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소집일에 거는 기대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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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사는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받은 학부모로부터 예비소집하는 날 학교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었다.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고작 취학통지서와 입학안내지, 홍역예방접종확인서 등을 맞바꾸고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아쉬워 학교 관계자에게 “벌써 끝난 건가요”라고 묻자 “네, 입학식에 오시면 됩니다”라고 대답하더란다. 지난해 이맘때 필자 아이를 학교 보낼 때가 생각난다. 입학하면 어떤 공부부터 시작하는지, 준비물은 무엇을 챙겨놔야 하는지, 초등학교 들어가면 영어도 배운다는데 미리 공부를 시켰어야 하는지, 장난꾸러기가 학교 규칙을 제대로 지킬지…. 첫 아이를 첫 제도권 교육 안에 들여보내며 교차했던 많은 생각들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말, 인천교육청이 이러한 예비학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부터 ‘초등학교 예비학부모교육’을 제도화한다고 발표했다. 단위학교에 예비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한 자료도 배포하고 예비소집일을 이용, 학부모교육까지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웃집 학부모만 실망한 게 아니었다. 예비학부모교육 제도화를 요구했던 시민·교육단체들은 교육청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예비소집일에 예비학부모교육을 실시한 곳이 한 곳도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비소집일에 아쉬운 발걸음을 떼는 예비학부모들의 발길을 잡고 위로(?)해 준 이는 학원을 홍보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 학부모들의 학교 방문이 사실상 어려운 게 우리네 현실이다. 교육청은 “입학 후에라도 예비학부모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취학 전에 마무리 짓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은 게 모든 부모의 심정이 아닐까? 이런 점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모일 수 있고 미리 준비할 수도 있는 예비소집일이 적절하다. 군색한 교육청의 변명이 모든 예비학부모들의 기대를 꺾지 않았으면 한다. 교육청의 의지 부족이든, 단위학교의 행정누수이든 이러한 논란은 교육당국이 풀어야 할 문제이다. 학부모들과 시민사회는 공공기관인 교육청과 학교가,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교육당국이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데 충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조속히 예비학부모교육이 실시되길 기대한다.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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