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결혼 준비

자동차를 운전하고 싶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핸들을 잡지는 않는다. 만약 운전할 준비가 전혀 안 된 사람이 운전대를 잡는다면 그 모습이 어떠할까? 차가 좌충우돌하며 많은 상처를 내고 급기야는 큰 사고를 내면서 멈춰버릴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차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재산침해까지도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하고자 할 때 차의 구조나 기능 등 차와 관련된 지식을 배우고, 운전연습을 한 후 자격증까지 취득하여 드디어 운전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부모가 될 때 어떠한가? 차라고 하는 사물을 운전할 때는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정작 하나의 인격체를 코치하는 부모가 될 때 자격증을 획득하지는 못할망정 얼마나 아이에 대해 알며 얼마나 많은 예행연습을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식 전에 젊은 날의 아름다움과 행복한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어 남기려 한다. 이제는 이러한 이벤트가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는데, 이것을 일종의 결혼식 예행연습이라 한다면 과연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와 연습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내심 궁금하다. 혹시 혼수 마련이 결혼준비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어린이박물관의 한 직원이 봄에 결혼날을 잡았다. 작년부터 사귀던 남자와의 결혼이야기가 오갔다. 그때 그 사람은 ‘아직 결혼하기 싫어요’라고 대답했는데,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도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6월 결혼이면 이제는 준비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우리는 선행학습에 익숙해 있다. 어려서부터 선행학습이란 이름으로 취학 전부터 가나다라 글씨를 가르치며, 요즘엔 영어까지 더해졌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경쟁심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산스럽게 어린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며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배워야 할 것들을 일찌감치 가르친다. 부모들은 공부에 있어서만큼은 요란스럽게 아이들에게 선행학습을 시킨다. 그러나 공부를 다 끝내고 정작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인생길에 관해서는 어떠한가?

 

결혼생활은 살기 위한 집과 가전제품만 장만한다고 해서 행복하게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한 부부생활과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운전면허증이 없는 사람이 차를 운전할 때 자신의 차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듯, 자녀와 배우자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자신의 가족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예비부부들은 인식하기 바란다.

 

이경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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