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경기학회의 새로운 10년 위해

지난 10일은 ‘경기학회’가 10돌을 맞이한 날이었다. 경기학회는 2015년 4월10일 경기지역학을 연구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경기도의 정체성과 경기지역사회의 현재 및 미래를 통합 학문 관점에서 연구해 경기학을 정립하고 지역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창립됐다. 창립 취지에 따라 경기학회는 경기학을 정립하기 위해 경기지역학을 연구한다. 경기도라는 지역을 대상으로 역사, 문화, 사회, 정치,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존의 향토학 혹은 지방학이라는 용어와 달리 확장적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지역학은 행정구역에 따라 연구 대상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역사·문화적으로 공유되거나 인접한 지역을 유연하게 접목시키며 다양한 관점과 방법을 통해 접근한다. 그래서 지역학은 지역의 물리·지리적 공간뿐 아니라 그 공간을 관통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 지역 정체성, 지역민의 자긍심,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지역 공동체, 지역 자원의 보존 및 활용 등을 연구함으로써 지역발전의 근간이 될 수 있다. 경기학회가 경기지역학을 표방하는 것은 경기도를 이루는 행정단위로서 31개 시·군의 경계를 넘어 경기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발굴하고 보존하며 나아가 이를 활용함으로써 경기지역의 발전과 함께 경기지역민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가꿔 나가기 위함이다. 동시에 지방자치단체로서 31개 시·군의 고유한 지역학이 시·군별로 정립될 수 있도록 학문적 노력을 함께함과 동시에 행정단위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경기지역학 연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창립 이후 10년의 시간 속에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논했으며 대학, 연구소, 기관 및 단체 등에 소속된 회원들의 자유로운 연구와 논의가 이뤄져 왔다. 지역학이 단지 과거 자료에 기반한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현재의 시공간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만들어가는 초석을 놓는다는 점에서 경기지역학 연구 플랫폼으로서 경기학회의 새로운 10년은 경기도뿐 아니라 31개 시·군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한 축이 됨과 함께 글로컬 시대를 선도하는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동력이 되고자 한다. 창립 20주년인 2035년은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른 지역학 연구자들이 모이는 연구 플랫폼으로서 경기학회가 되길 기대한다.

[천자춘추] 장애 유형별 교육, 특혜 아니다

사지육신 멀쩡한 사람도 살기 힘든 세상이다. 하물며 신체적, 정신적인 장애를 지닌 장애인들은 장애가 발생한 순간터 완치 또는 일생 동안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겪게 된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배려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고려와 조선에서는 장애 유형을 고려해 악공, 안마사, 침구사, 점술사 같은 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했으며 흉작으로 인한 식량난 속에도 장애인에게 우선적으로 식량을 배분했다. 또 일반인에게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상벌을 명확히 하기도 했다. 오늘날에서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돼 장애인 관련 정책을 주관하고 있으며 ‘맞춤형 지원으로 장애인의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실현하는 행복사회’라는 목표 아래 장애인의 사회적 배제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장애인의 평등한 삶을 실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장애의 유형이다.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 유형을 명시하고 있는데 2019년 6월30일 법령 개정 이후 장애 유형은 총 15가지로 구분된다.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안면장애, 신장장애, 심장장애, 호흡기장애, 간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다. 경기도데이터드림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경기도 장애인은 총 58만7천910명이다. 경기도는 도내 각 시·군에 총 32개소의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기관에서는 2024년 기준으로 총 2194개의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교육프로그램에 있어 특화가 필요한 장애 유형은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뇌전증장애인, 지적작애인, 정신장애인, 자폐성장애인으로 분류되는데 이들 유형의 인구 비율은 전체 경기도 전체 장애인 인구 대비 각각 43.83%, 9%, 9.28%, 15.69%, 0.87%, 0.24%, 8.63%, 3.4%, 2.24%였다. 한편 이들 유형을 대상으로 설정된 프로그램 수는 각각 140개, 130개, 101개, 84개, 87개, 75개, 387개, 77개, 383개였다. 이 수치들을 분석해 보면 자폐성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 수가 상대적으로 가장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구 비율에 비해 자폐성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현저히 많으며 이는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과 비교할 때 불균형한 분포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2023년 말 장애인 특수교육의 실태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다시금 통계를 확인한 결과 그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애 유형별 교육은 특혜가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의무다. 이동이나 보행의 평등 실현만큼이나 교육에 있어서도 평등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다. 그만큼 결코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된다. 장애 여부 및 유형과 무관하게 교육의 기회는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천자춘추] 지속가능한 육성

경기도는 올해 초 ‘2025년 경기도 사회적경제 통합 사업설명회’에서 사회적경제 조직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사회적금융 지원 확대와 온·오프라인 판로 개척 지원 등이다. 이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도가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적극 지원으로 매출 100억원 이상의 임팩트 유니콘 100개 육성 등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런 적극적인 육성 정책과는 별개로 사회적으로 이런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지원의 실효성이나 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생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 9월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육성’에서 ‘자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런 정책 변화는 관련 기업의 활동 축소와 함께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지원의 타당성 논란을 더욱 강화시켰다. 우리나라는 2007 사회적기업기본법과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등의 제정을 시작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작년 기준 3천700여개의 사회적기업과 2만개에 육박하는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급성장을 이뤘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으로 이룬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바로 문을 닫는 조직이 대다수일 정도로 질적인 성장이 더딘 것도 사실이다. ‘육성’이 정책적으로 성장을 지원하는 의미를 갖는다면 ‘자생’은 다른 지원이 없이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생은 사회적경제기업도 일반 기업처럼 수익성을 추구하라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기업이 취약계층이나 돌봄과 같은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라고 했을 때 일반 기업들과는 다른 육성이나 지원 방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국내 사회적경제의 규모가 전체 시장의 1% 미만(2023년 경기사회적경제원 추정)이라고 했을 때 아직 대다수의 기업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육성을 위한 지원은 지속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다만 해당 기업의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일괄적 지원보다는 단계적 지원이 필요하고 사회적경제기업의 생존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제도 개선과 금융이나 판로 개척 등의 생태계 육성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천자춘추] 슈만의 사랑이 담긴 ‘피아노 4중주’

