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기울어진 운동장, 소상공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소상공인은 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특히 작은 기업이라든지 생업적 업종을 영위하는 사업자로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자를 의미한다. 특히 소상공인은 우리나라 사업체 수의 86%, 종사자의 38%, 국내 GDP의 3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뿌리이다. 또한, 세계적인 기업인 스타벅스나 나이키도 소상공인에서 시작했고, 삼성LG와 같은 기업들도 처음부터 대기업이 아니었음을 고려한다면,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씨앗이다. 하지만, 700만명으로 추산되는 소상공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하루하루 위태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는 지금껏 소상공인을 위한 기본법조차 갖추지 못한 채, 소상공인 보호라는 공허한 외침만 반복한 결과이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하에서 중소기업이 국가의 보호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1966년 이래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중소기업 정책은 중소기업기본법을 근거로 한 다양한 시책으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해왔다. 하지만, 소상공인은 비전문성과 영세성 탓에 과다경쟁과 경영악화를 반복하고 있음에도, 중소기업의 한 유형으로 취급해, 대부분 중소기업 정책에다 일부 소상공인 정책을 끼워넣는 식으로 실시하다 보니 실제로 소상공인의 현실과는 괴리된 실효성 없는 정책이 많았다. 일례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의 경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할 수 있는 단체의 소상공인 회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너무 낮게 정한 탓에 다수인 중소기업이 시장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해 오히려 중소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부작용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지금까지 소상공인은 체급이 전혀 다른 중소기업기본법이 적용되는 등 제대로 된 법적 근거 없이 방치됐다. 유통대기업들이 골목상권을 침탈할 때, 이를 방지하기 위한 관련 법조문 하나 바꾸고자 수년간의 시간을 허비한 것도 어쩌면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기본법이 없는 상태에서 그때그때 개별적인 법률로 땜질식 대응을 해왔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업종은 진입장벽이 낮고 생활밀착형 사업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기존 중소기업 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 따라서 소상공인들이 경제주체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소상공인을 위한 모법(母法)으로 소상공인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영역의 보호, 복지 문제, 지원방안 등을 모두 포괄하는 독자적인 법체계를 구축해 맞춤형 정책을 펼쳐야 한다. 또한,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법정경제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에 대해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연합회 등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각종 정부정책의 수립에도 적극 그 목소리를 반영해 줘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쏟아내지만, 정작 소상공인을 위한 나라는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동네맛집이 오직 소문만으로 대형프랜차이즈 기업을 밀어내듯, 소상공인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대기업과 외국계 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한 운동장, 그 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소상공인의 외침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이승기 변호사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우리는 언제나 포기하지 않고 함께 걸어간다

2010년 2월 3일 영국 런던 소더비에서 예술품 경매의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일이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현대 미술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Walking man)이 경매에서 6천500만 파운드(한화 약1만1천190억원)에 팔렸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뉴욕 경매에서 팔린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파이프를 든 소년이 기록한 미화 1억420만 달러였다. 스위스 화폐(스위스 프랑) 100프랑 지폐에도 나오는 자코메티와 걷는 사람이 무엇이기에 현대 예술품 경매의 최고 기록을 세웠을까. 자코메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이 가진 절망, 상실 그리고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그의 작품인 183cm의 아주 앙상한 인간, 청동 조각상, 걷는 사람을 통해 형상화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인간은 대중 속의 고독한 실체이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나가야 하는 인간의 본질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즉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고 한다. 걷는 존재로서 인간의 철학적 고찰을 차지하더라도 개인들이 모여 우리라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이 공동체가 사회로서의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함께하지만 홀로이며 홀로이지만 같이 해야 하는 인간으로서 계속 걸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처럼 빨리 가기 위해서는 홀로 가지만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걸어가야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본질이기도 하다. 대한적십자사인천광역시지사는 걷기의 의미를 천착(穿鑿)하면서 지난 2016년부터 인천지역의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돕기 위한 자선 나눔 걷기를 진행해왔다. 나눔걷기의 기획 목적은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의 경제사회적 여러 어려움을 함께 생각해보면서 인천시민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개최되었다. 이 나눔걷기는 올해로 제4회를 맞이한다. 지난 3년간 약 2만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하면서 명실상부 인천 최대의 자선 나눔걷기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는 인천지역의 많은 후원업체가 나눔의 뜻을 함께했으며 무엇보다도 인천지역의 많은 시민이 함께 걸으면서 나눔의 뜻에 동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해에도 4월 20일 인천대공원 어울림마당(구 야외음악당)에서 오후 1시부터 나눔걷기가 개최된다. 특히 이번 나눔걷기는 대한적십자사인천광역시지사와 인천지방경찰청이 함께 기획하는 희망지킴이 프로젝트가 공식 시작되면서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을 형성해주는 것은 시간과 경험이라는 항상적 요소라고 한다.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더불어 함께 라는 의미보다는 경쟁을 미덕이라 합리화하며 살고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 외로움과 군중 속의 고독함을 시간과 경험이라는 항상적 요소라고 인식하며 우리 자신을 형상화한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라는 시간과 경험의 항상적 요소를 만들기 위해 언제나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야 한다. 이경호 대한적십지사 인천광역지사 회장

