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부터 실시된 국정감사가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국감은 제15대 국회뿐만 아니라 20세기의 마지막 감사이다. 동시에 21세기의 새로운 국가발전을 준비하는 감사이기 때문에 국민의 기대가 크며, 국감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자세 또한 어느때보다 진지한 것 같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4∼5권의 자료집을 발간하고, 사전에 자신들이 감사할 사항을 예고하여 내실있는 답변을 유도하는가 하면, 정책대안 제시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 옛날 같으면 자리도 지키지 않을 중진 의원들이 끝까지 남아 질문을 하는가 하면 피감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하여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등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국회의원들과 상임위는 구태의연한 국감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는 국정감사장을 유세장으로 착각하여 지역민원을 장황하게 늘어 놓는가 하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한건주의 경쟁이나 하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부 의원들은 잘못된 자료를 인용하는가 하면, 보좌관들이 작성한 자료를 그대로 읽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로는 질문을 한 의원이 답변시간에 자리를 뜨는 경우도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일부 상임위에서 국정감사를 모니터링하는 시민단체 대표들을 퇴장시키는 행위이다. 지금 이런 정도의 국감이 실시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시민단체가 국감을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또한 국감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여 의원들로 하여금 긴장토록 한 결과이다. 이런 시민단체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 망정 자신들에게 쓴 소리를 한다고 강제로 추방시킨다면 이는 분명히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국회의원들은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밀실에서 적당히 하는 국감이 되지 않기 위하여 시민단체의 모니터링요원의 국감 출입을 즉각 허용하여야 한다. 국회의원들 스스로 앞으로 남아있는 국
인천도시철도가 어제 개통됨으로써 서울·부산·대구에 이어 네번째로 인천도 지하철 시대로 들어섰다. 인구 250만명으로 서울 부산과 함께 전국 3대 도시인 인천으로서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이번 지하철 1호선 개통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과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직접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교통분야는 지상에 집중됐던 교통량을 지하로 분산시킴으로써 도심 교통혼잡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루 27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양구 귤현동∼연수구 동춘동간(24.6㎞) 1호선은 그동안 부족했던 인천의 남북방향 교통편을 상당히 보강해줄 수 있는 노선이다. 때문에 연수구에서 계양구까지의 도로주행소요시간이 종전 1시간대에서 30분대로 크게 단축된다. 특히 지하철이 부평역에서 경인전철과 환승됨으로써 연수 및 계양권역 시민들의 서울 나들이가 편리해진다. 그밖에 연구기관들은 경제적 측면에서 도로정체로 인한 시간 및 에너지 절감과 함께 인천지역 총 생산액 2천814억원과 부가가치 1천616억원의 유발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여러 부문에서의 기대되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인천시가 해야 할 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도시철도는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이라는 점에서 100%의 완벽한 안전성이 요구되고 있다. 철저한 안전점검과 안전수칙 이행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는 안전성 확보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새로 채용된 검사원 절반이상이 수리경험이 없는 초보자라는 점이 우려를 낳게 한다. 따라서 검사원의 기술교육강화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지하철 이용객의 편리도모와 이용률제고를 위해 버스 및 택시정류장과 역세권주차장을 포괄하는 환승센터를 주요 역주변에 속히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런가운데 수지타산면에서 초기 수년간 누적될 적자폭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도 생각해 봐야
