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2020년의 오적(五賊)

1970년에 발표된 김지하 시인의 오적(五賊)이 있다. 이 시는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군 장성, 장차관을 다섯 종류의 오적으로 간주하고 풍자, 비판한 작품이다. 군사 정권의 부패상을 독창적인 시 형식으로 발표했다. 발표 후 김지하와 관련 출판인들은 고문을 당하고 이 시가 실린 사상계라는 잡지는 폐간됐다. 50년이 다 된 이 시점에서 새삼 오적이 떠오르는 이유는 요즘도 달라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당시의 오적은 주로 뇌물과 탐욕 등 부패가 중심이었다면, 오늘날 오적은 뇌물을 받거나 금품을 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에 넘치는 자리에 앉아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자들이다. 재벌만 해도 창업자의 능력에 까마득히 모자라는 2세, 3세들이 즐비하다. 지금은 고급공무원이나 장차관이나 똑같이 취급하지만 당시만 해도 장차관은 권력과 명예, 돈이 보장되는 자리였다. 군 장성도 마찬가지다. 요즘 갑질로 고생하는 군 장성은 옛날 선배를 생각하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래라고 할 정도다. 국회의원은 말할 것도 없다. 이권에 개입은 물론 수십 명을 취직시킬 수 있는 지존의 자리였다. 지금은 취업 청탁 전화만 해도 끝장이다. 욕먹고 돈 많이 받는 월급쟁이로 전락했다. 당시의 오적은 부패했을지는 몰라도 제법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즘은 대통령 후보 밑에서 일하다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장관 자리 꿰차는 사람들이 많다. 능력은 뒷전이고 맹목적 충성만이 출세의 비법이다. 한나라 때 진평(陳平)이란 명재상이 있었다. 한 고조 유방이 중용했으나 뇌물을 받았다는 모함을 받았다. 유방이 그를 제거하려 하자 진평을 추천했던 사람은 유방에게 이 어려운 시기에 효자나 의로운 사람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진평의 능력이 나라에 이로운 것인지만 살피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유방은 진평을 중용해 황제가 됐다. 진평은 사실 뇌물을 받지 않았다. 물론 뇌물도 안 받고 능력도 있으면 최고다. 지금은 뇌물을 받기 어려운 시대이니 제일 중요한 것은 능력이다.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난리 통이다.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정부의 무능을 탓하고 있다. 이 와중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사태의 책임이 우리 국민이라는 투로 말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영국 갔다 회담도 못한 데 이어 우리 국민을 입국 불허하는 국가에 대해 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있다. 이들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국민의 책임이 아니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 같다. 마스크 대란에도 방역과 치료에도, 외교와 출입국관리 점수도 낙제이다. 능력 있는 장관감이 왜 없겠는가. 자기 사람 쓰기 바쁘니 이 모양이다. 새삼 적재적소니 지인지감(知人知鑑 :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사람을 알아보는 감식력)이란 말도 필요 없다. 정말 어쩌려고 이러나.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됐고 국민 각자가 알아서 살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손자 마스크를 사려고 4시간이나 줄을 서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인천시론] 묵자의 겸애(兼愛) 정치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인 코로나19가 대한민국 사회와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얼마 전 대구경북 지역의 확진자가 크게 늘기 시작하더니 서울을 비롯해 경기, 강원, 대전, 제주, 인천까지 뚫리면서 전국적으로 확산, 더 이상 코로나19 안전지대가 없어진 상황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비롯한 지역경제 및 경기 침체도 심각하다. 이런 위기 상황에도 정치권은 초당적 협력 대신 당리당략과 총선 승리를 위해 여전히 정쟁을 일삼고 있다. 국민들의 안전과 민생은 도외시한 채 말이다. 지난 9일 코로나 현장 점검 차 충남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반찬가게 상인에게 경기가 어떠세요? 묻자 그는 거지같아요. 장사가 너무 안 돼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친문 네티즌들은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온라인에서 공유하며 인신공격성 댓글을 달고 신상털이, 불매운동까지 벌였다고 한다. 그러자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장사가 안 돼 어렵다고 한 게 무슨 잘못이냐며 더불어민주당의 오만, 문빠(문재인 대통령의 팬덤)들의 이성 상실 등을 바라보는 국민 마음속에는 정권심판론만 불타오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극렬 지지층의 도 넘은 행태도 문제지만 이를 총선 승리로 이용하는 심 원내대표의 발언도 적절치 못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그분이 공격받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이와 관련 기자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이 극렬 지지층에 자제를 요청하는 것인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지층에 대한 반응 같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끝까지 (지지자들을) 말리지는 않네요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코로나19 여파로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서민들의 경제 상황은 날로 나빠지고 있는데 정치권은 사태 해결보단 정쟁과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총선을 앞두고 극렬 지지자들의 극성스러운 행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지 있지만 이를 말리기는 커녕 눈치 보기 바쁘다. 중국 전국시대 초기 제자백가의 하나로 묵가의 시조인 사상가 묵자(墨子). 그는 천하에 이익되는 것(利)을 북돋우고(興) 천하의 해가 되는 것(害)을 없애는(除) 것을 정치의 원칙으로 삼았다. 즉 가난한 사람들을 부유하게 하는 것, 인구를 늘리는 것, 위험을 제거하는 것, 혼란을 통제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배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고 타인을 보편적으로 사랑(겸애, 兼愛)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묵자의 사상은 요즘 한국 정치 현실과 코로나 정국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어려운 경제 상황,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이제는 여야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이분법 정치를 버리고 총선 승리라는 자신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묵자가 말하는 겸애 정치가 아닐까?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법 ‘정치권력만 빼고’

