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위해, 인구 데드크로스 대비

행정안전부가 새해에 밝힌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모두 5천182만9천23명으로 전년도 보다 2만838명(0.04%) 감소했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는 27만6천명에 그쳤지만 사망자는 30만명을 넘어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구 데드크로스(Dead-Cross)라 불리는 이런 현상은 당초 정부가 예측한 2029년보다 9년이나 앞당겨졌다. 이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예측한 2060년의 한국의 모습은 5천만명의 인구가 2천500만명으로 줄어 생산인력과 학생, 군에 입대할 자원도 반 이하로 감소한다. 노동력 감소와 소비 위축, 생산 감소, 국가재정 악화 등 국력 쇠퇴를 거쳐 대한민국의 소멸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출산율을 높이거나 적어도 떨어지지 않게 일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200조원에 가까운 예산으로 영아수당, 육아휴직, 무상교육 등 정책을 내놓았지만 출산율은 낮아지기만 할 뿐이다. 한국은 이미 2015년부터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했고, 2018년부터는 출산율 0.98로 1쌍의 부부가 평생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상황이다. 급기야 지난해 3분기는 0.84명으로 역대 최저이자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상황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혼인감소와 임신유예 등을 고려할 때, 2022년 출산율이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상 비관 시나리오인 0.72명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실적으로 취업난, 높은 집값으로 인한 과도한 주거비용, 만만치 않은 육아비용과 계속 증가하는 사교육비 등으로 결혼을 할 수도, 아이를 낳을 수도 없다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체감실업률(단시간 근무자,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등도 포함한 실업률)이 24.4%(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7월 고용동향)로 4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결혼해 아이 낳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절망 속에서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결혼은 사치일 뿐이다. 집 없는 신혼부부는 높은 집값 등으로 아이를 낳을 여유가 없다고 한다. 한 아이만 키우는 가정에 둘째를 낳으라고 하면 높은 사교육비 등으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의 정책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경제 및 사회정책 등을 수립해 양질의 일자리창출과 적절한 주거의 공급 등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국민 모두의 간절한 바람은 대한민국이 결혼하고 싶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행복한 나라에서 사는 것이다.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구현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우보천리로 되찾는 잃어버린 일상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소띠해다. 60간지 중 흰색에 해당하는 신과 소를 뜻하는 축이 합해져 신축년 하얀 소의 해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혼란과 변화의 시기를 겪었다. 올해는 작년 한 해를 반추하여 소처럼 우직하고 인내하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신축년에는 더 이상의 부침없이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한 대한민국이 되길 소망한다. 소는 농가의 조상이라고 불리며 농경사회를 지낸 이 땅에서 가축 이상의 의미가 있는 존재이다. 노동력이자 운송수단이었고 급할 땐 목돈이 되기도 하였으며 물론 식량의 역할도 했다. 70~80년대에는 대학등록금은 소를 팔아 마련한다 해 대학을 우골탑이라 일컫기도 했다. 이렇듯 아낌없이 주는 소는 생구라 하여 마치 가족같이 여겨졌다. 생구는 한집에 함께 사는 하인을 의미한다. 현재는 일소에서 고기소로 바뀐 양상이지만 여전히 소는 가죽부터 뼈까지 남기는 것 없이 사람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다. 서양 문화권에서도 소는 풍요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재산에 비유된다. 1970년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개발한 경영경제 용어 Cash Cow(캐시 카우)는 수익창출원을 의미한다. Cash가 돈이고 Cow가 젖소를 뜻한다. 즉, Cash Cow는 돈이 되는 확실한 자금원이다. Bull Market(불마켓)이라는 주식용어도 있는데 이는 장기간에 걸친 주가 상승이나 강세장을 의미한다. Bull은 황소를 뜻하며 황소의 뿔이 강하게 아래에서 위로 치받는 형태로 주가가 위로 올라간다고 묘사한 것이다. 동서양 할 것 없이 소는 우리 삶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존재이다. 소의 해가 찾아왔듯 2021년도에는 가가호호 풍요로움이 깃들었으면 한다.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는 취약계층의 가정에도 풍요로움이 깃들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소처럼 나아가고 있다. 작년 한 해 약 1만 세대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물품지원과 심적지원을 진행하였으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약 3천 세대의 취약계층을 추가 발굴하여 지원하였다. 의료비생계비교육비 지원과 같은 긴급지원도 위기가정 158가구를 대상으로 실행하였다. 코로나라는 제약 속에서도 이와 같은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이 가능했던 이유는 나보다 더 어려울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코로나를 겪으며 깨닫게 된 마스크와 보건운송환경미화 업종에 종사하시는 필수노동자분들의 소중함을 언급하였다. 부서진 일상이라도 마스크와 필수노동자분들의 존재가 있었기에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적십자사도 취약계층의 일상유지를 위해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야 하겠다. 코로나를 겪으며 혼자가 아닌 같이의 힘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소를 생구라 부르며 사람 대접할 만큼 존중했던 나라와 국민이라면, 같이의 힘으로 이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보천리의 걸음으로 우직하게 인내하며 앞으로 나아가자. 위기를 극복하고 잃어버린 일상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난중일기의 아쉬운 대목

