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인천공항철도와 보편적 교통복지

인천공항철도는 서울역에서 인천공항2터미널역까지 14개 역을 운행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철도다. 2007년 1단계 구간인 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 노선 개통을 시작으로 2014년 청라국제도시역, 2016년에는 영종역이 추가로 개통되면서 영종, 청라 주민들이 서울을 오가기 위한 대중교통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주요 간선철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항철도의 이원적 운임체계로 인해 영종 지역 주민들은 영종대교를 지나자마자 높은 지하철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기본요금 900원을 추가로 부담하면서 불과 한 정거장 차이인데도 서울역까지 요금이 1천850원에서 2천750원으로 크게 오른다. 이에 주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운임체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인천공항철도는 두 가지 운임체계인 수도권 통합요금제와 독립요금제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역에서 청라역까지는 수도권 통합요금제가, 청라역에서 인천공항2터미널역까지는 독립요금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렇게 하나의 노선에 두 개의 운임체계가 적용되는 것은 전국에서 인천공항철도가 유일하다. 이 같은 공항철도의 이원적 운임체계로 인해 영종 주민들은 수도권 주민들이면 누구나 받고 있는 환승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영종 주민들에게 이중, 삼중의 부담을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대중교통서비스를 제공받는 경우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영종국제도시 주민을 비롯한 인천 시민들은 수도권 통합요금제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10년 넘게 차별과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인천시가 정부와 민자 손실보전금 분담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법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와 인천시는 인천공항철도 운임체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4가지 대안을 도출하고 현재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인천시의회 상임위에선 국토부와 실무협의를 두 번 정도 더 진행하면 협약서 초안이 나올 것으로 판단한다는 교통국장의 긍정적 답변도 있었다. 즉 페이백 카드를 통해 영종 주민들만이라도 운임을 수도권 통합요금제 수준으로 인하하고 손실분을 국비 또는 시비로 부담하겠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혜택을 보는 대상이 주민등록법상 영종 주민들에게 국한되는 선별적 방식이다 보니 완전한 의미의 수도권 통합요금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실현가능성에 비추어 볼 때 그나마 페이백 대안이 최선이 아닐까? 영종 주민들의 보편적 교통복지가 하루빨리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인천시론]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 위한 법제도화 필요

대한민국은 헌법이 지배하는 입헌주의국가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능력에 따른 교육이란 정신적육체적 능력과 같이 개인의 일신전속적 능력에 따른 교육을 말하는 것으로, 재산가정성별 등과 같은 비전속적 능력에 따른 교육차별은 금지된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이 발생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국가의 정책 결정에 따라 학교현장에 원격수업이 도입됐다. 불가항력적인 결정이지만 이로 인한 디지털 교육격차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디지털 교육격차는 가정의 경제상황 차이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접속 시설 환경에 따라 교육 수용의 질이 달라지고 부족한 학습량을 사교육으로 메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적인 차이로 작용한다. 원격수업으로 학교의 의미가 변화되면서 수업의 주도권이 교사에서 학생들에게 옮겨지고, 가정의 학습지원 부담이 늘어나 교육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학생들이 코로나 이전보다 많아지고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교육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등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과 고소득층 가정 간의 학습 격차가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부실한 원격 수업에 홀로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가정의 학생들은 코로나 이전보다 낮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반면에, 원격 수업 공백을 맞춤형 사교육으로 채워 줄 수 있었던 가정의 학생들은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앞서는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1인당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명문대 합격자 중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 디지털 교육격차가 이러한 경향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정부는 디지털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지만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기초학력 저하를 세심히 살피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단발성 지원책에 그쳐서는 안 되고, 디지털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법제화와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장애학생과 저소득층 취약 계층 학생의 원격교육 지원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신체능력이나 가정환경의 차이가 원격교육에서의 차별과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면 부당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 디지털 교육격차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를 예상하지 못해 비대면 언텍트 교육을 위한 법적 근거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제2, 제3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을 비롯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연재해나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모든 학생들이 차별 없이 학습할 수 있도록 원격수업에 대한 제도적인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원격수업에 대한 제도 개선에는 취약계층 학생 대상 원격수업 지원뿐만 아니라 맞벌이 부모가 걱정 없이 자녀의 원격수업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세심한 지원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순국선열의 숭고한 인도주의 뜻을 이어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이 땅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을 통해 살아 숨쉬는 6월이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평화와 자유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스러진 모든 이를 기억하고 감사를 표하는 달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위해 보이는 수많은 생명이 희생했음을 다시금 생각하니 지금 내쉬는 숨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외세 침략에 맞선 의병들, 국토방위를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과 유엔참전용사들, 군사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610 민주항쟁에 동참한 시민들은 모두 인도주의 수호자이다. 범인(凡人)의 평범한 일상을 수호하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졌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는 같은 기조의 슬로건을 갖고 있다. Saving Lives로 생명을 살린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국제적십자운동 7대 원칙을 통해 대한적십자사뿐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세계 모든 적십자사는 생명의 무게에 어떠한 판단 없이 경중을 재지 않고 모든 생명을 살린다. 이러한 적십자운동을 통해 사람간의 이해, 우정, 협력 및 항구적 평화를 증진시키는 것이 모든 적십자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625전쟁 당시 한국정부는 다양한 나라의 도움과 지원을 받았다. 북한의 남침으로 부산까지 밀려난 피난민과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각국 적십자사와 적십자병원이 참전했다. 스웨덴 적십자 야전병원은 부산에서 의료구호활동을 펼쳤으며, 이탈리아는 자국도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도움 요청에 응하여 제68적십자병원을 파견했다. 이탈리아는 참전국 중 마지막 지원부대 파견국이자 유일하게 유엔 비회원국이기도 하다. 서독 또한 상황이 좋지 못했음에도 수상이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에 서독 적십자 야전병원을 직접 제안했다. 스웨덴, 서독을 포함한 6개국의 의료지원단 덕분에 한국 정부는 전쟁이 남긴 상흔을 빠르게 치료할 수 있었다. 적십자병원에는 항상 환자가 쇄도하고 중환자가 늘 만원이었으나 의료진들은 인도주의 이념에 의거하여 환자를 정성껏 돌보았다. 병원이 문전성시였던 이유에는 치료가 무료였다는 이유보다는 차별 없이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들의 태도가 환자들을 다가오게 만든 원인이었다고 서독 외과 수석의를 지낸 데어 박사는 회고했다. 고통 받는 이들을 차별 없이 대우하고 지원하는 인도주의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있다. 작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로 한국 정부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유엔참전국 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 100만장을 보냈다. 종전 이후 7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함께 투쟁한 사람들을 잊지 않고 지원해줌에 각국은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이탈리아 참전용사 유가족은 현지 언론을 통해 대한민국의 뜻깊은 선물에 감사함을 표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그 모든 희생의 역사를 돌이켜보건대, 국적인종종교를 넘어서 사람 자체의 가치를 보고 존중하는 인도주의 정신이 모든 형태의 균열을 방지하고 결속을 다지게 하는 강력한 힘이라는 확신이 든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역사의 초고