나는 당신의 말에 반대하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 이 말은 프랑스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지식인 볼테르(Voltaire)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최근 임미리 교수의 칼럼 민주당만 빼고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현 정부와 집권여당의 오만함을 지적하며 촛불혁명을 통해 완성한 국민의 힘을 선거를 통해 보여달라는 칼럼의 내용은 손이 베일 정도로 날카롭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칼럼들 속에서 유독 이 칼럼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민주당의 형사고발 덕분이었다. 예리한 펜의 끝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급함에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정치는 코미디(Comedy)라 하는데, 이 정도면 형사고발을 결정한 사람들조차도 각본과 다른 결말에 쓴웃음을 지을 것 같다. 최근 민주당은 슬그머니 고발을 취하했고,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국민께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며, 임미리 교수가 이를 수용하면서 사태는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진보적인 지식인과 언론사까지도 근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위 칼럼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함께 그 권력을 쥐여준 것이 국민이라는 점을 역사적 당위성에서 찾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제2항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형사고발은 역사의 퇴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이다. 사회 내 다양한 의견과 사상을 자유로운 의사교환 과정을 통해 전달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민주주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현명하다. 각자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고 이를 조정하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이루는 능력은 연일 막말 다툼을 하는 정치권력보다 뛰어나다. 혹시나 국민이 칼럼만을 읽고는 맹목적으로 누굴 빼고 투표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그건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위헌결정, 야간옥외집회 원칙금지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 등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호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공적 인물과 공적인 사안에 대한 비판보도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려는 여러 시도로부터 언론을 보호해왔다. 이미 미국연방대법원은 월남전에 반대하는 의미로 학생들이 검은 완장을 착용하는 행위(Tinker v. Des Moines Independent Community, 1969)와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성조기를 태우는 행위(Texas v. johnsom, 1989)에 대해서도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행위라 판시하였다. 특히 성조기 소훼사건에서 윌리엄 브레넌(William Brennan) 연방대법원 판사는 성조기를 불태웠다고 처벌한다면, 성조기가 상징하는 미국의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것이다라는 판결취지로 미국 전역에 감동을 안겨줬다. 표현의 자유는 계속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그 자유를 누릴 준비가 됐다. 단, 정치권력만 빼고. 이승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신종 코로나와 우환의식

작년 12월에 발생한 우한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로 인해 온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시끄럽다. 유행성 질병 자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걱정 외에도 대중들이 갖게 될 확진자들에 대한 낙인(Stigma), 그리고 전염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Phobia), 그리고 불안감(Paranoia)이 더해져서이다. 최근 방송에서 2015년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 환자의 얘기가 방송되었다. 이 환자는 남에게 몹쓸 병을 옮겼다는 낙인 속에 지금까지도 외로운 섬처럼 단절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발병한 신종 코로나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Sino Phobia, 즉 중국인 혐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중국인 혐오를 넘어서 아시안 혐오로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LA타임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중국 때문이라는 것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정을 내리면서 불안감(Paranoia)이 커지는 것은 예정된 수순으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 확산의 책임이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도 마찬가지이다. 신종 코로나 발병의 발표가 이뤄지면 장소는 물론,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 낙인이 찍히게 되고 이는 오히려 사회적 불안감과 공포감이 양산되는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지난 10일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과도한 불안을 조장하거나 효과 없는 과잉대응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 인근의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는 것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공포와 낙인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소모하게 됨을 강조했다. 대한적십자사도 지난 4일 대국민 헌혈 참여 호소문을 발표하며 국민들의 헌혈 참여를 호소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공공기관 등 단체도 외부 활동을 취소하여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혈액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더욱 피해를 볼 수 있는 계층은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일 것이다. 이에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인천관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1천세대를 대상으로 마스크를 포함해 체온계, 손소독제, 감염예방 수칙 안내서 등으로 구성된 재난대응세트를 지원하고 있고, 행정관처의 지침으로 운영이 중단된 적십자 인천 연수구 무료급식소에서는 취약계층 대상 단체 무료급식을 진행하지 않는 대신 대체식(밥과 반찬 등) 도시락을 주 2회 제공하고 있다. 유교의 동양사상에 우환의식(憂患意識)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우환이란 우리가 살면서 언제나 겪고 가지고 있는 단편적인 걱정으로서의 우환이 아닌 개인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사회와 대의를 염려하고 그 염려되는 바를 미리 대비하고자 하는 책임의식을 말한다. 즉 이 우환이 커지면 두려움과 공포가 만연되는 것이 아닌 비천민인(悲天憫人-사회와 백성에 대해 슬픔과 연민을 품음)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비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감염 공포와 두려움, 걱정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고 있으나 이번 계기를 통해 더불어 사는 공생의 가치를 되새기면서 사회와 이웃에 대한 연민과 배려를 품어 염려되는 걱정, 그 우환의식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시민 주도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리빙랩’

리빙랩(Living Lab)은 크게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서부터 개별회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의 연구, 개발 및 혁신의 과정에서 시민이 적극 참여하고 이들의 관점이 충실히 반영되기 위해 구축된 생태계를 뜻한다. 즉, 시민이 소속된 생활현장(지역, 공간)에서 정책 및 제품, 서비스의 기획자와 수혜를 받는 시민이 공동으로 혁신을 창출해가는 우리나라에서는 살아있는 실험실, 일상생활 실험실, 우리마을 실험실 등 다양한 용어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리빙랩은 전통적으로 대학 및 연구소 중심의 연구 실험실이나 테스트 베드가 아닌 실사용자, 정책결정자, 연구자 및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모여 혁신을 만들어가는 혁신 플랫폼이며, 시민 주도의 참여형 정책 공동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수원, 성남 등에서 지자체에서 리빙랩을 도입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 나가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이 시대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 선진국을 모방하던 시대를 넘어 새로운 길을 창조해나가기 위해서는 시민이 요구하는 정책 개발과 함께 그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기업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최근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사용자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리빙랩은 기존 정책 및 제품개발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를 넘어, 정책 개발 및 확대를 위한 혁신 주체로 직접 참여시킴으로써 정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국가의 양극화, 구도시신도시의 대립, 각종 시설의 도입, 중소 자영업자 경영악화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빙랩은 여러 사회 문제 가운데 각 이해당사자들을 직접 참여시키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경제 모델, 네트워크 기반의 개방형 혁신, 지속성 담보를 위한 적정기술 도입 등과 같은 기술혁신 등의 방법으로 복합적으로 내재해 있어 실질적인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이윤보다는 사회 및 지역 문제 해결을 통한 발전을 목표로 사회적 경제 조직과 지향점이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리빙랩은 사용자(주민) 참여가 문제(니즈) 발굴, 대안 탐색, 그리고 실험과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참여한다는 것 주요한 특징이다. 지금도 시행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 조례 개편 청구제도, 아이디어 공모전 등의 의견수렴(예산편성 과정에서 의견제시 등)이나 아이디어 발굴 등이 있었으나 일부 시민 또는 기관이 참여하는 부분이 한계점으로 남는다. 이에 인천시 및 각 구청 등의 시민 사회 문제로 나타나는 구도심 개발(주차, 공사, 공간배치, 조합구성 등), 생활환경(미세먼지, 생활쓰레기, 하수, 토양오염 등), 층간소음, 소방 및 재난안전, 고령자를 위한 지역사회의 커뮤니티케어 등의 모든 문제에 리빙랩 도입을 위한 조례와 제정을 함께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시민주도의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문명국 청운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인천시론] 우리를 힘들게 하는 ‘뻔한 소리’

