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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유치와 핌피현상

범봉수 경인여대 보건환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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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유치를 두고 우리 시의 서구와 계양구 간 유치전이 구청 공무원, 지역주민들 간의 현수막 경쟁을 넘어 지역 정가, 국회의원까지 가세하며 점점 더 가속화되는 듯하다. 지난 6월14일에는 인천 서구 국회의원과 시·구의회 의원들이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구 유치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 반면 7월1일에는 계양구청장이 지역주민 30여명과 함께 시청 앞 광장에서 삭발식을 거행했다. 내 지역에 좋은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열망은 내 고장의 발전을 위한 애절한 노력으로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핌피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를 바라보며 지난 수십년간 지속돼온 여러 갈등 사례에서와 같이 폐기물매립장, 소각장, 화장장 등 필수시설들을 반대하며 결국은 무산된 사건들을 떠올려보게 됐다. 기피시설이든 선호시설이든 관계자들의 삭발이라는 최후의 수단까지 활용하며 그 간절함을 표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결국 핌피와 님비가 그 본질적인 성격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인천시는 2025년 12월31일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자원순환센터를 확충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현안에 직면해 있다. 자원순환센터는 소각장을 이르는 말로 주민들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환경시설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신규 자원순환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에 과감히 1천억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확충을 위해 노력했으나 중구 영종도에 예비후보지가 몰리면서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해당 지역 주민대표들이 위원회에서 탈퇴하면서 자원순환센터 입지 선정이 무산된 바 있다.

 

‘폐기물관리법’에서는 발생지 처리원칙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에 소각장 건설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구청장들은 기피시설 유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화예술회관과 소각장은 모두 지역에 필요한 시설이다. 좋은 문화시설에서 우수한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주민들의 삶의 질 제고에 있어 너무나 중요하다. 또 우리가 쓰고 버린 생활폐기물도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처리돼야 하기에 소각장 또한 필수시설임이 분명하다. 문화 공연을 한두 번 놓친다고 해서 생활이 크게 불편하지 않겠지만 집 앞에 내가 버린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고 쌓인다면 악취, 먼지, 위생상의 문제 등 생활에 엄청난 불편함을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시설을 하나의 패키지로 해 한 지역에 동시에 짓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원순환센터를 건설하는 경우 총 공사비의 20%를 주민편익시설에 투자할 수 있도록 ‘폐기물처리시설 촉진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소각장 건설에 3천억원 정도의 공사비가 든다고 하면 600억원 정도를 주민이 원하는 시설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북부권 문화예술회관을 소각장과 함께 같은 곳에 짓는다면 600억원의 주민편익시설 공사비를 문화예술회관 건립비와 별개로 사용할 수 있다. 두 시설을 연계·활용한다면 지역의 랜드마크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우수한 문화시설이 나올지 또 누가 알겠는가. 소각장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있는 우수 사례들이 많이 있다.

 

지금의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유치에 대한 과(過)경쟁과 소각장 확충에 대한 비(非)경쟁 현실을 보면서 이를 선정해야 하는 결정권자들은 고민이 많을 것이다. 분명한 건 한쪽에 혜택이 과도하게 몰려서도 안 되고 또 한쪽에 과도하게 불이익이 집중돼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종의 공평부담기준(Fair Share Criteria)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1989년 뉴욕시 헌장에서 채택된 ‘공평부담기준’은 도시 전체적인 차원에서 부담(burden)과 이익(benefit)이 공평하게 분담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천시 정책 입안자들과 해당 자치구의 슬기로운 판단이 있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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