뉴스는 역사의 초고(草稿,초벌의 원고)다. 워싱턴포스트 여성 발행인인 캐서린 그레이엄의 말이다.역사의 초고(First Draft Of History)라는 말은 저널리스트의 심장을 뛰게 한다.기자가 한 명의 역사가란 뜻이다. 캐서린 그레이엄 전에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사람도 있었다. 1900년대 초 역사 현장의 기록은 대부분 역사가와 기자의 몫이었다.요즘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트위터,블로그 같은 소셜미디어나 플랫폼들도 역사의 기록자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카는역사란 역사학자의 숫자만큼 존재한다고 말했다.중국의 동북공정을 보면 중국의 역사학자들이 협잡꾼보다 못한 인간들임을 보여준다. 이러니 역사의 초고를 자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험난한 여정인지 알 수 있다.소설가 이병주는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말했다. 세상엔 수많은 자서전과 회고록이 즐비하다. 자서전과 회고록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조지 오웰의 말이다.역사의 초고가 될 만한 자서전과 회고록이 몇 권이나 될까.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이 쓴둘이서 바꿔봅시다란 책이 최근 발간됐다.노무현 정권 탄생에 관한 이야기다.그동안 시중에 나왔던 노무현 관련 서적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 염동연은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정치인이다.꼭 역사에 남겨야 할 이야기만을 전하겠다는 자세로 썼다고 한다. 사실과 추측을 구분했고,진실이 아닌 것은 과감히 배제해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정권 탄생 비화도 충분히 역사의 초고가 될 수 있음을 확신했다. 우선,자화자찬이 없다.아무리 사실이라 해도 자랑이 앞서면 신뢰가 떨어진다.평가는 독자의 몫이기 마련이다. 둘째,실명으로 된 등장인물이 많다.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중요하지만 공인(公人)의 공과(功過)는 실명으로 나와야 한다.피해를 본 사람에 대해서는 저자가 책임진다는 얘기까지 한다.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장면과 대화가 마치 실시간 중계를 하는 것처럼 박진감이 넘친다.지금처럼 녹취가 흔한 때가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기록을 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넷째,내용 못지않은 저자의 필력이다.수십 년 경력의 저널리스트보다 유려한 문체로 종횡무진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문질빈빈(文質彬彬)이란 말처럼 내용과 그것을 담은 그릇이 훌륭하다. 저자는 조만간 하권을 발간한다고 한다.천박하고 부끄럽고 자기 자랑 일색인 자서전,회고록,비망록 홍수 속에서 청량한 한 줄기 폭포수를 맞은 느낌이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백령공항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