살다 보면 뻔한 소리를 듣는 일이 많다. 운동하면 살 빠진다,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정의는 승리한다 등등. 뻔한 소리는 말로만 그치지 않고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위정자의 허망한 약속과 종교인의 힐링을 빙자한 어쭙잖은 정신 위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유명인사의 인생론이나 365일 오늘의 명언도 살아나가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동서양의 고전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김영민 교수는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고전을 미끼로 파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지적했다. 동양 고전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뿌리를 발견했다거나 물질적 퇴폐에 맞서 인간성을 회복할 정신적 가치를 발견했다는 등 견강부회(牽强附會)식 억지가 우리를 힘들게 한다. 황희 정승의 너도 옳고, 그도 옳다식의 애매모호한 말과 너도 틀렸고, 그도 틀렸다식의 양비론도 뻔한 소리다. 뻔한 소리는 사실 무책임한 소리와 다름없다. 희망 고문일 뿐이고 허탈할 뿐이다. 뻔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첫째, 남을 가르치려 한다. 둘째, 자기가 신봉하는 것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셋째,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고 자기는 도망간다. 그런데 이런 뻔한 소리를 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소위 정치인과 지식인들이다. 그들의 언어는 위선과 선민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조선시대 주자학의 이념 독재로 점철된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현 정권의 내로남불과 정의가 마치 자기들의 전유물인 양 행동하는 모습이 똑같다. 그들은 정의와 신념을 앵무새처럼 말한다. 실제로 삶은 신념보다는 우연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 신념은 필연적으로 아집과 욕심으로 가게 돼 있다. 여기에 과도한 희망을 양념치게 되면 치명적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 유태인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극적으로 살아남은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과도한 희망이 사람들을 죽였다고 증언했다. 1944년 크리스마스 전후로 석방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사망자가 급격히 늘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넘었다. 과도한 희망가를 불렀으나 남은 것은 분열과 피폐, 절망과 암울뿐이다. 아직도 대통령과 측근들은 뻔한 소리만 하고 있다. 경실련이 조사해보니 청와대 공직자 65명이 보유한 아파트 가격이 평균 3억2천만 원 올랐다. 집값 평균 상승률이 40%에 이른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 있다는 황당 발언을 내놨다.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 경제가 크게 성공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남북 평화경제 실현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등이 그것이다. 국민은 황당하다. 엄중한 상황에서의 말 한마디는 역경을 이겨내는 힘의 원천이 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민의 삶에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다. 사람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199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의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대표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한 말이다. 그는 노벨상 수상식에서 불의는 확산되고, 불평등은 심화하고, 무지는 늘어나고, 비참함은 커지고 있다고 절규했다. 사라마구의 말은 2020년 대한민국에 유효하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인천시론] 한국과 팩트풀니스

최근 지인의 소개로 흥미로운 책 한 권을 읽었다.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이기도 한 한스 로울링의 저서 팩트풀니스(Factfulness)(김영사, 2019.3). 전 세계 40개국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이 책에서는 한국은 건강, 소득 면에서 세계 최상위층 국가로 분류된다. 풍부한 테이터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소득과 수명을 그래프화한 달러 스트리트와 물방울 도표를 보면 한국은 일본보다 허약하고 미국보다 건강하며, 이스라엘이나 스페인보다 부유하다. 한국은 4단계 국가 중에서도 굉장히 건강하고 부유한 나라다. 그런데도 일부는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거나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한스 로울링은 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으로 인해 팩트에서 벗어난 오해와 편견, 부정적 세계관이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예를 들어 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는 공포 본능과 부정 본능을 자극하고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게 만든다고 한다. 팩트풀니스, 즉 사실충실성이란 용어를 통해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보다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며 세상이 나빠 보이는 건 느낌 탓이라고 말한다. 학교에서 더 큰 그림, 팩트를 기본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계는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 우리의 착각과 달리 세상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차상위계층 등 복지 사각지대와 사회안전망 부재, 여기에 어려운 경제사정까지 겹치면서 자신의 삶을 비관하는 일가족 동반 자살 뉴스가 연일 한국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천 계양구 임대주택에서 40대 여성과 20대 자녀 2명 등 4명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1월엔 김포시 장기동 한 아파트에서 할머니, 엄마와 8세 아들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는 삶이 힘들다며 생활고를 토로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이른바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정책과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비슷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며 동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자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해 부모를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생명 경시 풍조도 문제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회원국 중 자살 사망률 1위 국가다. 14년간 부동의 1위로 자살공화국이란 오명과 함께 2018년 한 해 동안 1만3천여 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평균 37.5명이 자살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11대 경제대국인 한국의 암울한 현실이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삶을 비관하고 생활고, 우울증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자주 일어날까?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그토록 살기 어렵고 희망이 없는 세상인가? 그렇지 않다. 느낌과 사실을 구분하는 안목을 가지고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팩트풀니스! 이도형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기생인(寄生人), 사기공화국에서 살아가기

