로 바꾸려 하지 않고 너만 바꾸라고 윽박지른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허상의 법제도가 아니라 인간의 연약함을 이해하고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이어달릴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서 새 출발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너와 나 마음 읽기부터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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