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탁에 놓인 ‘밥 한 그릇’ 의 가치

우리사회가 직면한 식량전쟁과 기후위기 상황에서 쌀 자급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은 쌀 자급률 104.8%로 쌀 생산량이 국내 소비량을 초과하는 동시에 전체 식량 자급률(사료용 제외)은 49%로 절반 이상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국가의 식량안보와 농가의 경제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 이상기후로 인한 극단적인 날씨의 변화는 농작물의 생산성뿐만아니라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쳐 생산성 저하와 예측할 수 없는 국제곡물시장의 가격변동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한 수출입의 불안정은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에는 위기로 작용하며 곳간을 걸어 잠근 국제시장에서 식량대란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 상황에서 쌀 자급률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은 단순히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을 넘어 국가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성을 지키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농민, 소비자 모두가 협력해야 하며 우리 일상 속에서 우리 쌀, 우리 곡물을 소비하는 실천이 중요하다. 지난주 시청 앞에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이 열렸다. 밥 외에도 빵, 육류 등 식사 대체재가 다양한 현대사회에서 우리 쌀이 선택받기 위한 시도였다. 우리 쌀은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을 포함해 영양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식품으로 밥을 포함한 아침식사는 뇌에 포도당을 보충하고 체내 시계를 작동하게 해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을 호소하는 현대인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의 건강에도 이롭고, 국가에도 이로운 쌀과 농업에 대한 지속가능한 소비.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기후위기 속 안전한 미래를 지켜낼 수 있도록 밥의 힘을 지키는 ‘밥심’ 있는 한 끼를 권해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의대생 엄마의 작은 소망

사나이로 태어나서 유의미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아들은 의대에 진학했다. 주변에서는 찬사와 함께 의대 6년 과정을 잘 버티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지만 부모로서는 한 과목이라도 낙오하면 한 학년을 다시 이수해야 하는 엄격한 학칙과 경쟁이 염려스럽기만 했다. 다행히 예과 1~2학년을 무사히 마치고 본격적인 실습이 기다리는 본과 1학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마음의 준비도 남달랐다. 하지만 모든 단과대학이 시작하는 시기에 의과대학은 개강은 커녕 스산하기까지 했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을 강제하고, 공공재 취급하는 기사가 나돌고, 의대 증원 광고가 곳곳에서 방영됐다. 지금도 열악한 학습환경에서 학생들을 60% 이상 증원시켜 대안으로 2부제, 3부제 혹은 온라인 강의까지 들고 나왔다. 6년 의대 과정을 마치고 일반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본격적인 전문의과정을 4~5년간 밟는 동안 상급병원에서 붙박이로 쪽잠을 자면서 주 80여시간을 최저시급도 안 되는 봉급으로 인내하는 전문의 과정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한 사람의 인정받는 의사가 된다는 목표와 보람으로 인내하는 것이다. 거기에 군의관 38개월의 병역의무가 기다리고 있다. 한 사람의 의사를 만드는 데 14년의 세월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는 지지율 상승을 위해 파격적인 의대 증원을 발표했다. 고교수험생이 100만명 이상이니 그 가족까지 감안하면 선거에 압승하리라고 생각한 듯하다. 대한민국 모든 수험생이 의대를 희망하지 않듯이 선거정책은 실패했다. 정권마다 의료계를 흔들고 필수의료지원을 약속했지만 예산이 없다고 지켜지지 않은 정책에 학습된 의대생이나 전공의들은 정권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아들도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대한 회의와 정부의 의사에 대한 악마화에 상처받고 의욕을 잃기 시작했다. 멀쩡하게 잘 달리던 자식의 좌절이 분노로 다가왔다. 매번 정부는 의료계와 한 약속을 지킨 적이 없다. 세월 따라 늘어나는 규제 속에 아직까지 완벽하게 의사를 손아귀에 못 넣었을 뿐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본인의 노력과 경비로 의사가 됐는데 정부가 마음대로 부린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열심히 살겠다는 아들을 가진 부모로서 젊은 인재들이 한창 좋은 날에 원하는 학업을 마음껏 하지 못하고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고 알바 자리를 찾아 다니는 게 가슴 아프다. 카페, 호텔 연회장, 택배 알바, 심지어 공사장까지 기웃거리는 이들은 돈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황금 같은 청춘의 시간을 붙잡고 싶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국의대생학부모연합이 8월15일 의대교육 정상화를 호소하는 궐기대회를 준비 중이다. 부디 윤석열 대통령은 젊은 의학도들과 싸우지 말고 큰 그릇으로 작은 그릇을 담아내듯이 어른스럽게 이들의 말을 두 귀로 두 배로 듣고, 한 입을 반으로 줄여 소통해 얽힌 실타래를 풀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다

정부는 2022년 10월21일 경찰의 날에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 어떠한 약이기에 전쟁을 선포했을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듣고 부르는 약이 마약이다. 한마디로 백해무익한 정말 무서운 약이다. 1840년과 1856년 영국과 중국(청나라)은 두 차례에 걸쳐 아편전쟁을 치렀다. 무역 적자 문제로 일어난 전쟁이다. 영국은 왜 아편을 이용했나. 수요자들의 중독성을 이용한 판매전략의 수법이었다. 한 번 유혹에 빠져들어 마약을 투약하면 계속해서 안 먹고 안 맞으면 살아갈 수 없었기에 재산을 탕진하면서까지 투약하고, 몸은 살아 있는 시체로까지 변화되는 현상을 알면서도 아편을 먹고 맞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마약상들은 마약 판매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요 방법이었다. 상대의 약점을 만들어 놓고 병 주고 약 주고 돈도 주는 판매전략의 마약 거래를 하고 있다. 돈과 마약을 대상으로 서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는 것이 오늘날 마약의 판매수법이요 전략이다. 여기에 놀아나는 것이 우리의 청소년이다. 오늘날 청소년 마약 사범이 증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비대면 구매로 마약 거래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전화, 인터넷, 던지기 수법, 감춰 놓고 찾아가는 방법 등이 있다. 밀거래 가격은 점점 하락하고 거래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마약 중독자가 이미 5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연령별 추세는 점점 낮아지고 그 대상이 청소년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사후약방문격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거나 뒷북 정책을 펴지 말고 사전 예방과 교육으로 철저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 놓고 전쟁에 대비하는 작전계획이 없다. 전략무기의 개발과 고도로 훈련된 병사를 양성하지도 않는다. 전략무기를 생산하고 강인한 병사를 양성하는 데서 평화와 안전이 따라오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병사는 어떻게 양성하고 육성해야 할 것인가. 그 대책으로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마약 예방 교육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전문 강사의 육성이 요구된다. 정부는 이에 따른 작전계획과 전략을 수립해 각급 학교나 민간단체에 보급하고 훌륭한 강사 요원을 육성 배출해야 한다. 이미 활동하고 있는 민간단체들도 적극 육성 지원해야 할 것이다. 강사 요원으로는 이미 퇴직한 학교장(삼락회)을 주축으로 자원봉사단체를 조직해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노력