난중일기에는 거북선에 관한 기록이 세 군데 나온다. 1592년 2월 8일 거북선에 사용할 돛에 다는 베 29필을 받았다, 3월 27일 거북선에서 대포 쏘는 것을 시험했다, 4월 12일 식후에 배를 타고 거북선의 지자포(地字砲), 현자포(玄字砲)를 쏘았다. 이순신이 해전에서 승리한 후 올린 장계(狀啓)에는 거북선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1592년 6월 14일 당포해전 장계에는 신이 일찍이 왜적의 난리가 있을 것을 걱정하고, 특별히 거북선을 만들었는데 앞에는 용의 머리를 붙여 입으로는 대포를 쏘고, 등에는 쇠못을 꽂았으며, 안에서는 밖을 내다볼 수 있어도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고라고 표현했다. 이충무공전서 앞부분에 실려 있는 두 개의 그림은 거북선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흔히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충무공전서는 임진왜란 이후 약 200여 년이 경과한 1795년에 발간됐다. 대표적인 논란의 핵심은 철갑선이냐 아니냐, 2층이냐 3층이냐의 문제다. 엄청나게 꼼꼼했던 이순신이 거북선의 제작 과정이나 제원과 성능, 운영방식에 대한 기록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거북선뿐 아니라 한산대첩에 나오는 학익진이나 명량해전에 나오는 일자진 같은 전투 대형들이 실전에서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모습이나 그런 진법을 펼쳐야 했던 전술적인 필연성을 기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이순신은 난중일기를 군사 작전 보고서가 아니라 사적인 전투일기로 여겼던 것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소설가 김훈은 난중일기를 수식을 배제한 무인다운 글의 전범(典範)이라고 평했다. 사료적 가치는 물론 문학적으로도 탁월하다. 난중일기는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개인의 일기 형식이지만 교전 상황이나 개인적 소회, 당시 날씨나 지형과 백성들의 생활상까지 상세하게 기록했다. 내가 아쉬워하는 대목이라는 것도 모두 이순신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산물이다. 그렇게 꼼꼼했던 분이 이런 부분은 왜 빠트렸을까하는 일종의 투정이다. 임진왜란은 외부의 침입으로 인한 전쟁이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내전 중이다. 정치에 초연했던 이순신이지만 오늘의 현실을 보면 무어라 말할 것인가?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서울9호선과 공항철도 직결, 서울시 몽니?

최근 김포공항역에서 환승 없이 인천국제공항까지 갈 수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 직결 사업을 두고 지역 내 논란이 뜨겁다. 궤도 연결 공사가 끝나고 공사 마무리 단계로 전동차를 구입, 시험운전만 남겨 둔 상황에서 서울시가 차량구입비 556억 원 가운데 국비 222억 원을 집행하지 않고 불용, 반납 처리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8년 관련 예산을 확보했지만 전동차를 구입하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집행을 하지 못했고 급기야 국비 전액을 반납했다. 서울시는 이렇게 된 이유가 인천시 탓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9호선을 직결하게 되면 대부분 인천시민이 수혜를 본다는 논리로 뒤늦게 인천시에 사업비 분담을 요구했다. 수요 조사 결과, 강남을 오가는 승객 75%가 인천시민이고 서울시민은 25%에 불과하다며 전기, 신호 공사비 40억 원과 연간 운영비를 부담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직결 사업의 건설, 운영 주체가 서울시와 국토부라며 분담금을 내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당초 이 사업은 1999년 3월 국토교통부가 공항철도와 서울9호선과 연계방안을 수립하면서 시작됐다. 2000년 서울시가 도시철도 건설 및 운영자로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서울시민의 교통편의 증진과 서울9호선 혼잡도 완화라는 목적으로 기획,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고 서울9호선 기본계획에 반영했다. 즉 사업 초기부터 서울시가 서울시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추진한 도시철도사업이다. 애초에 인천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런데 현재 인천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광역철도 기능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라며 인천시의 분담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의 일방적 행정,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서울시의 행태는 9호선과 공항철도 직결 사업이 무산될 거라는 우려와 함께 인천시민, 특히 영종과 검단주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과 불만을 가져왔다. 하지만 불똥은 인천시로 튀어 주민들은 인천시가 어떻게든지 비용을 부담하거나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역 단체 중심으로 인천시가 얻게 될 편익을 고려할 때 두 지자체가 여러 대안을 놓고 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조기 개통 방안을 다방면으로 찾겠다며 전향적으로 서울시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직결 사업비를 직접 부담하는 방식이 아니라 광역버스 사업 등 법적으로 분담할 명분이 있는 다른 분야에 서울시가 요구하는 40억 원에 상응하는 사업비를 분담하는 절충안이다. 이제 공은 다시 서울시로 넘어갔다. 서울9호선과 공항철도 직결 사업, 이번엔 서울시의 몽니가 아니라 상생을 기대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어려운 시기 더 피어나는 공동체 의식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로 2020년 전 세계로 확산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때아닌 감염병 대응으로 몸살을 앓았고 이는 절망적이게도 현재진행형이다. 대한민국도 올해 3월 1차 대유행 이후 대구발 2차 대유행을 지나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방안까지 열어두는 3차 대유행 확산세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코로나블루와 코로나레드로 불리는 우울감무기력증분노의 부정적인 감정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코로나블루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며 생긴 우울감이며 코로나레드는 이를 넘어서 분노로 확산되는 감정을 의미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만 40만명에 이르고, 상가 임대료 납부 문제로 폐업도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이 많다는 뉴스도 빈번이 들려온다. 따라서 여러 부침(浮沈)을 겪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눔과 기부의 손길 또한 얼어붙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시선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실질적인 수치를 보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2020년 올 한해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의 전년대비 모금현황을 살펴보면 작년에 비해 올 한해 약 2%의 증가율을 보인다. 이는 기부물품이 전년대비 약 54%의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기부금은 전년대비 약18%의 감소세를 보였고, 마스크, 손소독제 등 기부물품의 형태로도 많은 기부가 이뤄졌다. 대한민국은 어려운 시기에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는 힘이 있다. IMF 구제금융 요청 사태가 발생한 이후 등장한 금모으기 운동, 아나바다 운동부터 시작해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계품앗이두레향약사창 등 나눔은 우리네 삶에 익숙한 양식이다. 어려운 일,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며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이러한 문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적십자 회비 또한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국민들이 손을 더하는 국민성금이다. 1952년부터 정부와 행정기관의 협조를 받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적십자 회비도 작년에 비해 약 6%의 증가율을 보이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나가고자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보고있으면 나눔은 연령과 재산의 유무에 상관없이 행해진다는 것을 느낀다. 다가오는 2021년에도 대한적십자사는 우리 사회 도움이 필요한 사각지대의 이웃을 찾아 기꺼이 돕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이제 대통령제를 바꿔야 할 때다

