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도깨비 날씨와 식물공장

봄 날씨가 참 변덕스럽다. 청명(淸明)을 하루 앞둔 얼마 전 서울을 비롯한 경기 북부와 강원도에 비가 눈으로 바뀌어 쌓이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4월에 눈이 내린 것은 기상관측 이래 19년 만이란다. 꽃잎 대신 봄눈이 날리는 요상한 날씨, 전문가들은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 겨울 한파와 봄철 이상저온 등 이상기후의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설명하고 있다.

 

100년 간 올라간 지구의 온도는 0.74℃, 온도 상승 1℃가 채 안 되지만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상기후의 수준은 심각하다. 태국의 집중호우, 미국의 슈퍼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소말리아, 케냐 등에서 발생한 극심한 가뭄 등 모두 세기도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3년간 “날씨가 왜 이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사상 최고의 기록들이 전국에서 쏟아졌다. 2010년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 무려 39일간 한파가 지속됐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무엇보다 기상 상태에 가장 민감한 농업이 받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 특히 기후변화로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이 위협받으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식량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숙제를 풀 수 있을까? 이에 지구촌은 이상기후와 식량위기에 대비해 안정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방법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 대안의 하나로 최근 떠오르고 있는 것이 기후에 상관없이 1년 내내 농작물 생산이 가능한 식물공장이다. 토양도 햇빛도 필요 없다. 소음도 매연도 없다. 각종 채소가 LED 인공 빛을 받고, 적정 온도에서 영양분을 섭취한다.

 

식물공장은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환경적인 요소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융·복합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다. 농촌진흥청도 지난해 식물공장 연구동의 문을 열고 연구에 한창이다.

2010년엔 얼음의 땅,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에 식물공장을 보내 남극대원들이 여러 가지 채소를 키워 먹고 있다. 극한 상황에서도 농작물 재배가 가능한 식물공장은 날씨와 장소, 그 무엇에도 상관없이 신선한 농작물을 키울 수 있어 앞으로 미래 농업생산기반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

 

기후변화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첨단산업의 문이 열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농업환경에 앞장설 수 있는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우리는 물론 후손들의 식탁에도 오래도록 건강하고 안전한 우리 농산물이 차려져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라승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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