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역사는 안전 관리 측면에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미래에 다가올 재난을 해결하려면 재난의 사례를 들여다보고 재난안전 관리체계의 진행 과정을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재난을 기억하고 재난 당사자로서의 자세를 갖고, 재난 역사의 중심에 서서 주시해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 되는 현상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히 발견해 대처하지 못하면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어떤 대형 사고가 1건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관련된 29번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징후들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을 뜻하는 통계적 법칙이다.
과거 국내외 재난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도 예견된 사고였다. 그간의 선박 침몰사고에 안이하게 대응한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 주고, 대한민국 사회의 안전 관리 실태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 비극적인 사건이다.
앞서 연호 침몰사고(1963년), 남영호 침몰사고(1970), 서해페리호 침몰사고(1993) 등으로부터 선박법규의 전반적 개정, 항로와 선박 안정성 등에 대한 법적·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보강이 필요함을 지적했지만 허사에 불과했다. 결국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에까지 이르러서야 선박 규제를 강화했다.
911 테러도 막을 수 있었다. 이슬람 테러조직이 2001년 9월11일 여객 항공기를납치해 미국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을 공격해 3천여명이 사망·실종된 21세기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이 또한 미리 짐작된 사고였다.
1988년 12월21일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발생한 팬암항공기 폭파로 270명이 사망했다. 팬암항공기 폭파사건은 최악의 항공기 사고로 뉴테러리즘의 시발로 일컬어졌다. 일명 얼굴 없는 범죄가 시작됐다. 세계무역센터도 예외가 아니라고 공공연하게 입에 오르내렸는데도 당국에서 무시했다.
1993년에는 세계무역센터에 직접 테러를 가했다.테러범들은 폭탄을 실은 밴을 지하 2층에 주차 시킨 후 폭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도주한 후에 폭발시켰다. 지하 5층부터 로비(1층) 바닥까지 구멍이 뚫렸으나 사망은 6명에 불과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9·11 테러로 이어질 전조를 감지하였지만 안이하게 대응하다 911 테러라는 대형 참사를 불러왔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일이 작을 때에 처리하지 않다가 결국에 가서는 쓸데없이 큰 힘을 들이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는 모두 작은 사고 하나하나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연쇄적인 재난으로 이어진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건·사고를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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