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후면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은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여서 명절 중 가장 풍성한 때다.
예로부터 추석에는 추절시식(秋節時食)이라 하여 햅쌀과 햇곡으로 술을 빚고 송편과 시루떡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가족과 친지가 함께 나눠 먹으며 정을 돈독히 했다.
올 추석은 예년에 비해 열흘 이상 빠른데다, 여름 내내 잦은 비로 일조가 부족해 햇곡식과 햇과일의 수확이 지연되고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쌀만 하더라도 조생종 햅쌀의 대량 출하는 9월 중순 이후가 되어야 본격적으로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차례상에 햅쌀을 올리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일었다.
다행히도 최근에 날씨가 좋아져 벼를 비롯한 농작물의 결실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충분하지는 못하더라도 햅쌀을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이처럼 농업은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농업은 자연과 교감하는 종합과학’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나 불량한 기후에서도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여 농산물 가격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개발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기상이변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농업에 대한 연구개발은 가장 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될 것이다.
우리 농촌진흥청에서는 이와 같은 한계를 과학기술로 극복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뭄이나 폭우, 저온, 태풍 등 기상재해에도 강한 식량작물을 만들고, 수확시기를 세분화한 벼 품종과 재배법을 개발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처럼 빠른 추석과 단경기에 출하할 수 있는 ‘조운’벼와 같은 수확이 아주 빠른 품종까지 육성해 보급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여주군은 올해 추석이 빠르다는 것을 감안하여 햅쌀시장 선점을 위한 숙기별 품종과 재배를 전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농가 소득과 소비자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빠른 추석을 역으로 이용한 단계적 햅쌀 판매는 작지만 강한 농업을 위한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추석은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지키는 명절이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이는 즐겁고 아름다운 만남의 시간이기도 하다.
‘늘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처럼 올해 추석도 우리 모두에게 풍성하고 행복한 명절이 되기를 소망한다.
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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