영화 기생충의 스크린에는 빛이 넘친다.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수상한 영화 기생충은 대한민국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성공한 사업가인 박사장의 가족은 대저택의 통유리창을 통해, 전원 백수인 기택네 가족은 반지하 방의 작은 창문을 통해 각각 다른 빛을 본다. 빛을 누리는 권리마저도 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현실 속에서, 기택네 가족들은 신분을 위장한 채 숙주인 박사장네 집에 기생하고 끝없이 박사장을 리스펙하며 그러한 삶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영화는 판타지가 아닌 현실을 보여준다. 박사장은 죽고 기택네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하지만 현실 속 숙주들은 박사장과 달리 그리 부유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참담하다. PARASITE(기생충)의 그리스 어원은 옆에서 음식을 빼앗아 먹는 것이라 한다. 자신의 노력 없이 평범한 누군가의 부를 가져가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 이미 대한민국은 기생충의 천국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13년 기준 OECD 37개 회원국 중 사기 범죄율 1위를 기록했고, 형사정책연구원의 2016 전국범죄피해조사 에서는 14세 이상 국민 100명 중 1명이 사기피해를 입었으며, 2017년 총 24만1천642건의 사기범죄로 18조1천683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명실상부한 사기공화국이다. 기부를 빙자해 거액을 가로챈 어금니 아빠 사건, 수백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수원 전세보증금 500억 먹튀사건, 게임기 투자를 하면 매달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는 3천800억원대 다단계사건, 금괴를 가득 실은 채 울릉도 해저에 가라앉은 러시아 보물선을 발견했다며 투자를 유치한 돈스코이호 사건 등 대한민국을 뒤흔든 굵직한 사기범죄부터 차용사기, 결혼사기, 보이스피싱 등 사기의 종류와 규모도 다양하다. 때론 학력과 경력을 위조하고, 때론 자산가를 사칭해 타인의 재물을 탐하는 현실속 기생충의 결말은 영화와 크게 다르다. 오히려 숙주인 피해자를 파탄내고 자신은 빼돌린 재산으로 안락한 여생을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현재의 법령이 가해자의 형사처벌에만 집중할 뿐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무관심한 탓에 피해자는 금전적 손해를 보상받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기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고, 법원의 양형 기준상 일반사기(1억원 이하)의 기본 형량은 징역 6개월에서 1년 6개월으로 형량이 낮다보니, 형사처벌을 감수하고라도 막대한 범죄수익을 챙기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1천300억대 투자사기를 벌인 이숨투자자문 대표가 고작 1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피해자 3만여명에 4조원의 피해를 낸 유사수신 사기의 주범인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해 호화 생활을 즐기다 사망한 것을 보면, 오히려 한탕주의 범죄를 조장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영화속 박사장네 냉장고에는 워낙 많은 양의 음식이 있어서인지, 우유 한통, 소시지 한통 사라져도 표시조차 안 난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냉장고는 당장의 생계를 위해 채워진다. 음식이 사라지면 굶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생충을 박멸할 구충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승기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프레이밍을 넘어서는 적십자회비 그리고 나눔과 기부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십이지(十二支)에서 쥐의 해로 특히 흰쥐의 해이다. 흰 쥐띠의 해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고 하니 우리네 삶도 한층 넉넉하고 풍요롭기를 기대함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까 한다. 작년 한 해 우리 사회는 여러 부침(浮沈)을 겪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갈등과 반목이 증대되었으며 정치적 사안에 대한 진영논리는 어느덧 우리 일상의 삶까지 파고들면서 더욱 각박하고 대척점을 이루는 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눔과 기부가 넉넉한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는 말을 상기할 때 나눔과 기부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미덕이 퍼질 때 우리는 비로소 개인의 삶도 풍부해지면 우리 사회의 품격도 한 층 높아질 것이다. 기부와 나눔의 동참에 있어서도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엔트만(Entman. M)을 비롯한 여러 언론학자는 언론이 특정 주제에 대해 다루는 내용은 파편화되고 프레이밍 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언론에 기사화되고 보도되는 과정에서 특정한 부분을 선택하고 강조함으로써 현저하게 틀을 짓게 되고 이를 통해 그 내용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프레임 안에서 인식하게 된다. 이를 철저하게 규명할 수 없다. 하더라도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과 내용이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모금과 인도적 사업의 실질적 주체자인 대한적십자사가 언론에 어떻게 비치느냐는 매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벌이는 적십자회비의 자발적 모금제도의 대중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적십자회비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좋지 않은 기사들이 나오다 보니 적십자의 나눔과 기부활동에 참여하면서 인도주의 활동에 물심양면으로 후원하고 지원하고 계신 기부자, 봉사자, 적십자회비 지로고지서를 세대주에게 직접 전달해주시기 위하여 봉사하시는 통리장분들께 죄송하다는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도 적십자회비 납부에 십시일반 참여해주시는 전국 350여만명의 시민들에게는 더욱 송구스럽다. 적십자회비는 임시정부 시절 독립군 지원과 간호원 양성 등 독립운동을 위해 시작되었으며, 1949년 대한적십자사 재조직 후 전쟁고아와 전상자 구호를 위해 첫 모금을 했다. 한국전쟁이후 이재민 구호활동, 소년소녀가장돕기, 무료급식사업 등을 위해 1952년부터 정부와 행정기관의 협조를 받아 본격적으로 시작된 범국민적 모금제도다. 이렇듯 적십자 회비의 시작은 정부에서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을 장려하고, 확대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보장해 준 것이며, 대한적십자사는 적십자회비를 통해 인도주의 사업 활동을 100년 넘게 전개해 올 수 있었다. 십시일반 모인 적십자회비는 생명을 살리는 재난구호, 취약계층구호, 안전지식 보급 및 교육, 헌혈 및 공공의료 등 가장 기본적인 생명존중 활동을 지키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적십자회비의 역사성과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의 효과성을 기하기 위해서 적십자는 국내모금단체 중 유일하게 매년 국정감사를 수감하며, 개별 법률로 주무부처 감사의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와 한국 가이드스타 공시자료 의거 최고등급을 부여받은「투명성」그리고 법정기부금 단체로서의「공익성」을 보유하고 있다. 프레이밍을 넘어서는 적십자회비 그리고 나눔과 기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2020년 한해에도 대한적십자사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의 공감과 참여 그리고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맞춤형 정책과 정치경제학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더 뒤플로 매사추세츠주공과대학(MIT) 교수 등 경제학자 3명을 선정했다. 배너지와 뒤플로는 부부 학자로 부부가 공동으로 같은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자연과학의학에서 활용되는 무작위 통제 실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을 경제학적 관점으로 빈곤문제에 도입했다.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무작위 실험을 하고 그에 입각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와 같은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 그들의 새로운 실험 기반 접근법은 불과 20년 만에 개발경제학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무엇이 좋은 정책이고 무엇이 좋지 않은 정책인지 각종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좋은 정책을 도입하면 빈곤 퇴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값싼 곡물 대신 영양제구충제 한 알을 주거나 쓸데없이 많은 비용이 드는 치료보단 예방을 위해 모기장을 공급해 말라리아 발병률을 낮추는 식이다. 모든 문제에는 저마다 고유의 해답이 있다며 무조건 원조금을 주기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도가 인천에서 일어나고 있다. 허인환 동구청장은 전국 최초로 현재 관내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한 만65세 이상 주민이면 누구나 가까운 위탁의료기관에 방문해 무료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시행했다. 또 인천 이음카드의 폭발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인천에서 유일하게 지류형 지역화폐를 고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만75세 이상 어르신 대상으로 목욕탕, 이미용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상품권 지급도 추진한다고 한다. 좋은 정책, 바람직한 방향이다. 동구는 만65세 노인 비율이 21.5%로 인천에서 강화군 다음으로 고령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노인치료비와 사회적 비용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음카드를 사용하는데 있어 디지털 디바이스 소외계층인 노인들이 많고 단말기 보급률이 30%에 불과한 동구 현대시장에선 상품권 사용이 훨씬 편리하다. 어르신 품위유지 상품권은 노인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경제학자들 역시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보조금 정책이 명목상의 성과를 뛰어 넘는다고 조언한다. 배너지와 뒤플로는 기존 규칙을 약간 바꾸거나 넛지(nudge) 전략만으로도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여전히 획일적이고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렇다 보니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을지라도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종종 나쁜 정책이 되기도 한다. 의도가 훌륭할지라도 모든 정책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식을 전환할 때다. 무분별한 퍼주기식 정책은 더 이상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대중의 인기를 끌기 위한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라 각 지역 사정에 맞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해야 한다. 인천 동구의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성탄 전야, 양육비 기다리는 아이들