113개의 섬으로 구성된 옹진군, 그 가운데 서해안 최북단 섬인 백령도가 있다. 백령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222㎞, 4시간 이상을 달려야 들어갈 수 있는 섬으로 먼 거리에도 두문진과 사곶해변, 콩돌해안 등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배로만 접근이 가능하고 기상 악화로 결항률까지 높은 탓에 주민들은 삶에 큰 불편함을 겪고 있다. 백령대청소청도를 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은 단 3척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2천톤급 여객선을 제외한 2척은 3m 정도의 파도에도 운항이 불가능하다. 인천 연안부두와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지난해에만 82일 결항했고, 연간 결항률은 25%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오는 2023년 5월이면 3척 중 가장 큰 2천톤급 여객선마저 선령 제한으로 운항이 불투명해지면서 그야말로 백령도 주민들은 생존권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그간 추진됐던 백령공항 사업과 새로운 여객선 도입 등 백령도 교통망 확충에 대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기만 하다. 백령공항 사업은 옹진군 백령면 솔개지구 일원에 25만4천㎡, 약 7만7천평 공항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1천740억원 전액 국비로 진행된다. 50인승 가량 소규모 비행기가 운항하는 소형공항으로, 민군이 모두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값)이 2.19로 수익성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는 국가재정평가위원회의 부정적 시각으로 지난해 예비타당성 사업 선정에서 2차례나 연이어 탈락하는 등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공항개발 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여객 수요 예측 과다, 지방공항의 적자 문제를 이유로 백령공항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실제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한 12곳의 지방공항에서 연간 15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지방공항 신설에 신중하겠단 기재부의 이야기는 일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 울릉공항 사례에 비춰 보면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합리성과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 총사업비가 12조원에서 최대 28조원으로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붓는 가덕도 신공항과 BC값은 1.19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11월 착공한 울릉공항(6천651억 원). 이들은 되는데 백령공항은 왜 안 된다는 걸까? 원칙과 기준도 없을 뿐더러 이중적 잣대가 아닐 수 없다. 백령공항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올해 하반기 백령공항 사업이 반드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선정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백령공항 건설에 대한 정부와 기재부의 각성과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인천시론] 코로나 이후, 다가올 변화에 민감해져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가 삶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우선순위, 삶을 즐기는 방법, 일하는 방식 등이 모두 변했다. 특히 원격근무의 확산 등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기업문화, 조직관리, 리더십도 확연히 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작된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새로운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잘 운영되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변화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고, 변화해야 할 필요를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시작하기에는 준비하는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미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화에 늦게 대응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과거 필름산업의 독보적인 선두주자였던 코닥의 사례를 통해 현재 우리 기업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1900년대에 필름을 코닥이라고 부를 정도로 필름 산업에서 독보적인 성장을 이뤄냈고, 미국 25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코닥은 1980년대 디지털 사진의 위협에 직면했다. 당시 코닥의 기술적 전환에는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없어보였다.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는 코닥의 한 엔지니어가 발명했고, 회사는 디지털 사진에 대한 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었다. 코닥은 필름 시장의 붕괴를 우려해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을 억지로 늦추려고 시도했지만 1998년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성을 예측한 일본 카메라 기업들이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면서 필름 카메라는 급속도로 사장되기 시작했다. 코닥도 디지털 카메라 사업을 시작했지만, 다른 회사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코닥의 실적은 급격하게 나빠졌고, 결국 2012년에 파산했다. 반면 똑같이 사진용 필름 사업을 했지만 후지필름은 디지털 사진의 등장에 코닥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후지필름은 사진용 필름을 만드는 기술을 활용해 LCD 패널에 사용되는 필름을 만들었다. LCD 패널은 컴퓨터와 TV의 평면화면으로의 전환 그리고 휴대전화의 수요 증가로 2000년대부터 엄청난 성장을 했다. 후지필름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오래된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진화론의 기초를 확립한 찰스다윈은 살아남은 종은 가장 강하거나 가장 지능이 높은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했다. 이는 우리 인간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세상은 아찔할 만큼 급변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 착시 현상으로 정체한 듯 보이지만, 각 나라와 기업들은 미래의 이익과 패권을 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새로운 변화에 맞추어 경쟁자보다 먼저 투자하고, 시장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용기와 적극성을 갖춘 기업과 조직 그리고 개인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우리가 멈출 수 없는 이유

5월은 흔히들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기념일이 많은 기념일의 달이기도 하다. 즐거워야 마땅한 달이지만 전 세계적인 규모의 전쟁을 치루고 있어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다. 바로 코로나와의 전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코로나와의 전쟁을 끝내고 국민들을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임기 끝날 까지 쉼 없이 달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감염병 종식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오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도 전 세계 192개국의 적십자사 직원과 자원봉사자 또한 전 세계 곳곳에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구호활동을 펼치며 쉼 없이 달려왔다. 어떠한 차별도 없이 인간의 고통을 예방하고 경감하고자 노력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한다는 국제적십자적신월 운동의 정신 아래 인도주의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십자운동의 창시자는 제1회 노벨평화상 수상자 장 앙리 뒤낭이다. 그는 이탈리아 솔페리노 전쟁을 마주하며 아군과 적군 구별 없이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한 명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국제구호단체의 필요성을 느꼈다. 솔페리노의 회상이라는 책에 이와 같은 감상을 담았고 이 책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설립과 제네바 협약의 계기가 됐다. 장 앙리 뒤낭이 겪은 전쟁이 근대 인도주의 개념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 적십자사는 장 앙리 뒤낭의 생일인 세계적십자의 날이 되면 이날을 기념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친다. 올해 세계적십자의 날 주제는 멈출 수 없는(Unstoppable)이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지 벌써 1년 3개월이 흘렀으나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엔 아직도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 인도는 코로나19 일일 감염자 수가 40만 명을 넘어서고, 전 세계 확진자 수는 1억 5천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도 연일 4-500명대를 기록하며 좀처럼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직 많다. 이것이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한 전 세계 적십자사가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 사태는 단 한 사람의, 한 단체의, 한 국가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범국가적 전쟁이다. 또한 이 전쟁은 단지 유행병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부수적인 문제들도 양산하고 있다. 개인의 노력과 친절한 행동, 나눔이 다른 사람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번져갈 때 비로소 종식이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 나가 아닌 우리가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하는 이유이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우리는 왜 기다릴 수 없는가

