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예산의 선결과제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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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라면 몰라도 ‘정부예산’하면 진작부터 머리가 지근거린다. 숫자에 약한 점도 있거니와 복잡한 셈법과 생소한 단어들 때문에 웬만해선 명함 내밀 형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제대로 알고 충분히 공부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예로부터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고 했던가? 주인이 많은만큼 주인이 없음을 빗댄 것일 게다.

하나 나랏돈은 백성의 허리띠를 졸라 모은 혈세(血稅)란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에, 눈 크게 뜨고 직접 그 쓰임새를 살피겠다고 시민들이 나섰다. 경제·사회복지·여성·문화·교육·환경 등 각 분야별 10여개 시민단체들이 모여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를 발족한 것이다. 이들은 제일 먼저 어렵게만 느껴지는 예산을 쉽게 이해시켜줄 인천참여예산학교를 개설했다. 이후에는 행정의 잘못된 재정 운영을 개선하도록 요구하고 각 분야별로 시민들의 욕구를 반영한 예산정책을 수립하도록 제안하겠다는 각오다. 상시적인 시민참여 예산감시운동을 펼치겠다는 취지에서인지, 예산학교 첫 강의 날 120여명이 모여들었다.

돌이켜 보면,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지난 99년부터 예산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투명한 예산 편성이나 시민참여 예산 편성 등을 앞세운 인천시의 토론회는 초기의 폭발적 관심과 긍정성이 시간이 갈수록 퇴색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시민·복지단체들은 인천시 여성복지보건국과 새로운 형식의 토론회를 선보여 희망을 보여줬다. 이러한 경험이 예산학교와 예산네트워크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최근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에 대해 주민참여예산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단체장들도 이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채택하는 등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시민단체들의 예산감시운동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선 자발적 시민참여방안을 강구하는 것과 예산자료의 적극적인 공개가 뒤따라야만 한다. 조만간 예산정책토론회 개최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인천시 예산부서가 만날 예정이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에 모범이 될 만한 예산토론회 기획이 합의되길 기대해 본다.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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