포천시는 민선 8기 공약사업 중 하나인 ‘포천시립박물관 건립’ 추진을 위해 2023년 7월 박물관팀을 신설하고 박물관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포천시에 새롭게 건립될 가칭 포천시립박물관은 국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입지 분석·검토와 포천시민 및 인근 거주자 2천923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포천아트밸리’로 사업 부지를 선정하게 됐다. 새롭게 건립되는 포천시립박물관이 포천의 주요 관광지인 ‘포천아트밸리’ 내에 위치하게 된 만큼 지역사의 체계적인 연구 및 관광지와 연계한 다채로운 문화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박물관의 고유 기능은 물론이고 지역문화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박물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포천시립박물관 건립 및 포천시사 편찬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내 많은 시민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공립박물관 건립에 대한 포천시민의 뜨거운 열망과 갈증을 느낄 수 있었다. 이토록 시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공립박물관 건립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백영현 포천시장을 비롯한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 중 하나로 다양한 체험을 구성하고 박물관의 다채로운 교육프로그램으로 가족이 함께 방문해 문화 및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1차 사회화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을 넘어 노년층도 재밌게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2차 사회화 교육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또 지역사 연구의 오랜 부재를 해결하고 지역사 연구의 기초를 닦기 위해 박물관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뿐만 아니라 포천시사 편찬 기초자료조사 연구 용역도 함께 진행하는 등 전방위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조사·연구 결과를 적극 반영해 향후 박물관 건립을 위한 유물 수집 및 내실 있는 전시를 기획할 예정이다. 이 밖에 포천시립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어렵고 딱딱한 공간이 아닌 쉬고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휴게공간을 넓게 구성하고 전시실과 휴게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공간을 구성할 예정이다. 새롭게 변화하는 박물관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복합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국내외 우수한 박물관 벤치마킹은 물론이고 미술관, 예술회관, 기업 전시관 등을 방문해 포천시립박물관에 반영할 만한 사항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시의 적극적인 노력과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방문객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 지역사를 알릴 수 있는 포천박물관이 탄생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위험기상에 활약하는 기상관측차량

기상청에서는 날씨를 관측하기 위한 다양한 기상관측장비를 운영 중이다. 기상관측장비로는 지상에서 기상을 관측하기 위한 종관기상관측장비(ASOS)와 방재기상관측장비(AWS), 대기 상층부의 기상을 관측하기 위한 레윈존데와 연직바람관측장비, 강수 상태를 폭넓게 관측하기 위한 기상레이더, 우주에서 구름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를 관측하기 위한 기상위성 등이 있다. 기상관측장비는 대개 한 지점에 고정된 상태로 운영되는 고정형 장비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 관측장비를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관측 공백 지역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기의 하층부터 상층부를 연직으로 관측하는 고층기상관측은 날씨예보의 정확한 예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료다. 이러한 관측 공백 지역을 보완하기 위해 기상청에서는 기상관측차량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기상관측차량은 AWS를 차량에 부착해 지상기상관측을, 레윈존데를 탑재하고 고층기상관측을 수행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역에 출동해 관측을 실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상관측차량은 주로 어떤 상황에 출동할까. 위험기상이 예상될 때는 보다 정확히 예측할 필요성이 있다. 위험기상이 어느 지역에 영향을 줄지, 당초 예상보다 강해질지 등을 파악하려면 더욱 상세한 관측자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관측자료로는 지상의 자료도 중요하지만 대기 하층부터 상층부까지 연직으로 관측된 기상관측자료가 꼭 필요하다. 현재 기상청에서 레윈존데를 사용해 고층기상관측을 수행하는 곳은 백령도, 덕적도, 흑산도, 제주도, 창원, 포항, 북강릉 등 7개소이며 공군이 오산과 광주에서 관측하는 자료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면적 대비 관측지점은 많은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기상변화가 커 기상 예측이 어려운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기상관측차량은 이렇게 부족한 관측자료를 보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위험기상이 다가올 것이 예상되고 정확한 예측을 위해 레윈존데 관측자료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기상관측차량은 관측자료가 필요한 지점으로 출동해 관측을 실시한다. 레윈존데 관측은 일반적으로 하루 네 차례, 전 세계가 동시에 수행한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3시·9시, 오후 3시·9시에 이뤄지며 이렇게 관측한 자료는 세계기상기구(WMO)를 통해 전 세계가 공유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정 관측지점 7개소에서는 자동으로 관측을 실시하지만 기상관측차량은 관측자가 수동으로 관측을 수행한다. 레윈존데를 세팅하고 기구에 헬륨가스를 주입한 뒤 세팅된 존데를 기구에 연결해 손으로 띄운다. 그리고 수집되는 자료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생성된 자료를 검토해 서버에 전송하는 과정까지 직접 수행한다. 보다 촘촘한 관측을 통해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기상관측차량은 2020년 말부터 수도권기상청과 대전지방기상청에 보급된 것을 시작으로 2024년 7월 현재 6개 지방기상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9개 지방기상청에 모두 보급될 예정이다. 고정 기상관측장비의 한계를 보완해 국민 안전 수호에 이바지하는 기상관측차량, 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해 전국 각지를 힘차게 달릴 기상관측차량의 활약이 기대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북청사자놀음에서 꼭쇠의 모자

