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와 엔카

노래는 가사도 가사지만 곡조가 가사에 담겨있는 정서를 전한다. 가사내용을 모르는 외국인의 노래를 듣고도 감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우리 노래가운데 가수 남진이 부른 ‘가슴 아프게’가 있다. 한번은 이를 애창한 일본인 친구가 ‘가슴 아프게’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 ‘마음이 아프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한참 듣고나서 의문이 풀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걸 본적이 있다.

그러나 처음엔 ‘무네’(가슴)가 왜 ‘고꼬로’(마음)냐며 되물어 우리 말로는 마음을 더 깊게 강조하는 상징어로 ‘가슴’이라고 표현한다는 설명을 듣고나서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곡조가 가사의 정서를 전달하는 가운데도 나라마다 어법에 따라 이처럼 선뜻 이해가 잘 안되는 대목이 더러 있다.

지난 토요일 경기문화예술회관에서 한국노래를 좋아하는 일본인 열성팬들의 한국가요경연대회가 사단법인 한국가요작사작곡가협회 경인지부 주최로 있었다.

출연자들중엔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 ‘신토불이’ ‘미스고’ ‘마음이 울적해서’ 등을 열창,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것으로 전한다.

한국가요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많은 것은 오래됐지만 이처럼 우리나라까지 와서 경연대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대중문화의 개방은 장차 일본 가요인 ‘엔카’도 건너오게 된다. 일본사람들이 가요를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있어도 우리가 엔카를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폐쇄적 사고방식이 행여 대두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일본사람들이 우리 가요를 즐긴다고 해서 자신들의 혼을 잃은 것은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유치한 자폐의식이 아니고 온건한 마음가짐이다./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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