슈만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는 음악가들의 여러 사랑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유명하다. 부모님의 뜻대로 안정적 생활을 위해 법대에 입학했던 청년 슈만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스승인 비크를 만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른손에 영구적인 부상을 입으며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은 좌절됐고 그 대신 스승의 외동딸이자 뛰어난 피아니스트로서 장래가 밝던 클라라를 사랑하게 된다. 클라라가 아직 성년도 되지 않았기에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긴 스승 비크와 법적 투쟁까지 벌인 끝에 결혼하게 된 슈만은 출판업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에 따라 문학적인 재능도 있었기에 피아노 대신 음악평론과 작곡을 통해 생계를 꾸린다. 신음악지의 편집장을 맡아 주필로서 쇼팽, 베를리오즈, 브람스 등을 찬사해 세상에 널리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취약했던 집안 내력에 따라 양극성 장애를 앓았던 슈만은 조증이 왔던 시기에는 왕성한 작곡활동을 보여줬으나 울증이 왔던 시기에는 작곡을 전혀 못하기도 했다. 1840년 클라라와 결혼한 슈만은 정신적 안정을 얻고 ‘가곡의 해’라 불릴 만큼 그해 많은 가곡작품을 쏟아내며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1841년에는 보다 거대한 규모의 교향곡을 작곡했고 1842년에는 ‘실내악의 해’로 불릴 만큼 피아노 4중주와 피아노 5중주 등의 걸작을 발표했다. 특히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4명이 주고받는 내밀한 사적 대화 같은 피아노 4중주 op.47은 요즘 성격유형검사(MBTI)에 따르면 ‘극 I’(내향적 성향)였을 듯한 슈만이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신혼의 달콤함 속에서 부인이자 뛰어난 피아니스트인 클라라를 위해 피아노를 포함시켜 은은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듯하다. 귀족의 살롱 중심의 음악회에서 벗어나 교향곡이 중심이 되는 거대한 공공음악회가 성행하기 시작한 당대에 바그너, 베를리오즈 등의 신독일악파에 의해 고루하다고 비판받던 장르인 실내악은 이러한 슈만과 브람스 등의 걸작 덕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었다. 특히 3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는 낮은 음역에서 가슴을 잔잔히 적시는 첼로의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해 바이올린과 비올라로 이어지는 따뜻한 선율이 일품이다. 찬란한 봄 로맨틱한 슈만의 사랑을 생각하며 들어보기 적절한 클래식이리라 확신한다.

[천자춘추] 새로운 시대정신 ‘분권·자율’

윤석열이 드디어 파면됐다. 국민의 승리이자 민주주의 승리다. 군사독재 시절에서나 볼 법한 불법 계엄을 접한 국민은 역사의 퇴행을 막기 위해 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무엇보다 이번 탄핵 집회에서는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알렸다.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라는 편견을 깨고 MZ세대는 적극 탄핵 집회에 합류했고 새로운 집회문화를 이끌었다. 종이컵에 끼운 촛불 대신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휴대전화 플래시가 등장했다. 거리 곳곳에서는 민중가요와 함께 케이팝이 함께 어우러졌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획일적인 피켓 대신 개성 있는 문구가 적힌 각양각색의 야광봉과 깃발을 들고 각자의 방식으로 탄핵 집회에 참가했고 ‘선결제’, ‘SNS’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와 화합의 정신을 실천했다. 중앙무대의 일사불란한 통제하에 진행된 기존의 집회와 달리 개인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드러난 MZ세대의 참여는 윤석열 탄핵 집회를 더욱 풍요롭게 했다. 결국 윤석열은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앞에는 윤석열과 검찰 정권이 층층이 쌓아 놓은 낡은 적폐와 내란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윤석열이 손바닥에 ‘王’자를 써 놓고 무소불위의 횡포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권력이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권력은 오랫동안 한곳에 고이면 남용되고 부패하는 것이 만고의 진리다.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예산과 권한을 지방정부로 과감하게 이양해 대등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지방의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 또 지방의회법을 제정해 과도하게 쏠린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지방의회와 동등하게 나눠야 한다. 장강(長江)은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야 흐른다. MZ세대가 탄핵 집회 현장에서 보여준 새로운 시대정신은 다양성, 즉 분권과 자율성이다. 낡은 시대의 상징인 중앙집권화된 권력구조를 과감하게 깨고 지방분권과 자율의 시대를 향해 전진할 때다.

