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인천지역 ‘예꿈마을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 만든 7편의 독립영화였다. 초중고 아이들이 성장통, 왕따 문제, 가족과의 관계, 스무 살을 앞둔 고민 등을 영상에 담았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자신과 학교, 가족 그리고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아이들의 힘으로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시나리오, 촬영, 음향 등 모든 것이 아이들의 토론으로 만들어졌다. 감독, 배우, PD 등 모든 역할을 아이들이 소화했다. 영화제작 과정과 그 내용 자체가 아름다워서 눈이 시리도록 감동적이었다.
감동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면엔 지역아동센터가 있었다. 윤귀염, 김지웅 목사님은 ‘예쁜 꿈나무들이 자라는 마을’을 꿈꾸며 10년 전에 인천 만수동에 ‘예꿈마을 지역아동센터’를 개소했다. 예꿈마을은 이곳에 온 아이들이 공부방을 넘어서서 연극동아리 창단, 밴드 결성 그리고 마침내 영화제까지 개막할 힘과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예꿈마을은 아이들이 이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삶의 공간인 지역을 섬세하게 살펴보는 법을 배웠고 이에 기반을 두어 지역을 디자인하였다. 그리고 청소년 주민참여 예산제에 참여해 청소년 정책까지 제언하고 있다. 아이들이 마을의 주체가 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목격한 예꿈마을의 신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예꿈마을만이 아니라 지역 자체를 ‘예쁜 꿈나무들이 자라는 곳’으로 바꾸고 있다.
‘예꿈마을’은 지역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인문학 교실을 운영해 왔다. 인문학교실은 교육청, 남동구청, 학교, 지역아동센터, 복지관, 청소년단체, 엄마들의 모임 등의 실무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이들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은 토론을 거듭하더니 마침내 사회가 아이를 키우는 것을 지역에서부터 시작하자고 결의했다.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는 것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모임’, 마열모가 결성된 것이다.
마열모는 현재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꽃집사장님은 원예를, 찻집 아저씨는 바리스타 과정을 가르치는 등 마을 사람들이 재능을 나누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처럼 예꿈마을과 마열모는 ‘아이를 지역과 사회가 키워야 한다’는 이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예꿈마을과 마열모의 이상이 근거 없는 낙관주의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우리 사회가 그 근거를 만들고 있다. 이제 무엇을 꿈꾸지 못하겠는가.
유해숙 인천교육청 교육복지연구지원센터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