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신협들이 총회를 여는 달이다. 대다수 신협 결산월이 12월이어서 결산일로부터 2개월 이내 총회를 개최한다. 총회는 민주주의 방식으로 모든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다. 그렇다고 다른 기업들이 하는 것처럼 엄숙하고 딱딱하지도 않다. 신협은 조합원들이 주인이다. 그래서 총회는 조합원들의 잔칫날이다. 인근 조합 이사장과 실무 책임자들이 참석, 기쁨을 함께 나눈다. 총회에선 지난 한해를 결산, 이익금을 내부유보도 하고 출자금에 대한 배당금지급을 결정하며 올해 사업계획도 확정한다.
총회에서 안건을 다루기 전 많은 신협들은 조합원 등으로 구성된 사물놀이와 노래자랑 같은 공연과 장기자랑도 하고 조합원들의 관심사에 맞는 내외부 강사를 초빙, 강의도 듣는 등 그야말로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신협은 각각 독립법인이며 협동조합이기에 주식회사와 달리 1인1표주의다. 위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하향식 조직이 아니라 의사결정과정이 아래에서 위로 전달되는 상향식 조직이다. 그래서 어느 조직보다 인간적이다. 필자가 여러 기관 사람들을 만나지만 역시 이 중에서도 협동조합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다른 조직에 근무하는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정이 많다고 느끼는 건 이러한 이유와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신협은 6·25전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인 1960년 메리가별이란 미국 수녀에 의해 부산에서 처음으로 조직됐다. 한 푼 두 푼으로 출자금을 모아 어려운 조합원에게 대출해줘 이들이 경제적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줬다. 생계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생필품 등을 지급하는 등 항상 지역사회와 함께 하고 있다. 잘 살기 위한 경제운동, 사회를 밝힐 교육운동, 더불어 사는 윤리운동 등이 신협의 3대 실천과제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신용이 좋은 사람들은 제1금융권을 찾아 어렵지 않게 돈을 빌린다. 그러나 신용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이 자금이 필요할 때 찾는 곳이 과연 어디인가. 신협은 은행으로 부터 소외된 서민과 영세 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의 지위 향상에 기여해 왔으며 계층간 불균형, 즉 양극화 해소에 일익을 담당하는데 큰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는 토착 금융기관이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고 4만여 고금리 대부업체들이 국내에서 활동하는 현실을 알고 있는 국민들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윤준식 신협중앙회 인천경기지역본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