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귀농으로 제2의 인생 꿈꾼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지 마세요.” 서울의 대기업 과장으로, 소위 말해 잘 나가는 인생을 살던 박모 씨는 부인에게 귀농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하지만, 부인은 남편이 건넨 편지를 읽고 마음을 돌렸다.

 

‘남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생활, 숨 가쁘게 바쁜 하루하루, 정년으로 묶인 끝이 보이는 직장생활.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흙을 밟으며 자연이 가르치는 대로 살고 싶어, 여보.’

 

그렇게 귀농한 지 벌써 10년. 부부는 땀 흘려 거둔 고구마와 야콘, 산야초 등을 팔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산골에서 시작한 귀농생활의 행복을 전하고 있다.

 

어떤 것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편안하고 넉넉한 농촌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각박하고 치열한 도시의 삶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농촌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문을 연 수원 농촌진흥청 내 귀농귀촌종합센터에도 귀농·귀촌 희망자들의 문의 전화가 쉴 새 없다. 한 명의 상담원이 많게는 하루 200통까지 전화를 받아 목이 아플 정도란다. 이곳에서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농촌을 향한 발걸음이 이렇게까지 많아진 이유는 농업이 개척해볼 만한 희망적인 사업으로 뜨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농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하는 실제 사례가 많이 알려지고, 1억 원 넘는 소득을 올리는 부농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50대 이하의 젊은 귀농인구도 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농업에는 정년이 없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90세, 100세까지 평생 직업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십 년 농사로 잔뼈가 굵은 농민들도 밭을 갈아엎기 일쑤인 현실에서 낫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도시인들이 농사를 짓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이다.

 

뚜렷한 목표와 소신으로 농업창업, 전원생활, 노후생활 영위 등 자신의 여건에 맞게 철저한 귀농계획을 설계하는 것은 성공적인 귀농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또한, 체계적으로 농업기술교육을 받고 수시로 최신의 다양한 귀농정보를 파악하는 일도 뒤따라야 한다.

 

요즘 추세를 꼼꼼히 조사해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창의적인 사고도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 농촌 어르신들과의 소통을 통해 인심을 얻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귀농은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청년들은 물론 젊음을 바쳐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우리 아버지들에게 평생 일자리로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다.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많은 이들에게 농촌이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희망의 출발역이 되길 기대해본다.

 

라승용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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