흔히들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한다. 이는 조직의 인사가 구성원 개인의 사기진작은 물론 조직활성화를 위한 몫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흥시가 지난달말 2차구조조정 등 조직개편안이 확정됨에 따라 단행한 422명의 승진인사를 포함한 보직변경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놓고 공무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1주일이 지나도록 끊이지 않고 있어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들 직원들은 이번 인사가 몇몇 팀(계)의 전체 인원을 교체하는등 파향적으로 이뤄져 업무의 연속성이 이뤄지지 않을 뿐만아니라 업무파악에 많은 시간이 허비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무장 제도가 없어진 동사무소는 더 불평의 목소리가 높다. 동사무소의 업무 특성상 대부분이 연계업무와 현장파악 중심의 기본업무를 중요시해야 하는 점을 고려할때 인원을 줄이면서 7∼8명을 교체한 인사는 인사의 기본(?)을 무시한 인사라는게 동주민들과 직원들의 반응이다. 특히 시가 승진인사를 실시하면서 수사기관에 계류중인 사건(오는 20일 최종판결예정)이 마무리되 않은 상태에서 관계공무원을 대기발령시키면서까지 직무대리를 승진시키자 공직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해하기 힘든 인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사 뒤에는 언제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사는 조직원 50%만 흡족해도 성공인사라고 말한다. 인사의 후유증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인사가 단순한 불만으로 끝나지 않고 업무의 연속성과 차질을 빚을 만큼의 상식을 벗어난 인사라면 이는 한번쯤 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시흥=구재원기자(제2사회부)
가을 들녘은 어디를 가든 한폭의 그림처럼 풍요하다. 희망과 평화와 보람이 담겨있기도 한다. 참새떼를 쫓는 어린 아이들이 논에서 살찐 미꾸라지며 메뚜기를 잡곤 했다. 벌써 오래된 50년대의 얘기다. 지금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농약을 국내에서는 남용하는 판이다. 미꾸라지나 메뚜기가 살래야 살수가 없다. 가을 들녘이 조류의 극성으로 피해가 적잖은듯 하다. 벼를 쪼아먹는 참새떼도 참새떼지만 밭곡식까지 조류가 덮친다고 한다. 논에 세우는 허수아비가 밭에도 들어서고 있다. 그렇지만 효과는 그리 신통치 않은것같다. 병충해가 농약에 면역되는 것처럼 조류도 허수아비를 허수아비로 알아보는 면역이 생겨 위엄이 서지 않는 것이다. 논밭뿐만이 아니다. 과수원에도 까치 까마귀 떼가 날아들어 배를 마구 쪼아먹는다. 종이봉지속에 든 배맛을 어떻게 알아보는지 조류가 쪼아먹은 것일수록 잘 농익은 것이 일품이다. 세태 따라 변하는 것인지 가을 들녘도 예전의 정경과는 많이 달라져간다. 새떼만이 아니고 인간들도 극성이다. 볏가마 도둑은 있어도 벼도둑은 없었다. 못먹고 못살던 시절에도 그랬다. 지금은 햇볕에 말리던 벼를 밤에 멍석만 덮어 전처럼 들판에 그대로 놔두지 못한다. 벼도둑때문이다. 심지어는 고추같은 것을 밭에서 송두리째 뽑아 트럭으로 훔쳐가는 도둑도 있다. 피땀흘려 가꾼 한해 농사를 망치는 이런 인간들이야말로 조류보다 못하다 할 것이다. 환경친화, 순박한 인심의 예전과 같은 가을 들녘의 정경을 살릴 수는 없는 것인지.
경기도교육청의 특별예산 정실지원은 듣기에 심히 민망하다. 국감자료 인용보도에 따르면 지난 97년부터 올해사이 39건에 모두 7억742만원이 지원됐다. 교육감과 교육위의장등 몇몇 유력인사출신의 초·중·고등학교에 이처럼 정실배정했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보기에는 15명의 고위직 모교에 지원된 건수가 너무 많아 객관적 설득이 어렵다. 또 예산의 다과가 문제가 아니다. 이같은 공정성결여는 교육행정 전반에 걸친 불신을 가져올 우려가 높다. 특별예산지원을 떡갈라먹기식으로 했으면 다른 무엇인들 제대로 했겠느냐는 의문을 자초하는 것이다. 물론 교육환경개선이 필요없는 모교에 굳이 배정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돌아보면 교육환경개선이 필요치 않는 학교가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정실배정으로 인해 더 열악한 학교의 교육환경개선이 지장받는 폐해를 줄 수가 있다. 특별예산 지원엔 아마 소정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기준을 귀고리 코걸이 모양으로 해석하여 집행하는 것이라면 권위를 스스로 훼손한다 할 것이다. 모든 통상적 행정이 투명화를 지향하고 있다. 일반행정, 세무행정, 지방행정 할 것없이 행정전반에 투명성이 강조된다. 심지어는 법원행정도 그러하다. 교육행정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하긴, 경기도교육청도 교육행정의 투명성을 말한바가 있으나 말과 실천이 다르다. 정실에 흐른 특별예산지원은 밀실행정으로 이를 투명하다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지역교육의 본산인 경기도교육청에 이같은 고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 어려운 여건에서 많은 난제를 풀어가는 평소의 노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몇몇 고위직의 빗나간 모교사랑을 안타깝게 여긴다. 고위공직자에겐 남다른 조신성이 요구된다. 공연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일은 자신의 주변에서 먼저 정리할 줄 아는 혜안이 요구된다. 교육기관