가끔은 불가능해 보이는 얘기도 해야 한다. 다음번 대선 후보는 자신의 공약에 대통령제를 꼭 바꾸겠다는 내용을 넣었으면 좋겠다. 70년이 넘도록 유지한 대통령제의 효용이 다 됐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자유당 정권 몰락 후 우리는 잠깐 의원내각제를 해 봤으나 파벌 싸움으로 결국 군사정권이 들어섰다. 아직도 내각제는 정치 혼란과 의원들의 부패 등 부정적 선입견이 그대로다. 그럼에도 대통령제를 끝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대통령제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사화(士禍)를 넘어서는 정치보복과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 무엇보다 분노와 증오로 갈라진 국민이 불쌍하다. 5년마다 극단적 선택과 적폐 청산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내각제가 꼭 정답은 아니다. 민주주의에는 정답이 없다. 나라마다 고유의 역사문화적 배경이 있다. 우리는 대통령 직선제 쟁취를 민주화 투쟁의 가장 큰 성과로 보았기에 내각제는 왠지 민주주의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한은 사실상 무소불위다. 인기 없고 무능해도 대개는 끝까지 간다. 다음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바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든 아니면 반대당에서 되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정치보복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내각제의 폐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칠 방법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입법과 사법을 모두 장악한 대통령제는 전체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지난 세월이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잔인한 정치보복이 없었던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이 대단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가끔은 자질이 훌륭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지만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정치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견제장치가 고장난 탓이지, 선거제 탓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고장난 견제장치는 누가 고치나. 하나마나한 소리다. 과거 60년 전 민주당 때와 똑같은 내각제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는 것이다. 무능하고 무서운 왕 대신 여러 명이 권력을 균점해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한다면 적어도 전쟁 같은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정치체제는 제도 자체보다 그 운용이 관건이라고 한가한 얘기를 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현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좋은 대안이 있는지?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한 대책을 가져야 한다. 내 임기 중에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을 하겠다는 공약을 하는 후보에게 한 표 던지겠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코로나 시대, 환경보호의 중요성

코로나19가 지구촌을 급습한 이후,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사람들의 경제 활동과 사회 활동을 대폭 축소시켰고, 생활 패턴의 변화도 가져왔다. 코로나 팬데믹은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모든 분야에 심각한 위기이자, 우리에게 일상적인 활동을 잠시 멈추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인간 활동이 축소됨으로써 자연환경이 일시적으로나마 개선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만 한다. 중국에서는 올해 1월 말 공장이 강제로 문을 닫고 육상 통행과 관광이 줄어들면서 이산화질소의 배출량이 30%까지 줄었다. 대기질과 수질도 전보다 나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금년 1분기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작년보다 27% 감소하였다고 발표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도시 봉쇄 두 달 후 오염 물질을 수면으로 방출하는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화학물질인 인과 암모니아의 검출양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실내 공간으로 들어가면서 급속한 도시화로 터전을 잃었던 동물들이 위협을 덜 느끼기 시작했고, 도시로 내려온 동물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환경 개선의 효과는 일시적인 것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이런 변화는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증가하게 된 환경오염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을 감염방지를 위해 식당과 카페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일회용 마스크의 사용이 갑작스럽게 늘어났고, 마스크의 재료는 비닐 코팅 처리가 된 종이, 플라스틱, 폴리프로필렌 등 재활용이 어려운 물질로 새로운 환경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8월 환경부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비닐 폐기물과 플라스틱 폐기물은 작년보다 11.1%, 15.6%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전염병의 확산방지를 위해 위생과 방역에 직결되는 일회용품 소비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경각심을 갖고 환경문제를 염두에 두고 소비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음식배달을 위한 친환경 용기를 개발하고, 일회용품도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코로나19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원인이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발생했다는 점, 더 나아가 대기오염이 코로나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 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연자원이 미래 세대로부터 신탁 받은 것임을 깨달아 공유지의 비극(남을 희생시켜서라도 자기의 이익과 권리를 극대화하려고 할 경우, 결과적으로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 전부가 피해를 보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문현 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전 숭실대학교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장

[인천시론] 선택 그리고 최고의 시절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무엇이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 찰스 디킨스의「두 도시 이야기」 中 우리는 지금의 순간을 살고 있지만 지나간 시절의 과오와 기쁨을 회상하면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으로 살고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리고 선택의 문제는 괴로운 법이다. 어느덧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 동안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이 최선인지 불가피하게 내린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마스크 착용 및 국가 봉쇄 여부 등 우리의 선택에 대해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 국제기구가 회의감을 가졌지만 이제는 K-방역이라는 말로 전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여기서 선진국의 기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선진국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나라보다 정치경제문화 따위의 발달이 앞선 나라지만 앞선 정도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불분명하다. 경제적 규모 및 세계경제에서의 영향력이 선진국 기준의 잣대라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선진국의 지표로 삼을 수 있다. 그러면 OECD 가입국인 우리나라는 선진국일까? 각계의 전문가는 경제지표로만 보면 선진국에 가깝지만, 양극화가 심화와 사회 곳곳의 대립과 반목이 많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시민의식이 낮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소위 선진국들의 대응과 시민의 태도를 볼 때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며 높은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다. 단지 선택 속에서 발생하는 이분법적인 사고와 반목(反目)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있을 뿐이다. 대한적십자사도 지난 115년 동안 우리나라의 성장,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인도주의 기관으로 성장했다. 최고의 시절보다는 최악의 시절을 생각했고 어리석음의 시대보다는 지혜의 시대를 갈구했다. 의심의 세기를 살았으나 믿음의 세기를 기대하면서 절망의 겨울을 넘어 희망의 봄을 국민과 함께 꿈꿨다. 얼마 남지 않은 2020년. 1년간 우리가 내려 온 선택들이 여러 결과가 되어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을 생각하면서 그 선택의 결정을 올곧이 받아들이고 남은 한 해, 다가올 한 해가 최고의 시절, 믿음의 세기가 되길 기대하면서 살아보면 어떨까 한다. PS) 필자는 대한적십자사인천광역시지사회장(15대)으로서의 임기를 마치고 적십자의 영원한 후원자로 남기로 했다. 나의 선택이 적십자 최고의 시절에 작은 보탬이 되길 기원해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인천광역시지사 지사회장