성야(聖夜)로 물든 거리,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앳된 꿈을 지켜주려는 듯 크고 작은 선물들을 손에 든 채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얼굴마다 행복이 서려 있다. 하지만, 이맘때면 늘 반복되던 그 풍경을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가 있다. 이혼 후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한 부모가정의 아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부모라 할지라도 돈 앞에서는 한없이 냉정해질 수 있다는 현실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아이들이다. 부모가 이혼하면 응당 자녀의 양육권자로 지정된 자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 이는 현행 양육비 제도가 실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기에 그 금액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양육비 지급은 생존권 보장과 동일한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UN아동권리협약 역시 모든 아동은 부모의 혼인상태와 무관하게 그 신체적지적정신적사회적 발달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하여 양육비 지급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양육비 지급률은 고작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이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양육비 이행 확정 건수 1만1천535건 중 실제 이행된 것은 3천72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혼재판을 통해 양육비 지급판결을 받았음에도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것은 양육비 지급을 사인 간 채권채무로 보는 현행 법제도 때문이다. 더욱이 미지급된 양육비를 받기 위해 소송을 하더라도 밀린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대폭 삭감당한 형태로 조정되는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비양육자가 모른척하면 재차 소송이나 강제집행을 해야 하는 불합리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비양육자가 타인 명의로 재산을 빼돌리는 등 악의적으로 회피할 경우 양육비를 받을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희망고문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이에 양육비를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나중에 양육비를 회수하는 국가대급제제도의 도입부터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와 출국 금지, 운전면허 제한까지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관련법안이 속속 국회에서 발의되고 있지만, 법무부와 경찰청 등 부처 간 이견으로 아직 계류 중에 있다. 이렇듯 국가가 양육비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상황에서 최근 배드파더스라는 단체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최근 1년 동안 100건이 넘는 양육비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니 참 웃픈 현실이다. 이에 신상공개가 된 일부 사람들이 배드파더스 운영자를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고, 현재 국민참여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과연 개인의 명예와 아동의 생존권 중 어디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지 법원의 판단이 기다려진다. 그럼에도,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문제를 사회의 중심의제로 만들고, 이에 대한 법제도의 허술함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대부분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문제에 무관심한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필요악이다. 어쩌면 배드파더스의 존재가 필요없어지는 날이야말로, 모든 아이들이 양육비가 아닌 산타를 기다리는 모두의 성탄이 될 것이다. 이승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우리는 틀렸다?

우리는 틀렸다. 분명한 것은 어쨌든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을 잘못 아는 게 삶이다. 잘못 알고, 잘못 알고, 그리고 주위를 기울여 다시 또 잘못 안다. 그게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아는 방법이다. 우리는 틀렸다. 참으로 단호한 말이다. 오늘 같은 시대에 우리가 틀렸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 지언데 유독 이 문장이 마음에 와 닿는다. 위 문장은 작년에 타계한 현대 영미문학의 전설이자 작가들의 작가인 필립로스(Phillip Milton Roth)의「에브리맨(Everyman, 보통사람들)」에 나오는 문장이다. 2019년 한 해 우리는 얼마나 틀렸을까? 우리 주위의 사람들을, 환경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과신(過信)으로 인해 얼마만큼의 과오를 범하고 후회를 하였을까? 2019년 한 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계획과 기대 그리고 희망으로 시작한 올 한해도 지고 이제 또 다른 계획과 기대를 품어야 할 2020년 한 해를 맞이하여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올 한해 우리 사회는 국내외 정치적으로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념은 무조건 옳고, 다른 조직의 그것은 조건적으로 배척하는 등 극단적인 진영논리(陣營論理)가 점철(點綴) 되었다. 이러한 진영논리는 정치권을 넘어 우리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도 혐의, 협치, 양보 및 배려심은 진영논리에 파묻혀 버리는 듯 한 느낌이 든다. 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 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을 하자면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으로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각의 차이에서, 더 나아가 이념의 갈등으로 인한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소통과 화합 그리고 협력의 중요성을 대변하고 있는 말로도 인식할 수 있다. 최근 방송 그리고 각종 언론에서 굶주림을 참지 못해 초등생 아들과 함께 먹을 것을 훔치다 적발된 현대판 인천 장발장 사건에 수갑 대신 국밥을 건넨 인천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이재익 경위의 선행이 연일 화제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위기가정을 발굴하고 긴급복지 지원서비스를 위해 매월 실시하는 희망풍차 긴급지원 솔루션위원회를 하다 보면 참으로 가슴 아픈 사연들을 많이 접수하게 된다. 이번 인천 장발장 사건이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이재익 경위의 법과 원칙만을 내세워 체포를 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람으로 대하고 그 부자(父子)의 고통을 이해하고자 했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경위의 선행 외에도 잘못을 흔쾌히 용서해 준 마트 주인, 사건 이후 도움을 주고 싶다고 연락하는 시민들의 온정은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는 따뜻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통과 화합이 결여된 사회에서 정치, 경제, 사상의 양극화로 치닫는 오늘날의 반목과 갈등이 우리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 통(通)하지 못함으로 인한 통(痛)이 만연한 이 불행한 사회라는 낙담, 각자 살길을 도모한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이 어느덧 자연스러워진 우리들 삶에서의 확신... 하지만 우리는 틀렸다. 사람들을 잘못 아는게 삶이다. 잘못 알고, 또 잘못 알며, 그리고 주의를 기울여 다시 또 잘못 안다. 아직 우리 사회는 희망이 존재하는 따뜻한 사회일 수 있으며 소통과 화합 그리고 협력을 통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가치의 중요성이 존중될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인천시론] 경력단절 여성 위한 일자리 지원 확대해야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제2조(정의)는 경력단절여성을, 혼인임신출산육아와 가족 구성원의 돌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했거나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성 중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정책시행과 조사내용에 따라 그 내용과 범주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른 경력단절 여성의 숫자는 2011년 이후 190만~200만명 규모로 전체 기혼여성의 20% 수준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규모나 비중에서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2011년 약 193만명에서 2014년 216만명까지 늘어났다가 이후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2018년 기준으로 약 185만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기혼여성 대비 20% 정도 차지하고 있다. 특히 18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의 경우 경제활동 참자율 및 고용률이 낮게 나타났고, 자녀수가 많을수록, 어릴수록 고용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경력단절여성 지원 정책은 크게 취업지원서비스와 돌봄 서비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취업지원 정책으로는 취업상담, 교육, 취업연계 및 사후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임신과 육아로 경력단절에 놓인 여성들의 고용률 증가를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돌봄서비스 정책으로는 육아휴직 및 직장어린이집 설치 확대 등 보육지원이 주요 정책으로 자리하고 있다. 인천시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남구, 남동, 남동산단, 부평, 서구, 계양 등 7개의 센터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종합적입 취업지원 One-stop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 전문인력사견과 집단상담, 창업지원과 같은 지원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원정책의 아쉬운 점은 새로일하기센터의 경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력단절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30대 여성의 이용률이 낮은 부분이다. 이에 경제활동참가율 개선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실정이라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결혼 및 양육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의 주요 연령층인 20~40세대와 이주등에 따른 여성의 사회참여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이 있을 수 있다. 먼저, 현재 새로일하기센터의 수가 더 많이 확대돼야 한다. 인구 300만 도시 인천의 새로일하기센터는 7개로 부산 11개에 비해서는 부족한 실정이며, 특히 구도심 지역인 동구, 중구, 옹진 등의 경우는 센터가 없어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다음으로 30~40세대의 특징에 맞는 경력개발지원과 맞춤형 창업프로그램 지원등이 필요하다. 30~40세대의 경우 컴퓨터 및 모바일 등에 능숙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나 센터의 프로그램는 스마트 또는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하고 교육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또한, 30~40은 자녀 등으로 인한 장시간 업무가 어려울 수 있어 맞춤형 지원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가 요구되며 이 외에도 다양한 계층에 따른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참여와 일자리 지원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문명국 청운대 융합소재학과 교수