[천자춘추] 꽃으로 만드는 지속가능성

우리가 애용하는 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플라워 산업도 ‘지속가능성’이라는 전 세계적인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사람이 꽃을 소비하면서도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하곤 한다. 플라스틱 포장재나 먼 나라에서 수입한 꽃들이 환경에 미치는 탄소발자국은 결코 적지 않다. 플로리스트로서의 역할을 환경 보호와 결부해 생각한다. 플라워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포장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요즘은 꽃 포장 때 종이 재질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긴 했지만 여전히 비닐류 사용이 많다. 플라스틱 포장재 역시 사용이 빈번한데 이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꽃을 가꾸거나 판매하는 이들, 혹은 소비자들은 자연과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테다. 이를 가꾸거나 포장하는 방법 역시 자연과 식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방안을 활용한다면 더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지역에서 재배된 친환경 꽃을 선택하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플라워 업사이클링’은 남은 꽃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는 창의적인 방법이다. 시들어가는 꽃잎을 모아 천연 염료로 사용하거나 드라이플라워로 변환해 장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친환경적으로 재배된 공정 무역 꽃을 선택하는 것은 생산자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혼식 장식 후 남은 꽃을 활용해 기념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버려질 뻔한 꽃을 재활용해 고객은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고 플로리스트 역시 꽃의 아름다움에 사회적 가치와 의미까지 더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꼈다. 지속가능한 플라워 산업은 소비자와 플로리스트가 함께 만들어 나갈 때 가능해질 것이다. 나아가 플라워 업사이클링은 예술의 경지로도 발전할 수 있다. 시든 꽃잎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꽃을 말려 북마크 같은 실용적인 소품으로 만들어 보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창작 활동은 환경 보호의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아름다운 결과물을 제공한다. 꽃을 활용한 친환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지속가능한 우리 삶의 미래를 함께 꿈꿔 보는 것은 어떨까.

[천자춘추] 체육의 봄

‘Opening a New Era for KSOC’. 대한체육회가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의미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대한체육회장선거는 예상을 깨고 젊은 탁구 영웅이 승리를 거두는 이변이 연출됐다. 또 체육회의 굵직한 현안 중 하나인 ‘2036년 올림픽 유치 신청 국내 후보지 선정’에서도 서울을 제치고 전북이 선정되면서 유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또 한번 이변이 일어났다. 심지어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 출범 105년 만에 첫 여성 사무총장을 발탁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처럼 요즘 국내외 체육계에는 변화의 요구와 함께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스포츠 대통령’이라 불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 최초의 여성, 그것도 아프리카 짐바브웨 출신 커스티 코번트리가 당선됐다. 42세로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위원장인 그는 2004년과 2008년 올림픽 수영 여자 배영에서 연속 금메달을 딴 ‘짐바브웨 수영 영웅’이다. 특히 코번트리의 당선은 오랜 기간 뿌리 내린 ‘유럽·남성’ 중심의 IOC ‘유리천장’을 깬 대단한(?) 사건이다. 당선 배경을 보면 IOC 위원 109명 가운데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 위원들이 최연소 후보(1983년생)인 그녀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겨울 시즌 국내 체육계는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회원 종목단체 회장들을 선출하는 선거가 이어졌다. 경기도체육회도 산하 종목단체 총 69개 가운데 68개 단체가 회장 선거를 마무리했다. 지난 겨울은 정치적으로 어지러운 시기였지만 체육계도 그에 못지않은 잡음과 혼선이 이어졌다. 과거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화합’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후보들을 중심으로 갈라졌던 단체 구성원들을 다시 하나로 뭉치는 조치를 가장 먼저 취해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거 후에도 분열된 조직의 ‘화합’보다 권력 주변인들을 위한 ‘끼리문화’, 즉 그들만의 조직문화가 만들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선수, 지도자, 동호인, 심판 등을 위해 할 일이 산적한 체육단체에서만은 ‘화합’이 최우선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가 그토록 변화를 갈망하며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는 이유는 다양성을 수용하고 발전적인 ‘진화’를 바라기 때문이다. 많은 이변을 연출하며 새롭게 등장한 국내외 체육계 수장들이 과연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갈등과 반목의 겨울이 가고 다시 움트고 있는 ‘체육의 봄’은 또 어떤 모습의 꽃을 피울지 기대가 크다. “오늘 유리천장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 투표 결과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줬으면 좋겠다”는 사상 첫 여성 IOC 위원장 커스티 코번트리의 당선 소감처럼 이번 봄에는 국내 체육계에도 많은 ‘희망’이 싹틔우길 바라본다.

[천자춘추] 트럼프가 쏘아 올린 자유무역의 종언

하버드대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역사의 종언’에서 냉전 말기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종말과 함께 세계는 자유민주주의가 인류를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인도할 것을 예측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되자마자 우방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자유무역의 종식을 알리는 국수주의와 보호주의를 선포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단순한 무역갈등을 넘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다. 자유무역 체제 아래 세계는 수십년간 협력과 공동 번영을 추구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훼손하고 경제적 민족주의를 강화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는 그 규모와 내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추가로 ‘상호주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기존 20%에서 추가 34%가 부과돼 총 54%의 관세를 부담하게 됐고 베트남 46%, 유럽연합(EU) 20%, 일본 24%, 한국25% 등으로 높은 관세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중국은 즉각 미국산 농산품과 자동차, 항공기 등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EU도 미국산 상품에 대해 맞대응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자동차 및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이며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자국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무역 전쟁의 확대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 둔화와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위험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 불황과 지정학적 갈등의 심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 구조여서 이번 관세 폭탄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양국 간 무역 갈등은 한국의 수출을 감소시키고 산업경쟁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자동차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 성장 둔화와 고용 불안도 우려된다. 이러한 도전에 직면한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줄이고 다변화된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EU, 중남미 등 새로운 시장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기술자립도와 내수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또 국제사회와 적극 공조해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고 자유무역 질서를 지켜야 한다. 다자무역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WTO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분쟁을 조정하는 외교적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은 지금까지 서방세계의 경쟁자이고 잠재국 적대국이었던 중국에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결론은 미국이 의도하지 않았던 국제사회에서의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천자춘추] 농업에도 필요한 희망퇴직·세대교체

