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트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자에게 간절한 소망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공간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모두 함께 나누는 예술’을 구현하는 일이다.
문화 예술이 특정한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착하여 일상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을 만들어가는 것은 필자의 간곡한 희망이다.
맨 처음 필자가 아트센터에 부임했을 때, 아직 직원들이 채용 전이라 오랜 기간 혼자서 사무실에 있었다. 그때 재임 동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아트센터는 한참 공사 중이었다. 부평 주변을 돌면서, 눈에 들어온 것이 할머니와 손자가 땡볕에서 앉아 있던 모습이었다.
저명한 극장 경영학자인 영국 골드 스미스 대학 제럴드 리드스톤 교수는 ‘예술기관의 활동 그 자체를 주목하는 이상으로, 활동의 결과 지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도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늘 이 말을 기억했다.
그때 아트센터에서는 분수대 공사가 막 시작됐다. 당시 문턱 낮은 아트센터를 지향했기 때문에 분수대 설계를 누구나 다가올 수 있는 편안한 분수가 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는 받아들여졌다.
예술의전당의 비싼 음악분수보다도 부평아트센터 ‘분수’는 지역민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 여름에 땡볕에 앉아 있던 할머니와 손자는 이곳 분수를 잘 활용하고 있다. 동네 마실 나오 듯 많은 분이 여름 저녁까지 늦게까지 아트센터 분수대 옆에서 담소를 나눈다. ‘모두 함께 나누는 예술’을 실현하기 위한 그다음은 잔디밭.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잔디밭도 만들어졌다.
필자가 할 일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동안 ‘모두 함께 나누는 예술’을 실현하고자 여러 나라, 여러 곳을 벤치마킹을 했다. 영국 사우스 뱅크 로얄 페스티벌 하우스 옆 여름 분수대, 삿포로 국제음악제 피크닉 콘서트, 오스트리아 시청 앞 여름 오페라축제 및 크리스마스 마켓 등등 필자의 기억 속에는, 많은 시민이 음악과 함께 그리고 가족, 연인, 친구들과 예술을 통한 지역과의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모두 함께 나누는 예술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아트센터는 통제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잔디밭은 있으나 ‘출입금지’ 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고정관념만 탈피하며, 아트센터의 공간은 무한한 예술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다 함께 참여하는 지역민들의 축제인 피크닉 콘서트는, 지역 아트센터가 ‘예술놀이터’로서 그 존재감을 통해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조경환 부평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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