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료원 ‘민영화’ 재고를

경기도의 수원의료원 민간위탁계획에 재고를 바란다. 수원의료원은 우선 다른 의료원과 여건이 다르다. 양질의 의료진 및 시술, 의료시설의 정예화를 갖춘데다가 의료수요전망이 일반 종합병원 못지않게 밝다. 또 저렴한 가격이면서 질좋은 투약처방으로 서민대중의 신뢰를 받고 있다. 도는 경영을 민간위탁하면 흑자와 더불어 생활보호대상자를 비롯한 영세민과 일반 서민들에 대한 진료의 공공성 또한 여전히 살릴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민간수탁의 흑자는 바로 공공성의 삭감 부분이다. 그같은 명분보다는 민간위탁이 가능한 자치단체사업은 가급적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맥락에서 지방공사 의료원의 민영화검토 이유를 찾을 수는 있다. 이 점에선 그렇긴하나 사회정책적 측면의 고려를 강조하고자 한다. 경기도지방공사 수원의료원은 곧 사회복지분야사업이다. 자치단체의 궁극적 존립목적이 지역주민의 공공복리 증진에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면 연간 33억원의 적자는 오히려 효율적인 사회복지 투자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더욱이 수원의료원은 적자폭을 조금씩 줄여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설사,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도의 민영화계획은 그동안 비상한 자구적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온 의료진, 일반직원들의 전공을 일시에 무너뜨린다고 보아 실로 애석하다. 그같은 노력이 있었으므로 인해 ‘좋은 병원, 친절한 병원’으로 상당수의 시민들에게 각인돼 이제 모처럼 자리를 잡아간다는 것이 고객들의 평가다. 인근에 조성된 정자지구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그동안 허허벌판 가운데 위치했던 입지적 열악성이 해소돼 수많은 새로운 인근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이런 단계에서 과연 민영화하는 것이 타당한가 다시한번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할 줄 믿는다. 우리는 경기도가 수원의료원 정도는 계속 지방공사로 운영하는 것이 지방행정의 합목적성에 일치된다고

가요와 엔카

노래는 가사도 가사지만 곡조가 가사에 담겨있는 정서를 전한다. 가사내용을 모르는 외국인의 노래를 듣고도 감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우리 노래가운데 가수 남진이 부른 ‘가슴 아프게’가 있다. 한번은 이를 애창한 일본인 친구가 ‘가슴 아프게’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 ‘마음이 아프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한참 듣고나서 의문이 풀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걸 본적이 있다. 그러나 처음엔 ‘무네’(가슴)가 왜 ‘고꼬로’(마음)냐며 되물어 우리 말로는 마음을 더 깊게 강조하는 상징어로 ‘가슴’이라고 표현한다는 설명을 듣고나서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곡조가 가사의 정서를 전달하는 가운데도 나라마다 어법에 따라 이처럼 선뜻 이해가 잘 안되는 대목이 더러 있다. 지난 토요일 경기문화예술회관에서 한국노래를 좋아하는 일본인 열성팬들의 한국가요경연대회가 사단법인 한국가요작사작곡가협회 경인지부 주최로 있었다. 출연자들중엔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 ‘신토불이’ ‘미스고’ ‘마음이 울적해서’ 등을 열창,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것으로 전한다. 한국가요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많은 것은 오래됐지만 이처럼 우리나라까지 와서 경연대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대중문화의 개방은 장차 일본 가요인 ‘엔카’도 건너오게 된다. 일본사람들이 가요를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있어도 우리가 엔카를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폐쇄적 사고방식이 행여 대두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일본사람들이 우리 가요를 즐긴다고 해서 자신들의 혼을 잃은 것은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유치한 자폐의식이 아니고 온건한 마음가짐이다./白山