[인천시론] 보수·진보 논쟁보다 나라 살릴 길을 찾아야

최근 조국 사태를 통해 좌파 진보의 민낯이니 진보의 위선이라는 말이 인구(人口)에 회자(膾炙) 됐다. 거기에 맞서 서초동 집회에선 수구 보수의 꼴통 짓이라고 대꾸하고 있다. 2019년에도 보수진보 싸움은 여전하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한국인 최초로 정신분석학적 정치사회이론을 전공해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용신 교수는 보수의 상대어는 진보가 아니라 혁명 또는 급진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진보를 굳이 정의하자면 사회주의적 가치의 실현을 주장하는 세력에게 붙여진 이름표라고 말한다. 보수는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정치세력에 대한 이름표지만 진보라는 용어는 우리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로 차라리 사회주의자, 분배주의자, 공동체주의자, 평등주의자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지금의 우리 사회는 매우 다원화돼 있어 무엇이든 보수와 진보로 양분할 것이 아니라 정책에 따라 거기에 합당한 이름표를 붙이면 된다고 결론 맺는다.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우리 경제정책에 대해 분배를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해묵은 보수진보 논쟁보다는 위기에 처한 이 나라를 어떻게 해야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지금 정권은 사실상 국정운영 능력을 상실했다. 경제외교안보교육사회통합 모두 실패했다. 모든 정책이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찾는 연목구어(緣木求魚) 식이다. 현실은 도외시한 채 시대착오적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 딱 잘하는 것 하나는 현금살포 정책이다. 확대 재정이란 미명으로 국민 전체를 배급받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위기의 극한까지 가서야 정신을 차릴 것이나 그때는 이미 파국이다. 대한민국은 70여 년간 성장하는 역동적 국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성장도 멈추고, 인구는 줄고, 국제적 위상도 떨어지고, 민주주의는 위기다.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대변되는 국가의 정체성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문 정권이 아무리 더불어 잘 사는 나라를 만든다고 외치지만 성장이 없는데 좋은 분배가 이뤄질 수 없다. 국민의 세금을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 당장 오늘을 위해 쏟아붓는 일에만 몰두한다. 선거법 개정으로 차기 정권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대를 읽는 통찰력이나 통합의 리더십은 남의 나라 일이다. 나라 안팎은 구한말보다 더 심각하다. 인공지능 디지털 혁명 시대로의 전환, 신냉전체제와 각자도생으로 치닫는 안보위기, 비관적인 북한의 비핵화, 성장 동력을 상실한 한국경제 등 도약이냐, 침몰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조국 사태에 이어 유재수 비리 무마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청와대 핵심으로부터 정권 균열의 신호탄이다. 이런 판국에 대통령은 국민 보고 편향된 책이나 읽으라 하고 비서실장은 고래고기 수사 때문에 울산에 내려갔다는 한심한 소리만 하고 있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꿈에서 깼을 때 갈 길이 없는 것이다. 함석헌 선생은 깨어있는 국민이라야 산다고 절규했다. 자기보다 저급한 사람들에게 지배받지 않으려면 깨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분노하고 깨어있어야 한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인천시론] 고령사회와 경제성장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성장률이 올해 2.0%에서 내년 2.3%로 소폭 반등할 것이라고 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을 통해 밝혔다. 올해 전망치는 지난 9월 발표보다 0.1%포인트 낮아졌지만 내년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한 수치다. OECD는 확장적 재정정책, 완화적 통화정책, 반도체 수요의 점진적 증가가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수입이 줄고 지출이 대폭 늘면서 국가 재정수지는 역대 최초로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정부가 열린 재정-재정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OECD는 빠른 인구 고령화로 인한 미래 복지비용 지출이 큰 폭의 지출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인구 고령화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문제는 저출산과 맞물려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76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4.9%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이미 2018년(14.3%)에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프랑스는 고령사회가 되는데 115년, 미국은 73년, 독일은 40년, 일본은 24년 걸렸지만 한국은 불과 18년 소요됐다. UN 기준 65세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진입 시기는 더욱 충격적이다. 프랑스 39년, 독일 37년, 미국 21년, 일본은 12년이 소요된 반면 한국은 7년 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라면 65세 이상 인구가 2025년에는 천만 명을 넘게 되고 2060년엔 전체 인구의 40%에 이른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고령화로 인해 경제사회적 충격이 컸던 일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고령화가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후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고령층의 빈곤 문제, 부양비를 둘러싼 세대 간의 갈등 문제, 고령화 구조에 따른 산업 경쟁력 하락 등 심각하고 다양한 사회문제가 우려된다. 그러나 고령화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대응은 안일하기만 하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운용되고 있지만 고령화 대책보단 저출산 해결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위원회 5대 정책과제 중 고령화에 대한 내용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노인을 수요자로 하는 제품서비스를 위한 고령친화산업 역시 각 정부부처 간, 정부와 민간과의 소통 부재로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우선 고령화 인력 구조 하에서 향후 경제성장 시스템에 대한 방향성을 수립해야 한다. 기술직 인력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생산성 저하, 신규 진입인력 부족 등으로 전통 제조업에 치우쳐 있는 산업구조가 곧 한계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대폭 낮추고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 및 개인연금 가입을 지원하는 고령인구 증가 대응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고령인구 구조를 감안한 국가 경제성장 시스템을 구축해야 경제 발전과 함께 각종 사회적 갈등과 빈곤 문제, 연기금 및 건강보험료 등 비용문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늙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북한주민 강제북송, 그래서 그들은 北으로 갔다