북청사자놀음은 함경남도 북청군에서 정월 대보름에 하던 놀이로 마을의 편안함을 빌기 위해 벌였던 놀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5호로 지정돼 국가무형유산이 됐다. 속초에 내려와 사는 피란민들을 중심으로 이어지면서 속초사자놀이가 되기도 했다. 북청사자놀이에서는 양반과 머슴인 꼭쇠가 전체적인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런데 꼭쇠의 이름 뜻을 모르다 보니 꼭쇠 모자는 대강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생각이 학계에 있는 것 같다. 어떤 이는 북청사자와 속초사자와는 다르니 남한의 모습도 틀린 것은 아니라 한다. 꼭쇠에는 어떤 말뜻이 숨어 있을까. ‘꼭’은 머리꼭대기의 높은 곳이다. ‘꼭두각시’는 머리 꼭대기에 실을 묶어 가지고 노는 인형이다. ‘꼭두쇠’는 남사당패의 꼭대기에서 끌고 가는 우두머리다. 꼭대기까지 모두를 바닥 아래로 숨기는 놀이가 ‘숨바꼭질’이다. 머리 꼭지까지 모두 꽁꽁 숨어라는 뜻이 ‘꼭꼭 숨어라’다. 꼭지의 가장 높은 곳을 ‘꼭대기’라 부른다. ‘쇠’는 새롭게 솟아나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한 해의 첫날인 설을 지내고 새롭고 솟아나는 것을 ‘설을 쇠다’라 한다. 나물이 새로운 식물로 먹을 수 없게 되면 ‘쇠었다’고 한다. 머리가 하얗게 새로이 솟아나면 ‘쇠었다’고 한다. 이렇게 새로이 솟아오르는 ‘쇠’는 마당쇠, 변강쇠, 구두쇠, 껄떡쇠, 얼렁쇠, 알랑쇠, 외딴쇠, 생인쇠, 모르쇠, 살판쇠, 개똥쇠, 꼭두쇠, 짝쇠, 난장쇠 등 전혀 다르게 솟아오른 사람으로 널리 쓰였다. 꼭지에 새롭게 솟아오르는 이름이 ‘꼭쇠’다. ▲하인이지만 모자를 씀으로써 가장 키가 커진 꼭지(꼭대기)에 있는 사람이다. ▲놀음의 꼭대기에서 앞서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꼭지의 사람이다. ▲하인이지만 양반의 머리 꼭지에 올라 앉은 듯 어리숙하면서도 양반을 골리는 사람이다. ▲우스꽝스럽게 솟아오른 모자를 쓰고 양반보다도 높게 구는 올라간 사람이다. ▲마분지나 신문지와 같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로 만든 모자를 썼다. ▲볼품없어도 높아지고 싶은 우리네 속 빈 강정의 모습이다. 꼭쇠는 꼭두각시처럼 보이는 가장 낮은 하인의 모습이지만 사실은 놀이를 이끌어가는 꼭두쇠의 모습이다. 하인이 우두머리라는 어처구니없는 이름부터 눈물 나게 웃음을 준다. 이제 꼭쇠의 말뜻을 알았으니 국어사전들에서 ‘꺽쇠’로 부르는 잘못을 하지는 말자. 속초사자놀이라도 모자가 달라져는 안 된다. 사자춤에서 꼭쇠모자는 중요하지 않으니 대강 써도 되는 것도 아니다. 1936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행해지던 북청사자놀이의 꼭쇠는 양반보다 한 계단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양반보다 높게 올린 모자를 쓰고 있다. 요즘의 남한에서 볼 수 있는 꼭쇠 모자와는 사뭇 다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보릿고개

인생을 논의할 때 누군가가 말했다. 늦었다 싶을 때가 늦지 않았다고. 도전하는 노력의 자신감이 희망일 때 힘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삶에 찌들어 여유도 없이 자신의 보다 나은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우리 안에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잘못과 그늘이 있었는지 미처 살펴보지 못했다. 젖은 베갯머리 찬바람 휘어드는 어느 길목 모퉁이 주린 배 움켜쥐며 낮은 고개도 힘겹게 넘어가는 무거운 구름 같은 우리의 인생살이. 예전부터 우리는 단 한번도 여봐란 듯이 잘살아 본 적도, 마음 편히 살아 본 적도 없는 나라였다. 6·25전쟁은 힘겹고 메마른 배고픔의 보릿고개는 ‘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진지는 잡수셨습니까’ 애처로운 인사를 주고 받으며 어렵게 살아온 우리였다. 잘 살아보세란 새벽잠을 깨운 새마을운동이 가난을 떨쳐버리는 능력만이 내일의 희망이었다. 1950년 전쟁이 휩쓸고 간 잿더미 위 이 나라 이 겨레의 가난의 상징이 보릿고개였다. 우리나라 봄철 기근을 가리키는 춘궁기는 지난 가을에 추수한 쌀이 바닥나는 5월과 6월에는 식량이 떨어져 굶주리게 되는 때 보리타작 때까지 보릿고개라 불렀다. 요즘 세대는 보릿고개란 말 자체도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그리 머지않은 세월의 저편에 묵은 곡식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고 농촌의 사정이 가장 어려울 때를 비유하는 말이다. 가난의 눈물로 얼룩진 구황(救荒)작물은 곡식 대용으로 들녘에서 마구 자란 뚱딴지 돼지감자, 피, 칡뿌리, 풀뿌리를 캐서 죽을 쒀 먹거나 소나무 껍질 속 연한 곳을 먹었다. 게다가 백토(白土)라 하는 입자가 매우 고운 흙을 물에 개어 쪄서 먹는데 소화할 수 없는 성분이라 배앓이를 해야 했다. 배고픔 속에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교육의 세계화와 첨단기술로 이들이 경제 부흥을 일으켰다. 꽃이 지는 아픔의 자리에 열매가 열린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눈을 뜨기까지 자원도 없는 우리는 기술집약 산업으로 우리 삶의 질 향상과 배고픔에서 배부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지 않았는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안전행동을 이끄는 힘