인종차별의 날카로운 화살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은 기다려라라고 말하기가 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중략) 그러나 당신이 니그로라는 사실에 밤낮으로 괴롭힘 당하고, 매일 매일을 까치발을 하며 눈치를 보고 살고 있다면, 당신은 우리가 왜 기다릴 수 없는지 이해할 것입니다. 1963년 4월 16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햄 감옥에 구금돼 있을 때 동료 성직자에게 보낸 우리는 왜 기다릴 수 없는가(Why We Cant Wait)란 제목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편지다. 킹 목사의 노선에 찬성하는 일부 백인 온건주의자들은 급진적 방법보다는 좀 기다려보라는 말을 많이 했다. 킹 목사의 생각은 달랐다. 킹 목사는 이 편지를 쓰고 4개월이 지난 후 워싱턴에서 25만여 명의 지지자를 앞에 놓고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제목의 연설을 한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과 함께 미국 역사의 획을 긋는 위대한 연설이다. 링컨의 노예해방선언과 킹 목사의 편지와 연설에도 불구하고 흑인이 인권을 보장받고 차별에서 벗어나는 데는 수십 년이 더 걸렸다. 사람은 기다릴 때가 있다. 혹은 기다릴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 하지만 마냥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은 희망 고문이다. 문재인 정권도 기다리라는 말을 많이 한다. 기다리면 경제가 회복된다, 코로나 터널의 끝이 보인다 등 말이다. 기다린 결과 파탄 난 부동산과 세계 꼴찌권 백신 접종률만 남았다. 코로나 사태 초기, 백신 대신 세계 최초 코로나 치료약에 집착하더니 요즘은 감감무소식이다. 선거 패배 후에는 각종 지원금 준다는 소리도 쏙 들어갔다. 국민이 낸 세금이 구한 말 고종의 내탕금(內帑金, 왕의 개인재산)이라도 된단 말인가?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나? 나라를 이끄는 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현 정권의 상황 인식과 대응은 자해(自害)와 다를 게 없다. 첫 단추부터 잘못 낀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부동산 역주행, 한미동맹 파국, 기업규제 강화, 청년 미래 파탄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더 참혹한 상황을 맞게 된다. 보궐 선거 패배에서 정신을 차릴 줄 알았는데 바뀌는 것은 없어 보인다. 우리가 기다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제물포고 송도 이전 신중해야

인천의 대표적 명문고등학교인 제물포고를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교육복합단지를 추진한다고 한다. 도성훈 교육감은 지난달 16일 인천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까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인천교육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겠다며 단지 예정지로 원도심에 있는 제물포고 부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교육복합단지에는 진로교육원, 인천남부교육지원청, 생태 숲, 교육연수원 분원 등 교육 관련 기관들이 조성되고 이 공간을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향후 시민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테마공간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복합단지가 조성될 경우 상주인원을 포함해 연간 유동인구가 112만 명에 이르고 동인천 지역을 포함해 중구 전체에 미치는 경제유발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 교육감은 이를 통해 동인천 지역을 교육과 경제가 선순환하는 원도심 활성화의 발전모델로 구현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과연 그럴까?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들의 분산 배치, 수용에 대해선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를 정당화,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전 부지에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그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한 교육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교육은 경제 논리가 우선시 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 그 자체, 즉 교육적, 사회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 교육감의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모델로 삼겠다는 발언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원도심 학교를 이전하면서 원도심을 활성화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면서 더 크고 좋은 돌이라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시교육청은 연간 유동인구가 112만 명에 이르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복합단지 내 상주하는 인원을 포함한 수치기 때문에 생각보다 경제유발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사회적 갈등과 분열도 문제다. 제물포고 송도 이전 논의는 과거 2003년과 2011년에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국회의원, 구청장 등 정치인들과 학부모단체,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결국 무산됐다. 다른 원도심 지역인 부산의 학교들(부산고, 부산남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1년 남짓 남은 시점에서 찬반을 둘러싼 공방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섣부른 제물포고 송도 이전은 원도심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하거나 교육환경을 악화, 황폐화시킬 수 있다. 중구, 동구에서 연수구로 이전한 박문여중고, 대건고, 송도고의 사례가 그렇다. 중장기적으로 각종 재개발이 진행 중인 중구, 동구의 인구 유입에 따른 학령인구 증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제물포고 이전 문제,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교육사회적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연구교수

[인천시론] 기후위기 시대, ESG 경영이 대세다

최근 국내외 기업 사이에서 ESG 열풍이 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도 ESG 경영을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기업의 전통적 목표는 이윤의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따라서 추가적인 비용이 소모되는 환경 보호나 사회 공헌 등의 활동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지구온난화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자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하면 기업 이미지의 악화는 물론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ESG란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약자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을 의미한다. ESG 경영은 기업이 이윤추구뿐만 아니라 이러한 투자를 통해 사회적인 책임을 진다는 경영 방식이다. 기업이 EGS 경영을 하려면 환경기준을 충족시키고 사회 공헌을 실천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해 이윤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할 수 있다. 그런데 이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오히려 ESG 경영이 기업에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특히 요즘처럼 갈수록 환경규제가 엄격해지는 상황에서는 ESG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은 오염물 처리비용, 환경사고 및 이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 등의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기업의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세계적인 첨단 기업들은 ESG 경영에 선도적 지위를 자치하기 위해 경쟁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억 달러의 기후 혁신 펀드(Climate Innovation Fund)조성해 향후 4년간 탄소제거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아마존은 파리 기후 협약을 10년 앞당긴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2030년까지는 100%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포장재 낭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국내 대기업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 시스템 최적화, 기술 개발과 장비 개선, 대체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세 가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와 기업 모두 불확실성의 시대다. 그러기에 환경과 사회를 배려한 투명한 경영을 해야만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고, 위기 시 기업을 응원하는 우군을 확보해 위기관리 역량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SG 이슈를 과감하게 선점하고 해결하는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미래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조선구마사’ 폐지, 중국풍과 동북공정