[인천시론] 제품, 서비스·정책의 기대에 대한 가성비를 높이자

최근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 가성비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일상생활 속에서 가성비가 높다라는 표현으로 제품 및 서비스, 심지어는 인간관계에까지 광범위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가성비는 아직 표준어로 인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우리말 사전에 따르면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줄여 이르는 말로, 어떤 품목이나 상품에 대하여 정해진 시장 가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능이나 효율의 정도를 말한다고 풀이된다. 가성비라는 용어에서 나타나듯 최근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거나 선택할 때, 심지어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상황에서조차 개개인의 비용 투입 대비 기대효과가 높은 것을 선호한다. 기업 및 정부 역시도 이러한 소비자(국민)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정책을 개발하게 된다. 경영학 등에서는 소비자(국민)의 요구를 니즈(Needs)라고 표현하고 이 니즈 파악을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람들의 니즈는 개개인별 경험과 인지구조(인식하는 방법, 알아보는 관점)에 따라 같은 사물 또는 상품(제품)에서도 서로 다른 관점의 감성을 느끼며, 이를 자기만의 가치 기준에 따라 인지하고 해석해서 자신과 맞는 것에 대한 호감을 표현한다. 이러한 가치를 감성가치(Emotional Value)라고 표현한다. 감정가치는 개개인별 체험과 정보 및 지식 등의 다양하면서도 지속적인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르게 형성되며, 그에 따른 반응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가치 중심적인 제품 및 서비스(정책)는 소비자(국민)로 하여금 해당 제품 및 서비스(정책)에 대한 만족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나 그 중요성에 비해 소비자 행동을 직접적으로 고찰할 때 기대된 만큼 널리 적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가 상당 부분 제품 및 서비스(정책)의 구매 및 사용과 관련된 소비자 행동을 이끌기 때문에(최소한 아주 일반적인 의미에서)에 소비자행동 관찰을 통한 소비의 가치 이해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 가치 중심의 경영 또는 정책운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략적 함의 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서 한정된 예산과 자원으로 기업 및 정부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정책 입안자 및 기업의 오너 등이 이러한 가치 중심의 경영 또는 정책운용을 위해 다양한 소비자(국민)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공공데이터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국가에서는 이러한 공공형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플랫폼 기반의 지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경쟁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많은 이들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서 기대 가치에 대한 가성비 만족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문명국 청운대학교 융합소재공학과 교수

[인천시론] 절망 대한민국, 정녕 ‘장밋빛 미래’는 없나

숨 막히는 미세먼지로 인한 생명의 위협, 중산층이 무너져 내린 승자독식의 사회, 탈원전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이념의 양극화로 갈래갈래 찢어진 민심, 앞이 안 보이는 민생경제와 우리 기업의 몰락 등 이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한마디로 리더십 실종이다. 최근 미세먼지 대재앙을 보면서 정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유치원, 초등학교에 공기청정기 설치해준다 하고 총리는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담당 장관은 중국에는 입도 뻥긋 못하면서 거리마다 공기정화기를 설치한다 하고 서울시장은 질세라 건물에 특수페인트를 칠해서 미세먼지를 흡착시킨다고 한다. 여당은 이명박 정부 때 디젤 차량이 늘어서 이 꼴이 났다고 한다. 경유 승용차 판매는 노무현 정부 때 허용했던 일이다. 경복궁 무너지면 대원군 책임인가. 무능극치, 유체이탈, 책임회피 발언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중장기 미래 예측 보고서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를 지난 5일 발표했다. 정치경제사회 등 13개 분야 모두 절망적이다. 2050년에 미국 다음으로 1인당 소득이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한 골드만삭스의 예측이나, 한국을 찾은 수많은 미래학자가 얘기한 장밋빛 미래는 찾아볼 수 없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12년 만에 3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정부는 자랑조차 하지 못한다. 국민이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은 얼어붙어 있고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 상대적 빈곤율이 다른 3만 달러 이상 국가보다(평균 11.8%) 17.4% 높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의 엔진이 식어 가는데 정부는 두 손 놓고 있다. 5월이면 문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게 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방향도 틀리고 전략도 없고 국격(國格)도 없는 국정운영이었다. 견제와 균형, 연립과 연합, 타협과 통합이 없는 현 체제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모든 잘못과 책임은 상대와 과거에 돌리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우리를 골병들게 한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게르만인보다 못하며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못한 로마인이 세계적인 제국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적도 껴안는 개방과 관용, 포용력 덕분이었다고 썼다. 왜 우리는 이렇게 하지 못할까. 건강이 좋지 않은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살아 있는 모든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운 나라가 과연 있을까. 차기 재집권이 어려우면 또 다른 보복의 불안과 두려움이 이렇게 막무가내식의 정치를 만들어 내는 것인가. 국민의 고단함, 억울함, 불안함을 해소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지금 청와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솔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지지와 이해를 구하는 일이다. 지도자와 측근들이 좁은 사고에 갇힌 채 우리만이 정의이고 우리 판단만이 옳다고 우기면 같은 오류와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쇠망한 대한민국만 있을 뿐이다. 희망은 실망으로, 실망은 절망으로 가고 있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인천시론] 미세먼지와 공기청정기

사상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연일 계속되면서 국민의 고통과 분노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는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경보를 6일째 발령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건강을 위협받는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대책은 부족하고 상황을 점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외출을 자제하라는 재난 문자 이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 아니냐는 자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세먼지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이 폭증하고 있다. 중국 책임론을 지적하면서 우리 정부의 당당한 대응을 요구하고 미세먼지 악화로 인한 시민들의 걱정과 우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학교 등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달라는 의견도 상당수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용량의 공기정화기를 빠르게 설치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는 상반기 중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겠다면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추가경정예산으로 재원을 확보해 연내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반응은 회의적이다. 대기환경 전문가들은 공기정화기 설치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실내공기질을 깨끗하게 유지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2018년 2월 교육부에 제출된 초등학교 공기정화장치 효율성 평가 연구에 의하면 공기청정기 설치가 교실의 미세먼지 농도 감소 효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환기를 하지 않거나 필터 청소 및 교체를 정기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폐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경우 교실 내 학생들의 날숨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도 문제다.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수가 20~30명인 교실에서 창문을 닫고 40분 동안 수업을 했을 때 이산화탄소 농도는 2천200ppm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학교보건법상 교실 내부의 이산화탄소 관리기준은 1천ppm이다. 1시간만 창문을 닫고 있어도 기준보다 두 배 이상 넘게 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2천ppm 이상이면 하품, 졸음이 시작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두통과 어지럼증까지 올 수 있는 수치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라돈 역시 환기가 중요하다. 교육부 발표대로 모든 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약 2천300억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된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교실마다 공기청정기 2대를 설치하면 과연 우리 아이들이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롭고 쾌적한 공기질 환경에서 공부하게 될까. 자주 환기를 시키거나 장기적으로 다소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언제나 환기할 수 있는 공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효과적인 대책이 아닐까. 미세먼지 대책이 학교 공기청정기 설치 등 단편적이고 임시방편적 대응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미세먼지가 노약자 등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실태를 파악하고 국민의 보건권과 환경권을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제로페이를 사용합시다

