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민주주의의 주인은 국민인가 정부인가

국민이 주인이 되자는 민주주의 운동은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며 다수의 민을 지배해 온 사회를 개혁하자는 것이었다. 권력자에 대해 민이 느끼는 억압이나 압박이 해소되리라는 기대 속에서 대가를 지불해가면서까지 추구해온 민주주의이다. 그런데 현 정부가 이전 정부에 비해 민이 주인 된 사회를 더 구현해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일반인들이 경제정책에 부담을 느끼는 삶은 아니었다. 현 정부의 역할은 없었지만, 국민 모두가 좀 더 나은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일부 국민들의 경제행위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차분한데, 위기라 과대포장해 제도를 바꾸고 세금이라는 칼을 들이대며 전에 없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세금이 진정 필요한 곳에만 사용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권력 재집권을 위한 도구처럼 사용된다는 평가가 많으니 증세 저항은 당연하다.

선을 행하더라도 강제적 방법은 옳지 않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현 정국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집단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재단하는 시대로의 회기와 같다. 권력을 쟁취하더니 자신들이 투쟁할 때의 구호와는 정반대로 무엇이든 법을 들이대며 강제로 밀어붙인다. 핑계는 하나, 너희는 나빴으니 지금도 나쁜 것이고 우리는 정의로웠으니 지금도 정의롭다는 것이다. 민을 위한다며 민을 압박하는 형국으로, 민이 다시 정부의 아래에 놓였다.

민주주의에서의 권력이란 법에 정해진 권한을 마음대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며 모두를 위해 내려야 하는 결정일 것이다. 오히려 비민주정부 시절에는 국민들의 비판이나 저항을 두려워해 권력 행사에 신중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권력은 여론을 고려하기는커녕 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며 국민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권한을 마음껏 행사한다.

타의 인사에는 공정성을 들이대며 재단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인사에는 정치철학을 공유해야 한다며 원하는 대로 밀어붙인다. 부당함을 감추는 옹색한 변명이다. 타 조직에 들이대는 부당함의 기준이 자신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에 설득력이란 없다. 정치철학을 같이해야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면 정치철학을 공유하지 않는 국민은 어찌할 셈인가. 그렇다면 모든 기업이 회사의 철학을 내세워 직원 채용에 자체의 기준만 적용해도 될 일 아닌가. 경영의 성패에 책임지지 않는 정부가 기업 등의 민간영역에 개입하는 것은 공무를 벗어난 일탈행위일 수 있다.

정부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정도의 관리로 충분하다. 민주 정부가 민이 주인인 사회를 받쳐주는 것이라면 정부가 관여할 일을 엄격히 제한하고, 지금처럼 국민 모두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려 하지 말고, 국민들 간의 다툼이 조정되지 않을 때 개입해 공정하게 처리하면 된다.

계급사회의 백성을 지배하던 관료도 아니고, 여느 직종처럼 그저 평범한 일을 하는 정치가나 공직자들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필요 이상으로 먹여 살려야 하는지 이를 바꾸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구현일듯싶다. 그 어떤 공직자의 일도 일반인의 일보다 가치 있을 수는 없다. 만민이 평등한 민주국가에서의 애국자는 공사 구별 없이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자들이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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