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란 말을 실감하게 하는 세계화, 그에 걸맞게 글로벌 시민이 돼야 한다는 주문이 사방에서 쏟아지면서, 이 땅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나라의 힘이 강해지고 먹고 사는 문제도 많이 좋아진 마당에 세계를 무대로 호령하며 실력을 맘껏 뽐낸다는 게 그리 나쁘지는 않은 상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세계화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균등하지 않거니와 의지를 동반한 노력과 함께 비용과 시간 등을 들여 고도의 훈련을 쌓아야 한다는 게 문제다. 특히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려면 말이 통해야 하니 가장 비중 있게 사용되고 힘이 실리는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수적으로 따라붙는다. 기본적으로 10년 이상을 알파벳과 놀았으나 친밀감이 공고하지 못한 게 소시민의 한계이거니와 능력을 갖춘 현대인도, 글로벌 시민 등에도 들지 못하는 신세가 한탄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생에 외국 한번 나가기조차 힘든데 세계화는 꿈일 뿐이고 글로벌 시민은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허상일 뿐이다.
한데 인천시가 인천시교육청과 함께 국제도시를 넘어 인천을 아예 영어도시로 선포했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도시의 기준이 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제적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해 영어환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영어도시 인천 선포식을 통해 영어의 필요성에 대한 전시민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영어 붐을 일으키고 영어가 자유롭게 소통되는 도시를 조성해 나가겠다는 게 안 시장의 의도일 것이다. 발상의 의도나 추세 등에 비춰 일정 부분 이해할 순 있다. 다만 인천시의 희망수준을 맞출 방도가 없는 소시민들은 인천에서 살아가기가 더욱 갑갑해지겠다는 우려가 먼저 든다.
시가 그린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밑그림을 보고 소시민으로 느꼈던 비애감이 기억에 생생하다. 설상가상으로 인천에서 살려면 이제는 영어까지 잘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야 할 처지다. 도로변의 ‘영어도시 선포식’을 알리는 현수막들을 보며 몇 가지 생각해본다. 영어를 잘하면 일류시민일까, 지금도 영어조기교육에 조기유학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인천에서의 영어바람이 조기열풍을 부추기진 않을까, 국제도시로서 다양한 문화와 언어권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인천에서 지나치게 영어만 강조되는 건 아닐까, 마지막으로 인천의 영어도시 선포가 시민사회와의 공감대와 오랜 숙고 끝에 계획된 글로벌정책이 아니라 안 시장이 방점을 두고 있는 각종 프로젝트를 미화하기 위해 급조된 이미지는 아닐까.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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