미세먼지 가득한 지금의 하늘처럼 올해는 특히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새삼 느껴지는 한해인 것 같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한숨소리만 들려온다. 이에 정부는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을 완화하고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0.8%, 5억원이하 중소가맹점은 1.3%, 최고 요율도 2.3%로 인하했다. 하지만, 여전히 카드수수료는 소상공인에게는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평균 연매출액 6.8억원의 편의점은 평균 2천9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낸다. 그중에 31% 900만원이 카드 수수료이고, 제빵프랜차이즈의 경우 연매출액 6.8억원, 영업이익 2천300만원, 카드 수수료는 무려 52%인 1천200만원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소상공인을 위한 결제시스템인 제로페이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제로페이는 작년 12월 20일 서울, 창원, 부산 자갈치시장 지역에서 시범시행하고, 이후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제로페이란 소상공인을 위한 간편결제 서비스로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소비자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이체되는 방식의 시스템이다. 한마디로 휴대폰용 체크카드라고 보면 될 것이다. 왜 소상공인을 위한 결제서비스냐면 수수료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8억원 이하 소상공인 가맹점은 0%, 8억원~12억원 이하 0.3%, 12억원 초과 0.5%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소상공인에게만 혜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는 소득공제 40%란 혜택이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15%, 현금이 30%에 비하면 과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제로페이의 문제점으로 결제시간이 오래 걸리고, 소비자가 QR코드를 찍어야만 결제가 가능하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필자가 제로페이를 사용해 본 결과 신용카드라는 수단에 비해 생소할 뿐이지 결코 결제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신용카드 결제시간이나 제로페이 결제시간이나 소요되는 시간은 비슷해 결제시간은 문제될게 없어 보인다. 다만 제로페이 결제수단 QR이라는 것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것은 정부가 포스, NFC, 지문인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가 결제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다. 신용카드와 경쟁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최근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도 행복한 봄이 올 수 있도록 많은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사용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아울러 소비자는 제로페이를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천지역의 제로페이 가맹점은 1천개가 넘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소상공인들도 노력해야 한다. 수수료 0%의 혜택을 보기 위해선 신용카드 가맹점처럼 많은 소상공인이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등록해야 한다.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자신들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소상공인도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노력할 부분을 노력해야 한다. 제로페이 가맹점 등록에 동참해 소상공인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박선국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인천시론] 클럽 버닝썬 사태, 대한민국은 과연 마약청정국인가?

강남 최대의 클럽인 버닝썬에서 마약이 유통됐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평범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마약이 유통됐다는 사실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도 마약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대외적으로 마약청정국의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참혹하다. 일반적으로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마약류 범죄에서 안전하다고 분류한다. 하지만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년 적발된 마약류 사범만 1만 4,123명으로, 인구 10만명당 약 30명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암수범죄(아직 적발되지 않은 범죄)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범죄자의 숫자는 20~30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1980년대 필로폰 원료를 제공하는 대만, 제조국인 대한민국, 소비국인 일본을 일컬어 화이트 트라이앵글이라는 별칭이 있었다. 세계 최대 마약생산지로 악명 높던 미얀마라오스태국의 국경지대,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의 축소판인 것이다. 당시 대한민국의 마약제조상은 상당량의 마약을 국내에 유통했고, 이를 계기로 마약산업이 암흑의 비즈니스로 자리 잡게 됐다. 이후 대대적인 수사와 단속으로 이황순같은 거대마약상을 잡아들이는 데 성공했으나, 이는 국내 마약공급의 부족으로 이어져 마약가격이 폭등하게 되고 해외 마약상들이 대한민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1세기 대한민국은 누구든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마약위험지대가 됐다. 실제로 트위터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창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인 아이스나 작대기만 입력해도, 이를 판매한다는 글이 넘쳐난다. 또한 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고 찾아가도록 하는 소위 던지기 수법으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구매자를 검거한다 할지라도, 판매자의 실체는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마약이 국내로 유입되는 경로 역시 점점 치밀해지고 있다. 특히 해상화물은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인형이나 전자제품 안에 몰래 넣어 수입품인 것처럼 위장해 배편으로 밀반입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관세청은 최근 10년간 주한미군이 국내에 반입한 마약류가 총 32.8kg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주한미군의 경우 소파(SOFA)규정에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미군구성원, 공용봉인이 있는 미국 군사우편, 미국군대에 탁송되는 군사화물은 세관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마약의 사회적 해악은 거듭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일단 온라인 상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마약유통을 단속하기 위한 수사기관 내 전담인력을 대폭 강화하고, 마약 관련 게시글에 대해서는 발견 즉시 삭제토록 하는 권한을 부여해야 하며, 현행법상 합법적인 수사기법인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를 통해 마약유통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해야 한다. 또한 해상 화물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물론, 관세청이 주한미군의 우편물 등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감시권한을 가지도록 하는 등 마약범죄와의 전면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클럽 버닝썬은 어쩌면 마약에 찌든 대한민국의 추악한 단면이다. 클럽 버닝썬의 종말은 작금의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승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횰로, 사피엔스 그리고 심비우수

지난해 한국 사회에서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 후회 없는 인생 살기)가 크게 유행했다. 갈수록 하루하루 살기가 각박해지고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욜로는 미국에서는 인생이 한 번인 것처럼 사는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더 많이 내포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케어 홍보 영상에서 YOLO man이라는 멘트에서 한 번 사는 인생 후회 없는 선택해라라는 의미로 언급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는 욜로가 횰로(혼자 하는 욜로)로 진화하면서 자기만의 기준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지키며, 기성세대의 의미 있음을 거부하는 자기만의 무민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의 사회는 횰로를 즐기는 사람들이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핵인싸가 되는 사회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는 다른 이들과 더불어 공공의 가치를 공유하며 공동의 선을 위해 자기만의 무민 라이프스타일을 포기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욜로와 횰로의 공통점은 모두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유발 노아 하라리 교수는 자신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우리는 수렵채집인 선조들보다 더 행복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 의문을 가진 것은 얼마 없었지만, 기대는 높았던 우리 선조들과 가능성은 활짝 열려 있지만 좀처럼 만족할 수 없는 현대인 중 누가 더 행복한지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를 서술한다. 저자는 인간이 지금보다 더 강력했던 적은 없지만, 우리가 선조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다는 단정을 내린다. 기술이 진일보한 현대 인류는 왜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지혜가 있는 사람 호모 사피엔스 는 어떻게 하다가 욜로를 넘어서 횰로를 외치면서, 나만의 스타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자발적 고립을 택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우리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 이따금 가장 순수한 형태라고 느껴지는 외로움을 경험하곤 한다. 대중 속의 고독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의 자발적 고립, 그리고 욜로를 통해서 만족하지 않기에 횰로 그 자기만의 무민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는 시민이라고 불리며, 이 시민은 양면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회 전체 구성원인 동시에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별자인 시민은 바로 집단으로서의 전체성과 개인으로서의 개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나를 바꾸는 것 자체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기에 나의 일에 열정을 쏟고, 사람들과 경쟁하는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면서 그렇게 건강하게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제 횰로를 외치는 사피엔스는 복잡한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다가 지치지 말고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단순함에 집중할 수 있는 호모 심비우수(homo symbious) 인 더불어 사는 인간, 공생인(共生人)으로서 행복함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경호 대한적십지사 인천광역지사 회장

