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다이닝’… 음식에 정서·경험 담아낸 마스터스 골프대회 우승자의 ‘챔피언스 디너’ 단순한 음식 넘어… 사람과 문화 잇는 언어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함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 브랜드들은 이색적인 협업을 시도하거나 공간과 콘텐츠에 ‘음식 이야기’를 입힌다. 음식에 이야기를 더한 체험은 오래전부터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스토리 다이닝(Story Dining)’은 이야기(Story)와 식사(Dining)의 합성어로 음식뿐 아니라 공간, 분위기, 그 안에 담긴 정서와 경험까지 아우르는 감성적 콘텐츠다.
매년 4월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마스터스’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 대회다. 이 대회에는 독특한 전통이 하나 있는데 바로 ‘챔피언스 디너(Champions Dinner)’다. 전년도 우승자가 역대 챔피언을 초청해 마련하는 이 식사는 단순한 만찬이 아닌 챔피언의 기억과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메뉴로 구성된다. 오직 마스터스 우승자들과 가족만이 초대받는 영예로운 자리이기도 하다.
챔피언스 디너는 1952년 전설적인 선수 벤 호건의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마스터스 대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대회 개막 이틀 전 디너 메뉴는 자연스럽게 취재의 관심이 쏠리는 뉴스거리가 되며 음식이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지난해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는 고향 텍사스를 대표하는 바비큐 립과 크림 콘을 내놓았다. 여기에 아버지가 만들어주던 미트볼과 라비올리를 더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2년 전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텍사스의 맛을 살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음식은 고향과 가족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매개체가 됐고 따뜻한 이벤트 테이블을 완성했다.
고급 스포츠 이벤트에서 음식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VIP 이벤트에서의 메뉴는 단순한 접대 수준을 넘어 브랜드의 감도와 메시지를 전하는 핵심이다. 특히 마스터스처럼 전통과 명예가 중시되는 자리에서 챔피언의 지역, 환경, 가족 이야기까지 반영한 맞춤형 메뉴는 디너 자체를 하나의 강력한 이야기로 만든다.
올해는 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가 우승하면서 내년 챔피언스 디너 메뉴에 벌써 관심이 쏠린다. 그는 언젠가 우승하면 어머니가 해주던 아일랜드식 스튜를 꼭 메뉴에 포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챔피언스 디너는 선수 개인의 문화, 기억, 가족의 온기를 담아내는 무대이기도 하다. 음식은 국경을 넘어 정체성과 진심을 전하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2년 아시아 선수 최초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는 일본식 된장소스를 곁들인 은대구살 구이와 미야자키산 최상급 와규 등심구이로 큰 호평을 받았다. 그의 디너는 전통과 지역성을 함께 담아내며 일본인의 자긍심을 고스란히 전했다.
K-푸드 열풍으로 전 세계에서 한식이 주목받는 지금 마스터스 챔피언스 디너에 한식이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고 믿는다. 준우승을 차지했던 임성재 선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양념갈비’를 내놓고 싶다고 했다. 한국인의 정서와 집밥의 따뜻함을 담은 메뉴가 그 식탁에 오를 날을 기대해 본다.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한식 역시 계절과 삶, 정서가 깃든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외식 시장이 치열해질수록 단순한 요리 이상의 감동이 필요하다. 이야기가 담긴 음식은 스마트폰에 저장되고 입소문을 타며 반복해서 이야기되는 힘을 지닌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이다.
결국 음식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기억되고 이야기되고 사람과 문화를 잇는 문화적 언어다. 오늘 우리 식탁 위의 한 그릇에도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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