‘朴해임안’, 부결됐지만…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은 국회에서 부결된 가운데 몇가지 시사해주는 점이 있다. 첫째, 여권의 이탈표가 전혀 없진 않았다는 점이다. 재석의원 288명중 찬성 129, 반대 153, 기권 2, 무효 4표로 비록 부결되긴 했으나 공동여당이 평가하는 것만큼 완벽한 결속은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객관적 분석이다. 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박장관 자신이 국민회의, 자민련 의원들에게 연일 선처읍소의 전화로비를 벌이고 그 어느때보다 청와대와 총리실의 각별한 표단속 관심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여권 일각에서 극히 일부이긴하나 이탈 내지 무효 기권등 반란표가 있었던 것으로 보는 분석은 장차 분란의 불씨를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관측이 있다. 둘째, 국민회의와 자민련, 자민련 내부의 갈등 상존은 합당과정에서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은 일부의 궤도일탈로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총선의 선거구제등과 첨예한 함수관계를 형성하면서 그 형체를 드러낼 공산이 짙다. 이미 제목소리를 드러낸 충청세의 김용환 신당, 대구경북세의 박철언 신당설 향배를 여권 지도부가 어떻게 대처해낼 것인지 주목된다. 아울러 여권의 대야 정치개혁 협상도 팽팽한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개혁 입법은 여야합의가 절대적으로 전제되는 관점에서 중선거구제, 정당명부제를 강력히 주장하는 여권이 이를 극력 반대하는 야당에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어낼 것인지가 관심사다. 셋째, 중앙일보사태로 야기된 박장관의 해임건의안은 여야의 ‘조세범처벌’‘언론탄압’의 공방속에 부결돼 일단은 정부여당의 정치적 승리로 돌아갔으나 객관적으로 보는 정치적 보복의 일면이 불식된 것은 아니다. 청와대 공보수석시절에 중앙일보사장실에서 있었다는 일련의 취중물컵소동은 서로 주장하는 내용의 진위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비 그 자체가 이른바 민주언론 구현을 지향한다는 공

어이없는 원시적 의료사고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산하 안산 중앙병원에서 공업용 가성소다(양잿물)로 만든 관장약을 사용, 3명의 환자가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은 저개발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원시적 의료사고로 충격적인 일이다. 더군다나 병원측은 이같은 사실을 은폐한 채 유족들에겐 환자의 몸에 이상이 있어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처럼 속여 왔다니 한심하다 못해 개탄스럽다. 어떻게 국가기관 산하 병원 의료진들이 그럴 수가 있는지 그들의 비윤리적 행태에 공분을 금할 수 없다. 의료나 투약은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유지에 직접 관련된 일로 고도의 전문성과 봉사정신을 요한다. 따라서 일반국민은 이를 병원 등 전문 의료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그들 지시에 이의없이 맹종하다시피 한다. 때문에 이들 전문가들이 오히려 그 전문성을 악용하여 의료사고에 대한 그들의 과실을 숨기고 환자나 유가족 속이기를 거리낌 없이 했다는 사실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들의 격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병원측은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9월8일 이후 18일과 이달 2일까지 똑같은 관장약을 투약한 환자 3명이 ‘장 괴사’로 잇따라 사망했는데도 사고 숨기기에만 급급했을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지난 7일과 8일에도 두명의 환자에게 같은 약을 투약, 중태에 빠지게 했다. 의술에서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바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병원측은 관장약이 단순의약품이라는 이유로 납품받은 의약품에 대한 정확한 검사를 하지 않았고 첫 사고후에도 원인규명을 소홀히 했다. 그만큼 의료진들의 정신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다행히 병원 신개축 공사감독차 나온 산재의료관리원 운영이사가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긴 이유를 캐면서 밝혀졌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환자들이 병을 고치기는 커녕 오히려 병을 얻거나 어이없게 희생되는 피해가 속출했을지 모를

외국지자체와 교류

중국에서 국내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가동중인 산뚱성(山東省) 칭따오(靑島). 지난 90년 개방된 항구인만큼 외국 기업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어 상하이(上海)나 꽝조우(廣州) 못지 않게 활기가 넘치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외국이나 국내 유수의 기업들을 제치고 10여년째 선진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회사가 있다. PVC천막 등을 제작, 전량을 수출하고 있는 쟈우허(交河)산업. 칭따오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만나는 한가로운 농촌마을인 청양치(城陽區) 시부전(惜福鎭) 첸진촌(前金村)이 이 회사가 위치한 곳이다. 그래서 칭따오 주민들은 삼성·현대같은 대기업이나 GM·코카콜라 또는 도요다 등의 다국적 기업들은 모르지만‘쟈우허’라는 이름은 코흘리개들도 다 알고 있을 정도다. 물론 칭따오 당국의 적극적인 외국기업 유치와 계속적인 행정지원이 있기에 이 회사의 오늘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오늘 이면에는 우리의 면사무소보다 더 적은 행정단위인 첸진촌 당국의 멀리 앞을 내다보는 정책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는 이들이 거의 없다. 최근 첸진촌 당국이 국내에 이 회사 공장이 위치한 여주군이나 파주시와의 교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 대한 북경당국의 규제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들리고 있는 이같은 소식에 대해 해당 지자체들은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칭찬이 인색하기로 유명한 중국 정부로부터 국영기업들도 받기 어렵다는 원밍단웨이(文明單位)를 이 회사가 획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만큼 이제는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의 도도한 흐름에 결코 살아 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여주=허행윤기자<제2사회부>

사람이 개구리를 닮아간다?