[인천시론] 기본소득을 사회연대 도약점으로 삼자

오늘 우리는 팬데믹이 몰고 온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터널이기에 그 시작의 당혹감과 종착에 대한 무지함으로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이에 그 터널을 지나는 방법 중 하나로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대표적이라 하겠다. 기본소득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진보, 보수를 넘나든다. 진보 측은 사회권 보장 차원에서 접근한다. 전통적 복지시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양극화 해결을 위한 합리적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보수 측은 제도가 간단하고 비용이 절감된다는 면에서 복지행정 효율화에 주목한다. 이에 비해 기본소득제를 반대하는 진영은 현 사회보장체제의 안정과 향후 재정부담을 논거로 삼는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막대한 재정지출로 기존 복지제도 감축이 불가피해져 빈곤층의 삶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사실 사회복지는 산업혁명 초기과정에서 생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수단으로 등장했다. 빈곤이라는 구사회적 위험에 맞서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4차 산업 혁명은 기존 산업혁명과는 다른 차원의 혁명이다. 양극화 심화, 고용 절벽같은 사회문제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덮쳤다. 세계경제가 마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사회안전망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바로 신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본소득의 성공은 우선 기존 복지체제에 대한 재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선 주택자금, 기초연금, 아동수당, 청년수당, 실업수당, 근로장려세제, 자녀장학금 등을 통합해 재원을 마련해야한다. 여기에 기존 조세 감면제도의 전면적 개편으로 효율성은 물론 소득재분배 기능 역시 크게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는 개혁이 어렵다.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안 된다. 정치인들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이 이슈가 그들만의 리그로 자리하게 해서는 안 된다. 기본소득은 권리이자 인권 회복이 주 목적이다. 안 되는 이유보다 될 수 있는 방법에 우선하자. 증세나 다른 복지와 통폐합 가능성을 열어 놓고 치밀하게 그 가능성을 따지는 게 중요하다. 기본소득은 코로나 시대 고통분담과 시민적 연대의 길이 될 수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한 번 도약의 시기를 놓치면 향후 오래 침체와 낙오의 길을 가야 한다. 시기상조의 염려보다 실기추회의 우를 범하지 말자. 유문무 인천대 기초교육원 교수

[인천시론] 요즘 나에게 국가란

서정주 시인의 마흔 다섯이란 시가 있다. 마흔 다섯은 귀신이 와 서는 것이 보이는 나이... 귀신을 기를만큼 지긋치는 못해도 처녀 귀신하고 상면(相面)은 되는 나이. 시인이 말했던 나이는 지금 생각하면 60세 정도로 바꾸면 되지 않을까?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면 누가 아무리 뭐라 해도 대강은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더 나이 먹고도 철없는 사람들도 많지만 정의나 비분강개 같은 단어가 건강에 해로운 것도 잘 안다. 나이를 먹는 것이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일임을 알기에 흐르는 강물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이 나와 내 주위 사람들도 편하다. 젊어서 군사 독재에 분노하고, 무능한 대통령에 거품을 물었던 것이 지금 와서 보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나라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서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해본다. 일본의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는 자기 나라를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그저 단순히 나라를 사랑한다는 식의 너무나 애매하고 막연한 생각을 품어서는 안 된다. 우선 그 전에 어떤 자들이 국가를 좌지우지하는지 바르게 규명하고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삼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정의로운 국가나 정의로운 권력이란 것이 얼마나 허황된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훈아가 말한 소위 위정자들에게 통째로 영혼을 빼앗기고, 사고와 행동을 제한당하고, 자유와 존엄성을 잃고, 비참한 처지에 내몰리는 상황은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어느 정권이든 뻔뻔한 인간들이 있기 마련이고 나라를 말아먹은 사례는 즐비하다. 하지만 경중(輕重)의 문제였지 근본을 훼손하는 문제는 아니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든, 안보든, 외교든, 모두 수단일 뿐 결국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 아닌가. 국가가 존재하는 목적 자체가 상실돼 버렸다. 운동권의 이상은 몽상으로 전락했다. 무엇에 관한 명분은 무성한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엉터리니 남은 것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억지와 궤변뿐이다. 세상이나 국가라는 것이 어차피 이런 것이라고 단정해 버리는 순간 이 나라를 사유화하고 국민을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자들의 승리에 가담하게 된다. 단테는 신곡(神曲) 지옥편에서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돼 있다고 말했다. 원래부터 나쁜 사람보다 더 나쁜 사람은 가만히 있는 사람이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네거티브 헤리티지, 부평캠프마켓