매년 7월은 ‘산업안전보건의 달’이다. 사업장의 자율적인 산재예방활동 촉진과 범국민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1968년부터 7월 첫째 주 월요일을 ‘산업안전보건의 날’로 정하고, 그 주를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으로 운영해오다 ‘23년부터 ‘산업안전보건의 달’로 격상했다. 안전문화는 국민 생활 전반에 걸쳐 안전 태도와 관행, 의식이 체질화되어 가치관으로 정착되는 것을 말한다 안전문화(Safety Culture)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건 1988년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자문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보고서였다. 물론 그 이전에도 안전문화라는 추상적 개념이 사용되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그보다 20년 앞서 ‘산업안전보건의 날’을 정례화 했다는 건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일이 그만큼 중요한 국가적 과제였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선도적 노력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발생 수준은 OECD 주요 국가에 비해 여전히 높다. 정부는 2021년 중처법 제정 후 2022년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를 통해 산업안전 패러다임을 ’규제와 처벌‘ 중심에서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전환했다. 그리고 이를 확립하기 위해 국민의 안전의식 제고와 사회 전반의 안전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2023년 범국민 안전문화 실천운동 기구인 ‘안전문화실천추진단’을 출범하였다. 이후 0.4~0.5대에 정체되어있던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 당 산재사고사망자 비율)을 ‘23년에 0.39‱까지 낮추었지만, OECD 평균(’22년 0.29‱)에는 아직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전체 산재사고사망자의 79.8%는 기본적인 안전수칙 준수로 예방할 수 있는 떨어짐, 끼임 등의 재래형 사고라는 점에서 일터의 안전문화 부재를 실감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 잘 정착된 안전문화도 있다. 바로 안전띠 착용이다. 1981년 고속도로 운전자 안전띠 착용 의무가 처음 시행된 후,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안전띠 착용은 단속에만 걸리지 않으면 되는 귀찮고 불편한 것이었다. 그러나 안전띠 미착용 단속 강화, 차량 경고음 장치 설치 의무화, 안내표지판 홍보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19년 앞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최고 95.5%까지 올라갔고 OECD 평균(’18년 90.2%)을 넘어섰다. 실제로 안전띠는 착용하지 않을 때 스스로 더 부끄럽고 마음이 불편해지는 문화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전 좌석으로 착용의무가 확대되며 더 높은 수준의 교통안전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느끼는 마음, 수치심(羞恥心, Shame)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치심은 사회구성원들과 대립되는 행동이 해당 집단 생존에 위협이 되므로 사회 규칙을 위반할 때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진화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타인의 시선에 관계없이 오로지 혼자서 느끼는 죄책감과 달리, 수치심은 타인이 그 행동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감정으로 집단주의적 문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집단 혹은 개인일수록 더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했다. IMF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집단 혹은 관계주의 성향이 강한 편이다. 따라서 안전조치 또는 안전수칙 미 준수에 따른 수치심이 작동하는 일터 안전문화가 조성된다면 실질적인 산재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치심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법과 기준을 준수하게 하는 동력을 제공하고, 실제 안전행동으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자발적 행동변화는 일터의 자생적 안전 활동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 지속가능한 안전문화로 발전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13층 높이의 고층 현장에서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아 땅으로 떨어지는 충격은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고 충돌하는 것과 거의 같다고 한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동일한 위험 상황에서 운전자가 안전띠를 착용하듯, 작업자도 안전대를 착용하는 일터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일터에서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우리가 다치고 아프면서까지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도 없다는 것을 새기고, 수치심이 작동하는 산업안전보건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할 때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대한민국 농협

유례없는 폭염과 극한 호우로 많은 사람들이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농업인은 높은 기온으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면 마음도 검게 타 들어 가고 요동치는 기상 변화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근래 한국환경연구원이 공개한 ‘2023년 국민 환경 의식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환경 문제로 ‘기후변화’가 1위로 꼽혔다. 하늘이 도와야 한다는 농사도 이젠 쉽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여러 나라에서 보듯 식량이 안보의 화두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5천200만 국민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200만 농업인의 역할과 비중이 새롭게 조명돼야 한다. 하지만 농업인들이 받는 대우와 소득은 그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도시 근로자 가구 소득의 60% 수준인 농가소득은 농업인들의 삶의 질과 더불어 농업·농촌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쌀 소비 감소와 한우값 폭락은 차치하고라도 한 집 건너 늘어나는 시골 빈집과 고령의 어르신들만 남아 있는 농촌 풍경은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 탄식 그 자체다. 날씨와 노동력 부족으로 우리 농산물을 먹지 못하는 사태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아찔하다. 그럼에도 나는 믿는 구석이 있다. 희망 농업, 행복 농촌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다. 얼마 전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의 국민경제 기여도가 59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 국가 연관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107만명의 취업 유발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조합원에게 최상의 가격과 서비스로 6조3천억원의 실익을 제공하고 판매 사업을 통한 경쟁 촉진 유발로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21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준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다선의 조합장으로서 정말이지 농협만큼 역동적인 조직도 없다고 본다. 봄·가을이면 부족한 일손을 돕기 위해 새벽부터 영농 지원에 나서는가 하면 각종 사회단체와의 협약을 통해 봉사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한민국 대부분이 농촌이다 보니 수해 같은 자연재해라도 나면 성금은 물론이고 내 일처럼 복구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들이 농협 직원이다. 그들을 이해하고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공적 기관으로서 무엇보다 농촌의 정겨운 향수를 사업 곳곳에 녹여 이 나라 농업 정서를 국민에게 확산시키고 있다. 아울러 촘촘한 인적 네트워크와 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지역 공동체 발전에 앞장서 왔다. 앞으로도 농협은 농업인들이 의지하는 든든한 보물 같은 존재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농업과 농촌이 곤경에 처했다지만 이보다 어렵던 시절도 다 극복한 대한민국이다. 얽힌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다 보면 어느덧 심각했던 우리 앞의 문제도 실마리를 찾지 않을까 싶다. 아무쪼록 변화와 혁신으로 발돋움할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이 땅의 농업인들에게 선물하도록 더욱 분발하자.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일자리 시장 변화와 직업능력개발훈련의 필요성

최근 경기도지역의 일자리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술혁신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제조업 중심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빅데이터 등을 필두로 한 첨단 기술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필수적으로 인적자원 개발을 통해 근로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 지원을 통한 직업능력개발훈련 사업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최근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기인한다. 스마트 제조, 바이오 헬스, 친환경 에너지 등 신산업 부문의 성장은 해당 분야에 필요한 전문 인력의 수급과 교육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고 있다. 또 이러한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 분야의 신규 일자리 증가는 산업구조 변화에 맞춘 근로자들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자 교육지원 사업의 확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시기에 적절한 정부 사업의 참여는 기업 운영에 도움을 줄 것이다. 둘째, 기술 발달에 따른 세계화와 경쟁 시장의 확대로 인한 숙련기술자의 필요성이다. 글로벌 시장 확대는 기존 국내에만 한정돼 있던 기업 간 경쟁에 대한 경각심과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한 혁신을 요구한다. 이러한 흐름은 일자리 시장에서 기업이 고숙련 기술을 갖춘 근로자들을 더 많이 필요로 하고 이들이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직업능력개발훈련 사업의 참여와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면서 기업의 직능사업 참여를 지원할 것이다. 셋째, 기술 혁신과 디지털 전환은 직원 교육의 변화와 빠른 적응의 요구다. 대기업군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최신 기술 동향과 트렌드를 쫓아가며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직업능력개발훈련 사업은 최신 산업계 동향을 반영한 신규 기술 습득과 국가표준 능력 단위에 맞춘 수준 높은 교육을 지원함으로써 신입 근로자들과 재직 근로자들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동시에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향후 직능사업의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지역의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부지원 인적자원 개발에 관심 있는 기업은 전국 17개 지역별 인적자원개발위원회를 통해 직업능력개발훈련 전반에 대한 기업별 맞춤형 무료 방문 컨설팅을 받아보기를 권장한다. 일-학습 병행을 중심으로 재직자 향상 훈련 등을 종합적으로 컨설팅하는 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의 방문 컨설팅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매년 100여개의 신규 기업을 직능사업 참여 업체로 참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직능사업 참여를 통해 미래시대를 맞이하는 기업들은 선도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달성하며 근로자 교육 지원에 대한 부담을 줄여나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수기업으로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유치와 핌피현상