[인천시론] 스마트 사회와 디지털 소외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IT 기술 등을 통해 우리의 산업과 우리 삶의 다양한 편의를 스마트하고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활성화를 위해 AI(인공지능), 및 정보통신(ICT) 인재 양성,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지원 등 8대 선도 사업의 R&D(연구개발)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을 새로운 성장의 원천으로 삼을 계획이다. 지방정부 및 자치단체장들도 4차 산업 활성화와 관련한 다양한 공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4차 산업혁명에서 소외될 수 있는 소위 디지털(Digital) 소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디지털 소외는 디지털 격차에 의해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디지털 배제에는 디지털 사회에서 주변화되고 배제되는 사람들, 디지털로부터 불평등을 경험하는 사람들, 본인의 의사라기보다는 사회적 강제에 의해 구조적으로 디지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해당한다. 디지털 소외의 문제는 그 대상이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 또는 취약계층에서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2017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대비 장애인장노년층저소득층 등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5.1%로, 전년보다 6.5%p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은 91% 수준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보유하거나 인터넷 접근이 가능한 정도는 일반 국민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기본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디지털 역량 수준은 51.9%로 격차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취약계층별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과 비교해 저소득층이 81.4%, 장애인이 70%, 만55세 이상 장노년층이 58.3%로 조사됐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정부의 스마트 사회 확대 정책 등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공간에서 인공지능과 ICT를 이용한 디지털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변의 패스트 푸드 및 상점 등에서 무인기기 점포가 늘고 은행은 스마트은행 등을 통해 창구들 점차 줄어드는 등 디지털 기기 활용이 일상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는 추세를 고려했을 때 취약계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 및 기업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소외 현상을 극복하고자 노인 및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전용창구, 전용 상담전화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불편함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디지털 소외 현상을 해결하려면 정부와 지방정부, 민간, 시민사회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기존의 복지의 개념에서 확대된 디지털 복지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4차 산업 혁명을 통해 우리의 미래는 획기적으로 변화되고 더욱 더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속에서 차별받는 이들이 없도록 디지털 소외 없는 스마트한 사회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명국 청운대학교 융합소재공학과 교수

[인천시론] 허무한 리더십의 허상

작년 말 여당 지도부와 송년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렬해서 성과가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 초 신년 인사말에선 소득주도성장은 언급 없이 우리 경제를 바꾸는 현 정책 기조는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했다. 고용 참사, 자영업 대란, 기업투자 급감, 분배 악화 등 경제가 꺾이는 상황에서 정책의 오류와 부작용을 비판한 언론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기억에도 생생한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 자동차와 조선 산업이 좋아지고 있다는 작년 발언을 보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정신분석학적 정치사회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용신 교수는 지도력의 허상이란 책에서 이른바 리더십이라는 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지도자와 그를 둘러싼 집단의 성격에 따라 리더십이 결정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지도자의 병리적 성격과 비합리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이 분열(schizoid)적 요소와 편집(偏執 paranoid)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자기 의지보다는 친노와 주사파에 얹혀 있기 때문에 얼핏 민주적으로 보이나 진짜 정책결정 과정에선 한발 물러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권력의 속성상 모든 정치행위에 대해 나름 계산을 하고 있으나, 분열적 성격은 위기상황이 되면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레토릭과 떠넘기기 정치를 구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편집성은 항상 정의의 아군과 불의의 적으로 구분해 상대방(보수재벌)을 쓰레기로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차이점은 쓰레기라는 직접표현보다 적폐니 저해세력이니 하는 다소 완화된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내성적 성격에 기인하나 결론은 똑같다. 전문가의 분석을 참고해 일반인들이 말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신세계에 대해 몇 가지 추려보면 첫째, 겸손하나 고집이 세고 경청은 하나 말을 듣지 않는다. 둘째, 지적(知的)으로 보이나 덕(德)이 부족하다. 셋째, 독서와 교유(交遊)의 폭이 좁아 협량(狹量)하고 대인의 풍모가 없다. 넷째, 자기편이 아닌 사람들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 지금 문 대통령은 파탄지경의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하나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보통 일이 아니다. 실패한 경제정책을 도그마처럼 끌어안고 가겠다는 건 독선이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의 뜻에 따라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력들이 요지부동이다.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도 물 건너갔다. 대통령의 허무한 리더십은 나라 전체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 준다. 마지막 지푸라기 하나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다는 서양속담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한계점 혹은 임계점(臨界點)에 다다르면 결정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뜻이다. 곧 우리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꿈과 이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고달픈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희망은 가져야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지도자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었다간 환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이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인천시론] 인천 스키핑(skipping)과 홀대