농업에도 ‘희망퇴직’과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기업에서는 오랜 경력을 쌓아온 직원들이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희망퇴직을 선택하고 그 자리를 신규 채용된 인재들이 이어받는다. 이를 통해 기업은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갈 수 있다. 농업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선순환이 필요한 산업이다. 현재 농업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세대교체다. 농업인 평균 연령이 68세를 넘어서고 10년 후에는 농사를 지을 사람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농업에 뛰어들고 싶어도 농지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도다. 농업에도 희망퇴직 개념을 도입해 고령 농업인에게 안정적인 은퇴를 보장하고 신규 진입하는 농업인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제도다. 많은 농업인이 연로함에도 불구하고 농지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농사를 그만두면 안정적인 소득이 사라지고 땅을 팔더라도 이후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불금을 받으면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다.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도는 최근 10년 이상 농업 경영을 하고 있는 만 65세 이상 만 84세 이하의 농업인이 3년 이상 소유한 농지를 청년농업인 등에게 양도하고 은퇴하는 경우 1ha 기준 최대 10년간 매월 최대 50만원의 직불금을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보조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일시지급 방식을 도입해 가입자의 경제 상황에 따라 보조금 지급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매도조건부 임대로 선택할 경우 직불금과 더불어 농지연금과 임차료도 함께 받을 수 있다. 또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도로 이전된 농지는 ‘맞춤형농지지원사업’을 통해 창업과 성장을 꿈꾸는 농업인에게 돌아간다. 성장하는 미래 세대에게 저렴하게 우량 농지를 제공해 든든한 발판을 마련하게 하고 더 나아가 ‘비축농지 임대형 스마트팜사업’을 통해 스마트팜 시설이 설치된 농지를 장기간 임대해 시설에 큰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운 농업인을 지원한다. 땅을 물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농업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도는 농업의 미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다. 농지은행 사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고령 농업인의 안정적인 은퇴와 청년 농업인의 진입장벽 완화, 농업구조 개선 및 경쟁력 강화 등 농업인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농지 거래를 넘어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다.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땅을 맡길 때다.

[천자춘추] 진짜 같은 거짓말, 거짓말 같은 진짜

“진짜래?” 4월1일 만우절이면 느닷없는 뉴스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댔다. “에잇~” 만우절 장난이라는 답변을 들을 때면 깜빡 속은 내가 한심해서, 깜짝 속인 상대가 얄미워 입 밖으로 실망스러운 마음이 새어 나왔다. 지인들 사이의 장난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이 그럴듯한 가짜 뉴스를 쏟아내는 날인 만우절.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용서가 되는 날이라지만 영국의 BBC며, 미국의 ABC며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내보낸 가짜 뉴스에 속았다가 만우절 장난이라는 걸 알고 나면 괜스레 부아가 치밀었다. 사실을 전달해야 할 뉴스매체가 앞장서 가짜 소식을 전하다니. ‘에이프릴 풀스 데이(April Fools’ Day·4월 바보의 날)’, 서양에서 유래한 풍습이라 그런지 나와는 영 맞지 않았다. 그러다 간혹 어떤 뉴스는 거짓이기를 바랐다. 2003년 4월1일 홍콩 스타 장국영(장궈룽)의 사망 소식이 그랬고, 1988년 4월1일 천호대교 버스 추락 사고가 그랬다. 만우절에 전해진 거짓말 같은 슬픈 소식이 제발 사실이 아니길, 만우절 장난이길 바랐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만우절은 내게 영 탐탁지 않은 날이었다. 무엇보다 덮어놓고 의심부터 해야 하는 게 피곤했다. 게다가 거짓말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며 믿지 않았는데 사실인 게 확인되고 나면 소식을 전해준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게 미안했다. 거짓말이 왜 재미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더니 요즘은 매일이 만우절이다. 가짜 뉴스에 딥페이크까지. 교묘하게 위장해 진짜 같은 거짓말이 넘치는 요즘, 언론의 만우절 뉴스 정도에는 사람들이 속지 않는다. 어떤 게 진짜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허위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 거짓이 진짜라고 믿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거짓임이 드러났는데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언론의 만우절 뉴스가 확연히 줄었다. 언론까지 나서 가짜 뉴스를 만들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차라리 4월1일 하루 가짜 뉴스가 나오던 그때가 좋았다. 영 탐탁지 않았던 만우절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만우절을 즐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스위스에 스파게티가 열리는 나무가 있다고, 남극에서 하늘을 나는 펭귄 무리가 발견됐다고 사람들을 속이던 언론의 만우절 장난이 부활했으면 좋겠다. 만우절 하루를 뺀 나머지 364일은 진짜만 있었으면 좋겠다.