최근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유치를 두고 우리 시의 서구와 계양구 간 유치전이 구청 공무원, 지역주민들 간의 현수막 경쟁을 넘어 지역 정가, 국회의원까지 가세하며 점점 더 가속화되는 듯하다. 지난 6월14일에는 인천 서구 국회의원과 시·구의회 의원들이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구 유치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 반면 7월1일에는 계양구청장이 지역주민 30여명과 함께 시청 앞 광장에서 삭발식을 거행했다. 내 지역에 좋은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열망은 내 고장의 발전을 위한 애절한 노력으로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핌피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를 바라보며 지난 수십년간 지속돼온 여러 갈등 사례에서와 같이 폐기물매립장, 소각장, 화장장 등 필수시설들을 반대하며 결국은 무산된 사건들을 떠올려보게 됐다. 기피시설이든 선호시설이든 관계자들의 삭발이라는 최후의 수단까지 활용하며 그 간절함을 표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결국 핌피와 님비가 그 본질적인 성격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인천시는 2025년 12월31일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자원순환센터를 확충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현안에 직면해 있다. 자원순환센터는 소각장을 이르는 말로 주민들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환경시설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신규 자원순환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에 과감히 1천억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확충을 위해 노력했으나 중구 영종도에 예비후보지가 몰리면서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해당 지역 주민대표들이 위원회에서 탈퇴하면서 자원순환센터 입지 선정이 무산된 바 있다. ‘폐기물관리법’에서는 발생지 처리원칙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에 소각장 건설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구청장들은 기피시설 유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화예술회관과 소각장은 모두 지역에 필요한 시설이다. 좋은 문화시설에서 우수한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주민들의 삶의 질 제고에 있어 너무나 중요하다. 또 우리가 쓰고 버린 생활폐기물도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처리돼야 하기에 소각장 또한 필수시설임이 분명하다. 문화 공연을 한두 번 놓친다고 해서 생활이 크게 불편하지 않겠지만 집 앞에 내가 버린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고 쌓인다면 악취, 먼지, 위생상의 문제 등 생활에 엄청난 불편함을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시설을 하나의 패키지로 해 한 지역에 동시에 짓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원순환센터를 건설하는 경우 총 공사비의 20%를 주민편익시설에 투자할 수 있도록 ‘폐기물처리시설 촉진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소각장 건설에 3천억원 정도의 공사비가 든다고 하면 600억원 정도를 주민이 원하는 시설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북부권 문화예술회관을 소각장과 함께 같은 곳에 짓는다면 600억원의 주민편익시설 공사비를 문화예술회관 건립비와 별개로 사용할 수 있다. 두 시설을 연계·활용한다면 지역의 랜드마크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우수한 문화시설이 나올지 또 누가 알겠는가. 소각장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있는 우수 사례들이 많이 있다. 지금의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유치에 대한 과(過)경쟁과 소각장 확충에 대한 비(非)경쟁 현실을 보면서 이를 선정해야 하는 결정권자들은 고민이 많을 것이다. 분명한 건 한쪽에 혜택이 과도하게 몰려서도 안 되고 또 한쪽에 과도하게 불이익이 집중돼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종의 공평부담기준(Fair Share Criteria)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1989년 뉴욕시 헌장에서 채택된 ‘공평부담기준’은 도시 전체적인 차원에서 부담(burden)과 이익(benefit)이 공평하게 분담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천시 정책 입안자들과 해당 자치구의 슬기로운 판단이 있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한 희생

1950년 6월25일 전쟁 발발 소식을 접한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 소집해 북한의 무력 공격은 평화를 파괴하는 침략행위라 선언하고 결의서를 통해 ‘침략행위 중지 및 38도선 이북으로 철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군이 이에 불응하고 계속 남침을 강행하자 2일 후인 1950년 6월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군 사령부 창설의 법적 기반이 되는 ‘유엔 회원국의 북한군 격퇴 참여’를 결정했다. 유엔 회원국들에 대해 북한의 무력 공격을 격퇴하고 국제 평화와 한반도에서의 안전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원조를 한국에 제공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후 전쟁이 끝난 1953년 7월27일까지 유엔 회원 16개국이 전투 병력을, 6개국은 의료와 시설을 지원해 연 인원 198만8천여명이 국군과 ‘함께 모두의 미래’인 평화를 위해 싸웠다. 이는 유엔이 세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유엔군을 창설한 이후 최초의 파병이었다.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필리핀, 튀르키예,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스웨덴, 인도,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독일 등 22개국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대한민국, 누군지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뿐만 아니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을 기억하고 있는가? 국가보훈부에서는 올해 ‘함께, 모두의 미래’라는 슬로건하에 6·25전쟁 참전국과 참전용사에게 감사를 표하는 행사를 준비했다. 7월1일부터 일주일간 국내 및 유엔 참전용사 후손 150여명을 초대해 DMZ, 전쟁기념관, 유엔기념공원 등을 방문하는 교류캠프를 실시했다. 27일에는 6·25참전유공자, 참전국 주한 외교사절, 유엔군 관계자 등을 초청해 중앙기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25일부터 30일까지는 유엔 참전용사 및 가족 60여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예정이다. 경기동부보훈지청에서도 이에 발 맞춰 작년에는 한국잡월드에서 ‘리멤버 유엔 참전용사, 기억하고 추모하자’ 홍보 부스를 운영해 유엔 참전국 홍보물을 전시하고 추모 나무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어 올해에는 성남시 청소년어울림마당에서 ‘미래 영웅들이 보훈을 알다’ 체험 부스를 통해 유엔 참전국에 대한 퀴즈 맞히기를 추진하는 등 보훈 관련 행사를 추진할 때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유엔 참전국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감사함은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74년 전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신 이름 모를 유엔 참전용사를 기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7월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이해야겠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선거방송토론