최근 정부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북한주민 2명을 강제 북송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지며 그 논란이 뜨겁다. 과연 살인범까지 국민으로 받아줘야 하는 것이냐는 여론도 있지만, 북한주민 2명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인권문제를 정부가 너무 성급하고 안일하게 처리했다는 비판여론 역시 상당하다. 북한주민은 우리헌법 제3조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되고, 북한주민이 우리나라에 귀순하는 경우 별도의 국적취득절차 없이 당연히 우리 국민이 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이다. 결국 강제북송된 2명은 살인혐의자도 귀순희망자도 아닌 북한주민이라는 사실만으로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강제북송의 이유로 귀순의사에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주민은 우리 영토 안에 들어온 이상 귀순절차와 무관하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므로, 귀순의사의 유무는 국적포기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정부는 북한이탈의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 제9조에서 살인과 같은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북한이탈주민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번 강제북송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위 규정은 중대범죄자에게는 법에 따른 보호와 정착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이미 우리 국적을 취득한 북한주민의 국적을 박탈하고 추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부당한 해석이다. 우리헌법 제10조는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주민도 우리 국민인 이상 기본적 인권을 보호받아야 하며, 결코 정치논리나 정책적 판단 때문에 인권문제가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정부는 우리 국적을 보유한 2명의 북한주민을 법적 근거도 없이 강제북송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정법위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UN 고문방지협약에 따르면 그 누구도 고문 위험이 있는 국가로 송환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UN인권위원회가 14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가 북한주민 2명의 기본적인 인권을 유린했다는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다. 특히 이번 북송결정은 기본적인 사법적 절차마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이다. 설령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강제추방을 할 때에는 사법절차에 따른다. 하지만 이번 북한주민들에 대해서는 헌법상 권리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기는커녕 추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최소한의 기회마저 박탈한 채 5일간의 짧은 조사기간을 거쳐 강제북송 결정이 내려졌다. 2017년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국정농단 사건에서, 정부는 덴마크에 있는 정유라를 하루속히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였다. 하지만 정유라는 덴마크 정부의 추방결정에 불복하여 현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고, 최종적으로 덴마크 법원의 판결을 받고 나서야 국내로 송환되었다. 사법적 절차 없이 관계기관의 합동조사를 통해 신속하고 은밀하게 강제추방을 결정했던 우리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결국 정부는 성급했다. 그래서 그들은 단 5일 만에 북으로 가게 된 것이다. 이승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현명을 넘어서기 위해 더불어 함께하는 현명함

아침과 저녁으로 기온의 차가 심해지며 서늘한 공기를 넘어 뼛속까지 시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겨울의 그 한(寒)을 한(恨)으로 표현해 노래한 시 한편을 소개한다. 현명(玄)의 포악함을 막을 수 있나 손이(巽二)까지 게걸스레 덤벼드누나 가난한 집안 살림 아내 그저 말라가고 떨어진 옷 입혔다고 딸년 내내 눈물 짜네 위 시는 조선 중기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 중 한 사람인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년) 선생의 시문집 계곡집(谿谷集)에서 나오는 시로서 추위를 노래한 시이다. 시에서 현명(玄)은 형살(刑殺)을 담당하는 북방의 신(神)으로 동장군(冬將軍)을 말하며, 손이(巽二)는 바람귀신을 말하고 있다. 요즘이야 추위는 각 가정에서는 각종 난방장치와 용품이 갖춰져 있기에 그리 큰 사회문제가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 권리이자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위식주의 해결에 있어서 다가오는 겨울의 한(寒)을 한(恨)으로 버티고 살아야 될 우리 주위의 취약계층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고 도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소득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에너지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가구의 에너지소비여건은 크게 악화됐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주로 사용하는 등유의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연탄 역시 화석연료보조금 폐지 계획에 따라 최근 가격이 인상되는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에너지 구입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7년 한국에너지재단을 설립해 에너지효율개선사업시행을 통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탄바우처사업을 비롯해, 전기와 도시가스, 지역난방 대해 요금할인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2015년부터는 에너지바우처사업이 도입돼 시행 중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에너지빈곤층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인천은 구도심과 신도시 사이의 경제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구도심에는 여전히 많은 에너지빈곤층이 존재하고 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200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에서의 기성 시가지 쇠퇴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이 도시재생으로 전환되고 인천은 다양한 재생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람중심 소규모 도시재생 프로젝트 가동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정부의 인도주의 보조자로서 여러 인도주의 사업을 실천하고 있음을 상기하면서 인천시민들이 함께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나눔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선한(善寒)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청소년 약 500여 명이 참가해 기부금을 마련했다. 이 기부금과 연계해 인천시민들의 자발적 기부금을 통해 나눔 션샤인을 오는 23일(토요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촬영지를 순회하면서 나눔미션을 수행하고 방한용품 총 1만 세트(1세트 당 5만 원 상당)를 제작해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전달하는 나눔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 겨울 추위 그 현명(玄)을 넘어서기 위해 더불어 함께하는 현명(賢明)함을 인천 시민들과 적십자 인천지사가 함께 하길 기원해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인천시론] 장애인·고령자·외국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합니다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65에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조사 13.6%에서 14.2%로 커져,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148만명이며, 이들중 62% 정도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 2017년 기준 전국 장애 추정 인구는 267만명으로 1만명당 539명 수준이며, 특히 전채 장애인 중 65세 이상이 47%로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이와 같은 급속한 고령화 및 장애인, 외국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도시환경, 건축환경과 같은 하드웨어적 환경 뿐만 아니라 서비스 및 제도와 같은 소프트웨어적 환경에 있어서도 사회적 약자들이 이용하기에 적합하도록 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요구된다. 특히 개발 중심의 도시환경에서는 무질서하게 설치되는 장애물로 인해 시민들이 안전하고(차량통행을 막기 위한 차단봉, 난간부재로 인한 낙상, 무분별하게 설치되어 있는 입간판, 보행자 교통사고 등) 노출되고 있으며, 이러한 장애물을 제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안전장치가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1950년 미국에서 장애가 있는 군인 등의 요구에 의해 생겨난 무장애 디자인(Barrier-Free Design) 이후 장애인을 배려한 다양한 디자인 및 철학이 나타났다. 이후 무장애 디자인, 접근가능한 디자인 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어 왔으나, 이는 특별한 사람(장애인 등)을 위해 특별한 시설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한편, 북유럽을 중심으로 인구의 고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기존의 무장애 디자인에서 한발 발전하여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제품과 공간을 이용함에 있어 차별 없는 사회를 조성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이 발전하였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로 저상형 버스, 도로 안내시스템, 인도의 턱낮추기 등이 있다. 고령화 사회의 심화, 장애 인구의 증가, 세계화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 등에 따라 다양한 계층을 배려한 생활환경 조성이 필요해지고 있으며, 시민의 복지에 대한 관심과 욕구 증가와 수요 확대에 따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도입과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시민 참여를 통한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 먼저 인천광역시 공공디자인과 도시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의 개발을 통해 건축가, 제품 디자이너, 관리적 및 시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서울특별시, 경기도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 등을 통해 다양한 지원 사업과 중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장애인과 고령자,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기존의 환경과 설계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시스템적으로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보다 보편적인 사회를 이루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문명국 청운대 융합소재학과 교수