[천자춘추] 청소년 교류 활동

청소년기와 성장은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신체적 성장은 물론이고 정신적·사회적 범주에서 성인기로 전환되는 성장의 과정을 겪는다. 이를 위해 생물학적 영양분이 필수적이지만 청소년 수련 활동, 청소년 문화 활동, 청소년 교류 활동 등을 통한 경험도 전인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청소년 교류 활동은 지역, 국가, 세대, 문화 교류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활동으로 정의되며 청소년들은 다양한 형태의 교류 활동을 통해 소통과 이해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교류 활동은 크게 국내 및 국제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국가, 지역, 문화, 학술, 스포츠, 예술 교류 등 다양한 형태로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에서 교류하며 협업과 소통 능력을 기르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자기주도적 성장을 경험한다. 또 다양한 문화와 관습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문화적 감수성을 높이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국제적 안목을 키울 수 있다. 청소년 교류 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경제적·지역적 격차로 인해 일부 청소년들이 참여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단순 방문이나 일회성 행사에 그쳐 깊이 있는 교류가 부족한 사례도 적지 않다.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원활한 소통이 어려울 수 있으며 주최 기관이나 단체의 역량에 따라 프로그램의 질적 차이가 크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요인은 교류 활동의 교육적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 청소년 교류 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교육기관, 청소년 단체, 기업 등 유관 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체계를 마련하며 다양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청소년지도사의 체계적인 교육으로 실질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청소년들 역시 적극적인 자세를 갖추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로 교류 활동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 체계가 확립돼 청소년들의 참여 기회가 확대되면 청소년 교류 활동은 전인적 성장을 위한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천자춘추] 같은 상황, 다른 행복

지난주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휴식시간, 직원들은 올해 응원하는 팀의 성적을 전망하며 열띤 토론을 한다. 1승1패. 지난 주말 필자가 응원하는 팀의 개막전 성적이다. 승률 5할이지만 연승을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라서 행복합니다”. 다른 팀을 응원하는 옆 후배는 같은 5할의 성적에 노래까지 흥얼거린다. 2경기 만에 벌써 1승이라니.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느 팀 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 직원에게 우승은 목표가 아니다. 꼴찌를 해도, 18연패를 해도 여전히 행복한 듯하다. 월요병에 시달리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싱글벙글, 고객과 상담하는 모습에서도 활기가 넘친다. 덩달아 민원을 갖고 방문한 고객의 어두운 얼굴도 환하게 바뀌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들이 1994년 발표한 ‘서비스-이윤연계(Service- Profit Chain)’ 이론에 따르면 직원 만족도(행복)가 높아지면 직원의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도 증가하고 고객 만족도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와 이익이 향상된다고 한다. 필자가 속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도 고객 만족을 위해 고객헌장과 임직원 행동강령 제정을 통해 업무 혁신, 투명한 경영, 사회적 책임 이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온비드 같은 고객 접점에 있는 업무 시스템을 인공지능(AI) 기반의 콘텐츠로 보강해 고객 편리성을 한층 더 높였다. 고객 만족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직원에게는 개인 사정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와 격지근무 애로 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스마트워크센터 확대 등 개인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마음건강 프로그램’을 통해 업무 중 경험하는 다양한 원인의 스트레스에 대해 심리적 해결을 돕고 있다. 필자도 실무자가 참석하는 회의와 허심탄회 런치 등을 개최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매일 아침 직원들에게 밝은 웃음으로 먼저 인사하는 습관을 실천하고 있다. 그게 바로 직원 행복을 위한 작은 노력이라 믿기 때문이다. 야구 전문가는 아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후배 직원의 행복 원천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부심이라고 생각한다. 구단이 키운 유망주가 성장하고, 용병이 합류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거라는 희망과 긴 연패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응원한 강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캠코 경기지역본부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부심에서 행복을 찾는 조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강한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면 고객과 직원, 우리는 모두 행복할 수 있다.

[천자춘추] 갈등에 관하여

어느 마을 한가운데로 작은 도랑이 흐른다. 동네 사람들은 그곳에서 어울려 빨래도 같이하고 멱도 감고 오손도손 살아갔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도랑의 폭이 점점 늘어만 갔고 마을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도랑이 넓어지는 이유를 남 탓이라고 한다. 도랑은 점점 넓어져 이제 도랑을 건너려면 다리가 필요했고 도랑 주위에 사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좌우로 옮겨가야만 했다. 점차 도랑의 폭은 강의 폭으로 변하고, 전에 만들었던 다리는 없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도랑 주위에 살던 사람들은 이 마을은 이어져야 한다며 열심히 새로운 다리를 만들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양쪽 끝에 살던 사람들이 도랑이 넓어지게 된 건 건너편 사람들 때문이라며 그 사람들과는 절대 같이 살 수 없다며 어렵게 놓은 다리마저 끊어 버리려 했다. 더욱 억울한 것은 도랑 주위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강제로 갈라졌는데 그마저 건너편 사람들과는 절대 살지 못한다고 선언하라고 한다. 저 건너편에는 내 형제와 친구들이 있는데도 그들은 강제로 선택을 강요당한다. 마침내 있던 다리마저 부숴버리고 그들은 서로 영원히 단절하고자 한다. 머지않아 어찌 된 영문인지 강폭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시 옛날처럼 폭이 줄어들어 도랑으로 변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후 이 마을이 어찌 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방향이 서로 반대여서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나무와 돌도 아니고 식물이며 자라는 방법도 거의 비슷한 제일 가까운 축에 속하는 두 식물이다. 이번엔 네가 먼저 올라가고 다음에 내가 올라가고, 그 다음에는 순서를 바꾸면 싸울 일도 다툴 일도 없는 속칭 ‘절친’인 사이인 것이다. 결국 어찌 보면 갈등은 가장 친한 사이끼리 벌어지는 일이다. 다시 보지 않을 만용, 세상 다 필요 없고 나 혼자만 산다는 독불장군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퇴로는 열어 두자. 나라가 어렵고 갈등 천지다. 어느 동네 이야기처럼 있는 다리마저 부숴버리는 바보짓을 하지 말자. 갑자기 다시 훅 다가올, 강폭이 줄어들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그 건너에는 형제자매, 친구, 스승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곧 벚꽃이 필 것이다. 우리는 환호할 것이고 벚꽃이 지면 잊을 것이며 어느 나무가 벚나무인지도 모르고 또 1년을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삶인 것이다. 사랑하며 살자. 그 기한도 기껏해야 100년인걸....