지난 4월 제22대 국회의원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필자는 올해 초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직 생활을 처음 시작한 새내기 공무원으로서 수원시영통구선거방송토론위원회(이하 토론위)의 서기를 맡아 위원회 운영 및 토론지원 등에 관한 업무를 처리했다.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적지 않았지만 그만큼 배우고 느낀 점도 많아 그 경험을 짧게나마 나누고 싶다. 토론위 업무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일로 생각된 점은 토론주제 및 질문사항, 진행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이 분야는 토론의 핵심을 관통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토론위를 구성하고 있는 위원들과 회의를 거쳐 정한다. 여기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된 사항은 ‘유권자’였다. 즉, 어떻게 하면 유권자에게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최적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가 핵심적인 고려 사항이었던 셈이다. 이를 위해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실시한 유권자 주제와 질문 공모 및 최근 진행한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의제들을 회의 때 제공해 유권자들이 관심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했다. 또 해당 자료에서 나온 다양한 질문사항을 보고 지역 현안에 밝은 위원들과 함께 유권자의 생각이 잘 반영된 토론 주제와 질문을 만들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조율했다. 아울러 진행 방식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토론하는 것이 효율성을 제고하고 유권자들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최적의 토론 방식을 지속적으로 논의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유권자 맞춤형 질문사항과 진행 방식이 도출돼 실제 토론회 당일 토론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이면서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었다. 토론위 구성원인 위원들과 직원이 힘을 합쳐 국민의 여론을 반영한 ‘유권자 맞춤형’ 토론을 만든 것이다. 한편으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후보자들에게도 유권자들이 어떤 정책과 공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토론의 질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 쌍방향 소통 방식의 토론회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의 후보자토론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것은 자칫 피상적으로 보면 일방통행처럼 느껴지는 토론도 후보자들이 유권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이며 유권자의, 유권자를 위한, 유권자에 의한 선거방송토론이야말로 진정한 토론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추후에 있을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이 각급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개최하는 선거방송토론에 관심을 가져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두물머리로 돌아가자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있으며 행정구역은 양수리(兩水里)……. 드라마 ‘첫사랑’으로 잘 알려진 오래 된 느티나무가 있고, 많은 영화나 드라마들을 찍은 곳이다. 강을 따라 걷는 둘레길을 잘 만들어 놓기도 했으며, 요즘은 연잎을 넣어 만든 먹거리와 연꽃이 좋은 세미원이 근처에 있어 인기몰이 중이다. 또 분위기 좋은 찻집들로도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예부터 이곳의 이름은 두물머리로 불려왔다. 두 개의 물줄기인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기에 두 개의 물을 ‘두 양(兩)’, ‘물 수(水)’를 써서 두물을 뜻하는 양수리라 불러왔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물이 만나 합쳐져 한강의 머리가 되는 곳이기에, 나루터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이 시작되는 곳이니 이름 뜻도 그렇고 역사도 깊은 곳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물이 만나서 한강의 머리가 되는 두물머리에 두물경이라는 한강 8경 중에 제1경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오가는 배들이 보이지 않아도, 강원도와 경기도 충청도의 사람이며 물자들 특히 목재들을 실어나르던 황포돛배, 떼배들이 행주나루까지 행렬이 이어졌다고 하니 마음이 숙연해지기까지 하다. 두물경에는 ‘해동지도’의 광주부의 모습을 그려 놓았다. 여기에는 두물머리를 한자로 양수두(兩水頭)라 적었다. 두물이니 양(兩)으로 ‘두 양’자를 쓰고, 수(水)로 ‘물 수’자를 썼다. 그리고 한강의 머리를 뜻하는 두(頭)로 ‘머리 두’자를 썼다. 어찌 보면 참 당연하게 생각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지금의 광주에서 태어나셨다. 두물머리에서 머잖은 곳에 생가가 있다. 선생은 ‘귀전시초’에서 두물머리를 ‘이수두’로 부르고 있다. 두물경에 새겨진 모습을 그대로 옮겨본다. 귀전시초(歸田詩草) 다산 정약용 汕濕交流處(산습교류처) 村名二水頭(촌명이수두) 當門一店叟(당문일점수) 堅坐送行舟(견좌송행주) 산수와 습수가 합쳐 흐르는 곳 그 마을 이름이 바로 이수두인데 마을 앞의 한 전방 늙은이가 가만히 앉아 가는 배를 보내누나 ※汕濕(산습) : 산수와 습수 (산수는 북한강, 습수는 남한강) ※汕 : 오구 산, 물고기 헤엄치는 모양 산 ※오구 : 그물의 한 가지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물이 합쳐지는 이수두에서 깨달음을 얻어 달관했기에 복잡한 세상 일은 모두 내려놓았을 노인이 작은 점빵에 앉아서 떠나가는 쪽배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을 그림이 그려진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두물머리의 이름을 한자로 옮겨 적으면서 양수두나 이수두로 적고 있다. 양(兩), 이(二), 모두 둘의 뜻을 담았기에 산수와 습수를 합한 산습이라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정해진 이름이 두물머리이기에 우리 말 뜻을 살리려고 두물머리라 적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이수두’라거나 ‘양수두’라거나 까닭 없이 이름을 이래저래 옮겨부른 것이 아니다. 두물은 豆勿, 斗物… 등으로 이름소리를 따라 한자로 옮겨쓸 수도 있었겠지만 그 뜻이 중요하기 때문에 양수두, 이수두로 적었을 뿐이다. 두물머리란 한 가지 이름을 한자의 뜻대로 옮겨 적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런 지혜를 읽는 힘을 길러야 한다. 조선 후기의 다산이 살던 때에도 이두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심지어 독립선언서, 일제강점기의 판결문에도 이두의 흔적들은 남아 있다. 그럼, 여기서 끝일까? 두물머리는 한강의 머리이다. 한강의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땅이름이며 글자들이…. 우리말을 한자로 옮겨 적었음을 알아야 한다. 두물머리는 우리가 찾아야할 우리네의 이름이다. ‘양수’가 아닌 ‘두물’이 될 때 한강의 머리가 된다. 이 겨레의 말을 한자로 옮겨 쓴 역사들을 이제는 되찾아가야 한다. 조상들의 지혜로운 이름들로 되돌아가기를 시작하자.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국토교통부의 실책