[인천시론] 허접한 말장난의 최후

2004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독일 국적의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그동안의 행적이나 언행을 보면 영락없는 친북학자다. 또 그는 북한을 내재적 접근 방식으로 보아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실상이 쉽게 파악된다는 의미인데 왠지 말장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즘 툭하면 이념대립의 희생양처럼 모든 것을 미화하는 경향은 북한의 진실, 김정은 독재와 처참한 인권상황에 한 마디도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평양에서 열린 코미디보다 못한 깜깜이 남북 축구에 대해 김현철 통일부 장관은 자기들 나름대로 우리 측 응원단을 받지 않은 데 대한 공정성을 반영한 것 같다는 망발까지 하고 있다. 공정성이란 단어가 엉뚱한 데서 헤매고 있는 꼴이다. 과거 조국 전 장관이 SNS를 통해 말했던 단어들을 보면 학인(學人)으로서의 양심이라던가 테제의 타당성, 앙가쥬망, 시민의 미덕 등등 평범한 국민은 잘 이해가 안 되는 말들을 자주 쓰고 있다. 찾기도 어려운 이런 말들을 쓰는 이유 뒤에는 진짜 목적이 따로 있다. 예를 들면 자주국방은 한미군사동맹 파기요, 우리민족끼리는 주한미군 철수와 연방제 통일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이 자주 쓰는 무한한 인내와 대화와 타협은 북한에 대한 굴종과 양보로 보인다. 탈원전과 관련해 숙의(熟議)민주주의와 공론화는 결국 포퓰리즘과 합리화와 다를 게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해고금지와 급여인상, 부자증세란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44년째 시를 쓰고 있는 김승희 시인은 시(詩)라는 게 원래 말장난이지 않은가라고 했다. 그녀가 쓴 좌파, 우파, 허파라는 시가 있다. 생명을 상징하는 허파는 특정 파에 속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시인의 언어유희는 재미라도 있지만 최근 조국 사태 때 궤변과 요설로 국민을 분노케 했던 인간들의 말장난은 참기 힘들 정도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이란 말도 도덕과 양심과 염치가 바탕이 돼야 울림이 있을 텐데 반성과 도덕이 없는 공정은 허구이고 기만이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한 분 한 분도 국민으로 섬기겠다던 취임사는 휴지조각이 된 지 오래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조국사태에 대한 인사 실패를 사과하기는커녕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공정이란 단어를 무려 27번 언급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렸다. 검찰개혁에 대한 집착에서 보듯, 개혁이란 것이 국민 전체가 아니라 정권 유지를 위한 것처럼 보인다. 이제 국민들은 문 대통령과 그의 호위병들이 틈만 나면 말하는 정의, 공정, 개혁, 혁신, 포용, 평화 같은 아름다운 말들이 독선, 위선, 불통, 배척, 굴종, 조롱이라는 의미임을 알게 됐다. 지금 우리는 사람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이나 인성, 자유민주주의적 가치, 사회적 윤리와 정의는 깡그리 무시한 채 우리 편이 무조건 옳다는 정권의 민낯을 보고 있다. 허공으로 흩어진 대통령과 측근의 허무한 말들이 우리를 화나게 하고 있다. 아직도 반성은커녕 계속 정국을 흔들어 정치적 야심을 챙기려고 한다.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인천시론] 포용 정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그러나 검찰개혁과 현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는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첫 주말인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에선 현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반면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개최됐다. 지난 14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조 전 장관의 사퇴에 대해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과 조 전 장관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쪼개진 상태로 극한 대립 중이다. 정치는 실종되고 광장 정치가 난무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장외 집회보다 민생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비판하면서 자유한국당이 국론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라며 정부의 독단을 막기 위해 장외 집회를 계속 해나갈 것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민생과 경제는 엉망인데 정쟁은 끝이 없다. 최근 국제통화기금 IMF는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에서 2.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한국 경제성장률을 2.4%에서 2.1%로 0.3포인트 내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이는 18년 통계청 기준 세계 130위권 수준이다. 게다가 빈부 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의 지표가 되는 지니계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05년 0.286이었던 지니계수는 07년 0.300으로 높아지고 14년까지 0.303으로 0.3대를 유지하다가 17년에는 0.355까지 치솟았다. 불안한 정치 상황과 계속된 경기 침체로 국민들의 삶은 퍽퍽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세대, 계층 간 갈등과 반목은 더욱 심해지고 극단적인 정치적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버금가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경제학자 아세모글루와 하버드대 정치학자 제임스 로빈슨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 이 책에선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인 정치경제 제도가 한 국가의 발전과 번영을 불러온다고 역설한다. 즉 경제적 번영의 길로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클리츠도 한국의 성장 둔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포용적인 접근을 강조한다. 한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는 놀라운 경제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과 진정한 혁신 그리고 창조적 파괴를 용인하는 포용적인 제도가 확립되지 않으면 한 차원 더 높게 도약할 수 없다. 조국 사태로 인한 여야의 극한 대립과 세 대결 싸움 모두 이제 그만 멈춰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포용의 정치는 정치인의 몫이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포용적 정치인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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