농약의 가공할 폐해를 잘 알면서도 농촌진흥청이 농약화(農藥禍) 예방에는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농진청 국감에 나선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의원들은 농진청이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사용을 금지토록 해 등록 보류대상인 고독성(高毒性) 농약 17종을 잔류성 시험도 하지않은 채 등록시켜 생산을 가능케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분명 정부가 저공해 안전농산물 생산을 위해 농약관리법을 강화시킨 환경농업정책에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환경농업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부가 지난 96년 12월 농약관리법을 개정, 농약을 품목고시제에서 등록제로 전환 강화하면서 농약등록을 위해선 잔류성 시험을 거쳐야 하며, 맹·고독성 농약으로 분류되는 농약은 등록을 보류토록 했는데도 농진청이 이를 어긴 것은 이해못할 일이다. 국감의원들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국내 유통 고독성 농약은 20종으로 연간 사용량은 전체 농약공급량의 7.9%인 1천700여t에 이르고 있다. 또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에서 지정해 세계 각국이 사용중단한 환경호르몬 농약중 엔도셀판과 메소밀 등 17종 58개품목의 농약이 국내에선 아직도 연간 2천∼3천t 규모로 사용되고 있다. 살충제 등으로 사용되는 고독성 농약은 미국환경청의 안전성 검사결과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구토 등을 일으키게 하며 심하면 호흡마비 증세가 나타나는 등 심각한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말할 것도 없이 고독성 농약사용은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켜 결국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환경공해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고독성 농약의 사용규제는 물론 일원화된 농약관리 및 잔류농약검사체계마저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한심한 일이다. 특히 잔류농약검사 대상인 85개 작물중 농약안전사용기준이 마련된 품목은 54개품목에 그치고 있으며 나머지 31개 작물은 국내 농업환경과 여건이 다른 미·일 등의 기준을 적용하고
1950년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들 가운데는 국내 민간인들에게 행패를 부린 군인이 더러 있었다. 특히 낙동강까지 후퇴하고 9·28수복으로 북진하는 와중에서 더 심했다. 행패는 부녀자들 겁탈이 많았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루는 한국전에서 전사한 워커대장에 이어 부임한 리지웨이 미8군사령관을 불러 그같은 탈선을 경고했다. “알겠습니다. 엄히 단속하겠습니다. 하지만 각하! 우리 병사들은 목사가 아닙니다.” 리지웨이 말은 목사가 참전했으면 그같은 불상사는 없겠지만 전쟁은 치를 수 없다는 뜻이었다. 오산전투에서 전원 전몰한 스미스부대의 추념비는 지금도 당시의 처절한 상황을 말해준다. 그 치열한 공방전 가운데 어느 미군병사가 참외밭 임자를 찾아 ‘좀 따먹어도 되느냐’며 허락을 받았다는 숨은 일화가 전하기도 한다. 미공군의 공습에 의한 충북 영동군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에 이어 육군에 의한 경남 마산시 곡안리 양민학살사건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당시 낮에는 이쪽 세상, 밤에는 저쪽 세상이 되곤 했던 전쟁터의 민간인들은 밤은 밤대로 낮엔 낮대로 적과 내통했다며 숱하게 학살당했다. 전쟁의 속성이며 비극이다. 전쟁은 이처럼 참외임자의 허락을 받는 얼굴과 양민을 학살하는 얼굴, 두 얼굴을 낳는다.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이 미언론에 의해 제기된 것은 충격이다. AP통신이 기록문서를 추적, 보도한 것을 워싱턴포스트지가 받아 사설로 다루었다. 이미 50년이 다되는 일을 추적한 것도 놀랍고 이를 보도한 것도 놀랍다. 아마 우리같으면 국익에 어긋난다며 매국노취급당하기가 십상일 것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한 미전쟁문서도 경이롭고 미국의 진정한 언론자유 또한 경이롭다. 우리와는 격차가 심한 인권의 참다운 면모가 어떤것인가를 보는것 같다.