용문~홍천 간 철도는 양평과 경기도의 염원을 뒤로한 채 국토교통부의 기본안대로 노선이 결정됐고 기획재정부로 이관돼 예타가능성 심사 대상 여부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용문산역추진비대위를 중심으로 양평군의회와 경기도의회가 용문~홍천 간 철도 중간 정차역 반영에 대한 건의를 했음에도 오로지 ‘경제성’ 하나만으로 결정된 것 같다. 경제성을 내세우는 논리는 돈 되는 장사 논리로만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개발 단계에서 중앙정치가 모든 결정을 오로지 행정편의주의 입장에서 했던 시절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양평군은 그간 2천만 수도권 주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 자연보전권역, 상수도보호구역 등 철저한 중첩규제로 산업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전원주택뿐이어서 경제성을 따져볼 수도 없으며 2023년 재정자립도가 20.54%로 전국 99위에 그쳤다. 홍천군 또한 재정자립도 11.4%, 인구 6만8천여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열악한 곳을 향해 달리는 열차가 얼마나 경제성이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열차로 서울을 갈 수 없는 홍천을 향한 철도 개설과 같다. 경제성만을 심사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B/C를 충족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평군과 경기도는 지자체 부담금 1천30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기재부는 예타심사규정 완화에 따른 수도권과 비수도권 평가 이원화, 지역낙후도 점수 가점화, 주민생활여건 항목 신청 등을 규정했다. 정책성 평가를 강화하면서 사업추진여건, 정책효과(사회적 위치) 항목을 신설해 주민 삶의 질에 기여하는 일자리 효과, 생활여건 영향, 환경성평가, 안전성 평가, 주민생활여건영향(공공서비스 접근성, 건강, 생활불편 개선) 등을 고려하기로 했다. 국토부의 금년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60조9천439억원이고 그중 지역 활력 제고에 쓰일 예산은 12조5천457억원에 이르며 용문산역사 건립에 추가로 드는 비용은 750억원 남짓이다. 용문산역사가 신설될 경우 2020년 양평군이 화정엔지니어링에 의뢰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생산 유발효과 7천831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2천461억원, 취업 유발효과 4천249억원, 임금 유발효과 1천322억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으며 교통수용예측 결과 또한 일일 수백명의 승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토부는 대도시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10조, 대도시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13조를 근거로 국토교통부 훈령 제439호에 의해 광역철도사업 업무처리지침 제9조(사업비 분담)에 국가와 지자체는 70 대 30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행정절차상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양평군의회와 경기도의회가 중간 정차역 반영을 해달라고 국토부에 건의를 했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토부는 기본안대로 기재부에 예비타당성 검토를 의뢰한 것이다. 용문산역은 양평군의 관광정책과 용문산의 수도권 허파 노릇을 인정한다면 이는 작은 배려에 불과하며 750억원에 대한 인프라 투자는 양평군의 일자리 창출과 수도권 시민들의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특별기고] 체코발 낭보의 심장한 의미

제헌절날 밤 체코로부터 낭보가 날아들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주도한 팀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2009년 12월 27일 아랍에미리에이트(UAE) 원전 4기 수주와 같은 소식이 15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원전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유럽의 중심에서 인정받았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UAE의 경우 아랍 최초로 원전을 운용하게 될 국가였기에 공급자 선정 당시 외국 기관 전문가들 자문을 바탕으로 결정을 해야 했다. 그러나 체코는 이미 6기의 원전을 운용하며 전체 전력 37%를 원자력으로 공급해 오고 있어 자국 독자 능력으로 입찰서 평가가 가능했다. 그 평가 과정에서 EU 주요국인 프랑스 EDF 입찰서에 비해 한수원의 입찰서 내용이 거의 모든 평가 요소 관점에서 우수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정 결과를 발표한 체코 총리의 말이다. 평가의 주요소는 안전성, 경제성, 건설성 등이었을 것이다. 체코가 선택한 원전은 UAE 원전인 APR1400의 축소형인 APR1000이다. 2022년 기준 체코의 평균 발전 전력은 9.7GW로서 우리나라 68GW의 15%에 불과하다. 전력망도 그만큼 작다. 더군다나 체코는 내륙국가라 해수를 통한 풍부한 냉각수 공급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1.4GW 대용량의 APR1400을 수용하기가 곤란해 1GW인 APR1000을 선택한 것이다. APR1000은 APR1400에 구현된 모든 혁신 안전설비를 그대로 승계했을 뿐 아니라 체코 규제요건 및 사업자요건을 충족토록 개발하여 2023년 유럽사업자요건 인증을 취득하였다. 이미 8기(한국 4기, UAE 4기)가 건설되어 원활하게 운용 중인 APR1400의 우수한 성능에 더해 충분한 안전성을 갖춘 APR1000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첫 번째 우수 평가 요소였음은 분명하다. 다만 APR1000은 APR1400에 비해 단위 용량당 건설비가 비싸다. 체코가 책정한 1기당 총사업비 86억 달러이다. 이를 kW당 사업비로 환산하면 8600달러(86억달러÷100만kW)이다. 사업비에는 사업주가 집행하는 비용과 예비비 등이 포함되기에 향후 협상과정에서 결정될 공급 계약 금액은 알 수가 없다. UAE APR1400의 경우 4기의 총 수주금액이 200억 달러라 건설비가 1기당 50억달러, kW당 약 3600달러(50억달러÷140만kW)이다. 건설비가 제일 큰부분을 차지할 체코 APR1000 kW당 사업비는 UAE APR1400 kW당 건설비보다 2.4배나 비싸므로 한수원도 상당한 높은 공급단가를 제시했겠지만 EDF가 제시한 공급단가보다는 꽤 쌌을 것이기에 경제성이 우월함이 두 번째 우수 평가 요소가 됐을 것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APR1400인 신한울 3·4호기는 총건설비 11조 7천억원으로 kW당 건설비는 약 3000달러이다. 체코 건설비가 국내 건설비보다 2배 이상이겠지만 그래도 EDF보다 싸기에 가격 경쟁력이 높고, 이런 수출이 국내 유관 산업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건설 관점에서는 우리나라가 UAE 원전을 정해진 예산으로 적기에 완공한 실적에 대한 신뢰가 10년 이상 공기가 지연된 프랑스 EPR 원전 건설 이력에 대비되어 세 번째 우수 평가 요소가 됐을 것도 분명하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프랑스, 영국,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등 유럽 10여개국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각국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러시아나 중국 원전 도입은 배제하고 있다. 그런데 서방 국가인 미국, 프랑스, 우리나라 중 우리나라 원전의 경쟁력이 가장 우수함이 이번에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따라서 체코 원전 사업 수주는 향후 유럽에서 확대될 원전 건설에서 우리나라 추가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데 특별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축수산물 PLS, 우리 식탁 더욱 안전하게