개구리의 신경조직은,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급작스런 변화에는 신속히 반응한다고 한다. 그래서 커다란 그릇에 개구리와 물을 넣고 아주 약한 불에서 시작하여 온도를 높이면 개구리는 물이 점점 끓어오르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하다가 결국은 죽는다고 한다. 1989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위기에 처한 개구리’라는 실험이야기를 특집으로 다룬 내용이다.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숫자이지만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년이고 인간은 200만년 전쯤에 생겨났다고 한다. 그 오랜 세월을 지구는 아름다운 모습과 풍요로움을 잃지 않고 잘 간직해 왔다. 그러나 인간은 문명이 발달할수록 물질적인 욕망과 안락함을 위해 자신들에게 닥칠 엄청난 재앙과 피해를 생각하지 못하고 유일한 삶의 터인 지구를 지금도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우리의 강산, 물, 공기는 깨끗했다고 회상하고 있다. 계절마다 바뀌는 색깔의 꽃과 음악과도 같은 새소리, 하얗게 내리는 눈, 비를 흠뻑 맞아도 상쾌한 추억들이 있다. 모두가 지구에 살고 있는 덕분이다. 그런데 그 지구를 우리가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환경이 서서히 파괴되어 회복하지 못할 때 까지 무심히 방치한다면 인간도 점점 끓어오른 물속의 개구리처럼 어처구니 없게 죽을 것이다. 우리는 환경이 소중함은 알면서도 실험물 속의 개구리같은 우둔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다. 나부터 먼저 병들어 신음하고 있는 지구 보존을 위해 할일을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淸河

대기(大氣)

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고는 5주일, 물을 마시지 않고 3∼5일을 견딜 수 있지만 공기를 마시지 않고는 단 5분도 살 수 없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1.5㎏의 음식물을 섭취하고 2.3㎏ 정도의 물을 마시는데 비하여 공기는 무려 10배 이상이나 되는 15㎏정도를 호흡해야 한다. 이렇듯 인간에게 귀중한 대기의 구성성분은 질소 78%, 산소 21%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데, 산소는 약 35억년 전부터 물리·화학적 변화에 의해 생성되어온 산물이다. 사람이 정상적인 생리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대기 속의 산소농도는 20% 정도이다. 각종 오염물질 때문에 대기 중에 있는 산소농도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사람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여러 가지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된다. 대기오염은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 사용,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다섯 가지 1차 오염물질인 일산화탄소·탄화수소·질소산화물·황산화물 및 분진 등과 1차 오염물질간에 일어난 화학반응으로 생긴 2차 오염물질에 의해서 발생된다. 오늘날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대기오염의 80%, 소음의 75%는 자동차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따라서 올바른 운전습관과 경제속도를 준수하고 적기에 자동차를 잘 정비한다면 에너지의 절약은 물론 대기오염까지도 줄일 수 있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며칠전 경기, 인천, 서울 등 수도권 3개 시·도가 수도권의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구성한 ‘수도권 대기질 개선 광역협의회’는 때는 늦었지만 그래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대책이다. 협의회를 운영하는 당국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절실히 재인식하고 대기를 살리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淸河

식약청은 뭘하고 있나

수술환자에게 기초적 필요 의약품인 혈액제제가 A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우려가 있다며 당국이 뒤늦게 사용중지령을 내린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도내 의료기관에 따르면 식약청은 (주)녹십자가 지난해 10∼11월에 생산한 혈우병 치료제(혈액응고인자)가 A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그 기간에 같은 혈장으로 만든 알부민·감마글로블린 등 12개 혈액제제 전품목에 대해 11개월후인 지난 9월 28일에야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사용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11개월동안 문제가 되는 시기에 녹십자가 생산한 혈우병 치료제와 알부민 등 혈액제제를 맞은 환자들이 2차감염이 되지 않았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이를 사용한 의료기관 또한 감염에 따른 책임문제가 야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녹십자 관계자는 문제가 됐던 혈우병 치료제 전량을 국내 대학연구팀과 일본의 공인 임상시험기관에 의뢰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니 식약청의 정밀역학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앞으로 2개월동안 환자는 물론 의료기관들도 혼란속에 초조와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식약청의 최종 결론이 나온다 해도 이에 대한 제약회사의 승복여부에 따라 시비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식약청이 역학조사의 대상이 된 의약품에 대해 안전성이 최종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유통시킬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또 생산된지 11개월이 지나 상당량이 유통 사용된 후에야 사용을 중단 시킨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보건당국은 무얼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큰 수술후 혈액생성 촉진과 쇼크방지 등을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기초의약품을 어찌된 까닭으로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의료소비자인 환자는 물론 의료기관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당국은 이