지난 14일 80여년 만에 반환된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개방식이 있었다. 1939년 일제강점기, 조선을 병참기지화 하면서 대륙 침략전쟁을 위한 병기를 제조하는 일본육군조병창으로 쓰이다 광복 이후에는 주한 미군의 군수지원사령부로 미군의 무기와 식량을 공급하는 보급창 역할을 했던 캠프마켓. 닉슨 독트린 이후 주한 미군 감축이전이 시작되면서 1973년 폐쇄, 2002년 3월에 반환이 결정됐지만 반환 작업이 끝나지 않아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었던 금단의 땅이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12월 11일 정부는 주한미군과 부평 캠프마켓을 공식 반환하기로 최종 합의하면서 81년 만에 드디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공간은 전체 44만여㎡ 부지 가운데 야구장야외수영장농구장 등으로 쓰였던 B구역(9만3천㎡)이다. 개방에 앞서 시는 부평구과 협의해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 시설 재정비와 담벼락 철거하고 개방한 출입구 주변에 캠프마켓의 과거를 기록한 스트리트 아트 갤러리 조성한 데 이어 캠프마켓을 상징하는 조형물도 설치했다. 주한미군 쪽이 여전히 빵공장 등으로 쓰고 있는 23만㎡가량 용지 경계에는 울타리도 놓았다. 시는 우선 시민 휴식 공간 및 문화행사 공간으로 사용한 이후 시민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쳐 내년 말까지 캠프마켓의 활용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인천시민 입장에서 부평 미군기지의 반환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시민에게 하루 빨리 개방한 점 역시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반환받은 토양오염 정화 문제와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또 일제강점기 한강 이남 최대의 병참기지라는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간과해서도 안 된다. 강제 징용된 약 1만명 조선인의 슬픔과 애환이 서려 있는 굴곡진 우리 근현대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캠프마켓 내 완성된 총과 칼을 검사했다는 지하벙커가 실제 존재하는지, 부영공원에서 발견된 땅굴 입구는 과연 어디까지 연결되는지, 함봉산에 산재한 24개의 지하호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부평 미군기지 내 지하시설과 땅굴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조사가 필요하다. 군사 유적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간직한 부평 캠프마켓. 아프고 어두운 역사지만,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코로나 이후, 디지털 소외계층 포용해야

전세계에 갑자기 몰아닥친 코로나19 영향으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비대면 시대가 가속화하고 있다. 팬데믹 쇼크로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영화도 보고 은행 일을 처리할 뿐 아니라, 직장 일을 보고, 학교 수업도 받는 등 멀게만 느껴졌던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인건비 절약을 위하여 QR코드나 키오스크 등 스마트 기술과 기기가 도입되면서 디지털 뜀박질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는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인 진화의 속도는 노화하는 세대가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는 미처 적응할 기회도 없이 배제되는 사람들이 생기게 돼, 디지털 정보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디지털 격차는 감염병과 범죄에 취약한 계층을 각종 정보로부터 소외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4대 정보 취약계층인 장애인, 장노년층, 저소득층, 농어민 등이 주로 겪을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9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취약계층 중 50대 이상의 고령자의 디지털 접근성 및 활용도가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노인들은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혐오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예를 들어 요즘 은행권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수수료 면제, 맞춤 금융상품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모바일 인터넷 이용 비율이 낮은 노년층은 이러한 경제적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산 분위기가 고조되던 올해 3, 4월에는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 감염병 예방 정보나 공공 마스크 구매 정보를 접하지 못한 노인들을 비난의 타깃으로 삼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시대에 심화된 디지털 소외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면 지원이 절실하다. 부양가족이나 돌봐줄 젊은이가 없는 노인의 경우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를 습득할 기회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이 반복된다고 하니 비대면을 위한 기술적인 발전을 가속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기술적인 발전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고 모든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만 진정으로 바람직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우리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 교수 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우리가 잘 아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의 가사 일부다. 이 노래는 바리톤 김동규의 대표곡으로 10월이면 여기 저기 불리며 가을에 잘 어울리는 노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곡의 원곡은 1995년 시크릿 가든의 1집에 수록된 봄의 세레나데(Serenade to Spring)다. 전 세계적으로는 봄 노래에 속하는 대표적인 음악이지만 한국에서는 이 노래에 가사를 붙여 가을의 대표곡이 됐다. 작사가 한경혜가 가을 정경과 느낌 그리고 그 감정을 음악에 옮겨 가을의 노래로 탄생시키고 김동규는 봄과 가을에서 느끼는 감정의 차이와 변용을 가을의 느낌으로 풍성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한다. 이 노래 한편만 보더라도 인간의 감정은 실로 다양하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감정을 우리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계몽주의 토대를 마련한 서구 철학자 스피노자는 그의 책 에티카의 제3부에서 감정의 문제를 다뤘다. 스피노자는 인간의 감정을 기쁨, 슬픔, 욕망 세 가지의 기본 감정으로 정의하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총 48가지의 감정을 정의했다. 우리는 흔히 복잡다단한 감정이라는 표현을 쓴다. 말 그대로 감정이 복잡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라도 어느 감정이 더 지배적이며 우리 삶속에서 어떻게 영위되는지 곱씹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불과 1년 전에 당연했던 일상은 존재할 수 없게 됐고 장밋빛 희망찬 내일과 미래보다는 음울하고 걱정되는 삶을 맞이하는 것 아닌지 우리는 두려워하고 공포에 휩싸여 있다. 소위 코로나 블루로 최근 신경정신과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스피노자는 공포 없는 희망 없고, 희망 없는 공포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인간의 감정이 기쁨, 슬픔 그리고 욕망이라는 단선적인 정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자에게 획일적으로 덧씌워지는 비감이야말로 우리를 희망없는 공포로 몰아넣고, 희망이 없는 일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슬픔의 감정에서 회환과 연민을, 기쁨의 감정에서 박애, 환희 그리고 확신을, 욕망의 감정에서 질투, 적의, 분노라는 감정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욕망이라는 감정에서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질투, 적의 그리고 분노라는 감정의 전이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친절하고자 하는 욕망을 통해 오히려 박애를 느낄 수 있다. 우리 모두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이 가득한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즐기는 기쁨의 감정을 느끼길 소망해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인천광역시지사회장