경기도립국악단이 매월 두차례씩 토요일 오후에 공연하는 토요상설 국악공연이 우리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도민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열린 공연에선 두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하지못했다. 이유인 즉은 도문예회관 공연과에서 공연 며칠전 상설공연에 출연하기로 했던 객원출연자에 대한 출연료를 지불할 수 없다며 그 프로를 빼고 진행하라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무료공연이므로 객원료 지출이 어렵다는 갑작스런 얘기에 국악단에서는 섭외했던 국악인(성악)에게 정중한 사과와 함께 취소를 했고, 그날 공연은 결국 프로그램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도립국악단의 토요국악 상설공연은 우리의 다채로운 국악(歌·舞·樂)을 선보일 기회가 적어 전통부터 창작까지 다양한 국악장르를 선보이며 국악인구 저변확대에 한몫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또 토요일 오후에 도문예회관에 오면 언제나 우리음악을 접할 수 있게해 경기도를 찾는 국내·외국인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청소년들에게도 우리음악을 쉽게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 것으로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과 관심있는 도민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국악상설무대는 각 악기별 연주, 성악, 전통무용, 사물, 민요, 창작음악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 지난 3월13일부터 오는 12월18일까지 총 20회가 공연되는데 이중 성악이나 전통무용, 국악가요 등 몇분야는 국악단내 해당전문인이 없어 외부출연자(객원)를 쓰고있다. 다양한 국악장르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20회 공연에 객원출연료는 고작 500여만원에 불과하다. 국악단은 많지않은 1년 예산을 절약해 그동안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연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상설공연이 무료공연이어서 객원료 지출이 안되므로 앞으로 단원들이 가능한 음악만 연주하라니, 그동안 주말을 반납하고 사명감을 갖고 늦은 저녁까지 공연을 해온 단원들은 기가 있는대로 꺽였다. 문예회관은 이전에 신
지난 3일 오전 10시 의왕 내손체육공원에서는 제11회 의왕시민의 날을 맞아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시민대화합축제가 열렸다. 12만 의왕시민들을 축하해 주기라도 하듯 비가 내리던 전날과는 대조적으로 모처럼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화창한 가을 날씨가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그러나 주민들의 모습은 이런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6개 동민들의 입장식이 끝난후 만난 한 주민은 같은 동에 위치한 모 아파트주민들이 체육대회때 동네 원주민들이 참가하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해 입장식때는 아예 원주민들은 입장조차 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개막식행사후 시 태권도협회의 태권도시범때는 잠깐동안이지만 종교적인 행사인줄 착각했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시범 막바지에 박을 격파했을때 박에서 나온 플래카드에 적혀진 ‘할렐루야’라는 문구를 본 주민들은 “교회체육대회에 온 느낌이다. 범시민적인 행사에 웬 종교 용어냐”며 의아해 했다. 응원전에서도 주민들의 말은 이어졌다. 동에서 응원상을 타려고 수십만원씩을 들여 이벤트회사의 치어리더들을 데려와 응원전을 폈다. 축구, 배구 등 매년 같은 종목으로 체육대회를 치르는데 대해서도 주민들은 식상해 했다. 이 때문에 매년 동 직원들은 선수 차출을 위해 행정은 뒷전으로 미루고 선수섭외에 상당한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12만 시민이 단결하기 이전에 같은 동의 원주민들과 아파트주민들간의 이격감부터 해소하고 행사의 사전검토작업부족 등 행정의 미숙에서 오는 불신,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들까지 고루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개발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선행되지 않는한 시민 모두의 단결과 화합을 이룬다는 당초 목적달성은 요원할 것이다./의왕=임진흥기자(제2사회부)
진(秦)나라가 16년만에 망한 것은 황제 호해가 우매한 틈을 탄 조고의 전횡때문이었다. 조고는 자신의 위엄을 시험하고자 사슴을 말이라며 황제에 바쳤으나 아무도 직언하는 신하가 없었다.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를 낳은 조고는 환관이었다. 비록 내시였지만 황제를 지근에 두어 지금으로 말하면 비서행세를 했다. 조선조에선 왕의 비서실인 승정원에서는 정사를 관여치 못하게 했다. 비서들이 설쳐 잘되는 일이 없는게 고금의 이치다. 자유당정권때 ‘비서정치’란 말이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을 당간부나 장관이 만나려고 해도 박모비서관의 허락부터 먼저 받아야 했다. 청와대 전·현직 공보수석의 두 박씨가 구설수에 오른 것은 매우 유감이다. 현 공보수석은 중앙일보사장 홍석현씨가 개인탈세 혐의를 두고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집권(김대중 대통령)기간동안 잘 협조할테니 선처를 부탁했다’며, 홍씨구속은 언론탄압이 아니라고 공식 발표하고 나섰다. 이에 발끈한 것은 중앙일보보다 검찰이다. 대검은 “홍사장과 청와대 사이에 무슨 말이 있었는진 알 수 없으나 그런식의 선처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심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중앙일보는 지난 1월 전공보수석이 편집국장을 비롯한 대대적인 인사압력이 있었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이같은 전·현직 공보수석의 구설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실체를 가려내야 한다. 정권의 도덕성과도 연계된다. 홍씨에 대한 처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전·현직 공보수석에 대한 진실규명이다. 비서는 말을 아끼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직분이다. 자고로 비서가 설쳐서 잘된 일이 없다. 비서를 잘 다스리는 것은 비서를 거느린 이의 책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