사극 판타지에 엑소시즘(귀신 물리치기)을 더한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분명 될성싶은 작품이었다. 조선 태종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악령이 깃든 좀비 형태의 생시로부터 백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혈투를 그리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첫 회가 방영된 직후 문제가 터졌다. 유교를 숭상하며 미신타파에 앞장섰던 태종을 악령에 홀려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는 무뢰한으로 묘사해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것은 물론,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이 바티칸 사제를 접대하기 위해 찾아간 기생집의 인테리어와 음식, 출연진의 복장까지 과도한 중국색을 입히면서 마치 중국드라마를 본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엄연히 실존하는 역사적 인물들을 왜곡하고, 중국풍을 대거 차용한 대가는 시청자들의 이유 있는 분노였다. 그리고 광고주와 방송사 역시 급히 손절하며 조선구마사는 단 2회 방영 만에 조기폐지되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특히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조선구마사를 북한이 건국된 역사적 기원을 다룬 드라마로 소개하면서, 드라마 속 중국풍이 동북공정의 연장선에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게 된 것이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치명타가 되었다. 중국이 2002년부터 추진해온 동북공정은 중국 국경 안에서 벌어진 모든 역사, 특히 고구려나 발해를 포함한 한반도 역사를 중국의 일부로 만들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로, 이를 문화 측면으로 확장한 것이 바로 문화 동북공정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중국은 조선족이 중국의 소수민족이므로 이들이 부르는 노래 아리랑도 중국의 문화다라며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아리랑을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했지만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이후에도 우리의 한복은 물론, 전통음식인 김치와 삼계탕도 중국이 원조이고, 심지어 민족시인인 윤동주까지 중국인이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중 외교에 있어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의 알몸김치 논란에 대해 식약처 직원이 중국을 대국, 한국을 속국으로 표현하며 감히 중국에 답변을 요구할 수 있겠냐며 당연한 듯 걱정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최근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반해, 중국에 대해서는 양국 간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같은 역사왜곡 문제를 두고 중국에게만 이토록 관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적 이유라 하기엔 역사가 주는 무게감이 너무 거대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런 이유로 역사를 빼앗긴 민족에게도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천시론] 압구정과 반구정

압구정(狎鷗亭)은 조선의 권신 한명회(韓明澮)의 호(號)다. 지금의 압구정동에 그의 정자가 있었다. 압구정은 친할 압(狎) 자와 갈매기 구(鷗) 자를 쓴다. 벼슬을 버리고 강가에 살면서 갈매기와 친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말만 그렇지 한명회는 압구정에서 유유자적하면서 즐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조정의 실권자로서 왕을 능가하는 권력을 부렸다. 계유정란(癸酉靖亂)의 주역인 한명회는 영의정을 세 차례나 지내고 두 딸을 예종과 성종에게 시집보냈다. 쿠데타 과정에 김종서 등 많은 사람을 죽였기에 그를 미워했던 사람들은 친할 압(狎) 대신에 누를 압(押) 자를 써서 압구정(押鷗亭)이라고 불렀다. 중국 북송 시대의 명재상 한기(韓琦)는 백성을 사랑하고 성품이 겸손해 칭송이 자자했다. 그의 집 이름이 압구정이었다. 당송팔대가인 구양수(歐陽修)가 그를 칭송해 쓴 시가 있다. 한명회는 이런 사연이 있는 이름을 명나라의 한림학사인 예겸(倪謙)에게 직접 받아와 정자에 걸고 자신의 호로 삼았다. 그러나 권력욕에 가득 찬 한명회는 압구정이란 이름만 취했을 뿐 거기에 담긴 뜻과는 거리가 멀었다. 살아서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한명회는 죽은 후 부관참시를 당했다. 반구정(伴鷗亭)은 세종 때 명신 황희(黃喜) 정승의 정자다. 파주 임진강 변에 있다. 반구정은 갈매기와 더불어 친하게 지내는 정자란 뜻이다. 조선 중기 허목(許穆)이 지은 반구정기(伴鷗亭記)에 보면 조수 때마다 백구(흰 갈매기)가 강 위로 모여들어 들판 모래사장에 가득하다라고 묘사돼 있다. 압구정의 압(狎) 자나 반구정의 반(伴) 자 모두 친하다는 말이지만 조금 뉘앙스가 다르다. 익숙하다, 편안하다, 버릇없이 너무 친하다란 뜻의 압(狎) 자에는 업신여긴다는 뜻이 있다. 한명회는 이런 한자를 알고 썼을까. 그리고 똑같은 갈매기랑 친했는데 왜 황희는 명신이란 소리를 듣고 한명회는 권신이란 오명을 쓰고 있을까.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황희도 허물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과보다는 공이 크기에 그를 명신이라고 부른다. 반면, 한명회는 정권을 찬탈해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권모술수와 사리사욕의 대명사로 불린다. 같은 뜻의 한자를 썼지만 다르게 들린다. 사람들을 업신여긴 한명회는 압(狎)이요, 노비도 존중했던 황희는 반(伴)이다. 하지만 누구의 삶을 살겠냐고 물으면 한명회 쪽도 만만치 않을 거 같다. 요즘 나라 망치는 인간들에 비교하면 한명회는 양반이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환경부의 자세와 역할