여름 휴가철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날 때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는 먹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자연을 벗 삼아 바비큐 그릴 위에 놓인 고기 한 점을 입에 물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면 ‘행복은 참 가까이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캠핑뿐 아니라 집에서도 일상적으로 즐기는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 등은 우리 식단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2022년 우리나라 연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약 59.8㎏, 수산물은 68.4㎏으로 2010년 대비 각각 150%, 133%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더불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국가 간의 교역 확대로 수입 축산·수산물의 비중도 매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화학물질과 농약이 사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2017년 유럽 및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살충제 달걀 사태에서 보듯 식품 속 잔류 물질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축산·수산물에 대해 미허가 동물약품 등의 오남용을 막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올해 1월1일부터 ‘축수산물 잔류 허용 물질 목록 관리 제도(PLS)’를 시행하고 있다. 기존의 잔류 물질 관리는 등록∙허가된 잔류 물질에 대해서만 관리 기준을 적용했지만 PLS는 잔류 허용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잔류 물질에 대해서도 불검출 수준(0.01㎎ 이하)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이로써 특정 잔류 물질을 관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미등록 상태이거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잔류 물질까지 아우르는 철저한 관리가 가능해진다. PLS는 2006년 일본에서 시작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농산물 PLS를 2019년 시행했고 올해 축산·수산물까지 확대했다. 우선 국내 다소비 축산물인 소, 돼지, 닭, 우유, 달걀과 수산물 중 어류에 적용하며 향후 다른 축산·수산물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PLS 시행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농약, 동물용 의약품이 사용된 축산·수산물의 수입을 차단하고 잔류 물질 오남용을 방지해 국민이 더욱 안전한 축산·수산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 안전한 축산·수산물의 생산·유통으로 국내 축산·수산물의 소비가 증가하고 수출 경쟁력이 향상돼 우리나라 축산·수산업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경인지방식약청은 앞으로도 축산·수산물에 대한 검사와 관리 감독을 철저히 실시해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축산·수산물이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할 것이다.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PLS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기준 제정이 시급하다

최근 화성에 소재한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 폭발로 노동자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 국과수, 고용부 등 관련 기관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책임자 처벌과 함께 유가족의 충분한 보상과 장례 지원도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아리셀 참사와 같은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리셀 사고의 주범인 일차전지는 재충전해 사용할 수 없으며 비가역적 전기화학반응을 하는 전지다.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망간이나 알카리 건전지다. 아리셀 공장에서 생산된 사고가 난 전지는 리튬-염화티오닐(Li – SOCl2)이다. 이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자가 방전이 안정적이므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군용 등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전지의 음극으로 리튬(Li) 금속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에 취약하다. 리튬 금속은 수분과 접촉 시 수소가스를 생성하며 폭발하기 때문에 물로 소화하기 어렵다. 또 산화환원 반응으로 황, 이산화황 등을 생성하기 때문에 폭발했을 때 독성물질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이차전지는 일차전지와 다르게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가역적인 전기화학반응을 하는 전지다. 스마트폰·노트북 배터리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에너지 저장장치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리튬이온 배터리다. 현대인이 살아가는 데 에너지 저장장치로 없어서는 안될 제품이 배터리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에는 노동자들의 땀이 배어 있다. 노동자를 보호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원료부터 폐기까지 안전이 확보돼야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안전기준은 전기용품 안전기준, 화재안전기준, KC 인증제도 등이 있다. 그러나 일차전지에 대한 안전기준이 국내에는 없다. 따라서 일차전지의 생산과 폐기 전 과정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안전한 작업환경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1월27일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 됐다. 즉, 경기도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하 직업재활시설)은 모두 적용 대상이 됐다. 이와 관련해 시설장은 종사자 및 장애인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진일보한 것이지만 직업재활시설의 현실을 살펴보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 녹록지 않다. 여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직업재활시설에서 근로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임금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 없이 오롯이 장애인의 생산활동과 종사자들의 노력으로 창출된 재원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운영의 과도한 책임으로 인해 직업재활시설의 일상은 바쁨으로 채색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매출 증진과 장애인의 임금 향상을 위한 경영철학 도입, 마케팅 강조 등 직업재활시설의 시장성을 위한 기능을 채근하면서 직업재활시설은 공익성이 침식되고 주변화되는 실정이다. 직업재활시설 종사자의 업무도 직업상담 및 평가, 직무지도, 직업적응훈련, 사후관리, 안전관리 등의 업무보다 이익 창출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직업재활시설의 어려움을 인지한 경기도는 직업재활시설 내 장애인과 종사자의 산업재해 예방과 안전보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9억5천만원의 예산을 투자해 경기도 전체 직업재활시설이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 45001) 국제표준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협회와 함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전국 지자체 최초의 시도로 직업재활시설의 안전관리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국제표준 인증을 통한 시스템 구축, 전문 인력의 확보 또한 필수적이다. 안전관리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인력을 통해 지속적인 교육 및 훈련이 이뤄져야 직업재활시설의 안전관리 역량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종사자들이 더욱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경기도의 인력지원을 기대해 본다. 장애인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노력은 단순히 안전사고 예방을 넘어 장애인의 인권존중과 사회 참여 확대라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한다. 앞으로 협회는 그 가치의 실현을 위해 경기도와 긴밀하게 협력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직업재활시설의 안전 문제는 단순히 시설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안전과 건강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다. 장애인의 안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임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불법의료기관 단속, 전문성 갖춘 건보공단이 해야

지난 14년 동안 비(非)의료인이 의사 또는 약사 등을 고용,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 면허대여 약국’의 부당청구 금액이 3조4천억원에 이르면서 국민의 정당한 의료서비스 제공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중 약 92%인 3조1천억원은 아직까지 환수하지 못하고 있어 고스란히 국민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2018년 159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은 사무장 병원의 국민 생명권 침해 및 보험사기 행각을 여실히 드러냈다. 개인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환자 유치 등을 위해 병상수는 늘렸지만 최소한의 의료인만 고용하고 환자의 안전 관리는 소홀히 해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준 대표적 사례다. 불법개설기관은 ‘의료법’ 제33조(의료기관 개설 등) 제8항 및 제10항, 그리고 ‘약사법’ 제21조(약국의 관리의무) 제1항에 위반되는 엄연한 불법행위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부당이득의 징수) 등에 따라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할 수 있지만 건보공단은 실질적 수사권이 없어 단속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건강보험 공단은 경찰청과 업무협약을 체결, 2014년부터 공단이 보유한 전문 인력을 통해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상호 협업하고 있으나 수사기관의 업무 병목현상과 전문성 부족 등으로 사건 수사가 평균 11개월 소요되는 등 재정 누수의 조기 차단에 어려움이 있다. 불법개설기관 단속은 개설, 운영, 수익 귀속 등 모든 단계에서의 불법행위를 입증해야 하는 만큼 고도의 전문성과 신속성이 핵심이다. 건보공단은 다수의 현장 경험 인력과 다량의 의료 빅데이터를 보유한 만큼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하는 데 특화돼 있다. 국회에서도 건강보험 공단에 불법개설기관 등을 직접 관리·감독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법안이 20, 21대 국회에 발의됐으나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최근 한 언론 보도자료에 따르면 18년 뒤 건보 누적 적자가 56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에 재정 관리가 중요한 시점인 만큼 22대 국회에서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되고 통과돼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불법개설 의료기관 단속에 대한 필요성은 공단뿐 아니라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건보공단의 특사경 법안은 계속 늦춰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 이상의 시간 지체는 국민 혈세의 낭비와 생명권을 위협하는 만큼 국민적 협의를 통해 신속하게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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