[천자춘추] 아동학대 선제적 대응 필요

아동학대를 비롯한 모든 위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전수조사 같은 사후적 대책이 이뤄지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장기결석아동 6천817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59명에게서 아동학대 등의 이상 징후가 발견됐으며 이 중 20명은 범죄 정황이 포착돼 수사 의뢰됐다. 또 같은 해 출생미신고 아동 2천123명에 대한 조사에서는 1천25명의 생존이 확인됐지만 249명은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814명은 현재 수사 중이다. 2021년에는 전국 아동복지시설 778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38개 시설에서 230건의 학대 의심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정부는 전수조사 같은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적 조치만으로는 아동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와 유관기관이 적극 협력해 사전에 아동학대 정황을 포착하고 예방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아동학대가 가정 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지역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보육 및 교육기관 또한 장시간 아동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고 학대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역사회 내 선제적 대응체계를 마련해 학대 징후가 발견됐을 때 적시에 지원 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가 확인된 가정에 대한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학대가 발생하기 전에 위기 아동과 가정을 조기에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는 작년부터 전국 36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GN 세이프 스타트’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올해는 2차 연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 또한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지자체와 협력해 해당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은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으나 학대로 판단되지 않았거나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위기아동가정을 조기에 발굴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아동학대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궁극적으로 아동보호체계가 단순한 사후 대책을 넘어 예방적 대응체계로 발전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민관이 협력해 아동이 행복한 세상,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동의 생명과 권리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민관이 하나 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우주의 진선미를 체현하자

지금 우리사회는 분열의 도가니다. 올해로 광복 된 지 80년이다. 하지만 역사를 되새김질하면서 국가 기업 개인의 앞으로 나갈 길을 생각 할 여유조차 없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문제만 해도 80년이나 해묵었다. 경기도박물관이 ‘광복80’특별전 3부작 모토를 ‘합合’으로 정하고 김가진, 여운형, 오세창을 모신 이유다. 이를 통해 일 년 내내 합(合)의 참뜻을 되새김질 하고, 역사를 통해 내일을 보고자 한다. 문제는 ‘합(合)’이 그냥은 안 된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합은 의미도 없다. 흙을 뭉치게 하는 물 같은 존재가 필수다. 여기서 물은 비전이다. 암흑천지인 일제강점으로 돌아가면 북극성과 같은 존재인데, 그것은 바로 지금 우리에게 가물가물 망각 되가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망국을 생명의 땅으로 회복시켜낸 원동력이 홍익인간이었다. 총칼로 폭탄으로 일제를 무찔렀던 궁극의 이유도 우리민족의 자주독립너머 인류차원의 홍익인간 실현에 있었다. 안중근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의거 후 외쳤던 ‘대한독립만세’가 1910년 3월 26일 여순에서 순국할 때 ‘동양평화만세’로 도약할 수 있는 것도 바로 홍익인간이다. 우리는 일제와의 36년 전쟁에서 단군의 홍익사상 발명으로 민족주의·공산사회주의·무정부주의까지 모두 합(合)해내어 자주독립으로 광복을 쟁취해냈다. 홍익인간의 잣대로 보면 비폭력의 2천만 민족의 3.1독립만세혁명(1919)은 이미 윌슨의 민족자결주의(1918) 이전에 자주적으로 전개되었다. “합하면 서고, 나누어지면 엎어진다(合則立分則倒)”고 시작되는 ‘대동단결선언’(1917)이 그것이다. ‘무오독립선언’(1918)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주의 진선미(眞善美)를 체현하여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나라를 건설할 것이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선언서의 초안자인 조소앙을 비롯하여 김교헌, 김규식, 김동삼, 김약연, 김좌진, 여준, 이동녕, 이동휘, 이상룡, 이승만, 이시영, 문창범, 박은식, 박찬익, 신성, 신채호, 안창호, 윤세복, 황상규 등 대부분이 단군사상으로 무장한 대종교 출신 인물이라는 점에서 망국 당시 홍익인간이 우리의 등불이었음을 절감한다. 이렇게 자등명(自燈明)을 이어받은 3.1혁명은 도미노로 중국의 5.4운동을 촉발시키고, 필리핀 베트남 인도 터키 이집트로 번지면서 전 세계 피압박민족들의 독립 도화선이 됐다. 그리고 3.1혁명 결과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탄생 된 것은 우리의 역사를 한 단계 도약시킨 쾌거중의 쾌거다. 이후 임정이 주도가 돼 전 세계에서 독립투쟁을 전개한 결과 1945년 광복을 쟁취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여전히 정전(停戰)상태이다. 남북분단으로 통일의 과제가 주어져 있다. 남북통일이야 말로 완전한 광복인 이유다. 통일은 절대 도둑같이 그냥 안 온다.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는 그 이전에 다른 놈이 가지 채 꺾어 집어 삼키고 만다. 내 노력이 있고나서야 남도 돕는다. 인류역사 자체가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전쟁역사다. 여기서 ‘강(强)’은 당연히 문무겸비다. 문(文)은 철학이다. 일제강점 시공에서 홍익인간이었다면, 홍익자연과 홍익우주가 분단과 기후변화, AI, 우주시대 인류의 비전이다. 대한민국이 합(合)으로 세계무대에 주체적으로 ‘우주의 진선미를 체현해나가는 것’이 통일의 길이다.