지난 21일 환경부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가 3조3천억 원에 달하는 역대급 지원금을 내걸고 추진한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지자체가 단 한 곳도 없다고 한다. 다음달 14일까지 아직 공모기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공모가 무산되거나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체매립지에 응모하려면 후보지 반경 2km 이내 주민들 대상으로 50% 이상, 토지소유자 70%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으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응모를 준비하고 있는 지자체도 없다고 알려지면서 수도권 대체매립지를 찾는 것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환경부 등은 수도권매립지 대체부지 공모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4자 협의체 당사자인 인천시가 빠졌을 뿐만 아니라 동의비율, 부지면적, 공모기간 등 유치가 불가능한 각종 조건으로 인해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고, 이 같은 결과는 충분히 예견이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국회 예결위에서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대체매립지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가 서울인데, 보궐선거가 진행 중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과 만나 합의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참으로 안이한 현실 인식이다. 그동안 단체장이 없어서, 아니 서울, 인천, 경기의 단체장이 못 만나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나? 대안을 만들고 갈등을 중재하거나 조율하기는커녕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는 환경부를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그사이 인천시와 다른 지자체 간 갈등은 점점 증폭되고 있는데 말이다. 이처럼 대체매립지 공모 무산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인천시의회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4자 합의 단서 조항을 빌미로 제기될 수 있는 소송에 대비해야 한다거나 인천시 관할이 아닌 김포시에 인접한 4매립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남춘 시장 역시 환경부가 대체매립지 공모를 소극적으로 진행하며 수도권매립지 연장을 거론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인천시가 3-2공구 매립면허권과 매립실시계획 인허가권을 가진 만큼 매립지 추가 사용에 절대 동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 입장에선 수도권매립지 연장과 직매립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겠지만 소량의 소각재만 매립하는 친환경 매립 방식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는 점에서 인천시 주장에 많은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수도권 대체매립지 논란은 단순히 지자체 간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쓰레기, 폐기물 자원순환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자못 크다.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대한 환경부의 전향적인 자세와 역할을 촉구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겸 청운대 연구교수

[인천시론] 코로나와 기후변화

23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고 전 세계에 막대한 경제적사회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코로나19가 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과 미국 하와이대 연구진은 최근 100년간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로 중국 남부와 라오스, 미얀마 지역이 박쥐가 서식하기 좋은 식생으로 바뀌면서 이번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몸에 보유하고 있지만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핵심숙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지역에 박쥐 종이 갑자기 증가하면 사람이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의 발생의 정확한 원인은 앞으로 전문적인 조사를 통해 규명될 필요가 있어 현시점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 이상 기후뿐 아니라 전염병 확산에 유리한 환경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세계보건기구는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한파, 홍수, 가뭄 등 이상기후와 모기, 병충해가 늘어 전염병도 4.7%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 재앙과 엄청난 일자리의 감소가 초래되면서 기후변화는 긴급하게 해결해야 문제의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는 기후변화가 이미 현실이고 우리는 이에 대비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최근 자신의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2050년까지 기후재앙을 막지 못한다면, 이로 인한 사망률은 2100년쯤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의 5배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또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대립관계가 아니라고 하면서 청정에너지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통해 코로나19로부터 경제를 구하고 기후재앙도 피할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악화 후유증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기후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EU의 장기예산안(20212027년) 중 약 30%가 기후변화 대응에 할당됐다. 코로나19가 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면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앞으로 짧은 주기로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코로나19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노력이 가속화해 앞으로 제2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위협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빌 게이츠가 경고한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봄 훈풍 면면촌촌 닿기를

살을 에는듯한 추위가 가고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 심한 일교차로 저마다 다른 두께의 옷을 입은 모습, 해가 떠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지는 모양새 등에서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올해는 마스크를 썼음에도 느껴지는 포근한 봄 공기에 봄이 왔음을 느낀다. KF-94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봄 기운이 여러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에 닿아있는 우리 각자의 마음에도 닿았으면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변화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나타났다.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빠르게 위축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1월 서비스업생산은 2%p 감소했고,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98만2천명이 줄었다. 1월 실업률은 전년 동월대비 1.6%p 상승한 5.7%로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7%가 코로나19로 권고사직, 희망퇴직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적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직간접적 피해가 취약계층에게 집중돼 소득과 자산, 고용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과 위기가정을 위해 정부의 보조자로서 재난안전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위기가정 긴급지원은 생계지원주거지원의료지원교육지원기타지원으로 나뉘어 필요한 비용 및 물품을 지원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등 갑작스런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정을 평균 월1회 솔루션위원회를 통해 선정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한다. 2020년에만 158가구 381명을 대상으로 2.5억원을 지원했다. 단발성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도 제공한다. 위기상황이 이어지면 추가 지원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하면 적십자 봉사원 결연을 통해 지원한다. 9일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이 정부 정책 평가 좌담회를 열고 코로나19 발생후 지난 1년간의 코로나19 정부 정책 문제점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중론은 부채 증가 속도를 문제 삼지 말고 보편적인 복지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의료공백 문제, 공공병원 부족문제, 사회적 돌봄 공백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이 변화하고, 적십자사는 정부 정책의 대상에서 빠진 가정을 발굴해 지원함이 이상적이다. 봄은 생명이 소생하는 희망의 계절이다. 봄이라는 계절이 가져오는 훈풍이 지역사회 가장 춥고 어둠이 내린 곳 구석구석을 찾아 불 수 있기를 바란다. 적십자사는 지난 1년과 같이 앞으로도 관계 기관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봄 바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창남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인천시론] 세상에는 잊어서는 안될 일이 있다