북핵 문제 등 한반도와 관련한 이슈에서 한국이 소외된 채 주변국끼리 논의하는 현상으로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라고 한다. 코리아 패싱은 20여 년 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건너뛰고 중국만 방문하고 돌아가자 일본 언론들이 이를 재팬 패싱이라고 이야기한 데서 유래했다. 이 코리아 패싱은 영문법상 틀린 단어지만 국내에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소외당할 때 흔히 사용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17년 11월 한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드럼프 미국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코리아 패싱 관련 질문을 받고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no skipping korea)이라며 코리아 패싱 대신 코리아 스키핑이라고 답변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패싱이든 스키핑이든 간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주권국가로서 위상과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패싱, 스키핑 논란이 인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는 비수도권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인천 송도와 남양주를 잇는 GTX-B노선 건설 사업에 대한 지역의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정초부터 박남춘 인천시장은 국회와 청와대를 찾아 GTX-B노선 건설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건의했다. 그러나 결국 GTX-B노선 건설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서 제외됐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TV)에 청라로 가는 서울지하철 2호선을 연결하겠다는 인천시의 구상도 무산됐다. 신도시는 서울과의 접근성을 위해 철도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데 계양신도시 경유를 분석한 결과 노선을 뺄 수 없고 경제성도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3기 신도시 4곳 중 철도가 연결되지 않은 곳은 인천 계양이 유일하다. 박 시장은 지난달 19일 계양신도시 발표 현장에서 서울지하철 2호선이 계양TV를 경유하고 청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재차 이를 강조했다. 그러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공수표가 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지난해 9월에도 박 시장은 규제프리존 특별법 국회 통과에 앞서 각 당의 원내대표를 만나 규제프리존에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포함시켜 달라고 건의했지만 역시 헛수고에 그쳤다. 인천 스키핑, 홀대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박 시장의 주요 현안에 대한 건의(建議)가 공허한 외침에 그치는 일이 잦아지면서 자조(自嘲) 섞인 우려와 불만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인천은 수도권 전체를 위해 쓰레기 매립지, 화력발전소와 같은 기피혐오시설이 있다. 그럼에도 정작 규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서울과 같은 수준이다. 더욱이 국가사업 대상 선정에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지방에 밀려 번번이 제외되거나 탈락하기 일쑤다. 이중적 규제니 역차별이니 하는 하소연과 푸념이 나오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인천이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외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획일적으로 수도권비수도권으로 갈라놓고 도시 간 불균형을 없앨 것이 아니라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수도권 역시 동반 성장을 꾀하면서 동시에 국가 차원의 균형 발전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흔들리는 학교, 교사들의 인권을 이야기하다

최근 학생인권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과거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학생들에 대한 무분별한 체벌이 이루어지고 획일화된 두발과 복장을 강요하는 등 학생들을 통제와 계도의 대상으로 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비록 미성년자라 할지라도, 그들의 개성을 중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며 학교교육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취지를 고려한다면, 학생인권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필자는 학생인권 강화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교사들의 인권에는 무관심한 씁쓸한 현실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훈계하던 교사에게 유리병을 던지고, 복도 진열장 유리를 깨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 11월 전북 고창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학생 20명이 보는 앞에서 수업 중이던 여교사의 뺨을 때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3년 전 자신의 딸이 해당 교사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았다며 앙심을 품고 학교를 찾아온 것이었다. 이렇듯 교권이 바닥까지 추락하면서, 교사들의 직업만족도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떨어졌다. 다음 달 시행하는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가 전국적으로 6천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이 그 단면이다. 2018년 상반기 교권침해현황에 따르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거나 욕설을 퍼부은 행동 등 침해사례는 1천257건, 학부모에 의한 침해는 111건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교사들이 학생들과 학부모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감정노동자라고 칭하는 수준까지 왔고, 교육계에서는 교사가 되고 난 뒤 명퇴 신청할 날만 기다린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무너진 교권과 황폐화된 학교현장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이다. 흔들리는 학교, 고개 숙인 교사들의 작금의 상황이 개선되도록 교육 당국이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특히 1991년 제정된 교원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은 현재의 심각해진 교권침해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교원지위법은 교사를 폭행한 학생을 강제로 다른 학급으로 보내거나 전학시키는 근거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피해 교사가 오히려 가해 학생을 피해 전근을 가거나 휴직하는 상황이 초래된다. 또한, 교권침해가 발생해도 의무고발대상이 아닌 것은 물론, 교사가 개인적으로 가해학생과 그 학부모를 상대해야 하는 불편함도 존재한다. 따라서 교원지원법에 가해학생의 학급을 바꾸거나 전학시키는 조항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심각한 교권침해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형사고발 하도록 하며, 피해교사에 대한 법률의료상담 서비스를 충분히 지원하도록 하여 안전한 교육환경이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교사와 모든 학생이 교육공동체로서 서로 존중하는 교육문화가 정착되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인권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은 그 역할이 다를 뿐 학교교육의 주체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드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교권과 학생인권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진다면 학교교육은 붕괴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역시 없다. 이승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제국을 소유한 농부가 되는 방법

포르투갈 최고의 시인이자 20세기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페르난두 페소아가 쓴 불안의 책 (Livro do Desassossego)에서 저자는 인생이란 우리가 인생에 대해 품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 예를 자신이 소유한 경작지가 전부라고 여기는 농부에게 그 땅은 제국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이 소유한 제국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황제에게는 오히려 그 제국은 한 조각의 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우리 인생을 어떻게 관조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가난한 농부이지만 제국을 소유할 수도 있고, 황제이지만 단지 땅 한 조각을 소유한 가난한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12월 지로용지를 25~70세 가구주에 발송하는 형식으로 자발적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그 근본은 적십자회비가 전 국민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대국민 성금이기 때문이다. 적십자회비 납부는 자율사항이지만 고지서 형태로 발송되는 점 때문에 일부 시민들이 의무사항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비판하는 시민들도 있다. 고지서(지로) 형태로 발행되는 이유는 금융기관, 가상계좌, 편의점, 스마트폰, 인터넷 등을 통해 쉬운 기부 편의성을 도모하고 전 국민이 십시일반 참여하는 대국민 성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함이다. 또한, 지난 1905년 적십자 설립이래, 국제적십자운동 정신에 의거 정부 인도주의 사업의 보조자로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면서 대한민국 법률에 의거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은 적십자 회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에 전 국민의 자율적 참여 대국민 성금을 적십자회비로 부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개사한 지 30여년이 흐른 지금, 인천시민이 참여해주신 적십자 회비를 통하여 아프고 약한 이웃을 위한 여러 인도주의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특히,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의거 재난관리책임기관 및 긴급구조지원기관으로서 자연사회재난시 이재민 지원 사업과 전개하고 약 6천여명의 적십자봉사원들과 함께 인천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돕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적십자 인도주의 사업은 십시일반 참여하는 인천시민의 따뜻한 자발적 나눔과 각종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적십자 봉사원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는 적십자 인도주의 사업의 효과적 실천을 위해 2019년 적십자회비 모금 21억원을 목표로 4월30일까지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300만 인천시민의 따뜻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인간의 고통을 경감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이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이 가진 내가 한없이 부족하다 생각하여 더 많이 갖기를 희망할 수도 있으며, 내가 가진 것이 다른 사람의 기준에는 한없이 부족하나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우리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인천시민들 모두 적십자와 함께 제국을 소유한 농부가 되길 기원해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인천과 대학, 기업이 함께 발전하기