[천자춘추] 심사평가원 활용 좋은 병원 찾기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질병으로 입원해야 할 때가 있다. 어느 병원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될 때 우리는 종종 주변 지인의 추천이나 거리가 멀더라도 규모가 큰 대학병원을 찾곤 한다. 하지만 집 가까이에 의료 질이 높은 병원이 있다면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필자는 지인들이 병원 선택을 고민할 때 먼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병원평가 정보, 즉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를 참고하라고 권한다. 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진료의 안전성, 효과성, 효율성을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병원평가 정보에서 무엇을 봐야 할까. 심사평가원 홈페이지나 ‘건강e음’ 앱의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에서 지역을 선택하면 급성·만성질환, 암질환 등 다양한 질환별로 의료기관들의 평가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평가 결과는 5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는데 등급 숫자가 작을수록 우수한 의료기관에 해당한다. 찾는 질환에 대해 주변의 의료기관이 모두 우수한 의료기관이라면 병원 선택에 참고할 만한 다른 정보는 없을까. 이런 경우 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확인하기 바란다. 이 평가는 환자의 관점에서 개인의 선호, 필요 및 가치에 상응하는 의료가 제공됐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도입됐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입원 경험이 있는 환자에게 모바일웹(카카오톡 또는 문자)을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설문 내용은 입원 진료 중 의료진의 경청, 환자에 대한 존중과 예의, 회진 시간 관련 정보 제공, 담당 의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 투약 및 치료 관련 이유 및 부작용 설명, 치료 결정 과정에 환자 참여 기회가 제공됐는지 등으로 다양한 측면의 환자 경험 조사 결과를 제공한다. 평가 결과는 6개 항목별로 100점 기준 점수로 공개되고 찾는 병원 결과 외에도 평가 대상 병원들의 평균값 및 최고값을 함께 제공하고 있어 병원 선택 시 참고할 수 있다. 다만 환자경험평가는 현재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입원 경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해당 병원에 입원이 예상되는 경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환자경험평가의 핵심은 여러분의 참여다. 다른 적정성 평가와 달리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만 자료가 수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8~12월 실시할 예정인 심사평가원 환자경험평가 모바일웹(카카오톡 또는 문자) 설문 요청을 받으면 적극 응답해 주시기 바란다. 4분 정도 소요되는 설문 참여가 우리 모두를 위한 환자 중심의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천자춘추] ‘수출의 나라’를 이어가야

‘세계화’는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에 수출 호황을 안겨 주며 선진국으로 이끈 성장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한 국가이므로 무역을 잘해 수출로 먹고살 수 있는 나라라고 가르치고 배워 왔다. 그런 정책 기조는 우리나라 형편에 아주 잘 맞았다. 자원이라고는 사람뿐이었기에 교육 열기는 뜨거워졌고 대부분의 국민이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가 넘치는 나라가 됐다. ‘천불 소득 백억 수출’을 노래하던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이제 세계 6위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폐허의 잿더미에서 이런 장미꽃을 볼 줄은 몰랐다. 우리도 놀라고 세계인들도 놀랐다. 그래서 ‘한강의 기적’이라 하지 않았던가. 참으로 경이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6천838억달러(약 1천2조1천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목표치인 7천억달러에는 약간 미달했지만 수출 규모는 세계 8위에서 6위로 다시 올라섰고 무역수지는 51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의 697억달러 흑자 이후 최대 규모의 흑자란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서쪽을 향해 달렸다.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거치더니 태평양을 거쳐 일본에 이르렀다. 이 혁명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기회가 넘어왔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 용(龍)의 권좌를 놓고 대만과 엎치락뒤치락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5년 세계 경제전망에서는 한국은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3만6천130달러로 대만 3만3천230달러, 일본 3만2천860달러를 제치고 동아시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어느새 우리는 일본을 제치고 대만과 무역 강국의 권좌를 놓고 자웅을 겨루는 입장이 됐다. 우리가 제조업을 잘 지키면서도 새로운 산업에 대한 적응이 빨랐던 결과다. 물론 우리에게는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해야만 한다’는 절실한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세계화시대’는 저물어 간다. 나라마다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서서히 벽을 쌓고 있다. 자원 없이 수출로만 먹고사는 대한민국인데 잠시라도 수출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산업구조도 많이 변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선박, 철강, 화학 등 제조업에서 하이테크 산업, 플랫폼 사업으로 추세가 넘어가고 있다. 우리는 시대 흐름에 앞서 나가야 살아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지러운 정국이 오래 지속된다. 행여 정치가 수출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천자춘추] 외국계 기업은 머스크∙트럼프처럼 해고할 수 있을까