육당 최남선의 혼자 앉아서란 시조가 있다.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린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오마지 않은은 오겠다고 하지 않은이란 뜻이다. 이 시조의 백미는 마지막 구절의 열린 듯 닫힌 문이다. 옛날 툇마루에 앉아 사립문이든 나무판자로 만든 문이든 닫힌 문을 보며 누구를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계속 바라봐도 닫혀 있는데 금방이라도 삐걱하며 열릴 것 같다. 기다린다는 외로움과 그리움의 깊이를 느낀 적이 없는 사람은 암호문일 뿐이다. 친일 딱지가 붙은 육당이지만 우리말을 이렇게 멋스럽게 닦아냈다. 노산 이은상의 소경 되어지이다란 양장(兩章) 시조가 있다. 『뵈오려 못 뵈는 님, 눈감으니 보이시네 감아야 보이신다면 소경 되어지이다』(원문) 시각 장애인 입장에서는 황당한 얘기지만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애틋하게 표현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시는 조율(調律)된 말이요, 춤은 조율된 걸음걸이라고 말했다. 나쓰메 소세키(1867-1916) 작품 12권을 번역한 송태욱 씨는 소세키 번역은 다른 책보다 3배가 더 걸렸다고 한다. 단어량이 일본 현대 작가에 비해 10배 이상 많았기 때문이다. 소세키 시대 일본의 문해력이 90%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르는 단어와 문장을 습득하려는 일본 국민의 열기 덕분이다. 우리가 쓰는 한자의 상당수가 메이지 시대 일본인들이 만든 한자다. 유려한 우리말을 쓰고 배우는 노력은 도외시한 채 일본식 한자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얼마 전 어느 신문사에서 이미 사라졌거나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전국의 옛말과 입말, 지역어 2만2683개를 모아 말모이,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을 만들었다. 말모이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이름이다. 1911년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이 말모이란 이름으로 최초의 국어사전 편찬을 시작해 해방 이후 우리말 큰 사전을 완간했다. 지금 우리말은 급속도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부서지고 있다. 소설가 김훈은 현재 대한민국은 남을 이해하는 능력이 전혀 없고, 매일 악다구니, 쌍소리, 욕지거리로 날이 지고 새는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앞서 인용했던 육당과 노산의 시조를 보면 우리말의 운율과 숨결을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말을 잘 다스려 옳고 바르고 깨끗하게 만들어야 할 의무는 남 일이 아니라 내 일이고 우리 일이다. 세상에는 잊어야 할 일이 있고 잊어서는 안될 일이 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찾는 노력은 결코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인천 원도심 인구 유출 대책은

최근 인천연구원이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총 19년간 자료를 바탕으로 인천시 인구이동의 흐름과 경향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 분석결과를 내놨다. 인구통계학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연구로 인천에 주는 메시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천연구원이 발표한 인천시 인구이동 특성 분석과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인천시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내부적으로 신도시와 원도심 간 편중된 인구 이동에 따른 불균형이 점점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인천경제자유구역 등 신도시 인구 유입 확대는 지속되고 있지만 원도심 인구는 감소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서구연수구남동구중구 순으로 인구 순유입이 늘어난 반면 부평구계양구미추홀구동구 순으로 인구 순유출 현상이 심화됐다. 서구의 경우 군구 간 순이동은 79,201명, 시도 간 순이동은 68,642명으로 약 15만 명의 인구가 유입됐다. 2005년 입주가 시작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도 순유입 인구가 15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원도심 지역의 인구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원도심 지역에서 인천 내부로 유출된 인구는 64,961명으로 87%에 이르지만 인천 외부로 유출된 인구는 9,464명, 13%에 불과했다. 즉 대부분 순유출 인구가 인천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평구계양구 등 원도심 주민들이 서구 청라 내지 연수구 송도 등으로 이사를 많이 갔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처럼 신도시 지역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원도심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교통, 주택, 환경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지역별 인구 편차와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주거환경, 교육여건 등 주민 생활 여러 분야에서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상대적 소외감을 증대시키고 시민 화합을 저해하기도 한다. 한편, 시도 간 인구 이동, 즉 인천 외부로의 인구 유출도 문제로 지적된다. 계양구의 경우 인구 대비 군구 간 순이동 뿐만 아니라 시도 간 순이동에 있어서도 -15,649명으로 10개 군구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인구 감소가 인천에서 가장 빠르다. 통계적으로 인천 내 인구 유출이 많았던 지역이 인천 외부 인구 유출 역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 지역의 급격한 인구 감소는 낮은 합계출산율과 이와 같은 높은 인구 순유출에 기인한다. 인구는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원동력이자 도시 경쟁력의 원천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도시 경쟁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원도심 인구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인구 이동 패턴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하루빨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역별, 세대별 인구이동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특화사업 및 도시재생으로 원도심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인천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 위한 추진전략

코로나19 상황이 1년째 지속되는 와중에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올해 1월 폭설과 한파에 허덕이던 무렵 비교적 따뜻한 지역인 스페인 아라곤의 최저기온이 영하 34.1도까지 떨어졌다. 작년 9월 미국 콜로라도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다 하룻밤 사이에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등 기후위기현상의 극단적인 증거를 보여줬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하위 2위여서 세계 4대 기후악당국가에 속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며 탄소중립선언을 했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탄탄한 기술력, 충분한 경제력과 제도적 기반을 갖춘 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와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을 때만 이룰 수 있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반영되지 않고, 경제적 부담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데다가 이를 구현할 제도적 기반구축이 없이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현실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탄소중립을 위한 첫 단계는 에너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며 현재로써는 어떠한 에너지도 완벽하지 않다.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로 알려진 태양광과 풍력에 의한 산림과 농지의 훼손 및 소음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산림과 농지는 이산화탄소의 상쇄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사실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석탄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이에 석탄을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원전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에 가장 적절한 에너지원이다. 물론 원전폐기물 처리나 원전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고자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제도도 정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탈원전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 올인이라는 양극단적인 정책으로는 탄소중립의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환경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으면서 경제성이 있는 친환경 에너지는 지금의 기술로는 기대할 수 없다. 기후위기 문제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수립단계부터 관련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최대한 수렴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렇게 결정한 정책을 정권의 교체와 상관없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대한민국은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에서 탈피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소원

