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개성 있는 이름 찾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는 지난 7월 인천시 남쪽 5개 구(區)인 중구·동구·미추홀구·남동구·연수구의 110여 개 동네 이름 유래를 밝힌 책 ‘미추홀은 물골이다’를 펴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첫판으로 인쇄한 1천권이 금세 동나는 바람에 요즘 서둘러 2판 500권 인쇄를 추진하고 있다.

책이 나오고 나서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다. 그중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미추홀을 책 제목으로 뽑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유는 미추홀구 때문이었다.

이번 책 내용의 대상으로 삼은 5개 구의 이름 가운데 그 의미의 범위가 가장 넓어서 전체를 대표하기에 적합한 이름이 미추홀이었기 때문이다. 미추홀구는 이전의 남구(南區)를 대신해 2018년 7월1일부터 새롭게 쓰이고 있는 이름이다. 2천여 년 전 비류(沸流)가 처음 자리를 잡은 미추홀의 중심이 지금의 문학산 일대였고, 그 뒤로도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기 전까지 인천의 중심은 줄곧 관아(官衙)가 있었던 지금의 미추홀구 관교동·문학동 일대였다.

미추홀구라는 이름은 이에 더해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 인천시 북구가 1995년 부평구와 계양구로 나눠진 것과 같은 식이다. 하지만 미추홀구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스스로 남구라는 개성 없는 이름을 버리고 새로 찾아가진, 이름다운 이름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인천에 처음으로 구(區) 제도가 실시된 것은 1968년이다. 그때 인천은 중·동·남·북구로 나누어졌다. 동네마다 갖고 있는 역사나 특색은 철저히 무시한 채 그저 그때의 방위(方位)에 따라 무미건조한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여느 도시에나 흔히 있고, 있을 수 있는 이런 이름은 사실 이름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동네든 무릇 이름이란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추홀구가 남구를 대신한 것은 바로 이렇게 자신만의 개성 있는 이름을 찾아가진 좋은 사례이다.

이런 면에서 아직 인천에 남아있는 개성 없고, 실제 방위와도 맞지 않는 구 이름-중구·동구·서구-들도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이름을 새로 찾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마침 미추홀구가 그 훌륭한 선례(先例)를 보여주었으니 그대로만 따라 하면 그다지 어려울 일도 없을 것이다.

몇 해 전 이런 뜻에서 인천시가 이들 구에 어떤 이름을 새로 붙이면 좋을지 시민에게 물어본 일도 있었다. 이때 중구는 제물포구, 동구는 화도진구, 서구는 연희진구가 좋겠다는 등의 의견들이 있었다. 시민의 뜻을 좀 더 물어보고, 미추홀구가 먼저 겪었을 문제들을 잘 보완하면 뜻깊고, 입에 올릴 때 감칠맛이 나는 좋은 이름들이 생기지 않을까.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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