[인천시론] 온오프라인 융합형 교육의 질적 성장을 응원하며

코로나19 전후로 일상의 역사가 바뀌고 있다. 혹자는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역사적 시기를 구분하기도 한다. 마스크는 생활필수품, 화상회의는 일반화, 재택근무는 확대, 원격진료는 보편화되고 있다. 교육분야에서도 온택트(ontact)수업이 확대되면서, 교사는 티칭(teaching)보다 코칭(coaching)의 역할이, 학생은 주입식(cramming)보다 자기주도학습(learning)이 강조된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교육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일단 온라인 수업은 4차 산업혁명시대 새로운 교육의 전기를 마련했다. 온라인 수업은 전에 이미 등장했다. 방송통신대학이 선두주자이다. 그 뒤를 사이버대학이 뒤따랐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이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선망의 상태는 아니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온라인 강의가 전국대학에서 동시에 이뤄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일부 대학은 방송통신대학과 강좌를 제휴하였고, 사이버대학에서는 노하우를 전수받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나라가 ICT강국이면서도 대학의 온라인 강의가 활발하지 못했던 것은 원격강의가 전체강의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수들은 온라인 수업이 대면학습보다 소통이나 실재감 측면에서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강의를 위한 인프라구축은 당연히 뒷전이었다. 온라인교육에 대한 선입견이 많은 상황에서 기회비용을 들여가며 굳이 온라인교육을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코로나에 밀려 순간이동을 한 지금의 온라인 대학강의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기에 급급하다. 교육혁신의 기회이기는 하지만 진정한 미래교육의 전범은 아니다. 온라인 교육이 미래 대학의 이념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대인관계, 종합적 사고력, 창의력 향상 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학사제도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구조적으로 대학 규제제도에 대한 혁신책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온라인 강의는 장점이 풍부하다. 분야에 따라서는 오히려 대면수업보다 더 큰 발전의 성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을 넘어 듣고 싶은 강의를 수요자에 맞춰 제공한다. 단순히 교수로부터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는 방식 대신, 다양한 온라인 툴을 이용한 실습이 가능해진다. 대면교육은 온라인 교육에서 담을 수 없는 부분을 다루기 위해 질적 향상을 이루는 방식으로 변해갈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 각자의 장점을 활용하는 융합형 교육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래교육의 핵심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원격교육에 대한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제 시작되어야 한다. 유문무 인천대 기초교육원 교수

[인천시론] 나쁜 사람은 정말 벌을 받나?

착한 일을 하면 상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 벌을 안 받는 것이 아니라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고, 일단 때가 되면 모든 벌을 돌려받는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속담치고는 길다. 청나라 때 소설 홍루몽(紅樓夢)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비록 잠시는 뜻을 이루는듯하나 결국은 스스로 발등을 찍어 목숨을 잃는다. 사필귀정(事必歸正:모든 일은 결국에 가서는 바른길로 돌아감)과 비슷하다. 세상을 좀 살아보면 이 말이 딱 들어맞지는 않는 거 같다. 평생 못되게 살았던 인간도 부귀영화를 누리고 편안한 임종을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명히 악(惡)인데 다른 사람은 선(善)이라고 한다.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은 상부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됐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惡)의 평범성이다. 중국의 대학자 지셴린(1911-2009)은 나쁜 사람은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장 나쁜 사람은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 자기에게도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쁜 사람은 결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나쁜 사람 유전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나쁜 사람이 다 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긴듯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라면서 악인은 꼭 벌을 받는 것처럼 해놓고, 하늘은 어질지 않아 백성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라고 써놨다. 하늘은 무심하다. 특별히 무엇의 생장을 돕기 위해 햇빛을 비추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해치기 위해 지진을 내리는 것도 아니다. 조국 전 장관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민을 화나게 하고 있다. 현 정권의 전유물인 정의와 공정이 무참하게 무너졌다. 한쪽은 별거 아닌 거 가지고 난리라고 하고, 다른 쪽은 정권의 비도덕반윤리에 치를 떨고 있다. 천벌이 따로 없기에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면 될 일인데 검찰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정권이 총출동해 진실을 호도하기 때문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다. 당시 부대장과 당직 사병 같은 의로운 증인들이 검찰 대신 나섰다. 현재 우리의 위기는 거짓이 진실을 덮고 있는 것을 넘어 진실을 왜곡하는 데 있다. 정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추미애 장관 사태를 보면서 선(善)이니 악(惡)이니 인(仁)이니 의(義)니 다 부질없는 것처럼 보인다. 힘센 사람들의 전횡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은 분노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공자도 나쁜 사람을 혼내줄 마음을 한시라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마천이 말하는 천도(天道)가 과연 있는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세종의 리더십

나는 고결하지도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잘하지 못하오. 하늘의 뜻에 어긋나게 행동할 때도 분명히 있을 것이오. 그러니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서 내가 그 꾸짖음에 답하게 하시오(세종실록 7년, 1425년 12월 8일자) 옛 상소문의 형태를 빌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시무(時務) 7조가 요즘 장안의 화제다. 이 청원은 인천에 거주하는 필명 진인(塵人) 조은산이라는 39세 가장이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쓴 글로 최근 동의하는 사람이 무려 42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당초 청와대는 이 청원을 보름 동안 비공개로 했다가 논란과 비판이 일자 27일에야 뒤늦게 공식 게재했다. 그동안 입소문으로 알려지다가 공개 이후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결국 시무 7조 청원은 공개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답변 기준인 20만 명 이상의 참여를 이끌어 내면서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경제 실정에 분노하면서도 이를 표출하지 못했던 답답한 마음을 조선 시대 상소문 형식을 통해 예리한 비유와 풍자로 담아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그만큼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서민들의 삶은 날로 팍팍하고 경제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무 7조의 일침은 많은 이들에게 반향과 공감을 얻어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같은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세종처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릇된 정치를 바꾸려고 할까? 아니면 역린을 건드려 정국이 더욱 갈등으로 치닫을까?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에 대해 남에 대한 비판은 잘하면서 자신들을 향한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를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정부보다 평등하고 개방적이며 이견에 관대할 것을 약속했지만 정부에 반대의견을 낸 사람들에게 무관심으로 대응하거나 건설적 토론 대신 소송을 걸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사람은 신(神)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실수하거나 잘못이 있을 수 있다. 잘못과 허물은 고치면 된다. 문제는 잘못이 있어도 이를 고치지 않는 것이다. 공자는 잘못한 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고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잘못이라고 했다(過而不改, 是謂過矣). 조선 최고의 명군 세종은 백성들의 평범한 행복을 위한 군주의 비범한 노력을 정치의 목표로 삼았다. 세종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을 위해 자신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제갈량으로부터 얻는 교훈