곧 있으면 민족대명절 설날이다. 2021년의 설날을 앞두고선 올해가 작년과는 달라지기를 바라게 된다. 코로나19의 지속세로 가족 간에도 거리두기가 요구됨에 따라 이번 설에는 귀향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겁의 세월 동안 가족과 만남이 불가능했던 사람들이 있다. 전국 4만9천154명의 이산가족이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의 국가통계에 따르면 1월 31일 시점으로 전국에는 4만9천154명의 이산가족이 있다. 그중 80세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이 전체 이산가족의 67.3%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 이산가족은 지난달 298명이 세상을 떠났다.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에 약 300명의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진 셈이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최근 설날을 맞이해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100세 이상의 초고령 이산가족 62가구에 설 선물을 전달했다. 110세 어르신을 직접 찾아뵙고 마음을 위로하고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 이 어르신은 피난으로 섬을 나오면서 식구가 나뉘어 가던 중 갑자기 인민군이 내려와 뒤따라오던 식구들과 갈라서게 됐다. 북측에 두 아들과 형제자매를 남겨놓고 긴 세월을 보낸 어르신은 하루라도 빨리 만날 수 있기를 소망했다. 어르신은 100세가 넘은 연세에도 직접 텃밭을 가꾸시며 건강을 유지하고 계셨다.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과 꼭 만나고 싶다는 의지가 100세가 넘으신 이산가족 어르신들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적십자사는 매년 명절이 되면 망향경모제를 지원하며 이산의 아픔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망향경모제로 진행한다. 매년 직접 임진각 망배단에서 진행되었으나 올해는 이산가족 신청자 5만 명에 망향경모제 체험영상을 공유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산가족상봉은 인륜의 문제, 천륜의 문제인 만큼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대로 규모 있는 이산가족 만남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산가족상봉은 시일을 다투는 일인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만남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대면상봉의 경우 참석할 수 있는 대상자가 한정돼있다. 분단으로 수년간 가족과 분리된 채 기약없는 삶을 살아온 모든 이산가족의 만남을 가능케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상봉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 적십자사는 첫 화상상봉장을 2005년에 만들었고, 현재 8개 지역 13곳에 화상상봉장이 마련되어 있다. 시스템화내실화도 중요하나 결국 가능해지려면 남북간의 조속한 대화재개를 통해 이산가족상봉 문제가 남북이 함께 고민해야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겪고 있는 일상의 변화, 뉴노멀을 이산가족은 일찍이 겪었고 그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함께 명절을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 일평생 소원이 된 그들의 소망이 어서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인천시론] 사기 공화국

대검찰청은 매년 발생한 범죄사건을 통계화해 전산 입력한 범죄통계원표를 발표한다. 2019년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범죄는 사기죄로 집계됐다. 총 범죄 수 958,865건 중 사기죄가 241,642건이니 25.2%에 달한다. 4건 중 하나다. 다시 통계를 보니 지난 10년 동안 전체 범죄는 20%가량 감소했지만 사기 범죄는 12% 증가했다. 눈을 떠도 코 베어 간다, 거짓말도 잘만 하면 논 다섯 마지기보다 낫다는 우리 속담처럼 정녕 우리는 사기에 최적화된 나라인가? 전과자가 가장 많은 범죄도 사기죄다. 사기 전과 10범이 넘는 자들이 수두룩하다. 사기범의 55%는 5개 이상의 사기 전과를 가지고 있다. 재범률도 75.9%나 된다. 사기꾼이 하는 소리는 숨소리 빼고 다 거짓말이라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내가 만난 사기꾼들은 대부분 목소리가 좋고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강요하면 강도가 된다. 사기꾼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제날짜에 약속을 지키면 CEO이고, 못 지키면 사기꾼이 된다.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이다. 잠시 잠깐 약속을 못 지켰을 뿐 다른 파렴치범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별로 죄의식도 없다. 언젠가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희망고문을 한다. 우리는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했다고, 약속을 못 지켰다고 사기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을 속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전부 사기꾼이다. 우리는 사기라는 말을 자주 쓰나 실제 사기죄로 구속되는 사람은 빙산의 일각이다. 사기 범죄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사기죄의 형량이 낮고 피해 금액의 회수율이 1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학력 위조나 경력 위조는 사기죄에 포함되지 않고 업무방해죄나 허위작성 공사문서 행사죄에 해당한다. 정경심씨 같은 경우다.최근에는 남의 소설을 도용해 각종 문학상을 휩쓴 사기꾼이 나왔다. 그는 학력, 병역, 경력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사기에 관대하니 사기가 넘쳐난다. 사기에 관대한 국민은 위정자의 사기에도 무감각하다. 허황된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국민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그냥 화만 낸다. 형법상 사기죄는 피해자가 특정돼 있지만, 위정자의 사기는 대상도 광범위하고 그 피해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하지만 위정자의 사기는 형법상 사기죄는 아니다. 무슨 죄로 처벌해야 하나?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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