대학이 지역사회와 발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려면 상호 긴밀한 연계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상당수 대학은 지역산업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과 소통 등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인천시 및 지방 정부 역시도 소관업무에 대한 지원 근거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대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였으며, 결국 대학을 통해 양성된 인재가 해당 지역과 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기술의 괴뢰가 발생하고 타지역으로 이탈하게 되는 현상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지방에서만 이루어지는 상황이 아니고, 우리 인천시에 소재하고 있는 대학 역시 인천 지역과 유리되어 지역의 문화, 복지, 경제 등의 다양한 발전 참여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특히 수도권 개발 제한 정책 때문에 정원 동결과 우수인력의 서울로 이탈 등 상황에 따라 인천시와 대학이 함께 지역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에 소홀했고, 다양한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참여에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울시는 대학과 지역 상생발전을 위한 서울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인적물적지식 자원과 활력이 풍부한 대학과 지역의 협력적 관계를 통해 침체한 대학가를 창업 일자리 중심의 창조가로 전환하여 지역 인재 청년들이 머무를 대학가로 만드는 사업이다. 또한, 포항과 울산, 경상도는 대학, 지역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모여 대학소재 지역의 발전과 혁신방안을 모색하는 Univer+Cit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Univer+City는 대학을 의미하는 University와 도시를 의미하는 City의 합성어로 산(産), 학(學), 관(官)의 협력을 통해 지역발전을 모색하고 더 나아가 국가 성장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합성어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적인 측면과 아울러 시설, 서비스, 교육, 복지적인 측면에서 상당하기 때문에 인천의 중심 거점으로서의 대학과 인천시, 그리고 지역의 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인천에는 국립 인천대학교, 경인교대와 사립 청운대학교, 인하대학교, 가천대학교, 연세대학교 및 안양대학교와 경인여자대학교, 인천재능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 그리고 외국계대학인 겐트, 유타, 조지메이슨, 뉴욕 주립대학교 등이 있고, 이들 대학의 우수한 시설, 서비스, 인력 등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인천 지역의 대학 및 산업의 특성과 인구 특성 등을 다각도로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인천시-대학-산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발전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며, 그 첫 단추로 우선 대학과 산업체가 참여하여 인천의 발전 모색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그 협의체를 통해 지역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발전 모델을 개발한다면 인천의 인재가 더욱 인천에 머물고 내 고향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문명국 청운대학교 교수

[인천시론] 잊혀진 송구영신과 근하신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말은 요즘은 연하장에나 나온다. 근하신년(謹賀新年)도 똑같은 신세다.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는 인사말인데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겐 꿈과 희망보단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앞서게 되었다. 어느 정권이든 개인의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나와 내 자식세대가 이 나라에서 과연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전쟁과 기근, 독재와 민주화, 국가부도와 탄핵정국의 격랑 속에서도 결과는 좋겠지, 추의 균형을 잡아주는 신(神)의 손이 있겠지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마저도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이 엄습한다. 포용과 화해의 대명사 넬슨 만델라가 훌륭한 이유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설득해 27년간 옥고를 치르게 한 백인정권을 용서했다는 점이다. 그는 남아공을 흑인 세상으로 바꾼다는 생각은 이기적인 것이다. 우리의 관대함과 자제력으로 백인들을 놀라게 하자고 말했다. 지지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며 나라를 이끄는 것은 쉽다. 정말 어려운 것은 국민 전체를 향해 더 크고 어려운 일을 하자고 도전하는 일이다. 원래 국민은 이기적 존재다. 1806년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패한 프로이센이 위기에 처하자 철학자 피히테가 적국의 점령하에 있는 베를린학사원 강당에서 독일국민에게 고함(Reden an die deutschen Nation)이란 제목의 강연을 했다. 이 강연을 통해 피히테는 독일 재건의 길은 무엇보다도 국민정신의 진작(振作)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이기심으로 가득 찬 국민에게 교육을 통해 새로 태어날 것을 주문했다. 친일파라고 비난받는 춘원 이광수가 1922년 일제 강점기 때 쓴 민족개조론이란 글이 있다. 글을 쓴 시점과 상황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지만, 독선과 저주, 인격 살인이 횡행하는 지금 유용한 말이 있다. 거짓말과 속임수를 없애고, 탁상공론과 공상을 버리고, 표리부동한 자세를 취하지 말 것 등 97년 전의 글치고는 우리 현실과 너무 닮았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기성세대나 아직은 창창한 젊은 세대나 모두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적이 되고 있다. 양 세대 간의 갈등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정의와 적폐청산을 내세운 정권은 무능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핵심 지지층은 무너지고 당면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집권층만 애써 부정하는 것 같다. 2018년은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하게 끝났다. 경제도, 민생도, 비핵화도, 안보도 모두 뜻은 높고 고상했으나 방법과 수단은 낙제점이었다. 그 와중에 적폐청산의 망나니 칼은 피바람을 몰고 왔다. 사회 전체에 분노 게이지만 높아지고 분열과 반목의 골만 깊어졌다. 실패한 경제실험 소득주도성장이 제목만 바꿔 소득주도성장 2.0으로 등장하고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출 시 제외해 달라는 690만 소상공인의 절규는 무참히 거부됐다. 누구도 누구의 말을 듣지 않는다. 정녕 우리는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우리는 진정 마음을 열고 양보하고 타협하며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지도자를 원한다. 안정된 생활 속에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나라를 원한다. 2019 기해(己亥)년은 송구영신과 근하신년이 같이 공존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인천시론] 그루밍 성폭력, 용서는 없다

