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텔레비전에서 어느 산골 풍경이 나오기에 보고 있자니 환갑이 넘은 아들과 며느리가 팔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아들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보지 아니하고 조용히 살아가는 시골 아저씨요, 며느리는 시골로 시집와 삼십여년 살아오는 동안에 딸이 돼 지성껏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름다운 아주머니다.
아들은 동이 트면 삽 들고 물길을 내어 논에 물을 대고 며느리는 밥을 지으며, 할머니는 안팎을 둘러보며 새벽을 연다.
한 낮에 며느리는 어머니를 모시고 나물을 캐고 두릅도 따다가 할아버지 묘 앞 잔디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어머니는 “세월아, 흘러가는 세월아, 가거들랑 혼자나 가지 왜 우리 아들 며느리 흰머리를 남기고 가느냐”며 “내가 갈 때에는 너희들 아픈 것 다 가지고 가마”라고 한다.
며느리는 “엄마, 무거워 다 못 가지고 가, 그냥 가볍게 가세요”라고 답한다. 그 어머니에 그 며느리가 아닐 수 없다.
산새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산마루 위 흘러가는 흰구름도 정겨운 모습에 머뭇대고 있다. 해가 기우니 어머니와 며느리는 집에 들어가 굴뚝에 흰 연기 올리며 저녁밥을 준비하고, 아들은 삽 들고 논밭 둘러보며 연기 오르는 곳으로 찾아온다.
좁고 어두운 방 한 가운데 밥상에 둘러앉은 세 식구는 산나물, 김치, 된장국에 저녁밥을 먹으며 밤을 맞는다. 오순도순 살아가는 분들의 아름다운 하루가 시골 외딴 집에서 이뤄지고 있다.
마른 빵 한 조각을 먹으며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진수성찬을 가득히 차린 집에서 다투며 사는 것 보다 낫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히 모여들어 할머니 무릎에서 옛날 이야기 듣던 어린 시절이 내려앉고, 달님은 이 집에서 새어 나오는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
이 밤에 하늘의 이야기가 이슬이 돼 초가지붕에 촉촉히 내리니 세 분의 꿈 속에는 얼마나 맑고 밝은 꽃이 피어나고 있을까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이기에 방송이 끝나고도 한참을 마음 속에 그려보면서 ‘시골 외딴 집’ 이라는 시를 짓고, 화목한 가정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송홍만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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