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각국은 문화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고대도시의 폐허, 고성(古城), 고궁, 사원, 박물관은 물론이고 유명문인, 화가, 음악가 등 예술가의 생가와 묘소까지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화유산의 관광화는 외화획득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국가이미지 홍보에다가 자국민의 자기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예술문화발전에 공헌한 인물들의 생가나 그들이 생애의 어느 기간동안 작품활동을 하며 지내던 주거지가 기념물로 지정되어 보존된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외국여행을 한 번쯤 다녀온 사람들은 그 나라 에술가의 생가나 기념관에 안내되어 관람하고 설명을 들으며 감회에 잠겼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문인이나 예술가가 몇명이나 있느냐고 반문하면 안된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서도 사랑을 받는다는 격언이 있다. 자기 자신을 멸시하면서 다른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려 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내가 나를 소홀히 하고 얕잡아 보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는 나를 존중히 여기고 관심을 가지라고 요구할 수가 있는가. 파리는 파리의 분위기를 지녔고 로마는 로마의 분위기를 지녔다. 아테네, 이스탄불, 카이로, 예루살렘, 델리, 방콕 등이 각기 독특한 문화분위기를 지녔듯이 한국은, 한국의 분위기와 역사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잘 보존돼 있는 문화유산마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없애려 하고 있다. 훌륭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수난을 당하는 시대이다./淸河
오피니언
경기일보
1999-11-0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