그루밍(Grooming)은 마부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꾸민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하지만, 마부가 말을 돌보듯 상대를 길들여 성적 노예로 삼는다는 소위 그루밍 성폭력이 만연해지면서, 그루밍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인천의 한 교회에서 청년부 A목사가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26명의 여성신도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피소되었다. 피해자들은 사역자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도록 길들여졌다며 폭로했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와 의도적으로 친분을 쌓고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종속시킨 후에 성폭력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피해자는 피해를 보는 동안 이를 범죄행위로 인식하지 못하고 연인관계에서 벌어진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에 신고율도 낮고, 막상 신고를 하여도 연인 사이의 성적 관계로 치부되는 일이 많다. 사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에는 아직 중학생인 연습생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연예기획사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아 논란이 됐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에서 수차례 사랑한다는 내용이 있음을 근거로 강제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어린 피해자가 연예계 데뷔의 열쇠를 가진 대표에게 길들고 그를 두려워한 나머지 사랑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철저히 배척되었다. 하지만, 최근 미투(#MeToo)운동의 큰 흐름 속에서 사법부 역시 위드유(#WithYou)를 선언하고 있다. 올해 4월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해임된 대학교수 사건에서 법원이 성희롱 관련 사건을 심리할 때는 사건의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사법부 스스로의 변화를 촉구하였다. 또한, 8명의 여신도를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 역시 성인지 감수성이 반영된 판결의 연장선이라 할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은 사법부가 그루밍 성폭력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루밍을 성폭력으로 보기보다는 성매매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그루밍의 피해자가 아이들인 경우, 아이들이 가해자에 의해 길들여지는 과정에서 받은 선물과 용돈이 성매매 대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해자는 아이들을 길들여 성관계를 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준 것인데 이를 법이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위와 같은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현행법상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가해자를 처벌하지만, 13세 이상은 강제성이 입증되지 못하면 처벌이 어렵다. 어쩌면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끝없이 성행위에 동의했는가를 묻는 것 역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13세라는 기준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법적 보호 연령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법부는 그루밍 성폭력을 단죄하고 있다. 이제 국회의 위드유(#WithYou)가 절실한 순간이다. 이승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새로운 자원봉사 볼룬투어, 나눔 션샤인