인류의 역사 이래 수많은 사람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갔다. 그중에는 이름을 남기고 간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갔다. 그 수많은 유명인 중에서 필자는 제갈량을 매우 좋아하고 제갈량으로부터 정치 지도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이 배울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제갈량의 명성을 드높인 것은 그의 비범한 능력보다는 자기를 믿어주는 주군의 신뢰에 대한 그의 진정한 충성심에 있다. 유비가 자기 아들 유선을 잘 보필해달라고 하면서도 유선이 신통치 않으면 제갈량이 황제가 돼 유업을 계승해달라고 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낮춰 대를 이어 충성하는 진정성으로부터 현대인은 배워야 한다. 둘째, 제갈량은 자기 실력을 기른 후 때를 기다리는 자세를 보여줬다. 유비가 자기를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이나 찾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우리 현대인들은 자기의 실력을 기를 생각보다는 자기 PR이나 자리에만 연연해 하는 자세를 보이는데 기다릴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셋째, 제1차 북벌 중에 일어난 촉한과 위나라의 전투인 가정전투에서 제갈량은 자기의 명령을 위반해 대패한 마속(馬謖)을 주위의 만류에도 눈물을 흘리면서 군법에 따라 처형하고, 자신도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벼슬을 세 등급 깎아 달라는 상소를 올려 우장군승상사가 됐다. 이러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는 오늘날 법치주의와 동일시할 수는 없겠지만, 법치주의와 자기책임 원칙의 선례로 볼 수 있다. 넷째, 제갈량이 27세에 유비를 따라 정계에 입문한 후 촉한의 승상으로 장기간 재위한 제2의 권력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 재산은 뽕나무 800그루와 척박한 농토 15경이라고 한다. 막강한 권력이나 정보를 남용해 축재하지 않고 솔선수범한 그의 청백리 정신을 다주택문제로 사퇴한 청와대 수석들을 비롯한 오늘날의 정치지도자들은 배울 필요가 있다. 다섯째, 제갈량이 출사표를 던지고 위나라와 전쟁을 할 때 지략을 발휘해 위나라의 사마의 중달을 자기가 만든 지뢰 속으로 몰아넣어 죽이기 직전에 갑자기 하늘에서 청천벽력이 생기면서 비가 내려 실패한 사건에서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렸고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다(모사재인 성사재천)는 이치를 절감했는데 오늘날 현대인도 이 교훈으로부터 최선을 다하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이치를 깨닫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늘날 정치 지도자들을 비롯한 현대인들은 제갈량으로부터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의 신뢰에 대해 진정성 있게 봉사하는 자세, 실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는 자세, 아끼는 측근일지라도 법을 위반하면 법대로 처벌하는 원칙고수, 막강한 권력과 정보를 가졌음에도 이를 남용하지 아니한 청백리 정신, 일을 시작하면 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자세 등을 많이 배워 이를 정치현장이나 삶의 현장에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문현숭실대 교수前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머리가 시원해지는 글

이어령 전 장관의 글에 보면 조조(曹操)는 두통이 날 때마다 진림(陳琳)의 글을 읽었다고 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소(袁紹)의 편에서 자신을 비방해 오던 진림이 포로로 잡혀 왔을 때에도 벌하지 않고 중용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글이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건의 경야(經夜): FINNEGANSWAKE라는 소설이 있다. 흔히 율리시즈에 이은 제임스 조이스 최후의 대작이라고 소개되는데 서구 수천 년의 역사를 주인공의 하룻밤 꿈 속에 압축했다고 한다. 17년간에 걸쳐 60여 개 언어의 응축으로 문학이 가능한 모든 기법과 문체의 실험장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김종건 교수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번역에 성공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가장 읽기 어려운 문학 작품 리스트에 항상 1위로 꼽힌다. 구입하기는 그렇고 서점에서 읽어보니 5분도 안 되어 이건 미친 짓이야. 내가 뭐하고 있지? 이건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조이스가 문제야로 귀결된다. 머리가 시원해지기는커녕 빠개질 것 같다. 좋은 글은 번역을 해도 역시 좋은 글이 된다. 제임스 조이스에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글만 읽어도 시간이 부족하다. 나에게 좋은 글은 잘 읽히는 글이다. 잘 읽힌다는 것은 글이 운율을 맞출 때 가능하다. 게다가 내용도 좋고 글 자체가 정확하고 분명하면 금상첨화다. 쓸데없이 힘이 들어간 글은 목에 가시가 걸린 것과 같다. 사설이나 칼럼은 역시 논설위원들이 잘 쓴다. 자료도 많고 거의 매일 쓰기 때문에 짜임새가 좋을 수밖에 없다. 근육을 매일 단련하듯이 글도 매일 써야 실력이 는다. 소위 전문가라고 행세하면서 비문(非文:문법에 맞지 않은 문장)과 횡설수설 써대는 사람의 글을 볼 때마다 혈압이 오른다. 요즘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 신랄한 독설로 환호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진중권 씨의 글을 보게 된다. 그는 어느새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하루에도 여러 건의 글을 올린다. 그의 글은 간명하고 강한 어조이지만 매우 설득력이 있다. 문제의 핵심을 확실히 짚으면서 신속하게 대응하니 사람들의 전폭적인 관심을 끈다. 하나의 독립언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중권 씨의 촌철살인 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미학 오디세이를 비롯해 수십 권의 저서가 있다. 방대한 독서량과 엄청난 필력이 뒷받침한 결과다. 남을 비난하는 글도 격조가 있다. 언론계에 오래 근무한 분의 말을 빌리자면 흉내 내기 어려운 글이다. 오늘도 많은 글들이 양산되고 있다. 글의 시대가 가고 말의 시대가 왔다고는 하나 말도 결국 글에서 출발한다. 글쓰기의 소중함과 그 힘을 제대로 깨닫고 있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든다. 머리가 시원해지는 글을 읽고 싶다. 머리가 시원해지는 글을 쓰고 싶다. 자기 전에 한 페이지도 못 넘기고 포기하는 글도 수면제로서는 최고다. 최근에는 이슬람의 역사라는 책이 수면제다. 이인재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겸손한 정치인