‘불법감청’주장, 증거를 대야

야당은 지금 국가정보원의 통신첩보수집기능을 온통 도청투성이인 것처럼 호되게 몰아붙이고 있다. 일부 언론 또한 여과없이 이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막상 알고자 하는 도청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야당의 정치활동 활성화를 기대하면서도 이 문제만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정원의 통신첩보수집은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본연의 직무다. 통신첩보를 평가분석, 안전보장 관련의 정보를 생산해내야 하는 고유의 의무가 있다. 야당이 이같은 통신첩보 수집과정에서 법원의 영장이 배제된 불법이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증거를 대야 설득력을 갖는다. 통신감청은 앞서 얼마전 수사기관이 잡범검거에까지 남용한 전례가 있어 이에대해 엄격한 제한요구의 소리가 높았으며 이는 또 시정돼야 할 일이다. 감청이 이처럼 세간에 부정적으로 각인된 여파를 몰아 국가안보의 특정첩보수집마저 불법도청을 일삼아 마치 국민생활을 불안케 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정략은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라 할 수 없다. 더욱이 증거도 없이 도청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국가정보기관의 보안시설 공개를 강요하고 나서는 것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익과 안보를 말하면 구시대의 메카니즘수법이라며 들고 일어나 헐뜯어야만 깨인 지식인으로 여기는 도착관념을 경계코자 한다. 분명히 묻고자 하는 것은 그토록 무작정 매도하는 국정원의 구체적 불법감청 피해 사례가 도대체 누구냐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이 유린되는 것은 야당 못지않게 본란 또한 거부한다. 인권이 짓밟히는 것을 그냥 묵과하자는 것은 아니다. 여야가 국가정보기관을 가운데 두고 기를 쓰고 벌이는 무모한 정치적 공방이 우리 모두에게 과연 유익한 것인가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아울러 정보기관의 정보활동, 활동기법, 출처등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것이 정보 선진국들의 불문율임을 또한 유의할 필요가 있

김치전쟁

‘조센징기무치 쿠사이’라고 했다. 김치를 냄새난다며 이토록 혐오했다. 일제시대 당한 수모다. 그런 일본 사람들이 차츰 김치에 맛들여지기 시작하여 지금 일본의 반찬가게엔 김치가 필수품으로 진열돼 있다. 2차대전후 김치가 크게 확산된데는 재일동포들의 음식문화 영향도 한몫했다. 기업품목화하여 일본에 수많은 김치공장이 생겼다. 아무래도 자기네들 솜씨로는 제맛이 안난다하여 본고장인 우리네 주부들을 ‘기무치 센세이’로 초청, 김치공장의 선생노릇을 하게 한 것이 15∼20년 전이다. 이렇게 해서 김치담그는 솜씨를 익히고 배운 일본사람들이 지난 96년 애틀랜타올림픽땐 선수촌에 납품계약을 서둘렀다. 우리 농협이 뒤늦게나마 이를 막아 납품하긴 했지만 당시 일본은 국제사회에 김치의 종주국임을 자칭했다. 김치종주국은 정부가 3년여의 논쟁끝에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 우리식으로 국제규격화하여 한국임을 못박아 두었다. 국제규격화란 김치생산에 필요한 필수원료, 선택원료, 첨가물 등을 포함한 전래수법을 명문화 한 것이다. 그러나 김치논쟁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미련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최근 일본은 무나 배추를 간장에 버무린 저들의 ‘아사즈케’란 것을 김치에 포함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로비에 나섰다. 이를테면 그러므로 하여 김치의 공동종주국의 위치를 굳히려 하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의 ‘아사즈케’는 장아찌의 일종으로 우리는 김치로 치지도 않는 것을 저들은 김치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우기고 있다. 이에 농림부는 이미 Codex에 규격화한 김치의 사례를 들어 “아사즈케는 절대로 김치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강경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일본측은 ‘김치문제엔 자기들이 양보했으니 아사즈케문제는 한국이 양보해달라’며 좀처럼 집념을 버리지 않는다. 이 일이 양보받고 양보할 일도 아닌데 말이다. 정말 끈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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