어느 때보다 화창하고 따뜻했던 12월의 첫날, 의미 있는 나눔을 위해 600여 명의 시민들이 인천 차이나타운에 모였다. 인천적십자사에서 주관한 방한용품 나눔 프로젝트 나눔 션샤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개항도시인 인천은 1883년 개항 이후 서구의 근대문화가 집중적으로 들어오며 국내 항구도시로 큰 역할을 했다. 개항기 건축물을 고쳐 인천시민에게 문화예술 향유의 광장으로 반환된 개항장 문화지구는 한국근대문학관, 인천개항박물관, 대불호텔, 자장면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그 가치가 더 큰 곳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배경이었으며, 이 날은 새롭게 나눔의 장으로 탈바꿈되었다. 매년 이맘때 적십자에서 실시했던 혹한기 에너지 취약계층 방한용품 지원 사업을 어떻게 하면 시민들과 함께 나눔과 봉사라는 의미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나눔 션샤인은 많은 볼거리와 스토리를 담는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 여행과 방한용품 키트 제작 활동을 결합한 볼룬투어(Volun-tour)프로그램으로 새롭게 기획되었다. 볼룬투어는 자원봉사(volunteering)와 여행(tour)의 합성어로 여행을 통한 자원봉사라는 의미이다. 볼룬투어는 여행을 통해 그 지역의 숨겨진 문화를 만나는 경험뿐만 아니라 가치 있는 봉사활동을 제공함으로써 그 지역사회에 지속발전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 내게 된다. 여행을 통한 나눔이라는 다소 낯선 프로젝트였으나, 지역사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대치를 훨씬 웃돈 6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주었고, 총 19개 기관이 후원한 기부금은 모금목표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를 기반으로 방한장갑방한양말넥워머 등 방한용품 7종으로 구성된 방한키트 1천 세트를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제작하였으며, 지난 3일 인천 관내 10개 군구의 취약 가정에 각 100개씩 총 1천 세트 지원할 수 있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2015년부터 시민참여 나눔 프로그램으로 함께 걷자 인천페스타, 선한 Festival, 희망오르기 등의 행사를 기획해왔다. 위기 취약가정을 발굴하여 생계비와 의료비,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긴급지원, 계절적 시기에 적절한 물품을 지원하는 물품지원 사업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올겨울에는 혹한기 취약계층을 위한 방한용품 지원 프로젝트 나눔 션샤인이 더해졌다. 인천의 근현대 문화가 섞여 다양한 매력을 고루 보여줄 수 있는 개항장 문화지구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나눔을 할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 찬바람에 온몸이 절로 움츠러드는 날씨에 타인을 위한 나눔의 손도 움츠러들 수 있는 요즘, 보다 의미 있는 나눔에 함께하고자 자신의 돈과 시간을 기꺼이 내어 준 시민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정치인 윈스턴 처칠은 우리는 일로써 생계를 유지하지만,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 나간다라는 말처럼 나누면서 얻게 되는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통해 우리의 삶은 한결 높은 차원으로 완성된다. 더불어 나눔이 더욱 새롭고 즐거울 때, 우리 사회의 온기는 더욱 널리 퍼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고령사회에 대비한 지역의 미래 아젠다 마련 필요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것은 누구나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진입하는 등의 저출산과 관련한 위험 요소가 이런저런 통계에서 확인되고 국가에서도 상당한 예산을 관련 분야에 투입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고령화와 관련해서는 과거 정부와 달리 그 중요도가 다소 줄어드는 상황이다. 2017년 우리나라는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웃도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또 생산연령인구(15~64살)도 2017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지난 시기 인구 보너스 시기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인구 오너스(생산연령 인구의 비중이 하락하면서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것을 의미)에 대비한 국가 및 지방 정부 차원의 시스템 변화 노력이 요구된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노인 비중이 7% 이상일 경우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11월 기준 65살 이상 노인(내국인)은 712만명으로 2016년보다 34만명 늘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6%에서 14.2%로 커져, 고령사회 진입이 확정됐다. 2017년 총인구(외국인 포함)는 5천142만명으로 전년(5천127만명)에 견줘 0.3% 증가했다. 인천은 동 년도 기준 11.7%로 아직은 고령사회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구도심을 중심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거나, 일부 기초지역은 초고령사회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에 직면하고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은 고령화의 문제를 새로운 성장을 위한 기회로 인식하고 보다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기술 트렌드인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어르신 케어로봇, 고령자 영양관리를 위한 시스템, 안전 및 생활지원을 위한 IOT 등에 활용하고, 선도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관련 산업의 확대와 이를 통한 경제적 성장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 이미 고령사회 및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시 및 서울시는 고령화 현상에 대한 대응과 고령화 문제를 경제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고령친화산업 관련 조례 등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등 선제 대응을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인천은 이러한 국내외적인 상황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틈새시장인 고령친화산업에 적용, 이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원할 수 있는 지역적 지원 조례의 개발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 지원이 필수다. 이러한 인천의 고령친화산업 육성 정책은 인천 및 국내의 고령화에 대한 대응을 넘어 급속히 고령화하는 중국의 큰 시장을 함께 바라볼 때 지역의 새로운 성장원으로 작용, 고령친화산업 수출기반 활성화 정책으로 지원하고 추진할 수 있는 블루오션 전략이 되리라 생각된다. 문명국 청운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인천시론] 결국 파국의 길로 가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적폐 청산과 제도 개혁을 외쳤건만 남은 것은 갈가리 찢긴 민심과 파탄 난 경제, 개혁 좌초다. 정의와 협치와 소통을 외쳤던 문 대통령의 말은 결국 거짓말이 됐다. 청와대 참모의 탓도 아니고, 내각의 잘못도 아니다. 전략도 틀렸고 사람을 잘못 쓴 대통령의 잘못이다. 얼마 전 대통령의 국회시정 연설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구리아 사무총장 면담시 포용적 성장을 홍보하는 모습을 보며 아직도 대통령이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탈 원전을 외치면서 외국에 원전을 팔려고 하니 이율배반이 따로 없다. 자영업자 살린다며 신용카드 수수료 1조4천억원을 민간 카드사에 전가한다. 최저임금 인상 실패의 책임을 돌려막기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함께 잘 살자는 대통령의 구호는 아무런 대책 없는 공허함이요, 현장의 아우성을 무시하는 독선이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비파행(琵琶行)이 떠오른다. 차시무성승유성(此時無聲勝有聲)! 차라리 말 없음이 나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갈등과 분열과 반목의 나라다. 해방 직후도 이렇진 않았다. 그때가 좌우익의 이념대결이었다면 지금은 국가 전체가 극한적 대립과 저주와 복수로 날이 새고 진다. 가장 남의 말을 잘 경청할 것 같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남의 말을 듣지 않았던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 대통령은 오불관언(吾不關焉)을 넘어 개가 아무리 짖어도 기차는 간다와 다를 게 없다. 선하게 생긴 문 대통령의 등장에 많은 국민은 이제 세상이 좋아지려나라는 희망을 걸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그의 말에 진정성을 느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대통령의 말에 동의할 국민은 거의 없다. 그냥 나라가 덜 망가진 채 임기가 가길 바랄 뿐이다. 대통령은 매우 고집스럽고 자신은 나서지 않은 채 참모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도 어렵고 미중일러를 비롯해서 유럽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다. 게다가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제도 개혁은 방향도 틀리고, 방법도 잘못됐고, 국민과 야당의 반대로 지지부진이다. 나쁜 오케스트라는 없다. 그저 나쁜 지휘자가 있을 뿐이다. 홍사중씨가 쓴 리더와 보스라는 책에 나온 말이다. 잘 나가던 우리나라가 다시 살기 어려워진 것은 국운이 다해서가 아니라 리더가 잘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다 함께 머리를 맞대도 부족하다. 최고의 실력과 추진력을 가진 인재를 써야 한다. 정의와 이념만을 찾는 정권은 무능하고 위선적이다. 역사가 증명한다. 처칠은 가짜 평화로 히틀러와 타협했던 체임벌린 수상을 맹렬히 비난했다. 수상이 된 처칠은 온 국민이 지탄하는 체임벌린을 옹호하면서 자신의 전시 내각의 일원으로 만들었다. 체임벌린의 책임을 묻자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과거와 현재의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미래를 잃게 될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하고픈 말이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인천시론] 무항산 무항심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실업자 규모가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40~50대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40대 고용상황은 전 산업부문에 걸쳐 지속적으로 좋지 않다고 한다. 50대도 숙박음식업, 자영업을 중심으로 고용상황이 악화하고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뜻하는 고용률도 9개월째 내리막길이라고 한다. 몇 달 전 국가 통계를 담당하는 산업동향과장은 전반적인 상황이 안 좋다며 경기 하강국면 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획재정부도 산업활동 동향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고용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미국중국 통상분쟁, 미국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등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국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의 수가 1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과 논란 속에서 언론들도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이 전년보다 10.2% 오른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로 인한 가처분소득 감소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부채 증가와 자영업자의 몰락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통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연말을 앞두고 계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서민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처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참석차 5박 6일 일정으로 국외 순방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7박 9일간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그러나 유엔 제재 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순방 정치, 외교적 노력은 프랑스, 영국, 독일의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미국 역시 대북 제재 완화 요구를 일축하며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과 방향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국외 순방으로 인한 성과는 미미하고 국내 경제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이제는 남북문제보다 민생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濟)나라 선왕(宣王)이 맹자(孟子)에게 정치에 대해 물었다. 맹자는 백성이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지내면 왕도(王道)의 길은 자연히 열리게 된다며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고 답했다. 무항산 무항심, 즉 항산이 없으면 항심도 없다는 말로 생활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제나라를 40년간 부흥시킨 최고의 재상 관중(管仲)도 정치의 궁극적 목표는 백성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안다며 정치와 경제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주는 하늘이 내린 것으로 생각하던 시대에도 백성을 하늘로 생각하고 그들에게 얼마만큼 안정된 생활을 제공하느냐가 정치의 요체였던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지만, 고용률, 실업률 등 고용 지표는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남북 평화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활 안정이 통치의 근본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제는 경제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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