요즘 트럼프 행정부가 일론 머스크를 통해 단행한 미국 공무원의 대량 해고가 이슈다. 머스크는 과거 트위터(현재 ‘X’)를 인수할 당시에도 직원들을 대량 해고한 바 있어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이 된 시점에서 이 사태는 예정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를 상담하다 보면 머스크가 해고하는 것처럼 해고당한 근로자를 만난다. 외국계 기업은 자국에서 하는 것처럼 ‘Lay Off’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을 쉽게 해고한다. 그들 나라에서는 그게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외국계 기업이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자주 쓰는 단어인 ‘Lay Off’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하는 해고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속칭 ‘정리해고’ 또는 ‘경영상 해고’)로 규정하며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실시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4조는 경영상 해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요건을 요구한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 회피 노력 △공정한 해고 대상자 선정 △해고 회피 노력과 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해고일로부터 50일 전까지 근로자 대표에게 통보 등이다. 협의 요건을 하나하나 뜯어 보면 경영상 해고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먼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근로기준법 제24조와 판례에 따르면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의 양도, 인수, 합병을 하는 경우 또는 객관적으로 인원 감축이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재무제표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부채비율, 당기순손실 등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해고 회피 노력’의 경우 해고는 최후의 수단인 경우에만 정당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해고 전에 회사가 충분한 노력을 다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채용 중단, 인력 재배치, 희망퇴직(명예퇴직), 무급휴직 , 급여 삭감 등 사전 조치가 요구된다. ‘공정한 해고 대상자 선정’의 경우 차별 없이 해고 대상자가 공정하게 선정됐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특히 성차별이 이뤄져서는 안 되며 근속연수, 부양가족, 성과 등을 고려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근로자대표(또는 과반수 노조)와의 협의는 단순히 해고 결정을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 회피 노력과 공정한 대상자 선정에 대해 성실히 의논할 것을 의미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한다. 외국계 기업이라도 대한민국 법이 적용되므로 심사숙고해 근로관계에 관한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의대 쏠림’ 국가 미래는 안전한가

최근 수험생들이 의대 지원에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는 국가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대한민국이 이공계를 외면하고 의료계로 쏠리는 현상은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크다. 창의적인 연구와 혁신이 필요한 산업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줄어드는 현실은 우리 교육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단순히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기회를 개척하는 인재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창업가정신’ 교육이 강조돼야 한다. 창업가정신은 단순한 창업 기술이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핵심 요소다. 성취욕구, 혁신성, 진취성, 위험감수성과 같은 특성은 창업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에서 필수적이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가정신을 갖춘 인재는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미국의 카우프만 재단은 창업가정신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프런티어정신을 계승하는 데 집중해 왔다. 이곳에서는 창업가정신 함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창업가적 사고방식을 키우는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 정책 개발, 창업 지원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미국은 글로벌 창업 강국으로 자리 잡았으며 청년들이 단순 취업이 아닌 창의적 도전과 혁신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대학과 기관에서 창업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중·고등 교육과정에서 체계적인 창업가정신 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와 교육계가 협력해 창업가정신을 필수 교육 요소로 포함하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도전정신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높은 연봉만을 목표로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비전과 도전정신을 품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길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창업가정신을 갖춘 인재들이 많아질 때 대한민국은 글로벌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창업가정신을 강화해 국가경쟁력을 높일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천자춘추] 규칙적인 스트레칭 효과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는 삶이 가장 행복하고 좋은 삶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인체의 모든 근육은 일상생활에서 습관적이고 규칙적인 활동을 통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며 근육의 기본적인 기능이 손상되면 그와 관련된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인체공학적으로 잘못 디자인되거나 잘 맞지 않은 가구나 몸의 부적절한 사용과 의복이 통증 유발점을 만들고 통증을 발생하게 한다. 해결 방법은 잘 디자인된 가구로 교체하고 신체 활동의 변화와 몸에 잘 맞는 의복을 입는 것이 좋다. 잘못 디자인된 가구나 잘 맞지 않은 가구는 만성적인 기계적 스트레스와 통증 유발점을 생성해 통증의 지속 사이클을 만든다. 근골격계 질환은 근육이 짧아지면서 문제를 만들고 근육은 사람의 형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근육은 단독으로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에 조화를 이뤄야 한다. 나쁜 자세는 근육의 불균형 상황을 만들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를 가질 수 있게 하고 결국 균형 상실이 스스로 복구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정상적인 근육의 움직임을 수축이라고 하는데 근육은 짧아질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 근육의 약화 단계는 근육의 과긴장 및 단축으로 근막이 유착되고 근막 유착은 통증 유발점을 형성한다. 이렇게 근육 불균형의 악순환은 근육의 과부하 및 잘못된 자세의 지속으로 근조직은 미세손상, 즉 근육과 근막 조직의 변화를 만들어 움직임 패턴과 자세 변화를 일으켜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하게 돼 우리 몸은 불균형이 나타나게 된다. 짧아진 근육과 통증 유발점의 원인은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된 근육에 젖산이 축적돼 통증을 만들고 그 통증으로 근육은 다시 긴장하게 된다. 특히 겨울철에는 신체 활동의 감소와 움직임의 둔화로 근육은 더 뭉치고 굳어져 통증을 만들고 지속시킨다. 이제 건강한 몸을 위해 근육을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실시해 몸과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가는 계절이 됐다. 매일매일 스트레칭으로 우리 몸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건강하고 홀가분하게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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