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경기지역FTA통상진흥센터장
기축통화는 국가 간 무역 및 자본 거래의 결제나 준비자산으로 널리 이용되는 통화를 말한다. 기축통화로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통화 가치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국제적 신뢰가 있어야 한다. 기축통화는 세계 어디서나, 어느 때나, 비교적 용이하게 쓰이는 화폐로 그렇게 어려운 뜻은 아니지만 그것이 갖는 경제적 의미는 상당하다.
대부분의 국가는 수출입 대금을 지불할 때 달러를 사용한다. 특히 중동 쪽에서 원유를 수입할 때는 더욱 그렇다. 경제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기축통화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기축통화의 의미가 무엇이고 왜 대부분 국가에서 달러를 중시하는지를 알아보려 한다. 이러한 달러의 흐름을 알면 왜 미국이 무역적자를 감수하면서 달러를 전 세계에 퍼뜨리려 하는지, 그리고 왜 달러는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지가 명확해진다.
세계의 중심 통화가 된 달러 체제의 배경과 또 그 체제가 무너진 후에도 달러 패권 유지와 재구축의 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에 도전했던 독일·일본, 그리고 미국과 통화패권을 겨루는 중국 등의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경기도의 관세를 담당하는 경기지역FTA통상진흥센터의 입장에서 4차에 걸쳐 ▲달러 기축통화의 기원과 ▲기축통화에 도전하는 나라들 ▲기축통화를 지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 ▲미국과 중국의 기축통화에 대한 승자는? 순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대다수 국가가 수출입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데에는 역사적·제도적 배경이 있다. 그 출발점은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44개 연합국은 미국 뉴햄프셔주의 브레튼우즈에서 새로운 국제 통화체제를 만들기로 합의한다. 브레튼우즈 협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국제금융 질서를 구축하게 하고 전쟁으로 인한 통화 불안정과 무역 제한을 시정하고 국제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브레튼우즈 협정의 핵심 내용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지정하고 다른 나라의 통화는 달러에 고정 환율제로 연결해 국제 통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금본위제도를 기초로 한 고정 환율 체제, 1945년 국제통화기금(IMF)을 설립해 각국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은행(WB)을 설립해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을 돕는 것이었다. 이는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기여했으며 달러는 금과 직접 교환 가능했기 때문에 달러는 금과 같은 신뢰성을 가지게 됐다. 각국은 달러만 확보하면 사실상 금을 보유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자 미국은 베트남전에 대규모 달러를 지출했고 그 결과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내게 됐다. 이후 세계는 달러를 금과의 교환을 요구하기 시작, 미국의 금 보유고는 빠르게 고갈되며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일방적인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는 ‘닉슨 쇼크’를 선언하며 달러와 금의 연결이 끊기고 브레튼우즈 체제는 붕괴된다.
닉슨 쇼크 이후 그해 12월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스위스 등 10개국이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모여 금 1온스당 가격을 38달러로 재조정했지만 이 제도 역시 세계 경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다. 통화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변하는 환율 체제인 킹스턴 체제로 변환되고 세계경제는 결국 변동 환율제로 진입한다.
이처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미국의 경제력과 전략적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다. 경기지역 통상정책을 기획하고 지원하고 있는 경기지역FTA통상진흥센터는 이 같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무역 전략에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다음 편에서는 기축통화에 도전하는 주요 국가의 움직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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