2018년 8월, 81세 일기로 타계한 미국 공화당의 거물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자서전 쉬지 않는 파도(The Restless Wave). 뇌종양 투병 중에도 자신의 정치 인생을 정리한 회고록으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NYT)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이다. 이후 순위권에서 사라졌지만 매케인이 죽고 난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추모 열기와 함께 다시 1위에 등극한 책이기도 하다. 매케인은 6선 상원의원으로 36년 동안 정계에 있으면서 의무, 명예, 조국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생각이 다르면 같은 당이라도 대통령에게 맞섰고, 방향이 같으면 다른 당과도 힘을 합치는 초당파 정치인이었다. 공화당 출신임에도 버락 오마마 전 대통령이 주도한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 오바마케어를 지지했고 이를 폐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싸웠다. 매케인은 회고록에서 오늘날 정치는 겸손이 부족하다, 겸손이 완전히 사라질 때, 우리 사회는 갈가리 찢어질 것이라며 겸손의 결핍, 이념의 양극화를 미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매케인의 우려는 트럼프의 자만과 양극화 전략으로 미국이 사분오열 되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전통적 갈등 요소인 이념과 지역 갈등 구조 위에 계층과 젠더(gender성)라는 새로운 갈등 요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60대 이상은 이념을, 30~50대는 계층을, 20대는 젠더를 지목했고 전반적으로 빈부 격차에 따른 계층 갈등이 앞으로 가장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 봤다. 이런 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고 입장 차가 너무 극명해 도저히 화해할 수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도 60%에 달했다. 다시 말해 한국 사회에서 갈등과 분열로 인해 개인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피로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런 갈등을 해결하거나 정치 의제로 풀어내기는커녕 여전히 이념이나 진영 논리로 오히려 국론 분열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다, 안익태는 민족 반역자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야(與野)는 설전을 벌이며 충돌했다. 미래통합당은 망나니짓이라며 김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통합당은) 친일파의 대변자냐고 맞섰다. 일제 강점기를 이겨내고 나라를 되찾은 지 75년이 지난 오늘을 경축하고 앞으로 힘을 모아 대한민국 발전과 국력을 위해 힘을 모아도 모자를 판국에 우리 정치권은 서로 상대를 비판하고 싸우는데 여념이 없다. 자신을 낮추거나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정치적 분열을 해결하고 타협을 옹호하는 겸손한 정치인, 한국판 매케인을 바라는 건 필자만의 욕심일까? 이도형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관짝소년단 속 블랙페이스 논란

매년 이색 졸업사진으로 전 국민에게 큰 웃음을 주는 경기 의정부고 학생들이 어쩌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학생들은 최근 SNS에서 큰 인기를 끈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하면서, 얼굴을 검게 칠한 졸업사진을 올렸는데, 이를 두고 흑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관짝소년단은 가나의 장례식장에서 관을 옮기며 춤을 추는 상조회사 직원들의 영상에서 유래했다. 가나에서는 죽은 이가 현세의 고통에서 벗어난 것을 축복해준다는 의미에서, 춤과 노래, 각종 퍼포먼스가 함께 하는 축제와 같은 장례식을 치른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가나의 장례문화에 대해, 사람들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팀명을 따와 관짝소년단이라고 이름 붙였고, 일종의 밈(meme)으로 소비되며 큰 인기를 끌게 됐다. 밈이란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신체적 유전을 넘어 종교사상문화 같은 정신적 사유 활동까지 유전되고 전파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의정부고 학생들이 하나의 밈으로써,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하며 모든 것을 디테일하게 구현했고, 그 과정에서 얼굴을 흑인처럼 분장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흑인의 외모를 희화화한 소위 블랙페이스(Blackface)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돼 큰 논란을 일으켰다. 과거 백인 배우들이 구두약 등으로 얼굴을 까맣게 칠하고, 붉고 두꺼운 입술을 과장하는 등 흑인 노예를 희화화한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흑인 광대극을 공연했던 역사는 블랙페이스라는 이름으로 남았고, 이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분류돼 지금까지도 문화적 금기로 여겨지고 있다. 아직 청소년인 학생들에게 인종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졸업사진을 재밌게 찍고자 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상 가장 핫한 이슈를 밈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흑인 분장이 웃음의 소재가 된다는 사실은 흑인을 비하의 대상으로 소비했던 비뚤어진 역사를 반복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마냥 이를 지지할 수 없다. 특히 어떤 행위가 차별인가 여부는 행위자의 의도와는 상관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결국 몰랐다거나 단순 패러디였다는 해명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종차별을 비롯한 인권 감수성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서글프다. 이는 동양인의 눈이 서양인보다 작다는 생물학적 특성을 그것이 팩트라고 하며 밈으로 소비한다면, 우리 역시도 이를 패러디라 하며 웃으며 넘어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학생들의 밈은 그 취지가 순수했고, 조금의 악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밈이 웃음으로 소비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미처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이번 블랙페이스 논란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의미는 돌직구처럼 묵직하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