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경기민예총 이사장
경기도는 2023년부터 중위소득 120% 이하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연 150만원의 기회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의 예술인에게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를 제공하고 도민들의 일상에 예술 향유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는 의미 있는 문화예술 정책이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공공재적 가치를 지닌다. 접하는 사람들에게 문화적 휴식을 제공하고 창의성과 문화감수성을 안겨준다. 도민의 삶을 ‘좋은 삶’으로 만드는 데 있어 실질적이며 효용적인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를 살아가며 함께 성찰해 볼 만한 요소를 제시해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회적 가치 또한 지니고 있다.
그런데 예술인이 예술을 지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4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예술인의 연평균 소득은 1천55만원이다. 같은 시기 국민 1인당 평균 연소득 2천554만원의 41.3% 수준이다. 예술인은 이러한 소득 수준에서도 예술을 놓지 않고 더 많은 관람객에게, 더 많은 도민에게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땀 흘리며 창작하고 있다. 이러한 예술인의 실정을 바탕으로 경기도는 최소한의 ‘예술 포기 방지 정책’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선 예술인 기회소득을 지급하기 위해 기준으로 정한 예술인복지법 제3조의2 ‘예술활동 증명’을 내세워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예술인의 어려운 생계와 예술이 지닌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며 예술인에게 기회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예술인인지를 구분한단 말인가. 철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따지면 예술인의 기준과 개념은 우주만큼 넓어진다. 그렇지만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존하는 가장 정확한 기준인 예술인복지법 제3조의2 ‘예술활동 증명’을 득한 자로 기준을 세운 것이다.
정부는 법령으로 예술활동을 증명하기 위한 조건을 세웠다. 현실적으로 필요충분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조건을 세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활동 증명’을 득한 예술인 중 이른바 ‘예술인 같지 않아 보이는’ 예술인을 거론하며 예산 낭비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접하며 참으로 어이가 없고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99세 노인은 예술을 못하는가. 연습생은 예술인이 아닌가. 예술인은 눈감는 날까지 예술을 한다. 예술인은 자신의 예술을 벼르기 위해 쉼 없이 연습한다. 법이 정한 ‘예술활동 증명’의 조건을 통과했기에 기회소득을 받은 것이다.
다른 어느 지자체도 살피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앞서 예술인의 활동을 지지하고 도민의 문화적 일상을 창조하기 위해 시행되는 경기도의 예술인 기회소득 정책을 흠집 내고 예산 낭비라 왜곡·폄하하는 행위가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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